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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45화 (1,544/1,826)

§ 나는 될놈이다 1545화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신성한 벼락의 힘이 사악한 힘들을 몰아냅니다!]

“!”

스미스는 방패로 막아냈는데도 들어오는 힘에 전율했다.

[스킬이 봉쇄….]

[추가 스탯이 하락합니다!]

[막대한 데미지로 인해 장비 내구도가 하락합니다!]

[이동 속도가….]

‘역시 대단하다!’

스미스는 이 와중에 감탄했다.

굶주린 혼돈의 손까지 잡은 상태.

솔직히 스미스도 이 정도면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태현은 아직도 남은 패가 있다는 듯이 물러서지 않고 덤벼오고 있었다.

강적을 만날수록 더 기운이 샘솟는 것이 랭커.

“…아니, 그런데 왜 다른 신성 스킬까지!?”

스미스는 지금 날아간 스킬들 중에 다른 선수들이 걸어준 버프 스킬도 있다는 걸 깨닫고 경악했다.

사악한 힘을 몰아낸다고 하니 굶주린 혼돈의 스킬들을 잘라내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근데 저 버프들은 다른 교단 신성 스킬인데 왜 사악한 힘에 들어간단 말인가.

“스미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슬슬 쓰러지기나 해라!”

“제가 할 소리입니다!”

스미스도 슬슬 끝장을 내야 할 시간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스미스의 버프가 일부 사라지고 스킬들이 봉인되었다지만, 팀원들을 해치우고 굶주린 혼돈의 힘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그에 비해 태현은 숨겨뒀던 스킬들을 많이 꺼낸 상황.

아무리 태현이 ‘대체 저 새끼는 왜 저렇게 스킬을 숨겨놓는 거냐? 지가 무슨 다람쥐냐?’ 같은 소리를 들을 정도의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이제 슬슬 바닥이 날 때가 됐다.

‘공격도 슬슬 눈에 익었다. 완전히 다 피해내지는 못하더라도 방어는 가능해.’

스미스는 자신이 했던 훈련을 떠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게임단들이 있는 나라답게, 미국 선수들은 최첨단 훈련을 했다.

그중 하나가 가상의 김태현 AI를 상대하는 것.

-위아래위위위아래왼왼오른오른위.

-아니 뭐 저런 AI가 있어?!

-감독님 이거 AI 잘못 만든 거 아닙니까!?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이래요!?

선수들이 난이도 잘못 설정한 거 아니냐는 악명을 자랑했지만, 김태현의 패턴을 학습한 AI는 확실히 도움이 됐다.

태현의 공격은 단순히 강한 스킬과 콤보만이 아닌, 뛰어난 반사신경과 눈썰미도 한몫 차지했던 것이다.

상대의 동작을 읽고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파악한 다음 카운터.

이론상 이 아주 단순한 것만 계속할 수 있다면, 상대는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태현한테 계속 맞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렇게 연습했는데도 실전에서는 두들겨 맞는다는 게 어이가 없긴 했지만….

안 했다면 더 많이 맞았을 것 아닌가.

‘거북이처럼 싸운다. 준비한 대로.’

공격을 최대한 막아내면서 차근차근 범위 공격.

열 대 맞더라도 한 대 넣으면 이쪽이 이길 수 있었다.

탱커와 딜러의 싸움, 게다가 이쪽은 아직 스펙으로 위였으니까!

“김태현 선수, 들어오십시오!”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들어가기가 싫어지는데….”

“겁먹으신 겁니까?! 제힘은 계속 회복되고 있습니다!”

스미스가 무엇을 노리는지 뻔히 보이는 만큼 태현은 공격하기가 싫어졌다.

딱 봐도 가드 굳힌 다음 두들겨 맞으면서 어떻게든 공격을 넣겠다는 것 같은데….

‘진짜 탱커 놈들은 왜 저렇게 싸우는 걸까?’

하지만 지금 들어가야 했다.

스미스의 말대로, 여기서 시간을 줬다가는 기껏 준 데미지가 회복되고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으니까.

성기사단장의 힘이 있을 때 끝장을 낸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상대의 방패가 파손되기 시작합니다. 신성력이 스며들어서 방패를 뜨겁게 태웁니다.]

“크윽…!”

[굶주린 혼돈의 늪이 당신의 발을 붙잡습니다.]

[MP가 흡수됩니다.]

