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541화
[HP가 미친 듯이 크게 오릅니다!]
[MP가 미친 듯이 크게…]
[레벨이…]
[힘이…]
[……]
[스킬 <제국의 대검>을…]
[……]
[……]
[……]
어마어마한 힘이 새어 나옴과 함께 태현의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방금까지 태현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전사가 한 명 나타났다.
고대 제국 전사장 출신으로 굶주린 혼돈의 총애를 얻은 대전사, 가트프리드!
후우우욱-
온몸에서 혼돈의 안개를 뿜어내는 대전사는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
-…….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 해설자들도 깜짝 놀라서 굳어버렸다.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나올 줄이야.
보고 있던 관중들만 신이 나서 함성을 터뜨릴 뿐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정말 뭔가 보여 주나 봐!!”
원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었다.
비싼 돈 내고 경기장까지 찾아온 관객들에게 가장 걱정되는 건 재미없고 빠르게 끝나버리는 경기!
서로 랭커들이라고 하지만 의외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났다.
‘아앗! 이탈리아 팀. 날빌인가요!? 날빌인가요!? 설마 저거에 당하지는… 당합니다! 당합니다!! 그대로 무너집니다!’
‘설마 두 번째 라운드에는 당하지 않겠죠?! 이탈리아 팀. 다시 날빌을… 아니 또 당합니다!! 관중들이 탄식합니다!’
‘설마 세….’
그런 걱정은 결승전에도 있었다.
한국대표팀이든 미국대표팀이든 그 밑바닥이 안 보이는 저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이제까지 못 본 새로운 전술을 누가 꺼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온갖 예측이 돌아다녔다.
-내가 김태현 전문가인데, 아마 경기 시작하자마자 김태현이 아키서스로 변신할듯.
-저런 알지도 못하는 놈이 어디서… 내 생각에 아키서스 마수 나올 때 됐다. 아키서스 마수 나온다.
-아키서스는 선신 아냐? 마수가 왜 나와?
-…아, 아키서스 신수 나온다.
-늦었어 새끼야.
-근데 진짜 미국 대표팀은 선수진 너무 빵빵한 것 아닌가?
-미국 놈들이 좀 양심이 없지.
-아. 저렇게 선수진 구성하면 누가 우승 못하냐고? 나도 저렇게 하면 우승하겠다.
한국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미국대표팀한테 쳐맞아서 떨어진 다른 나라 팬들이라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
미국 팬들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오해야. 저렇게 보여도 실제로 쓸 만한 선수들은 얼마 안 돼.
-맞아. 중국대표팀 봐. 선수진들 그렇게 좋았는데 예선 탈락했잖아. 선수진 목록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팀워크지.
└…나쁜새끼야 왜 가만히 있는 우리를 건드려??
가만히 있던 중국 팬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조용히 슬픈 마음으로 보고 있었는데 왜…!
-팀워크도 팀워크지만 솔직히 선수빨 없다는 것도 개소리지. 서로 절대 양보 안 하는 김태현 5명 vs 팀워크 엄청 잘 맞는 케인 5명 하면 후자가 이기겠냐?
-미국 놈들 가만히 보면 엄청 뻔뻔하다니까. 지금 1부 리그 선수들을 절반 정도 데리고 있는 거 같은데….
-아, 아니야!
미국 팬들은 포기하지 않고 변명에 나섰다.
-우리도 부족한 포지션들이 많다고.
-니들이 뭐가 부족한데?
-어… 우리 김태현하고 이세연 없잖아. 근거리 딜러하고 마법사가 좀 아쉽네.
-…….
-…….
-저 저 양심 없는 새끼들…!
전 세계 팬들이 그 뻔뻔함에 경악했다.
* * *
-타오르는 피, 영원한 맹세.
[<타오르는 피>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파티원에게 막대한…]
[……]
[……]
[<영원한 맹세>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다섯 개의 스킬들이 봉인됩니다!]
[파티원에게 막대한…]
태현 일행만 선공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당연히 미국대표팀도 선공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선 제압!
<타오르는 피>와 <영원한 맹세>는 스미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감탄할 만한 사기 스킬.
스미스의 동료인 제란은 경외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스미스가 <타오르는 피>와 <영원한 맹세>를 꺼냈다!’
둘 다 어마어마한 쿨타임과 페널티를 가진 사기 스킬.
