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537화
‘정말 그 정도일까?’
태현은 잘 믿기질 않았다.
여기 둠 나이트부터 시작해서 언데드 숫자가 어마어마한데, 굳이 태현부터 노릴까?
원래 지휘관부터 노리는 게 사실이니 어떻게든 둠 나이트부터 노리거나 아니면 다른 둠 나이트의 직속 부하들을 노릴 것 같은데….
[악마들이 아키서스의 신성력을 느끼고 발광합니다!]
[악마들이 극도로 분노합니다!]
[악마들이 주변에 전령을 보냅니다!]
[악마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악마들이 분노로 인해 강화됩니다!]
-저기 아키서스 교단 놈이 살아 있다!!!!
-개자식! 네놈 때문에 우리의 영광과 권세가 날아갔다!!! 책임져라!
-절대 살려두지 마라!!
“…….”
피눈물을 흘리면서 태현을 노려보는 악마들!
어찌나 억울하고 서러웠는지 눈만 마주쳐도 씩씩대며 욕과 저주를 퍼부었다.
아키서스 교단 때문에 야심 차게 준비했던 계획들이 몇백 개나 망가졌던가.
저놈들만 아니었어도 훨씬 더 빨리 제국을 처리했을 것이다.
-어차피 멸망할 거 그냥 내주지 꼭 그렇게 패악질을 부렸어야 했나!
-아키서스 놈아! 대체 왜 황궁을 불태운 것이냐!! 니들이 지키지 못할 거면 우리한테 줘야지! 너 때문에 공작님이 얼마나 분노하신 줄 아느냐!?
악마들이 발광을 해댔지만, 언데드들은 무시했다.
이미 다 예상한 일.
둠 나이트는 부하들에게 외쳤다.
-교황 성하를 지켜라! 저놈들이 절대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라!
-예!
[<오렌넨 평원>에 악마 군세들이 결집합니다.]
지금 태현 일행이 있는 곳은 오렌넨 평원.
산맥 위에 자리 잡은 잘츠 왕국 앞의 평원이었다.
서쪽으로는 에랑스 왕국, 동쪽으로는 오스턴 왕국이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
과거가 아닌 현재에는 곳곳에 여러 휴식처들이 설치되어 있고 모험가들을 위한 요새들도 있었지만….
‘오렌넨 평원 같지가 않은데.’
지금은 마치 마계의 평원 같았다.
하늘은 검붉고 평원의 끝과 끝에서는 새까맣게 악마 군단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마치 종말이 몰려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악마들이 모두 다 언데드들 대신 아키서스 욕을 하고 있었다.
-야!! 아키서스 놈아! 나와라! 네놈의 피를 마시고야 말겠다!
-아니야! 저놈을 잡아서 공작님께 바쳐야 해! 그러지 않고서는 공작님의 분노가 풀리지 않을 거야!
-저 눈깔! 저 사악한 눈깔을 보라! 저놈이 또 흉악한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
-우리 중에 아키서스의 첩자가 있을지도 몰라!
-네놈이 첩자지!?
악마들은 자기들끼리 싸우고 찢고 했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서 별 티도 나지 않았다.
준비가 끝난 악마 군단들은 해일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공격 시작!!!
-아키서스 놈을 노려라!
그에 맞서 둠 나이트가 이끄는 언데드 대군세도 공격을 시작했다.
-악마 놈들. 마계로 꺼져라! 여기는 제국의 땅이다!
[둠 나이트가 <제국 장군의 명령>을…]
[<제국의 위광>을…]
[<멸망하기 직전의 불빛>을…]
[……]
꽝!
두 거대한 군세가 그대로 평원에서 대충돌했다.
* *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죽어! 죽어!
“아키서스 교단이 한 짓과 개인에 대한 증오는 분리해야 하지 않을까!?”
-너는 교단에서 지위가 어떻게 되는데!?
“…….”
-저놈 교황이다! 저놈 교황이잖아!
-죽어!!! 더 죽어!!!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악마의 피로 인해 검의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혼돈의 폭발!
태현은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을 휘두르며 검날을 폭발시켰다.
주변을 휩쓰는 강렬한 광역기에 사납게 덤벼들던 악마들도 물러섰다.
‘장난 아니다!’
태현은 오랜만에 짜릿짜릿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적.
서로 누가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치열한 대접전이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악마들은 특공대를 따로 조직해서 태현을 노리고 있었다.
[카르바노그가 악마들이 당신을 정말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 나도 느끼고 있어!’