[스탯이 감소합니다.]

“큭….”

검과 검이 교차하고 방패가 무거운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서로가 착용하고 있는 투기장 장비가 하나씩 부서져 나갈 정도로 격렬한 대결이었다.

태현이 일곱, 여덟 대를 꽂아 넣으면 스미스는 최대한 막아내고 빗겨 맞는 식으로 버텨냈다.

그러다가 태현이 가까워지면 몸을 최대한 가까이 붙여서 광역기를 시전했다.

아무리 태현이라도 공격을 위해서는 안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

‘생각보다 끈질기다!’

태현은 계산이 틀렸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원래라면 자기 HP가 떨어지는 것보다 더 빨리 스미스를 꺾어야 했는데, 스미스가 맞다 보니 적응을 했는지 끈질기게 버텼다.

표정을 보니 스미스도 자기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표정 관리를 해봤자 의미가 없나?’

태현은 어느 상황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상대를 압박하곤 했다.

그냥 무표정으로 침착하게 맞서 싸우는 것만 해도 상대는 알아서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미스도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고 싸우고 있는 상황.

동료까지 벴는데 조금 불리하게 느껴진다고 후퇴할 리가 없었다.

-흔들리는 해골의 시야!

[<흔들리는 해골의 시야>가 당신의 시선을 흔듭니다!]

그러나 스미스와 태현은 한 가지가 달랐다.

태현에게는 바로 동료가 있다는 점!

스미스의 공격을 혼자 받아내는 동안 스킬과 스탯을 아껴놓은 한국 선수들이 반격에 나섰다.

-붉은 광기의 발톱!

-사라지는 황금의 저주!

케인은 사라졌지만 공격력에 별 차이는 없었다.

애초에 케인은 공격력이 아니라 방어력 위주의 플레이어.

순식간에 수십 개의 저주와 딜링 스킬에 맞은 스미스는 숨이 훅 막혔다.

아까는 무시해도 되었지만 지금은 아닌 것이다.

“처음부터 이걸… 이런 상황을 노린 겁니까?”

“…그래. 당연하지.”

“…거짓말 치지 마십시오!”

‘이 자식 눈치가 점점 빨라지는데.’

스미스는 다른 선수들에게 일갈했다.

“일대일로 싸우고 있었는데 그걸 방해하다니… 김태현 선수가 그런 걸 좋아할 거 같습니까?”

“난 좋은데? 아주 좋은데?”

“김태현도 좋대. 스미스. 이제 죽어.”

“…….”

스미스는 김태현 이세연 두 듀오에 이를 갈았다.

한 명만 있어도 얄미운 인간들이 같이 있으니 그 시너지는 몇 배!

‘시간을 끌면 위험해진다.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잘라야 해.’

이 상황에서도 스미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자를 수 있는 건 이세연과 이다비.

남은 힘을 쥐어짜서라도 한 명은 잘라내야 뭘 할 수 있었다.

‘둘 다 노리면….’

아무리 태현이라도 둘 다 지키지는 못할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힘, 다섯 번째 공격, 종말!”

“…?”

스미스의 거침없는 외침에 움찔했던 태현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위화감.

“…스미스 이 자식이 가짜로 스킬 쓰는 시늉 한다!”

태현은 바로 알아차리고 경고했다. 태현한테 페인트 걸었다면 노리는 건 다른 선수들이 분명한 것이다.

‘어떻게!?’

스미스는 악물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이미 검을 뽑은 이상 멈출 수도 없었다.

-굶주린 혼돈의 참격!!

그 순간 셋은 시선을 교환했다.

‘지금인가?’

‘지금?’

‘지금…!’

-고대 제국의 노래!

태현이 먼저 알아차리고 경고한 덕분에 시작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라고 해봤자 아주 짧은 시간.

셋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빛만으로 뜻이 통했다.

셋 중 한 명만 스킬을 쓰거나 타이밍을 조금만이라도 놓치면 대참사가 일어나겠지만….

셋 중 어느 누구도 그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로를 믿는 마음!

[<고대 제국의 노래>를 사용했습니다.]

[<고대 제국의 노래> 버프가 적용됩니다.]

[노래가 끝나기 전까지 모든 데미지가 무효화됩니다.]

처음 듣는 복잡한 멜로디의 음악이 순식간에 투기장에 타고 흘렀다.

