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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50화 (1,549/1,826)

§ 나는 될놈이다 1550화

예상치 못한 말에 본할라드와 잘츠는 수군거렸다.

고대 제국 사람들은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워낙 마계의 악마들이 습격해 오는 만큼, 마계의 정보에도 익숙해진 것이다.

“가짜겠지.”

-…가, 가짜입니까?

-그… 그런가?

태현이 너무 칼같이 자르자 둘은 당황스러워하며 쳐다보았다.

지팡이는 그냥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먼 옛날, 마계의 악마 공작들을 통솔하던 악마왕을 상징하는 지팡이!

지금은 악마왕도 사라지고 그 지팡이도 사라진 지 오래지만, 만약 그 지팡이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어떤 악마 공작도 저 지팡이의 유혹에서는 쉽게 벗어날 수 없을 테니….

-가짜 아닙니다!

악마 사절단은 매우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역시 아키서스답게 그들을 괴롭히고 핍박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놈이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죽고 싶으냐?

-건방진 악마 놈 같으니. 살려뒀더니 은혜도 모르고!

-…….

악마들은 억울해서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본할라드나 잘츠 모두 악마한테는 너무 두려운 인물이었다.

게다가 앞에 있는 교황은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사악한 인물이었으니….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악마 공작 로프로지에 퀘스트>

악마 공작, 로프로지에는 놀랍게도 마계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아이템,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의 조각을 갖고 있었다.

로프로지에가 사라진 지금, 로프로지에의 부하들은 이 조각을 바치고 그들의 목숨을 구하려고 한다!

지팡이의 조각을 찾아 완전한 지팡이의 형태를 되찾아라.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까마득한 원정이겠지만 해내기만 한다면 무엇보다 커다란 보상으로 돌아오리라!

보상: ?, ???

‘아니 진짜였잖아?’

태현은 당황했다. 솔직히 거짓말인 줄 알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카르바노그도 놀랍니다!]

태현이 예전에 가짜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를 만들어서 쏠쏠하게 써먹었던 것이다.

태현도 그랬으니 다른 악마들도 그런 줄 알았는데….

‘내가 악마들을 너무 나쁘게 생각했나.’

태현은 살짝 반성했다.

“이런 퀘스트를 굳이 할 필요 있나 지금? 난 대륙 가고 싶은데….”

태현의 말에 이다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퀘스트는 매우 수상쩍었다.

설명부터 ‘나는 매우 어려운 퀘스트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퀘스트 등급이….

퀘스트 등급: 전설

…전설 등급 퀘스트!

지금 마계에서 어그로 잔뜩 끌었는데 이런 퀘스트 하겠다고 오래 있으면 죽을 가능성만 높아지지 않겠는가.

“받기만 하고 무시하죠?”

“그러자. 퀘스트야 나중에 깰 수 있겠지.”

“…여기서 나중 가면 한 몇천 년 뒤 아닌…?”

지금 먼 과거로 올라와서 퀘스트 받은 건데, 현실로 돌아가면 이 퀘스트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긴 했다.

하지만 이다비도 태현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마계에서 오래 있으면 위험해.’

“헉. 마계에서 벌써 나가요?”

“…….”

“…….”

“아, 아니. 제가 오래 있고 싶은 건 아니구… 그냥….”

유지수는 둘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손가락을 꼬며 변명했다.

“나중에 마계는 다시 오면 되지. 골짜기에 통로 있으니까 알려줄게.”

“맞아요.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도 있으니까 같이 가요.”

둘은 유지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달랬다.

마계가 정말 좋은가 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움직이려던 태현 일행.

그러나 악마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

-교황 성하. 기뻐하십시오. 상대할 만한 적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 그래. 기쁘다. 이 새끼들아.”

[빙결공, 푸르네우스가 군세를 이끌고 도착합니다!]

[악마 공작 중 하나인 푸르네우스는 눈빛에 닿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릴 수 있습니다. 그의 차가운 시선을 주의하십시오!]

‘푸르네우스…!’

오랜만에 만나는 악마 공작의 이름에, 태현도 긴장했다.

사실 태현이 친한 악마 공작이 누가 있겠냐마는, 푸르네우스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악연으로 엮인 사이였다.

태현은 푸르네우스의 성에 들어가서 냉기의 핵도 훔치고, 성도 훔치고, 푸르네우스 부하들도 죽이고, 쫓아나온 푸르네우스도 괴롭히고….

