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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34화 (1,533/1,826)

§ 나는 될놈이다 1534화

“확실히 전투 직업이다 보니까….”

“그러게 말이에요.”

“…….”

아니라고 말을 해도 따뜻한 눈빛을 던지는 둘의 반응에 유지수는 짜증이 났다.

아오 저 사람들!

‘정보나 모아와야지.’

어차피 이 마을 주변을 돌면서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건 당연한 사실.

<아키서스의 활잡이>는 사냥꾼 계열 직업이었고, 사냥꾼 계열 직업들은 역시 상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강해지는 직업이었다.

적의 특성과 약점에 따라 각종 스킬을 맞춰서 준비할 수 있는 유연한 직업!

“여기 주변에서 뭐가 많이 나오죠?”

-드래곤 키메라들이 종종 습격을 오곤 한다네.

“네. 또?”

-밤이 길어지면 둠 나이트가 데스 나이트 부대를 이끌고 습격을 오던데….

“…예?”

유지수는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허허. 모험가는 젊어서 둠 나이트가 뭔지 모르는구만. 둠 나이트는 이따만한 언데드 몬스터인데….

“아니. 알거든요!?”

유지수는 황당해했다.

판온에서 강한 언데드 몬스터의 대표격인 몬스터, 데스 나이트.

이 데스 나이트는 점점 힘이 강해짐에 따라 이브X처럼 다양한 진화를 하곤 했다.

그냥 데스 나이트인 채로 남아서 언데드 병사들을 이끄는 지휘관으로 다닐 수도 있었고, 혹은 둠 나이트로 각성해 물리 공격 특화로 갈 수도 있었고, 어비스 나이트로 각성해 마법 공격 특화로 갈 수도 있었다.

‘진화할 정도면 레벨이 장난 아닐 텐데.’

데스 나이트들도 그 레벨에 따라 차이가 난다지만, 일단 더 강한 상위 개체로 진화할 정도의 데스 나이트들은 레벨이 보장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느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

그런 놈이 심심하면 습격을 한다니….

‘아니. 정신 차리자. 좌절해 봤자 뭐가 되겠어.’

유지수는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지금 유지수는 판온에서 손꼽히는 랭커들과 함께 파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같이 파티를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로 대단한 플레이어들!

물론 친하긴 했지만, 그런 친분에 의존하면 안 됐다.

파티에 참가하려면 스스로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내 능력을 보여주자. 그래봤자 언데드. 은 계열로 준비하고 함정을 설치하면 돼.’

시간을 주면 강해지는 게 사냥꾼.

각종 덫과 함정으로 적들을 괴롭힐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날이 밝으면 바실리스크 기마궁수도 오지.

“…네???”

유지수는 귀를 의심했다.

뭐가 뭐라고?

-바실리스크 기마궁수를 모르나? 그, 이따만한 바실리스크 위에 탄 흉악한 궁수 놈들인데….

“아, 아니. 바실리스크가 뭔지는 아는데….”

유지수는 아찔해졌다.

보통 지하동굴 던전 깊숙한 곳에서 보스 몬스터로 있어야 할 놈이 밖에서 탈것 역할을 하고 있다니.

그걸 타고 있는 궁수들은 또 얼마나 강할 것인가.

그런 놈들이 수십 넘게 몰려오면….

-아! 가끔 비가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오염된 리자드맨들이 자이언트 프로그를 몰고 오지.

“…….”

유지수는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이 마을 대체 어떻게 이제까지 버틴 거지?’

하나만 공격해 와도 그냥 박살 날 거 같은데….

“지수야. 잘 되어가고 있니? 몬스터 뭐 온대?”

“…우리 망한 거 같은데….”

“!?”

* * *

“뭐야. 별일도 아니었군.”

태현은 유지수의 설명을 듣고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잘츠 왕국이 잘츠 왕국스러운 일을 했나 걱정했던 것이다.

“별… 일 맞지 않아요!?”

“아. 물론 난이도가 높긴 한데, 일단 내 영지가 아니잖아.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야.”

“…….”

얼마나 개같은 퀘스트를 많이 깨면 저런 강철 같은 멘탈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유지수는 전율했다.