스미스뿐만 아니라 류태수도 당황했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갑자기 싸우다 말고 똑같이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는 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스킬을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너무 황당한 스킬 아닌가?

그러나 그 효과는 확실했다. 날아든 공격이 그대로 무효화된 것이다.

스미스도 본능적으로 저 스킬이 어떤 스킬인지 깨달았다.

셋이 시전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지만 그걸 극복하는 대가로 막대한 방어력을 주는 스킬!

어떻게 얻은 건지, 어디서부터 준비한 건지, 얼마나 쓰기 어려운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공격이 막혔다는 것.

‘졌다…!’

스미스는 더 이상 싸우는 걸 포기하고 방패를 내렸다. 태현도 그걸 알았기에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제 패배입니다. 김태현 선수.”

“그래. 너도 잘 싸웠다.”

태현도 몇 번이고 긴장했을 만큼 스미스는 잘 싸웠다.

조금만 재수가 없었더라면 패배하는 건 스미스가 아니라 태현일 수도 있었다.

“제가 진 이유는….”

“운이 없어서지.”

“아닙니다. 동료를 믿지 못해서입니다.”

스미스는 반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답이 없었던 것이다.

스미스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힘을 위해 동료들을 희생시켰다.

그에 비해 태현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온갖 추태를 견뎌냈다.

이 차이가 승패를 가른 게 분명했다.

“동료를 희생시킨 제 잘못입니다.”

“…….”

스미스의 말에 태현은 멈칫했다.

‘아니. 나도 케인 희생시켰는데….’

* * *

-한국대표팀이 3라운드를 가져갑니다! 경기 끝났습니다! 격전 끝에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지어준 것은 한국 팀이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도 먹을 게 있었습니다! 두 팀, 결승전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명경기였습니다! 너무 이야기할 게 많아서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캡슐에서 양 팀 선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장에 한국의 국가가 흘러나옵니다. 한국 팬들에게는 기쁘고 기쁜 밤이군요! 축하합니다, 한국 팬들!

-리그에서도,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전통의 강자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사람들도 한국이 한물갔다고 말하진 못할 겁니다.

-경기장에 모인 팬들이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미국 팬들도 우승을 축하해 주고 있군요.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이것이 스포츠맨십이 아닐까요?

-중국 팬들도 박수를… 어, 왜죠? 아, 중국 팬들이 플래카드를 걸었습니다. ‘고개를 들어라 중국 대표팀! 결승팀한테 진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하하. 중국대표팀 팬들인가 보군요. 확실히 맞는 말입니다. 결승 팀한테 일찍 치인 팀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태현은 캡슐 밖에 나와서 미국 선수들과 악수했다.

미국 선수들은 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의를 잃지 않았다.

“대체 그 스킬은 무슨 스킬이었어? 어떻게 얻은 거야?”

“노래 스킬을 최고급으로 찍기 위해 연습하다가 얻었지.”

“에이. 가르쳐 주기 싫으면 관둬.”

다른 부탁을 하는 선수도 있었다.

“어르신한테 내가 싸운 건 미국 대표팀에 뽑힌 선수로서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전해줬으면….”

“어르신이 대회 나갔다고 삐지실 분은 아니신데.”

“아니야! 삐지실 분이라고.”

“케인 선수. 자폭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정말 예술적인 자폭이던데요.”

“고, 고, 고, 고마워. 내가 좀 자폭의 아티스트긴 해.”

‘떨면서 잘난 척을 하다니 특이한 재주로군.’

“김태현 선수. 여기 트로피를 들어주세요.”

태현은 트로피를 받았다. 그리고 들어 올리려다가 멈칫했다.

“다들 여기로 와.”

참가했던 선수들, 후보로 대기했던 선수들.

태현은 모두 가운데로 불렀다.

담당자는 태현의 단독 사진을 찍고 싶어 했지만 태현이 워낙 단호해서 말리질 못했다.

“나 혼자였다면 이 트로피를 얻을 수 없었겠지.”

“…솔직히 혼자였어도 트로피 땄을 것 같….”

“조용히 해. 자. 이 트로피는 다 같이 나눠서 들자. 모두 고생 많았다.”

대표팀 멤버 중에는 태현을 좋아하는 선수도, 싫어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었다. 다들 감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들 위로 팬들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내렸다.

완벽한 승리에 걸맞은 완벽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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