하늘에서, 땅에서, 지하에서 동시에 덤벼오는 악마들!
[<네 장 날개의 오데우스>가 마계의 날개 달린 짐승들을 이끌고 돌진합니다!]
[<포악한 자랄카스>가 돌진을 시전합니다!]
[<음흉한 골렐게>가 은신하고 지하에서 접근합니다.]
[행운 스탯이 높습니다!]
[미리 눈치채는 데 성공합니다!]
아무리 태현이라도 이 정도 되는 악마들의 공격을 다 받아낼 수는 없었다.
이 중 몇 개만 회피 실패해도 그대로 목숨 하나가 날아갈 수 있다!
[카르바노그가 빨리 밑천 다 꺼내라고 비명을 지릅니다!]
카르바노그도 느꼈는지 평소보다 다급하게 외쳤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펼쳐집니다!]
[주변에…]
첫 번째는 장판.
태현은 주변에 장판을 깔아서 덤벼드는 악마들에게 페널티를 주었다.
워낙 강한 놈들이니 이걸로는 무리겠지만….
-아키서스의 저주!
[행운 스탯이 감소합니다!]
[아키서스의 저주가…]
[<포악한 자랄카스>가 저주에 걸립니다!]
-크어아으악!
미친 듯이 돌진하던, 켄타우로스 형태의 거대한 근육질 악마가 방향을 틀더니 악마들에게 들이받았다.
가장 위협적인 공격부터 먼저 차단한 것이다.
-행운의 바람 소환!
[지역에 무작위 속성을 가진 바람을 소환합니다!]
[산성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으로 인해 추가 효과를 받습니다!]
이미 깔린 영역 효과 덕분에 산성 바람이 더욱더 효과를 내며 악마들을 타격했다.
보통 이 정도면 어지간한 악마들은 물러섰다.
악마들도 아프거나 죽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악마들은 멈추지 않았다.
-마계의 사악한 자들아! 오늘 여기서 저놈을 놓치면 앞으로 만 년간 우리는 대륙에서 고통 받을지 모른다! 저 아키서스 놈이 얼마나 많은 아키서스 신도를 만들어낼지 생각해보라!
-무슨 수를 써서도 죽여!!
“…<아키서스의 주사위>, <드래곤의 형상>, <아키서스의 상급 비전 방어>, <아키서스의 상급 마법 해제>, <아키서스의 상급 마법 흡수>…!”
태현은 닥치는 대로 스킬을 시전했다. 아끼고 있던 장비들의 스킬들이 총발동되며 태현의 몸에서 신성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성 스킬들이 중첩됩니다!]
[신성력에 추가 보너스가 들어갑니다!]
[강대한 신성력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아키서스의 불완전한 재림> 버프가 들어갑니다!]
[아키서스의 다섯 번째 공격이 사용 가능해집니다!]
콰아앙!
‘버프가 생각보다 괜찮다!’
아껴놨던 걸 모조리 쓸어 넣은 보람이 있었다. 한 번 검을 휘두르자 마력이 폭발하듯이 쏟아져 나와 악마들을 후려갈겼다.
-죽어! 죽어! 죽어!
‘다 피할 수는 없다!’
태현은 몇 대는 맞아주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가장 빠르게 잡을 수 있는 놈들부터!
꽝!
<폭발 도약>으로 뛴 태현은 날아드는 악마한테 접근했다. 날아오는 공격들을 몸으로 받아낸 탓에 메시지창들이 요동쳤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
[<지독한 원한의 침>이 갑옷을 뚫고 중독시킵니다!]
[<신성 권능> 스킬로 저항합니다!]
[<뼈를 갉아먹는 악몽>이 데미지를…]
실로 오랜만에 받는 데미지였지만,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있었다.
-치명타 폭발!
태현이 검을 휘두르자 쌓아놨던 치명타 스택이 터지며 근처 악마들이 모조리 날아갔다.
<아키서스의 불완전한 재림> 버프 때문에 평타 한 방 한 방이 광역기로 변한 상태.
평소에 한 놈 잡고 미친 듯이 딜 쑤셔 박은 다음 또 다른 놈 잡고 쑤셔 박을 필요 없이, 그냥 편안하게 휘두르면 됐다.
다른 전사들은 다 이렇게 편하게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배가 좀 아프긴 했지만….
꽉!
태현은 악마 하나를 붙잡았다.
“이 자식 꽉 잡아라!”
-예!
주변에서 같이 싸우던 데스 나이트들이 악마를 꽉 잡았다. 태현은 <악마가 빙의된 톱날검>을 가동했다.