판온의 경험 자체가 다르다!

“일단 주변에 최대한 함정 다 설치하고 버텨보자고. 이 마을도 이제까지 버틴 거 보니까 NPC들 전투력도 제법 되겠지.”

“과연….”

태현의 말에 유지수는 왠지 모르게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근거는 없지만, 원래 같은 말도 김태현이 하냐 케인이 하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이다.

유지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함정 설치하러 앞으로 걸어가자, 태현은 이다비에게 속삭였다.

“우리 망한 거 같지?”

“네. 망한 거 같은데요?”

“…야. 이거 진짜 어떻게 막냐?”

물론 태현의 영지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한결 낫긴 했지만, 이건 깨야 하는 퀘스트였다.

‘하나만 막아도 힘들 거 같은데….’

“이건 항복도 안 되겠지.”

“가서 항복하는 척이라도 해볼까요?”

“…오.”

태현은 멈칫했다.

그거….

괜찮은 거 같은데?

-주인이여… 꼭 그래야 하나?

-이 주변 놈들은 별로 항복해 봤자….

드래곤들은 매우 싫어했다.

제국 멸망 이후 사방을 돌아다니는 적들은 대화가 안 통하는 흉폭한 야만족 놈들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놈들한테 괜히….

물론 태현은 못 들은 척하고 무시했다.

상대하고 싶은 상대만 대할 거면 마계의 악마들은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그런데 누구를 노리죠?”

“으음.”

이다비의 말에 태현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은근히 고민되는 거였다.

데스 나이트들을 이끄는 둠 나이트 부대.

바실리스크 기마궁수 부대.

리자드맨과 자이언트 프로그 부대.

셋 다….

‘나와 딱히 연관성이 없는 것 같군….’

태현은 고블린이나 오크가 없나 찾아봤지만 없었다. 하다못해 드워프도 없었다.

태현이 친목질을 할 만한 종족이 없다!

“그래도 그나마 내가 친할 만한 종족은 언데드긴 해.”

태현은 언데드를 위한 요리 스킬도 갖고 있었고, 악명 스탯도 높은 데다가, 나름 느부캇네살의 적통을 이어받은 흑마법사였다.

이 정도면 언데드들이 ‘짜식 살아 있지만 제법인데?’ 하고 호감을 줄 법도 했다.

문제는….

“태현 님. 지금 신성력이 장난 아니신데… 제가 뒷모습만 봐도 가끔 빛이 나실 때가 있거든요?”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태현이 매우 신성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아키서스 교단 교황에, 여러 교단의 권능을 이어 받고, 본인 또한 신성력 스탯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

언데드 입장에서는 보자마자 기겁해서 도망칠 상대인 것이다.

“신성력 안 들키게 잘 변장을 하긴 해야겠지.”

“괜찮을지 걱정인데 말이죠….”

이다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태현이 변장하는 걸 도왔다.

태현에게는 오랫동안 사용한 사기적인 가면 아이템이 있었지만, 원래 언데드들한테 호감을 사려면 가면 하나로는 부족했다.

전신에서 호감이 뿜어져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음. 이건 어떨까요? <죽은 자의 원혼이 묻은 쇠장갑>.”

“괜찮군. 착용해야지.”

“이 붕대도 나쁘지 않아요. 무덤에서 찾아낸 붕대인데….”

“냄새가 좀 역하긴 하지만 상관없겠지.”

태현은 언데드가 좋아할 만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죽음과 가깝게 느껴질수록 언데드가 좋아하기 마련.

‘내가 봐도 거지 같군.’

태현은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이다비도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막 죽었다 살아난 사람 같아요!”

“고맙다. 이다비. 그러면 가서 간 좀 보고 올게.”

태현은 훌쩍 마을 문을 떠나서 아래로 내려갔다.

목표는 둠 나이트가 이끄는 언데드들 군세.

여기에 찾아가서 대화를 하며 적당히 간을 볼 생각이었다.

-으아아악! 언데드들이다!

“!”

내려가던 태현은 상대와 마주쳤다.

…데스 나이트들이 아니라 오염된 리자드맨들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 * *

‘아니 이 자식들 비 오면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나?’