[카르바노그가 그냥 일방적으로 괴롭힌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뭐 나도 푸르네우스 때문에 시간 많이 써야 했으니 서로 비겼다고 치자고.’

다행인 건 푸르네우스가 지금 과거의 존재란 것이었다.

이제까지 쌓았던 원한이 없었으니 대화가 통할지도….

-아키서스 놈의 목을 내가 얻으러 이 자리에 왔노라! 아키서스. 당당하게 나와라! 네 목을 내 성 가장 깊숙한 곳에 전시해놓겠다! 내 영원불멸한 업적이 되어라!

“…안 통하겠군.”

[카르바노그가 지금 대화가 통할 상대는 아무도 없을 것 같다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교황 성하!

-저도 있습니다. 교황 성하!

[둠 나이트, 본할라드가 전투 함성을 터뜨립니다!]

[언데드들이 각성합니다!]

[건국왕 잘츠가 화염의 혼을 쏘아 올립니다!]

[화염 화살의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가자!

-가자!!

‘지금 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푸르네우스와의 1차전이 시작되었다.

* * *

-아키서스 대전사의 전쟁검법!

[아키서스 대전사의 전쟁검법을 사용합니다!]

[끝없는 투쟁심으로 적을 쓰러뜨립니다!]

[아키서스가 준 행운을 잠시 버리고 야성을 받아들입니다!]

메시지창과 함께 태현이 갖고 있는 스킬들 중 몇 개가 봉인되었다.

[권능 스킬들이 봉인되었습니다!]

[힘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HP가 크게…]

[스킬이 추가…]

[……]

[……]

태현은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지금 같이 실험하기 좋은 상황도 없었던 것이다.

좌 본할라드 우 잘츠.

게다가 푸르네우스는 어느 정도 견적이 서는 상대였다.

초반에 ‘아차’ 하며 훅 당할 상대는 아닌 것!

우드드득-

‘야만전사 스타일!’

태현은 바뀐 상태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판온의 직업 중에 야만전사 계열 직업들이 있었다.

전사와 비슷했지만, 방어구를 좀 덜 갖춰 입은 대신 각종 강력한 스킬들을 쓸 수 있는 직업.

맞으면 맞을수록 강해지는 게 광전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내 스타일과 잘 맞을지 모르겠는데….’

[빙결공이 <영원한 얼음의 창>을 시전합니다!]

‘왼쪽!’

태현은 바로 몸을 날려서 피했다. 푸르네우스는 생각보다 빠른 태현의 반응에 놀랐다.

-제법이구나!

이미 알고 있는 스킬이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한 대 맞았을 것이다.

그만큼 푸르네우스의 스킬은 무시무시했다.

조금의 지체 없이 거대한 얼음 창이 공간을 꿰뚫고 날아오는 수준!

부우웅-

태현도 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마법을 쓰는 상대를 어떻게든 성가시게 하려면 공격을 넣어야 했다.

[아키서스 대전사의 전쟁검법이 당신 안의 야성을 깨웁니다!]

[야성이 폭발합니다!]

-우어어어어어어!

태현이 외친 목소리가 아니었다.

스킬이 사나운 함성을 내질렀다.

[<와이번의 발톱> 스킬을 시전합니다!]

꽝!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힘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방어를 뚫고 충격을…]

-무식하기는…!

빙결공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러섰다.

빙결공이 타고 있던 아이스 드래곤의 날개가 반쯤 부서져 있었다.

[빙결공이 냉기를 소환합니다.]

[아이스 드래곤이 회복합…]

[<어스 웜의 돌진> 스킬을 시전합니다!]

꽝! 꽝! 꽝!

서로가 붙어서 무기를 휘둘렀다. 태현의 검이 빙결공을 후려갈기고, 빙결공의 창이 무자비하게 태현을 난타했다.

[HP가 크게 떨어집니다!]

[야성이 당신을 보호합니다!]

‘와. 진짜 무식한 스타일이군.’

싸우면서도 태현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원래 테크니컬하게 움직이면서 상대의 공격은 피하고 자신의 공격은 꽂아 넣는 게 태현의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상대 공격 한 대 맞고 이쪽 공격 한 대 때리고….

[HP가 떨어집니다.]

[냉기가 당신의 몸을 휘감습니다.]

[야성이 올라갑니다!]

