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548화
-앞으로 밀어붙여라! 데스 나이트들이여, 악마들의 심장에 칼을 꽂아라!
[둠 나이트, 본할라드가 <지옥으로부터의 명령>을 사용합니다.]
[데스 나이트들이 이성을 잃고 광란 상태에 빠집니다!]
[데스 나이트들의 스탯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언데드 군세의 힘이 늘어납니다!]
-교황 성하! 도와주십시오!
“…<직감과 행운의 지휘>! <영혼 착취>!”
도와달라는데 어쩌겠는가. 도와줘야지.
태현은 전술 스킬 갖고 있는 걸 총동원해서 언데드들을 지원해 줬다.
‘아. 언데드들 성가시군.’
“이다비. 신성 버프는….”
“절대 안 되죠.”
“그렇겠지?”
여기서 지금 가장 버프 잘 줄 수 있는 건 사제 직업인 이다비였다.
하지만 저기 본할라드의 군세는 전원이 언데드!
이다비가 쓸 수 있는 신성 마법 대부분이 역효과가 날 수 있었다.
-크핫핫핫핫! 사제님! 나와 내 부하들에게 주문을 걸어주시오! 나와 내 부하들은 살아 있으니까!
잘츠는 호탕하게 웃으며 외쳤다.
마치 본할라드 들으라는 듯이!
-…잘츠 네놈! 감히 아키서스 교단의 후계자 분들한테 무슨 무례냐! 역시 배신자 놈답구나!
-아… 아니다. 친밀한 사이라서….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도 예의는 지켜야지! 그렇지 않습니까 교황 성하!?
‘너도 나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편하게 말하지 않았냐?’
태현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참았다. 둘의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흥. 말꼬리 잡다니… 사제님! 주문을 걸어주십시오!
“아, 예.”
-모험가여! 저번에 드래곤 키메라를 사냥한 것을 보았다. 모험가는 우리와 같이 적들을 쓰러뜨릴 자격이 있다!
“아니… 전… 끼기 싫…?”
유지수가 변명을 하기도 전에 잘츠 왕의 친위대원들이 유지수 양옆에 붙었다.
[<잘츠 왕 친위대>에 합류합니다!]
[스탯이 일시적으로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궁술 스킬이…]
[……]
[……]
-명궁 중의 명궁만이 우리와 같이 어깨를 맞대고 싸울 수 있지!
-모험가도 뿌듯할 것이다!
-얼마나 기쁜지 입도 못 열고 있는 거 보게나! 하하하하!
“…….”
유지수는 욕을 하고 싶지만 참았다.
‘잘츠 왕국 진짜 개짜증…!’
고대든 현재든 잘츠 왕국이 늪처럼 발목을 붙잡고 따라오는 게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자. 여기 전차 하나를 빌려주겠네!
[<고대 제국의 황실 전차> 위에 올라탑니다!]
[전차에 걸린 마법이 당신을 보호합니다!]
[전차에 걸린 마법이 당신의 궁술 스킬을 크게…]
“…!”
유지수는 놀랐다.
갖고 있던 분노가 순간 가라앉을 정도로 화려한 버프들!
-놀랐군! 그래. 이게 바로 제국 황실에서 쓰던 전차들이지.
“이걸 어떻게 구했는데?”
-주인이 없어서 빌려왔다네.
“…….”
훔친 거잖아!
제국의 장군인 본할라드가 왜 잘츠 패거리를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혼란스러운 시기라지만 황실 보물을 훔쳐서….
쉬익!
‘진짜 좋긴 좋네.’
[<고대 제국의 황실 전차>가 당신의 조준을 돕습니다!]
[화살이 마법의 힘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화살이 사냥감에게 작렬합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장전 속도가…]
유지수는 전차 위에서 감탄했다.
잘츠 왕과 친위대가 왜 전차 타고 돌아다니나 했더니, 이 정도면 전차 타고 싸울 만했다.
화살을 쏘면 알아서 버프 들어가서 조준해 주고, 추가 데미지 넣어주고, 장전도 해주고….
-아키서스 놈 죽어라!
-죽어! 죽어!
[<고대 제국의 황실 전차>가 제국 마법 방어막을 가동시킵니다!]
[악마들이 타오릅니다!]
-키에에에에엑!
그리고 궁수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인 근접전까지 한 번에 해결!
접근하는 악마들은 전차의 방어막도 뚫지 못하고 나뒹굴었다.
