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546화
-한국대표팀, 월드컵 우승! 세계를 지배하다!
-한국은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
-신화를 써내려간 한국 선수들….
-전 세계 게임단에서 한국 선수들 대거 스카우트… ‘한국 선수면 일단 뽑고 본다’.
-오늘 저녁 8시, 대표팀 선수 인터뷰가 있겠….
-월드컵 경기 완전분석.
월드컵은 끝났지만 사람들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때보다 더 뜨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3라운드에서 쓴 스킬 대체 뭐지?”
“그 공격 막아낸 노래 스킬?”
“아니. 스미스가 쓴 그 스킬. 나도 그 스킬 쓰면 김태현 압도할 수 있냐?”
“그건 정말 솔깃하군.”
“근데 좀 많이 수상쩍어 보이지 않냐? 페널티가 장난 아닌 거 같던데….”
“정말 수상한 거면 스미스가 썼겠어? 그리고 김태현 상대할 정도면 그 정도는 감안해야지.”
“그렇게 말하니 그럴듯하게 들리는데.”
“그렇지? 굶주린 혼돈하고 김태현하고 비교하면 솔직히 전자가 낫지. 게임 접을 때까지 쫓아오겠어?”
결승전은 아이러니하게도 굶주린 혼돈의 힘을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승자는 태현이었지만, 정작 그 태현도 3라운드 내내 도망치고 시간을 끌다가 간신히 빈틈을 만들어내서 이기지 않았던가.
오히려 태현을 저렇게 궁지에 몬 힘이 더 궁금했다.
이제까지는 알려진 정보도 적고 수상쩍은 이미지가 강해서 크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지만, 저 정도로 강하면 페널티 감수하고 할 만하지 않나?
원래 머슴 노릇도 하려면 대감집 머슴을 해야 하고, 사슬을 찰 거면 구리 사슬보다는 아키서스의 사슬을 차는 게 좋은 법.
망해가는 악신 교단에도 가입하는 플레이어들이 있는 법인데 굶주린 혼돈 같은 경우는 지금 그 세력을 한창 키우고 있는 중이었다.
-굶주린 혼돈 가입하는 방법 아시는 분?
-굶주린 혼돈 관련 정보 삽니다. 굶주린 혼돈 소환할 수 있는 아이템 구합니다.
-굶주린 혼돈 관련 계약 공유하는 게시판입니다. 계약한 사람만 들어오십시오.
-저 지금 이데르고 교단인데 굶주린 혼돈으로 갈아타기 가능한가요? 악신 교단인데 별 도움이 안 돼서 갈아타고 싶습니다.
-혹시 위치가 어떻게 되세요? 가서 도와드리고 싶네요^^
-저 아이디 아키서스 교단 소속 아이디 같은데…?
-아닌데요?? 저도 굶주린 혼돈 소속인데요??
-저 새끼 저거 고발해서 공적치 포인트 받으려고…!
이다비는 게시판의 반응을 보고 당황스러워했다.
“이거 이래도 되는 걸까요?”
“뭐… 원래 물불 안 가리는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있었잖아?”
태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빠르게 강해지려는 플레이어들은 있어왔던 것이다.
그 방법이 악신이든, 사악한 무기든, 굶주린 혼돈이든 별 차이가 없었다.
결국 스스로를 깎아 먹는 일!
“그냥 남을 꾸준히 죽이면서 레벨업을 하는 게 더 나을 텐데 말이야.”
“무슨 미친 소리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고 있는 거야?”
이세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솔직히 PK는 많이 해서 좋을 게 없었다.
물론 경험치나 보상이 좋긴 했지만 페널티가 너무 큰 것이다.
처음에야 쭉쭉 올라가는 맛에 PK에 빠져들었지만, 나중에 악명은 높아지고 사망 페널티는 커지고 가는 마을마다 쫓겨나면 슬슬 현실을 깨닫게 됐다.
이때 극소수의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대부분 포기하고 죗값을 치렀다.
그만큼 PK로 성장하기는 힘들었다.
“사실 개나 소나 믿는 건 상관없긴 한데.”
“…혹시 너 굶주린 혼돈 믿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면 그거 잡아서 경험치 얻고 보상 얻을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니지?”
“잘 맞추는 거 보니 너도 그런 생각 했는데 뭘.”
“…….”
이세연은 허를 찔려서 말문이 막혔다.
‘예리하긴….’
