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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35화 (1,534/1,826)

§ 나는 될놈이다 1535화

데스 나이트들은 당황했다.

데스 나이트들이 이끄는 언데드들이야 구울부터 시작해서 각종 스켈레톤 계열까지 온갖 놈들이 있긴 했지만 태현은 왠지 모르게 낯설었던 것이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악명이 매우 높…]

[흑마법…]

[……]

[설득에 성공합니다!]

-하긴 이렇게 생겼으니 동료가 맞겠지? 일단 뒤로 오게! 여길 빠져나가야 하니까!

“그래!”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푹!

-크아아악!

태현은 바로 데스 나이트의 등판을 찔렀다.

데스 나이트들과 리자드맨이 치열하게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지금이 바로 기회였다.

‘빠르게 처치한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제국섬광검, 사디크의 화염, 화염 적중, 혼돈의 폭발!

태현은 각종 신성 권능 스킬들을 가동하고 검에 깃들어 있는 스킬까지 뽑았다.

데스 나이트 하나 해치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놈들이 시선을 돌리기 전에 번개같이 빠르게 해치워야 하는 것!

-아키서스의 저주!

태현은 아키서스의 저주까지 사용했다.

[<아키서스의 저주>가 시전됩니다!]

[행운이…]

[데스 나이트에게 저주가 내립니다!]

어지간한 스킬은 다 묶어 버리는 아키서스의 저주.

이걸 씹고 버티려면 드래곤 정도는 되거나 굶주린 혼돈의 권능 정도는 필요했다.

그걸 모르는 데스 나이트는 다급하게 반격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림자 전령… 컥! 대체 왜! 내가 얼마나 잘 해줬는데!

동료한테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실패한 데스 나이트는 태현의 공격을 받아내며 외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배신을 당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나를 죽이고 내 자리에 앉으려는 것인가! 내가 해준 것들을 생각해 봐라!

‘음. 살짝 미안해지는데….’

미친놈처럼 검을 휘두르고 찌르면서 상대의 갑옷 빈틈을 노리고 두들겨 패던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손은 멈추지 않았다.

머리로는 살짝 미안해도 몸은 할 일을 하는 게 판온 랭커인 것이다.

-물론 희생할 일이 생겼을 때 레벨 낮은 언데드들을 먼저 앞장세우고 방패로 쓰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않나! 우리는 다 같은 동료이니 다시 한번….

‘아. 안 미안해지는군.’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데스 나이트가 쓰러집니다!]

태현은 빠르게 데스 나이트를 쓰러뜨린 다음 아이템을 획득했다.

그리고 그 아이템으로 갈아입었다.

[데스 나이트로 변장합니다!]

[현재…]

[……]

[……]

후다닥!

태현은 그런 다음 다시 움직였다.

아까 리자드맨을 상대하며 길을 막아주고 있던 데스 나이트들은 하나둘씩 나눠져서 흩어지고 있었다.

그들 뒤에 살짝 따라붙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후퇴! 동료를 구출했으니 후퇴한다!

-진영으로 후퇴하자! 동료를 구했으니 더 이상 싸울 필요 없다!

데스 나이트들은 그렇게 외치며 내달렸다.

서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그렇게 구한 동료가 어디에 있는지는 눈치 못 챈 데스 나이트들!

[카르바노그가 더 좋게 변장한 건 알겠는데, 이대로 적의 진영까지 따라 들어가도 괜찮냐고 묻습니다.]

‘…음. 죽진 않겠지?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아마.’

[……]

원래 근처에 나타나는 데스 나이트들 어느 정도로 강한지 간만 보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본거지까지 따라가게 된 상황!

[<제국의 이름없는 묘지>에 도착합니다!]

‘와. 들킬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카르바노그가 언데드 대군세에 경악합니다!]

본거지로 쓰이고 있는 묘지에 도착하자마자,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그 규모에 경악했다.

언데드 대군세!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온갖 언데드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었다.

‘하긴 둠 나이트부터 시작해서 데스 나이트 부대까지 있을 정도니….’

언데드 몬스터들 중에서도 통솔력 좋은 지휘관 타입 몬스터들이 많으니 이렇게 대군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 언데드가 한 곳에 많이 모여 있는 일은 흔치 않았다.

태현은 예전에 느부캇네살 레이드를 떠올렸다.

