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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42화 (1,541/1,826)

§ 나는 될놈이다 1542화

“피하십시오! 폭탄입니다!”

스미스는 다급하게 외쳤다.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

다른 선수들도 그 말을 듣고 얼굴을 굳혔다.

김태현하면 폭탄. 폭탄하면 김태현.

투기장에서는 그럴 시간도, 그럴 아이템도 없으니 조금 안심했었지만….

‘김태현이라면 무슨 스킬을 써서라도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한 앤디는 필도스를 붙잡고 뒤로 뛰었다.

스미스도 마법사와 사제를 보호하며 뒤로 물러섰다.

-신념의 맹세! 빛나는 황금의 방패!

갑작스럽게 돌아가는 상황에 보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설마 뚫리나?

흥분한 건 해설들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현 선수가 미리 소환해 놓은 언데드들이 돌격합니다!

-김태현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이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김태현 선수는 다양한 공격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국대표팀이 제대로 허를 찔렸습니다.

-저 언데드들은 어떤 언데드들입니까?

해설자는 그 질문에 눈을 빛냈다.

이런 상황이 바로 해설자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같은 언데드라고 해도 흑마법사의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

물리 공격이나 방어에 신경을 쓰는 흑마법사가 있었고, 마법 공격이나 방어에 신경을 쓰는 흑마법사도 있었다.

혹은 저주나 속성 공격 쪽에 중점을 두는 흑마법사도 있었고….

그리고 김태현의 언데드는 그런 언데드들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편이었다.

해설자는 몇 번이고 퀘스트를 찾아봐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김태현 선수의 언데드들은 폭발할 수 있습니다. 아마 미국 선수들도 그걸 알고 물러선 모양입니다! 그 파괴력이 대단한….

태현의 언데드 소환 마법 중 하나.

<고대 제국 언데드 자폭특공대 소환>!

정확히 어떤 스킬인지는 몰라도 태현이 언데드 소환해서 폭발시킬 수 있다는 건 랭커들도 알고 있었다.

펑!

달려든 언데드들이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그 살벌한 이름답게 화려한 파괴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

“??”

선수들은 당황스러운 시선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콰콰콰콰쾅! 소리가 아니라 펑! 하는 소리가 나고 끝나다니.

뭔…?

타다다닥-

태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러섰다.

언데드들로 인해 포위망이 흩어진 사이 후퇴한 것이다.

“…김태현 선수!!! 정말 이러시깁니까!?”

“야! 김태현! 너무 졸렬한 거 아니냐!?”

미국 선수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외쳤다.

좀 대단한 언데드인 줄 알았는데 그냥 허우대만 멀쩡한 잡몹들!

김태현이 이런 걸로 시선을 뺏은 다음 도망치는 짓을 할 거라고 어느 누가 상상했겠는가.

물론 그들도 졸렬하게 굴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선수였고 태현은 김태현 아닌가.

“뭔 개소리를….”

당연히 그런 어이없는 말에 태현이 넘어갈 리 없었다.

뭐 저런 양심 없는 새끼들이?

-포위망이 뚫렸습니다! 김태현 선수, 빠져나옵니다!

-이러면 1라운드는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흘러갑니다. 이미 중앙은 절반 넘게 점령했고, 벌써 방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원래 방어하는 쪽이 일반적으로 유리하기 마련.

게다가 한국대표팀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주면 더 강해지는 팀이었다.

정상급 네크로맨서에, 이다비도 원래 상인 출신이라 설치 스킬들이 있었고, 김태현 같은 경우는 다른 게임단들이 ‘대장장이를 투기장에 내보내 봐?’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었으니….

-공격 시작됩니다! 미국선수들이 공격을 시작합니다!!

‘빠르다!’

상대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공격을 개시하는 것을 보고 태현은 놀랐다.

다른 팀이었다면 속은 것에 혼란스러워하고, 계획이 꼬인 것에 당황하느라 몇 박자는 늦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가 이끄는 미국대표팀은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중앙을 향해 질주했다.

실수한 건 실수한 것.

지금은 그걸 탓할 시간에 최대한 빠르게 공격해서 손해를 메꿔야 했다.

매우 올바른 판단이었지만 투기장에서 치열하게 치고받으면서 저런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물며 다섯 명의 뜻이 모두 다 통해야 하는데….