“그보다 스미스 같은 놈이 무섭지. 무슨 계약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강력한 계약을 했을 거야.”
“스미스 정도 되는 랭커가 정말 그런 짓을 했을까?”
“사람이 절박하면 원래 무슨 짓이든 하잖아.”
태현의 말에 이세연은 납득했다.
확실히 스미스는 요즘 좀 맛이 간 모습을 자주 보여줬던 것 같기도….
“한동안 스미스 조심하는 게 좋겠어. 괜히 맞으면 어디 가서 억울하다고 하지도 못할 테니.”
“스미스도 스미스지만 다른 랭커들이 계약하면 위험해질 거야. 특히 원한 깊은 랭커들.”
“복수하기 위해서 그런 수상쩍은 힘을 빌리려고 하다니. 그러지 말라고 네가 게시판에 글 좀 써줄래?”
“…내가 말한다고 들을 랭커들이 아니잖아.”
이세연은 황당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안 듣는 건 물론이고, 솔직히 태현한테 복수하려는 랭커들이 ‘굶주린 혼돈의 힘은 너무 수상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리 없었다.
수사하든 뭐든 김태현한테 한 방 먹일 수 있다면 괴식 요리도 먹을 사람들!
“그러고 보니 우리 같이 모여서 활동하는 모습 좀 보여 달라더라.”
이세연은 들은 말을 전달했다.
방송에 나오는 것도 나오는 거지만 선수들끼리 같이 게임을 하는 모습도 귀중한 모습이었다.
월드컵에서 우승도 했겠다, 한국대표팀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판온 주최 측 사이트나 SNS에 올리려면 쓸만한 영상들이 필요한 것이다.
“아… 지금 못 가.”
“왜? 무슨 퀘스트 중인데?”
“…아직도 과거에서 고대 제국을 휩쓰는 악마들하고 싸우고 있거든.”
“…….”
이세연은 딱하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고 물었다.
“도와주는 세력은 없어?”
“날 도와주는 NPC들이 있긴 해.”
“어떤?”
“언데드들인데 충성심 있고 성실해.”
“…그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 * *
-교황 성하가 함께하신다면 우리의 앞길에는 승리만이 있을 겁니다!
-교황 성하 만세! 주변의 악마들을 모두 쓸어버리자!
-악마의 가족을 붙잡아서 악마가 저항 못 하도록 만들자!
언데드 군단들은 악마에게서 얻은 승리에 매우 기뻐했다.
한때 제국의 든든한 기둥으로서 제국을 지탱했던 아키서스 교단.
그 교단의 교황이 돌아오자 마치 예전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교황 성하. 계책을 내주십시오! 악마들이 마시는 물에 독을 탈까요?
-그걸로는 부족하지! 악마들이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게 주변의 생명체를 모두 지워버리고 언데드로 바꿔야 해!
-가끔씩 자네도 좋은 생각을 해내는군?
-다 교황 성하 덕분이지!
“…….”
태현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깨달음을 얻는 언데드들.
그만큼 아키서스 교단이 주는 효과는 대단했다.
지휘관, 본할라드 또한 만족했는지 태현을 불러 외쳤다.
-교황 성하! 역시 교황 성하가 가는 곳에는 승리밖에 남지 않는군. 악마 놈들이 강하긴 하지만 교황 성하가 함께한다면 놈들은 쓸려나갈 거다, 다음은 어디로 갈 것인가?
언데드답게 이들은 지치지 않았다.
하지만 태현은 있던 스킬을 털어내고 아이템도 털어낸 상황.
그리고 악마들은 태현만 보면 무조건 ‘아키서스 죽어!!’ 하면서 달려들고 있었다.
다른 악마들이라고 딱히 태현을 안 미워하진 않을 것 같았고….
“좀 쉬면서 힘을 회복하는 게 낫지 않나?”
-하지만 지금 부하들이 잔뜩 기세가 올랐는데….
“그야 내가 싸우는 동안 비교적 덜 공격을 받았으니까 그렇겠지.”
-미안하게 됐군. 교황 성하. 하지만 더 많은 적들이 오는 게 오히려 좋지 않나? 그게 교단의 기쁨 아닌가?
“…아닌데?”
-아닌가? 저번에 그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태현은 이대로 계속 전투를 지속했다가는 승패를 떠나서 태현은 확실히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악마란 악마들이 무조건 태현만을 노리니, 태현은 한 번만 실수해도 일이 꼬이는 것이다.