아마 지금쯤 해설자들은 이 상황에 충격을 받고 어떻게든 설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렇겠지. 이 두 스킬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시전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제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관중들과 해설자들의 반응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선수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
-김태현 선수의 직업 스킬입니다! 아예 다른 존재로 변신하는 스킬은 많았지만 저건 절대 평범해 보이지 않습니다! 대체 어떤 스킬일까요!?
-굶주린 혼돈 세력 쪽에 속해 있는 NPC가 분명합니다. 어떻게 힘을 갖고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대단합니다! 시작부터 흥미진진합니다!
-스미스 선수도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네. 스킬을 사용했군요. 저 굶주린 혼돈의 전사는….
-아마 스킬셋도 똑같이….
다행히 미국 선수들은 해설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들었다면 상처받았을 게 분명!
솔직히 아예 다른 존재로 변신한 태현에 비하면 스미스의 스킬은 좀 수수하긴 했다.
겉으로 그냥 빛이 번쩍하고 끝나는 게 다였으니….
스미스를 잘 아는 동료들은 ‘우오오옷! 대단해!!’ 하고 부들부들 떨었지만 밖에서 보고 있는 일반인들이 뭘 알겠는가.
그냥 빛이 번쩍한 걸로 보이지….
“간다! 중앙을 먼저 점령한다!”
첫 번째 경기 맵은 <폐허의 초원>.
가운데에 위치한 높고 거대한 언덕을 제외하면 별다른 장애물이 없는 맵이었다.
하필이면 그 언덕 위가 바로 진영.
진영 점령전인 만큼, 언덕을 한 번 점령하면 압도적으로 유리해졌다.
쿵쿵쿵쿵쿵-
“…….”
“…….”
“저 저 미친놈…!”
저 멀리서 웬 보스 몬스터가 하나 달려오는 걸 발견했을 때, 미국대표팀 선수들은 이 맵의 몬스터가 벌써 출현하기 시작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김태현이다!
아직 제대로 확인도 안 했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막겠습니다. 진형으로!”
“예!”
스미스는 방패를 들고 앞장서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탱커로 치면 판온에서 손꼽히는 랭커가 바로 스미스였다.
일정 시간 동안 받는 데미지를 1%로 줄이는 스킬, HP/MP 바로 회복하는 스킬, 일정 시간 동안 무적되는 영역을 까는 스킬, HP 1% 미만으로 안 내려가는 스킬 등등 사기적인 스킬들은 다 갖고 있는 스미스.
태현이 ‘판온 1 성기사들보다 저 자식이 더 징그럽다’고 욕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딜러한테는 통곡의 벽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혼돈의 검술, 첫 번째 공격!
[굶주린 혼돈의 힘이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힘이 몰려듭니다!]
“!”
스미스는 메시지창에 경악했다.
무슨 플레이어의 공격에 보스 몬스터가 나타날 때나 뜨는 경고 메시지창이 뜬단 말인가?
꽝!!!!!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너무나도 강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장비의 내구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굶주린 혼돈이 당신에게 타격을 입힙니다!]
[스킬 중 일부가 봉인됩니다!]
[이동 속도가…]
[공격 속도가…]
[……]
[……]
촤아아악!
스미스가 그대로 밀려났다. 그 모습에 보고 있던 팀원들이 경악했다.
스미스가 밀려났다고?!
“말… 말도 안 돼!”
“당황할 거 없습니다!”
스미스의 동료, 제란이 나섰다.
여기 있는 선수들 중에서 제란은 유일하게 스미스 친위대 소속이었다.
즉….
-데메르의 고귀하고 헌신적인 희생!
애초에 스미스를 보조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맞춤으로 뽑았던 것!
스미스가 바로 회복하기 시작하자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외쳤다.
“이런 비겁한 놈! 아는 사이라고 대표팀에 넣다니!”
“아, 아닙니다! 정당한 테스트 결과를 통해….”
‘빈틈!’
태현은 다시 검을 휘둘렀다.
묵직한 대검이 공기를 찢으며 폭발음을 만들어냈다.
-혼돈의 비명!
꽝, 꽝, 꽝, 꽝, 꽝!
기세를 잡은 태현은 대검을 연속으로 휘두르면서 공격을 꽂아 넣었다.
그러나 스미스는 두들겨 맞고 휘청이면서도 자세를 유지했다.