‘각자 다 똑같이 생각한 거겠지.’

“뚫겠습니다! 제 뒤로!”

미국 선수들은 역시 스미스를 앞장세우며 전차처럼 돌진하기 시작했다.

몇 개의 버프를 뿜어내며 주변을 갈아버리고 돌진하는 스미스는 성난 황소 같았다.

그에 맞서서 태현은 탱커를 자처했다.

류다영도 최상위권 탱커였지만 스미스와 정면으로 부딪히기는 부족했다.

게다가 다른 미국 선수들의 맹공도 받아내야 하는 입장.

애초에 영혼관에서 가트프리드를 고른 건 이럴 목적도 있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잘했으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충분히 잘하고 있다. 네가 스미스보다 못하긴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물론 네가 스미스보다 잘했으면 좋았긴 하겠지만!”

“…….”

류다영은 미안해하다가도 울컥했다.

분명 격려는 격려인데 이상하게 기분 나쁜 격려!

아까까지는 겁을 먹고 긴장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화가 나고 긴장이 풀렸다.

꽝!!

두 선수들이 비탈길에서 충돌했다.

스미스는 이를 갈면서 앞을 노려봤다.

쾅, 쾅, 쾅, 쾅-

태현이 대검을 휘두르면서 스미스를 압도했다. 그 옆에 있는 성기사도 만만치 않았다. 뒤로 갈 기회를 완전히 차단했다.

“스미스! 밀린다! 이대로면 힘들어!”

“지시를!”

“…….”

스미스는 뒤에서 들리는 외침에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했다.

솔직히 경기 시작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김태현이나 이세연 선수는 위협적이긴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솔직히 반 수에서 한 수 아래라고 봐도 될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행히 김태현 선수는 탱커가 아닌 딜러. 게다가 근거리 딜러입니다. 이런 타입은 서로 정면 싸움을 벌일 때 가장 불리해지기 마련. 우리는 정공법으로 갑시다.

-하지만 도중에 침입하면?

-막아낼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제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막겠습니다.

-스미스가 그렇게 말한다면 든든하지.

-그래. 원래 변칙적인 전술은 정석으로 상대해야 하는 법.

김태현이 탱커가 아닌 이상, 스미스를 앞에 세우고 뭉쳐서 덤벼드는 선수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위협적인 건 옆을 파고들며 하나씩 자르는 김태현 특유의 폭발적인 딜링이었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것만 막으면 된다는 뜻이었다.

미국 선수들은 그렇게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절반쯤 성공했다.

하지만 태현은 급한 대로 포지션을 바꿔서 틀어막았다.

스미스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략의 실패가 아니다. 내가 여기서 뚫을 수 있었다면…!’

힘 대 힘으로 뚫을 수 있었다면 전략이고 뭐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걸 하지 못하는 게 이 모든 상황의 원인!

물론 탱커가 그런 식으로 폭딜까지 바라는 건 양심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스미스의 눈앞에는 양심 없는 사람이 있었다.

“김태현. 조심해! 마법이 노리고 있어!”

“!”

이세연의 경고에 태현은 고개를 숙였다. 서늘한 소리와 함께 광선이 스치고 지나갔다.

“쓸데없는 짓을…!”

상대 마법사 랭커가 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공격을 집중해서 무너뜨리려는 것이다.

“이세연, 당당하게 마법사끼리 붙자!”

“미친 거 아니야?”

이세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자기는 벌써 주변에 정령들 띄워 놓고 준비 끝난 상태에서 흑마법사랑 1:1로 붙자니.

심지어 흑마법사는 저런 싸움에서 불리한 직업 아닌가.

“공격 시작해!”

이세연은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주변에서 흙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언데드 군세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매복하고 있던 언데드들!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전장에 들어온 언데드들에게 추가 보너스를 제공합니다!]

‘어떻게!?’

미국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의 레벨, 스킬, 스탯들을 뚫고 언데드들이 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혼란 걸어서 언데드들 못 오게 막아!”

-폭군의 지휘! 화신의 함성!

태현은 먼저 선수를 쳤다. 이번 한타에서 상대를 짓밟아놔야 1라운드를 먹을 수 있었다.

상대가 흔들렸을 때 끝까지 밀어붙인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뚫었습니다!”