* * *
-데스 나이트들, 산개하라!
본할라드는 검을 휘두르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광란 상태에 빠져 있던 데스 나이트들이 일제히 말을 몰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만한 대군이 마계의 황야를 달리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아키서스다!!! 저기 아키서스 놈이 있다!!!
-죽여!! 죽여!!!
“…….”
그러나 태현의 기분은 떨떠름했다.
왜냐하면 지금 이 기동은….
태현을 미끼로 쓰고 있는 기동이었던 것이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군.’
본할라드의 언데드 군세는 신나게 악마들을 타격했다.
악마들이 주춤해서 거리를 벌리고 도망치려고 하자, 본할라드는 태현에게 부탁했다.
-교황 성하! 교황 성하께서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저 도망치려던 악마들도 다시 쫓아올 겁니다!
“악마들이 과연 그렇게 무식할… 아니… 무식하군.”
언데드들이 비켜서고, 가운데에 있던 태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도망치던 악마들은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었다.
-아키서스!!!! 죽어!!!
-다시 포위해라!! 데스 나이트들, 집합!
주변으로 싹 흩어졌던 데스 나이트들이 일제히 포위망을 만들며 악마들을 타격했다.
[카르바노그가 대단히 훌륭한 전술이라고 감탄합니다!]
‘그래. 기분이 나쁜 것만 빼고 말이지!’
태현도 같이 검을 휘두르면서 악마들을 두들겨 팼다.
이럴 때 경험치를 얻지 않으면 또 언제 얻겠는가.
-악마들이 도망칩니다!
-이… 멍청한 놈들이 대체 왜 이렇게 많이 부른 거야!
-죽어! 아키서스! 저주 받아라 영원히!
남은 몇 안 되는 악마들은 울분 섞인 외침을 토해내며 도망쳤다.
[<마계 폐허의 황야>의 전투에서 크게 승리합니다!]
[과거의 역사가 바뀝니다.]
[대륙으로 소환되는 악마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명성이 크게…]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드디어 레벨 260에 도착.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레벨 260을 찍은 것도 기뻤지만, 마계에 날아와서 무사히 적들을 물리친 기쁨이 더 컸다.
솔직히 날아올 때만 해도 망한 줄 알았는데, 하도 많이 날아와서 오히려 악마들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최고급 검술 3 (1%)
‘나쁘지 않군.’
검술을 가장 많이 씀에도 불구하고, 태현이 갖고 있는 최고급 스킬들 중 검술 스킬이 가장 레벨이 낮은 편이었다.
그만큼 올리기 힘들고 난이도가 높은 편.
게다가 태현은 직업이 검술 쪽 직업이 아니라 올릴 때 더 힘들었다.
그걸 다 뚫고 3을 찍으니 감개가 무량했다.
‘아키서스 검법 안 열어주나?’
태현은 살짝 기대했다.
저번에 각종 버프를 받고 잠시 열렸던 <아키서스 검법>의 다음 스킬, <아키서스의 다섯 번째 공격>.
광전사가 되어서 싸우는 무식한 스킬이긴 했지만 그 강력함은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지금 열린다면….
[<아키서스 대전사의 전쟁검법>을 얻습니다!]
“…???”
태현은 의외의 스킬 이름에 당황했다.
뭐냐 이건?
‘성기사단장도 아니고 교황도 아니고 대전사…?’
아키서스 교단 대전사에 대해서는 태현도 잘 알지 못했다.
최근에 들은 건, 잘츠를 위기에 던져 놓고 ‘알아서 강해져라’고 할 정도로 미친놈이었다는 것 정도인데….
<아키서스 대전사의 전쟁검법>
끝없는 투쟁심으로 적을 쓰러뜨립니다! 아키서스가 준 행운을 잠시 버리고 야성을 받아들입니다.
쓰러질 때까지 싸웁니다!
“?????”
스킬 설명은 더 당황스러웠다.
‘행운 스탯을 봉인하는 검술인가? 아니….’
행운 스탯이 여러모로 태현을 귀찮게 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행운 스탯이 사라지면 태현은 더 위험해졌다.
낮은 레벨과 낮은 HP, MP를 행운 스탯으로 커버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아무리 검술 스킬이 좋아도 행운 스탯을 버리는 건 좀….
‘확인해 봐야겠군.’
-아키서스 대전사의 전쟁검법!
[행운을 버리고 야성을 받아들입니다!]