솔직히 대단하다!
“크아아아아악! 결승전에서 이러시다니! 진짜 비겁하게… 이세연 선수처럼 이러실 겁니까!?”
‘…저 자식 많이 늘었네.’
태현은 감탄했다.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줄 아는 능력!
스미스가 아무래도 이런 언어 공격에서는 좀 밀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꽤 많이 늘었다.
아마….
‘나하고 이세연한테 시달려서 저렇게 된 거 같기도 하고….’
“스미스! 김태현 말에 넘어가지 마!”
“맞습니다. 스미스 님! 김태현의 말은 무시하십시오!”
‘쯧.’
미국 선수들의 외침에 태현은 혀를 찼다.
다른 선수들도 하나 같이 뛰어난 랭커들인 만큼 만만치 않았다.
원래 가장 좋은 계획은 스미스를 죽이거나,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잠시 스턴 상태에 빠뜨린 다음 적들을 짓밟는 거였는데….
스미스는 두들겨 맞으면서도 진형을 유지했다. 이렇게 되면 처음 계획은 포기해야 했다.
‘그렇다면 다음 계획이다.’
팟!
태현이 옆으로 뛰었다.
보호 받고 있는 사제나 마법사는 노리지 못하더라도 다른 딜러들은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붙어보자!”
“오냐! 김태현! 나도 한 번 붙어보고 싶었다!”
미국 랭커이자 <하늘의 첫 번째 창잡이> 직업을 가진 근접 딜러, 앤디.
앤디는 호전적으로 외치며 달려들어서 창을 날렸다. 태현은 피하지도 않았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막아냅니다.]
원래 태현은 트리키하게 움직이면서 싸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묵직하게 움직이면서 한 방만 먹이면 된다!
‘들어와라.’
태현은 상대가 들어오는 순간 움직임에 맞춰 평타를 먹이고 스킬을 쓸 준비를 했다.
지금 공격이 성공적으로 들어갔으니 그 기세를 이어서 분명히 들어오리라!
“…….”
그러나 앤디는 공격을 하지 않고 슬쩍 뒤로 뛰었다. 태현은 그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붙자면서?”
“하하. 들켰어? 미안. 감독님이 너하고 붙지 말래.”
“…….”
원래 사람은 아무리 이성적이려고 해도 자존심 때문에 그러기 쉽지 않았다.
하물며 이런 결승전에서, 자기 자신이 상대보다 약하다는 걸 받아들이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그냥 쿨하게 받아들이고 ‘그래 네가 나보다 세!’ 하고 물러설 줄이야.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쉽게 갈 수 있는 길들이 다 막히고 있었다.
‘이 싸움. 길게 가겠군….’
“쏴!”
쉭!
<저주받은 심해의 궁수>, 필도스가 화살을 날렸다.
“김태현 선수. 어르신께는 미안하지만 이번 경기는 저희가 이겨야겠습니다!”
“…….”
상대가 외치는 걸 보고 태현은 상대가 유 회장과 많이 친하다는 걸 깨달았다.
저기 바다 왕국 쪽 플레이어구나!
[탁한 심해의 저주가…]
-회오리치는 일격!
[창끝에서 회오리가…]
앤디, 필도스는 공격을 하고 동시에 스미스가 앞으로 달려들었다. 셋이 어떻게든 비비자 태현도 뚫을 수 없었다.
‘이 자식들도 버프를 장난 아니게 걸었군!’
“김태현 선수. 혼자 오신 건 실수입니다. 빠른 중앙 점령도 좋지만 선수 한 명이 빠지면 유지 가능하겠습니까?”
미국 선수들은 여유를 되찾았다.
한국대표팀의 전술을 어떻게든 막아낸 것이다.
태현이 먼저 뛰어들어서 휘젓고 나오는 것으로 이득을 만들어내는 걸 즐기는 게 한국대표팀.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막고 묶기까지 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혼자 안 왔다.”
“?”
태현의 말과 함께, 뒤에서 고대 제국 언데드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언데드잖아?’
선수들은 어이없어하며 상대할 준비를 했다.
아무리 그래봤자 저 정도 언데드로 포위망이 뚫릴 리가 있겠는가.
째깍째깍-
“…?”
스미스는 혼란스러운 싸움 와중에도 무언가 소리를 들은 기분이었다.
마치 폭발이 터지기 직전의 소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