‘어떻게든 본할라드와 잘츠를 화해시키고 싶은데.’
잘츠에게 깊은 원한을 갖고 있는 본할라드.
지금이야 악마들을 잡자고 선동했으니 악마를 잡고 있지만, 주변의 악마가 사라지면 바로 잘츠를 공격하려고 할 NPC였다.
잘츠 왕국을 좀 더 안전하고 위대하게 만들려면 반드시 본할라드는 처리해야 했다.
태현은 일단 시간을 끌기로 했다.
“내가 알기로 다음 곳에 있는 악마 군세는 만만치 않다는군.”
-하지만 교황 성하가 있으니….
“아니. 내가 있어도 만만찮다고. 그냥 싸우기에는 힘든 상대니까 좀 더 전력을 모아야 해.”
-흑마법사들을 불러올 생각인가? 제국 흑마법사들은 찾기 힘들 텐데.
제국이 멸망할 때 마법사들의 숫자도 대폭 준 상태였다.
하물며 흑마법사들은 몇 번의 사건으로 인해 더 희귀한 상황.
지금 불러온다고 해서 불러올 수가 없는 존재였다.
“흑마법사들을 구하기 힘들다면 다른 동맹이라도 구해야겠지.”
-다른 동맹이라….
“설마 본할라드. 자네 정도 되는 뛰어난 지휘관이 개인 감정 때문에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짓을 저지르진 않겠지?”
-물론 그런 일은 저지르진 않지. 그래서 다른 동맹이 누군가?
“그건 지금부터 찾아봐야 하지. 잠시 쉬고 있으라고. 찾아올 테니까.”
물론 태현은 이미 상대를 정해놓은 상태였다.
당연히 그 상대는 잘츠였다.
* * *
-자네가 언데드들한테 붙잡혀 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걱정으로 밤잠을 지새웠는데. 이렇게 빠져나올 줄이야! 정말 뛰어나군!
잘츠는 태현이 돌아오는 걸 보고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정말 진심으로 걱정한 듯한 표정.
태현은 슬쩍 물었다.
“언데드들이 그쪽을 아주 많이 미워하던데.”
-으음. 언데드들은 원래 그렇지.
잘츠는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게다가 그 언데드들을 이끄는 기사는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야.
“알고 있었나?”
-그래. 그건 아주 예전의 일이었다….
잘츠는 아련한 표정으로 과거 회상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참 전, 잘츠가 새로운 활을 하나 마련했는데 이 활이 어찌나 강한 마법이 걸려 있는지 한 번 쏘면 악마도 쓰러지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안 되나?”
-그걸 원한다면.
어쨌든 잘츠는 그렇게 시련을 극복하며 영웅이 되어갔다.
제국이 멸망하던 시기는 온갖 적들이 나타나던 시기.
살아만 남으면 영웅이 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렇게 힘을 키우고 부하들을 만들고 점점 더 시대의 영웅이 되어가던 잘츠!
‘자기 자랑이 너무 심한데.’
그러던 도중 잘츠에게 연락이 왔다.
제국의 정예들이 모여서 제국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할 테니 잘츠도 참가하라고.
그러나 잘츠는 참가하지 않았다.
-난 제국이 이미 멸망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뒤집을 수 없는 결과를 위해 내 부하를 희생할 수는 없었다.
-잘츠 님!!
잘츠의 부하들이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 태현은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렇군. 이유야 뭐든 간에. 주변에 있는 적들을 해치우려면 동맹이 필요하단 건 알고 있겠지?”
-당연하지!
“내가 동맹을 하나 찾아오려고 하는데, 설마 자기 자신의 개인적 욕심 때문에 그걸 막거나 하진 않겠지?”
-날 무슨 머저리로 보나?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잘츠는 가슴을 탕탕 치며 호쾌하게 외쳤다. 태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만나서 싸우더라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
강제로라도 화해를 시키고 말겠다!
흉악한 계회을 꾸미던 태현은 문득 궁금해져서 잘츠에게 물었다.
“그런데 잘츠.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쳤다는 건 알겠는데 지금 겉모습과 말투도 그것 때문에 바뀐 건가?”
-그래. 이 이야기는 사실 아키서스 교단과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다.
“오…? 아키서스 교단이 강하게 만들어준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적들에게 포위되었을 때 아키서스 교단이 날 버리고 갔거든.
“…….”
[…….]
-물론 그걸 원망하진 않는다! 그때는 그럴 만한 판단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