[<악마가 빙의된 톱날검>을 가동합니다!]
[악마가 소모됩니다!]
부아아아아앙!
태현이 쓰고 있는 검 위에 톱날검이 추가로 장착됐다.
악마의 영혼을 흡수한 톱날검이 서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
-…….
[악마들이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에 경악에 빠집니다!]
[악마들이 공포에 빠집니다!]
[아키서스의 악명이 마계에서…]
칙-
순간 상대가 멈춰서 여유가 생기자 태현은 바로 폭탄들을 꺼냈다.
[<아키서스의 행운 파편 폭탄>이 폭발합니다!]
[<아키서스의 행운 파편 폭탄>이 폭발합니다!]
[……]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발이 연달아 이어졌다. 태현은 그걸 몸으로 맞아내며 내달렸다.
-아키서스의 다섯 번째 공격!
아키서스 검법은 현재 태현의 검술 스킬 때문에 네 번째 공격까지만 열려 있는 상태.
하지만 각종 버프를 모두 쏟아넣고 <아키서스의 불완전한 재림> 버프까지 받자 일시적으로 검술 스킬이 열렸다.
태현은 설명을 읽을 시간도 없이 일단 쓰고 봤다.
무조건 쓸어버리고 봐야 한다!
[<아키서스의 다섯 번째 공격>을 사용합니다!]
[아키서스의 마검이 강림합니다. 검이 당신을 이끕니다.]
-내가 왔다! 내가 왔다!
“?!?”
태현은 갑자기 검이 소리치기 시작하자 당황했다.
뭐야?
-내가 왔다! 화신. 걱정하지 마라! 나는 아키서스의 검이자 아키서스의 철퇴, 아키서스의 살육을 담당하는 부관이다!
“…잠깐. 뭘 담당…?”
-적을 찢어발기겠다! 봐라!
[통제권을 잃습니다!]
‘광전사!??’
태현은 뒤늦게 눈치챘다.
광전사 스킬들 중에 가끔 미쳐서 날뛰는 스킬들이 있었다.
체력 공격력 모두 올리는 대신 자기 자신이 통제권을 잃는 스킬.
다섯 번째 공격은 바로 아키서스의 마검에게 홀려 광전사가 되는 스킬이었던 것이다.
‘뭐 이딴 걸 검법에 넣어놨나!?’
부아아아아아앙!
-제법 좋은 검이다! 화신! 걱정하지 마라!
안 그래도 각종 추가 버프가 붙어 있는 검에 마검이 깃들자, 그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아키서스의 피를….
-닥쳐!
-아키서스 놈을 영원히 끝장내….
-닥쳐!
부아아앙! 부아아아아앙!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아키서스의 마검이 적들의 피를 빨아들이고 강해집니다!]
[아키서스의 마검이 적들의 원한을 빨아들이고 강해집니다!]
[아키서스의…]
[……]
‘…!’
직접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태현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악마들의 파도가 마치 기적처럼 쫙 갈려나가고 있었다.
[<네 장 날개의 오데우스>가 치명상을 입습니다!]
[아키서스의 마검이 놈을 붙잡고 이빨을 박아넣습니다!]
[지독한 중상으로 <네 장 날개의 오데우스>가 쓰러집니다!]
[명성이…]
[<음흉한 골렐게>의 피 흐르는 방패가 박살 납니다!]
[아키서스의 마검이 골렐게를 잡아 쪼갭니다!]
[<음흉한 골렐게>가 쓰러집니다!]
-화신. 내 힘이 사라지고 있다! 나는 곧 사라진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네가 적들을 죽이고 그 증오를 많이 살수록, 나는 더 빠르게 깨어날 수 있다!
“…….”
[아키서스의 마검이 사라집니다!]
[적들의 공포가 쌓일수록 마검의 힘이 강해집니다. 공포가 일정 수치 이상 쌓이면 마검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
어차피 버프가 풀리면 다섯 번째 공격을 쓰진 못하지만, 덕분에 힌트는 얻을 수 있었다.
힌트만으로도 충분히 스킬들을 다 쓴 보람이 있었다.
…좀 애매하긴 했지만 어쨌든….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교황 성하 만세!!
-교황 성하 만세! 악마 놈들아! 어디 감히 아키서스 교단을 노리느냐!
데스 나이트들이 신이 나서 외쳤다. 태현은 다급히 외쳤다.
“도발하지 마 미친놈들아…!”
간신히 쫓아냈는데 다시 자극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