류태수가 파고들어서 상대의 사제 랭커, 제란한테 한 대 먹였다. 그 침투에 스미스가 흔들렸다.

그걸 태현이 놓칠 리 없었다. 태현은 눈을 빛내며 대검을 방패 사이로 꽂아 넣었다.

-혼돈의 검술… 두 번째 공격!

꽝!

[굶주린 혼돈의 힘이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힘이 몰려듭니다!]

[갑옷을 파괴시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이제까지 아껴 놨던 비전 검술 스킬이 대검 끝에서 폭발했다.

제대로 한 방 먹은 스미스는 각종 상태 이상에 걸리며 뒤로 튕겨 나갔다.

‘잡았다!’

태현은 확신을 얻었다. 이제 시간도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는 지금.

1라운드는 확실히 먹었다는 직감이 왔다.

“곧 스킬을 쓰고 복귀하지 않을까요!?”

“아니. 안 쓸 거다.”

스미스가 사기 스킬들만 갖고 있는 건 태현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1라운드.

여기서 써버리면 2, 3라운드 때는 그 스킬 없이 싸워야 했다.

이미 반쯤 넘어온 상황에서 쓸 정도로 스미스는 멍청하지 않았다.

‘안전하게 굴어라. 스미스.’

요즘 스미스가 뭘 잘못 먹었는지 미친놈처럼 굴고 있긴 했지만, 태현은 스미스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안 씁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미스가 포기함에 따라 1라운드는 결정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대표팀의 승리!

* * *

1라운드에서 그렇게 치열한 싸움을 했던 만큼, 팬들은 2라운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양쪽에서 스미스와 태현이 빠진 것이다.

서로 가장 강력한 카드가 빠진 만큼 김빠진 경기가 될 줄 알았….

-다시 뒤집습니다!! 경기가 다시 뒤집어집니다! 이다비 선수, 여기서 힐러가 돌격합니다!

-힐러밖에 돌격할 사람이 없을 때는 힐러가 돌격해야지요!

-당황했습니다! 제란 선수 당황했습니다. 힐러끼리 붙나요?!

-앤디 선수 돌아옵니다! 류태수 선수를 떨쳐내고 돌아옵니다! 다시 경기가 뒤집힙니다!

-아르케 선수가 패배합니다! 마법사끼리의 싸움에서 이세연 선수가 승리를 거둡니다! 아앗. 이세연 선수! 바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언데드 군세들이 대부분 쓰러진 상태에 MP가 부족합니다!!

보고 있던 태현과 스미스가 몇 번이고 깜짝 놀랄 정도로 뒤집어지고 뒤집어지던 아슬아슬한 경기.

‘제발 2라운드에서 끝내자!’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아슬아슬하게 미국 선수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마지막 7초를 남기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성공한 미국대표팀!

결국 경기는 3라운드까지 가게 되었다.

‘영혼관은 썼고… 그보다는 상대가 이세연을 컷하겠지?’

태현은 이세연이 잘려나갈 걸 걱정했다.

1라운드, 2라운드 때도 느낀 거지만 상대 마법사 랭커 실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정령 쪽이 주특기인지 시간만 주면 강력한 마법을 뻥뻥 날려대는데, 보는 사람이 오싹할 정도였다.

이세연이 언데드 짤짤이와 저주 콤보로 견제해 주지 않았다면 1라운드든 2라운드든 순식간에 뒤집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저 마법사를 다른 식으로 견제해야 하는데….

‘탱커 한 명을 더 넣고 스미스를 상대하게 한 다음 내가 저 마법사를 잘라야 하나?’

“미국대표팀은 류다영 선수를 3라운드에서 밴하겠다고 합니다.”

“…?!”

태현은 의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류다영을?

‘무슨 뜻이지?’

성기사 랭커, 류다영은 지금 한국대표팀의 탱커.

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이세연과 달리 탱커들은 후보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케인 아닌가.

아무리 1라운드에서 탱커들을 못 뚫고 쓴맛을 봤다지만, 이런 식으로 탱커를 줄인다는 건….

“케인 선수를….”

“개무시하는 거 같은데요…?”

“…케인이 눈치 못 채길 빌자.”

한마디로 이세연 빼는 것보다, 류다영 빼고 케인 들어오게 하는 게 전체적으로 더 이득이라고 본 것이다.

성인군자도 화날 수준의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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