느부캇네살도 어마어마한 흑마법사여서 그 부하가 만만치 않았는데 여기도 거의 비슷한 수준!

‘고대 제국 말기가 진짜 지옥이군.’

지금 고대 제국 말기 정도로 난이도를 올리면 몇몇 랭커들 말고는 성 안에 다 숨어 지내야 할 정도로 난이도가 올라갈 것 같았다.

-들어라!

“!”

[사나운 맹세이행자, 둠 나이트가 나타납니다!]

저 멀리서 둠 나이트가 나타났다.

평범한 둠 나이트가 아닌 앞에 칭호를 달고 있다는 것부터가 범상치 않은 몬스터라는 증거!

[카르바노그가 상대의 힘에 겁을 먹습니다!]

‘…그 정도야?’

태현은 혀를 찼다.

카르바노그가 저럴 정도면 거의 드래곤 급이라고 봐야 하는데…?

‘솔직히 레벨 천을 넘어가면 상대하고 싶지 않다.’

있는 밑천을 다 꺼내서 부딪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

그런 상대와 꼭 싸워야 할까?

그냥 피하거나 기다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있는 권능 스킬들부터 아이템을 다 꺼내도 모자랄 텐데….

-나는 제국의 은혜를 받은 몸으로서, 저 잘츠 놈과 그 부하 놈들을 용서할 수 없다!

-와아아아아아!

-맞습니다! 장군님 말이 맞습니다!

-나는 제국 황실의 신성한 혈통에 맹세했다! 모든 배신자들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겠다고! 제국을 지탱하던 모든 기둥들이 지금 내 뒤에 있다! 보이는가! 그 위대한 영웅들의 혼이!

-보입니다! 보입니다!

데스 나이트들뿐만 아니라 각종 언데드 병사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물론 듣고 있던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황당할 뿐이었다.

뭐가 뭐라고?

-오! 제국의 영웅들이여! 나를 도와주소서! 황제 폐하! 황자 전하! 아키서스 교황! 제국만인장! 마탑의 대현자! 북방의 수호자….

‘…아니. 아니.’

태현은 슬슬 상황을 깨닫고 황당해했다.

그러니까 저쪽이….

저쪽이…??

[카르바노그가 우리가 악당 아니냐고 묻습니다.]

‘아, 아니. 저쪽이 언데드잖아. 저쪽이 악당이지.’

[둠 나이트가 <황실 맹세의 파동>을 사용합니다!]

[모든 언데드들이 둠 나이트에게 충성을 바칩니다!]

[둠 나이트가 이들을 지휘합니다! 추가 버프를 받습니다!]

‘나보다 전술 스킬이 높나!?’

태현은 깜짝 놀랐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NPC들 몇 명 있든 지휘할 수 있지 않아?’라고 말했지만, 판온에서 지휘는 전술 스킬이 있어야 할 수 있었다.

전술 스킬이 높지 않으면 대규모 인원을 지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태현이 찍은 최고급 전술 스킬은 어지간한 대형 길마도 찍을 일이 없는 스킬이었다.

그만큼 태현이 온갖 퀘스트를 깨며 대군을 지휘해 왔기 때문이지만….

둠 나이트는 그냥 한 번에 여기 있는 언데드들을 전부 지휘하고 있었다.

제국 출신 장군 같기는 했지만 정말 대단한 능력!

[둠 나이트가 <황실 장군의 육감>으로 당신을 눈치챕니다!]

‘!’

[카르바노그가 저거 개사기 친다고 어이없어해합니다!]

변장을 아무리 해도 그냥 육감으로 뚫고 알아맞히다니.

태현도 황당했다.

아무리 보스 몬스터라지만 너무 치사한 사기 스킬 아닌가!?

-저기! 저기를 봐라!

둠 나이트가 손을 뻗자, 자리에 있던 어마어마한 언데드들이 전부 태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태현은 품속에 손을 뻗었다.

‘폭탄 터뜨리고 시간 번 다음, 아키서스 광역기 날리고 전력을 다해 튄다. 목숨 하나 정도는 날아갈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자.’

숙련된 플레이어답게 언제든지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는 태현.

-저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스파이입니까!?

-아니다! 저자에게서는 아키서스의 힘이 느껴진다!

둠 나이트는 기쁘다는 듯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나를 돕기 위해 아키서스 교단에서 사람을 보낸 것이다! 모두 기뻐해라! 아키서스가 우리를 돕는다!