비 오면 리자드맨에 날 밝으면 바실리스크.

지금은 어두우니까 당연히 언데드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더러운 언데드 놈이다!

-와. 진짜 더럽고 추잡스럽다. 저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나?

오염된 리자드맨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죽음의 기운은 언제나 살아 있는 사람들을 질색하게 만들었다.

‘…아니. 내가 어지간해서는 저런 도발에 흔들리지 않는데 좀 많이 화나는군.’

니들은 굶주린 혼돈한테 오염되었으면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언데드 놈들 한 번 찾아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움직이지 마라! 무슨 목적으로 여기를 얼쩡거리고 있었던 거냐!

“이 마을을 공격하기 위해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랬나.

오염된 리자드맨들은 태현의 말에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저 마을을 근데 저렇게까지 해서 공략해야 하는 겁니까? 언데드 놈들이야 지능이 부족해서 그런다지만, 저기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요.

-굶주린 혼돈께서 하라면 해야지 뭘 어떡하냐.

-근데 물도 부족하고 딱 봐도 산골짜기 마을인데 우리가 저기 가서 뭐한답니까?

-그냥 시간 끌다가 언데드들이 점령하게 두면 안 돼요?

“…….”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태현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리자드맨들이 별로 의욕이 없었던 것이다.

‘설득해서 물러가게 만들 수 있나?’

그러나 그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공격이 날아왔다.

쉭!

날아오는 화살과 함께 다급히 방패를 드는 리자드맨 전사.

-기습이다!

-언데드 놈들이다! 이 자식들, 동료를 잡았다고 화가 난 게 분명하군!

저 멀리서 데스 나이트들이 나타난 것이다.

데스 나이트들은 리자드맨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라서 마을 놈들인 줄 알았는데 리자드맨이었나? 방금 공격은 실수였….

-반격해라!

-아니 실수였다니까!

태현 때문에 지레 찔린 리자드맨들은 먼저 선공에 나섰다.

그러자 데스 나이트들도 당연히 참지 않고 화를 내며 반격에 들어갔다.

쾅!

[두 집단 사이에 불화를 일으켰습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명성이…]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대화도 안 하고 설득도 안 했는데 갑자기 퀘스트 진행이 멋대로 되자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나쁜 건 아니었지만 납득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일단 빠져나가자고 합니다.]

‘그래. 그래야겠다.’

탓!

태현은 빠르게 뛰었다. 마을 쪽으로 일단 빠질 생각이었다.

-앗! 인질이 도망간다!

리자드맨 전사들이 그걸 보고 쫓아왔다. 손에 들어온 인질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붙잡힌 동료가 있나보다! 동료를 구해라!

그걸 본 데스 나이트들도 뒤를 쫓았다.

잘 모르겠지만 리자드맨이 저러는 걸 보니 붙잡힌 동료가 있나 싶었던 것이다.

“…….”

태현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어둑어둑한 주변을 뚫고 화염과 함께 공격이 솟구쳤다.

태현이 검을 뽑고 휘두른 것이다.

“그냥 간다는데 꼭 잡아서 문제를 만들어야겠나!”

-이… 이 언데드 놈이…?

-신성 마법을 써버려!

리자드맨 주술사 한 명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태현을 겨눴다.

-사악함을 정화하는 원시 파동!

[사악함을 정화하는 원시 파동이 시전됩니다!]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

-???

리자드맨들은 당황했다.

분명 제대로 맞았는데 저 언데드 놈이 멀쩡했던 것이다.

-다시!

파아앗!

다시 한번 흰 빛이 날아들었다. 물론 여전히 소용은 없었다.

-저 언데드 놈이 보통이 아니… 크악!

-도우러 왔다!

두두두두-

뒤늦게 따라잡은 데스 나이트들이 황급히 뛰어들었다.

그들은 태현이 두들겨 맞고 있는 걸 보며 재빨리 벽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태현에게 물었다.

-괜찮나! 그렇게 신성 마법을 맞았는데!

“아… 튼튼해서 괜찮아.”

-…그런데 자네는 누구지? 본 기억이 없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가 같이 싸웠던 기억을 잊어버린 건가!?”

-그, 그랬나? 아니, 데스 나이트도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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