[수인족들에게 가르침을 받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야성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

태현은 메시지창에 멈칫했다.

‘수인족에게서 배운 검술 스킬이었나?’

하긴 아까 자동으로 사용되는 스킬들이 다 그런 느낌이긴 했었는데….

수인족들과 친하지 않다 보니 자동으로 한계가 걸린 것이다.

푸르네우스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바로 사납게 탈것의 발톱을 들이대며 덤벼들었다.

-어딜!

이번에는 본할라드가 끼어들었다.

사악한 죽음의 기운이 흐르는 대검을 미친 듯이 휘두르면서 덤비는 본할라드의 모습에, 푸르네우스는 진저리를 쳤다.

-시궁쥐 냄새가 나는 언데드 놈이 어딜 가까이 오나!

-네놈의 목을 잘라서 제국의 원수를 갚으면 아주 기분 좋게 성불할 수 있겠군!

게다가 잘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포 터지듯이 사납게 날아오는 화살 공격에 푸르네우스는 슬슬 성기셔 했다.

-제대로 힘을 보여주마. 냉기 ㅈ….

“놈이 냉기 정령을 소환해서 폭주시키려고 한다! 놈은 정령들을 강제로 부리고 있는 놈이니 그걸 명심하도록! 정령이 소환되면 놈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라!”

-…….

푸르네우스는 황당해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아키서스 놈이 그가 하려는 짓을 바로 다 알아맞힌 것이다.

[빙결공이 당황합니다!]

-정… 정령 따위에게 내가 의존할 줄 알았나? 브….

“놈이 아이스 드래곤을 사용해서 드래곤 브레스를 시전하려고 한다! 실제 드래곤보다는 약해도 놈의 마법으로 증폭시킬 테니 조심해라!”

-…….

-하하! 이 악마 놈! 교황 성하께서는 네놈의 생각 따위는 꿰고 있으시단 말이다!

-무슨 헛소리를….

“빙결공. 네 성 안에 인간 영웅들을 얼려서 가둬 놓고 있겠지?”

-!?!?

푸르네우스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성 안에서 일하는 정령들만 아는 비밀을 저놈이 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헛소리하지 마라.

“네놈의 부하가 사실 내 편을 들고 있다!”

-…역시!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이 간교한 놈!

[빙결공이 더욱더 당황합니다!]

[판단이 흐려집니다.]

[공격 속도가 내려갑니다!]

[……]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크으으읏…!

빙결공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 계속 싸울 것인가?

아니면 후퇴해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돌아올 것인가?

‘잘 하면 그냥 풀려날 수 있겠….’

[화염공, 카이퓰라스가 군세를 이끌고 도착합니다!]

‘…망했군.’

다시 불리해진 상황에 태현은 속으로 욕했다.

그러나 본할라드와 잘츠는 이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교황 성하.

-오히려 좋습니다. 악마 공작을 둘이나 쓰러뜨릴 수 있으니!

“너희는 그냥 속터지니까 말하지 마라….”

새로 나타난 악마 공작, 카이퓰라스는 온몸에서 뜨거운 불을 토해내고 있는 화염의 정령 같은 모습이었다.

오죽 뜨거운지 탈것도 타지 않고 있는 상태!

카이퓰라스는 빙결공을 보며 말했다.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주변을 뒤흔들었다.

-아직까지 해치우지 못하고 있다니?

-…닥쳐라!

-그냥 비키지 그러냐? 네놈이 감히 맞설 상대가 아니다. 아키서스라면 이 내가 싸워야지.

-한 번만 더 혓바닥을 나불거렸다가는 용서치 않겠다!

‘어?’

태현은 분위기를 보고 의아해했다.

혹시….

서로 싸울 분위기인가?

-그러면 이렇게 하자. 아키서스! 네가 정해라. 어느 누구와 먼저 싸우고 싶나!

“!”

갑자기 화살이 태현한테 날아왔다. 화염공은 내심 기대하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푸르네우스가 발끈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아키서스! 나하고 싸우고 있었다는 걸 기억해라. 설마 이 싸움을 명예 없는 진흙탕으로 만들려는 건 아니겠지.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누가 진정한 자격을 가졌는지다. 그렇지 않나!

“…….”

대화를 들으면서 완전히 여유를 되찾은 태현은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면접관처럼 거만한 눈빛으로 말했다.

“흠. 자기가 먼저 싸워야 할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말해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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