[쓰러질 때까지 싸웁니다!]
[HP가 10% 밑으로 떨어지면 스킬이 풀립니다. 스킬이 풀릴 경우 HP가 회복됩니다!]
“!”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다.
HP가 10% 밑으로 떨어지면 그냥 스킬이 풀리는 게 아니라, HP가 한 번 회복되는 것이다.
‘거의 추가 목숨인데?’
이 정도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쉽게 검술 스킬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괜찮은데….’
-악마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습니다!
“!”
데스 나이트의 외침에 태현은 고개를 들었다.
황야의 저편에서 악마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 * *
-들어라, 간악하고 무도하고 잔인하고 비열한 아키서스와 그의 부하들아!
“듣고 있다!”
앞장 선 악마는 매우 분통하고 원망 섞인 눈빛으로 태현을 노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죽이고 싶다는 눈빛!
-네놈의 만행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악마들을 총동원해 저 마계의 가장 끔찍하고 깊은 감옥에 영원히 가둬도 시원치 않겠지만….
[카르바노그가 악마들 속이 너무 좁은 거 아니냐고 투덜댑니다.]
‘확실히 악마들이 좀 쪼잔한 감이 있지. 나는 교단이 망했는데도 쿨하게 넘어갔는데.’
-…이번 한 번만은 자비를 베풀어서 용서해 주겠다. 길을 알려줄 테니 다시 대륙으로 꺼져라! 네놈과 네놈의 부하들이 풍기는 악취를 더 이상 맡고 싶지 않다!
“…?”
“어. 가라는 건가요?”
태현과 이다비는 살짝 당황했다.
싸우자, 항복해라, 이런 건 예상했는데 ‘마계에서 나가주십시오’는 예상 못했던 것이다.
태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본할라드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악취 나는 악마 놈들이 개소리를 하고 있구나! 겁이 나나 보지? 잘 들어라! 너와 네 부하, 네 부하의 사돈의 팔촌한테도 전해라! 여기 아키서스 교단의 마지막 후계자께서 군대를 이끌고 네놈들을 처벌하러 왔다고! 제국 멸망의 책임을 네놈들에게 묻겠다! 마계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불태워놓겠다!
“야….”
태현은 본할라드를 말리려고 했다.
너무 목표가 거창하잖아!
그러나 본할라드는 이미 결심한 상태라서 태현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너무 강하게 말하면….”
-더욱 좋다는 겁니까! 알겠습니다. 교황 성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본할라드가 나서자 잘츠도 나섰다. 잘츠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악마 공작들은 모두 두려워하는 것이 좋을 거다! 여기 교황 성하께서 너희들의 목을 따러 갈 테니까! 도망쳐도 소용없다! 교황 성하께서는 아침에 일어나시면 악마의 피를 한 잔 때리시고 점심은 악마의 심장을 씹어 드시는 분이시니!
잘츠는 그렇게 외치고 태현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자기 잘 했냐는 뜻이었다.
태현은 창을 하나 던져주려다가 참았다.
[악마들이 겁에 질립니다!]
[악마들이 소문을 퍼뜨립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군세가 마계에 쳐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대륙에 있는 악마들이 겁에 질려 마계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
[……]
“…퀘스트를 깨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태현은 슬슬 불안해졌다.
저기 잘츠 왕국이 안전해지는 건 좋은데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맞나?
* * *
“앗. 오늘도 안 접고 오셨군요.”
“하하. 별말씀을요.”
“우리 다 같이 영차영차하죠!”
“영!”
“차!”
“영!”
“그만하세요.”
“예….”
잘츠 왕국은 오늘도 화목했다.
‘판온 인기가 많아질수록 잘츠 왕국에도 신규 플레이어가 늘겠지?’라고 생각한 건 반만 맞은 소리였다.
판온 인기는 많아져도 잘츠 왕국은 점점 악명만 높아져서 신규 플레이어들이 찾아오지 않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은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고이게 되었다.
하루만 접속 안 해도….
-왜 안 오셨어요!? 다른 왕국 간 거 아니죠!? 접은 거 아니죠!?
-아이템 지원해 줄 테니까 들어오세요! 제발 접지 마!
-너 접으면 왕국 망해!!
“어. 여기에 이런 건물이 있었나?”
지나가던 플레이어 한 명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이 거리에는 <사냥꾼 화살 판매점>, <멋진 화살 가게>, <화려한 화살 가게>, <명품 화살 가게>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