“아, 아니….”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국 언데드들의 사기가 미친 듯이 오릅니다!]

<제국 언데드들의 복수-고대 제국 관련 퀘스트>

제국에 충성을 바친 전사들은 죽음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휘관, 둠 나이트의 밑으로 모여 제국을 멸망시킨 적들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멸망한 아키서스 교단의 후계자가 찾아왔다는 것은 대단한 희소식.

그들을 도와 복수를 진행하라!

보상: ?, ???, ???

-아키서스! 아키서스!

-아키서스 교단이 멸망하지 않고 남아 있었다니! 악마들에게 그렇게 공격을 당했는데!

-굶주린 혼돈한테도!

-다른 귀족들한테도!

-어? 매수당한 교단 놈들도 공격하지 않았어?

“…….”

태현은 왜 교단이 망했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정말 적이 많긴 했구나…!

-이리로 오라!

둠 나이트는 기쁜 목소리로 태현을 옆에 불러왔다. 정말 아키서스 교단의 일원이 합류한 게 너무나도 기쁘다는 목소리였다.

-아키서스 교단은 죽지 않았다! 제국도 죽지 않았다! 아키서스 교단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적의 심장을 뽑고, 적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 적에게 가장 사악한 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아, 아니. 그건 너무 좀 심….”

-심심하다고? 하하! 내가 아키서스 교단의 후계자 앞에서 너무 주름을 잡았나! 걱정하지 말게! 복잡하고 잔혹한 계략은 모두 자네한테 맡길 테니까!

언데드 부하들도 환호했다.

-아키서스 교단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아키서스 만세! 제국의 적들에게 지옥 같은 고통을!

둠 나이트는 태현을 보며 물었다.

-교단에서 지위가 어떻게 되지? 사제? 평기사? 주교나 상급 성기사 정도만 되어도 좋겠는데.

“…교황입니다.”

-교황!!!

[둠 나이트가 매우 기뻐합니다!]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언데드 대군세 내 평판이…]

-들어라!!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 직위를 물려받은 자가 여기 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교황 성하 만세!!

아까보다 몇십 배 더 큰 함성이 뛰쳐나왔다.

[언데드들이 열광합니다!]

[사기가 더 이상 오를 수 없을 정도로 오릅니다!]

[언데드들이 열기에 취합니다. 언데드들이 힘이 강화됩니다!]

[……]

아키서스의 이름에 미친 듯이 흔들어 재끼는 언데드들!

무슨 아키서스 콘서트에 온 것처럼 날뛰고 있었다.

-복수! 복수! 복수!

-복수! 복수! 복수!

-제국의 적들아! 기다려라! 여기 아키서스 교단의 후예가 살아 있다! 너희들은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와아아아아!

-너희의 강과 우물에 독이! 너희의 성과 도시에는 불이! 너희의 가족에는 저주가! 너희의 미래에는 끔찍한 불운이!

-아키서스 만세! 아키서스 만세!

언데드들이 신나서 외치고 있는 동안, 이다비가 귓속말을 보냈다.

-태현 님. 정찰 잘 되어가고 있어요? 지원 갈까요? 여기 잘츠 왕이 태현 님 안 보이는 거 듣고 필요하면 도우러 가겠다고 하는데요.

-어… 본거지 찾아서 잠입했어. 일단.

-아!

이다비는 깜짝 놀랐다.

바로 본거지를 찾아서 잠입했다는 건 좀 놀라웠지만, 생각해 보니 태현의 주특기가 바로 이런 것 아닌가.

‘하긴….’

-잘하셨네요. 난이도 있으실 텐데.

-별로 어렵진 않았어.

-겸손하실 것까진 없구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나요?

-내가….

-언데드 병사로 위장했나요? 숫자가 많으면 충분히 가능하잖아요.

-그렇지. 언데드 숫자가 엄청 많더라고.

-큰일 났네요. 위장은 쉽겠지만… 그래서 병사로 위장했나요?

-아니.

-아. 좀 더 위인가요? 백인대장? 데스 나이트?

-아니.

-그보다 더 높은 걸로 위장하는 건 힘들지 않아요? 뭘로 위장하셨길래요?

-나 지금 언데드 군세 총군사 정도는 되는 거 같다.

-…….

이다비는 듣다가 멈칫했다.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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