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30화 (1,529/1,826)

§ 나는 될놈이다 1530화

“준비하다가 실수 좀 했다.”

“그래! 내가 분명 쳐들어올 줄 알았… 어? 실수라고?”

말하던 길드원들은 멈칫했다.

김태현이 실수를 한다고?

“난 실수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아, 아니. 그건 아니지.”

당황스럽긴 했지만 길드원들은 받아들였다.

김태현도 사람인만큼, 실수 좀 할 수 있는 것이다.

“…….”

“…….”

그리고 나서 길드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데 실수치고 피해가 너무 크지 않나?’

대체 뭔 실수를 했길래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가 움푹 파여 있고 옆에 있는 성벽은 통째로 날아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건축가 플레이어였다면 ‘넌 해고야 이 미친 자식아!’ 하고 쫓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건 태현.

게다가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니었다. 곧 찾아올 대규모 퀘스트를 대비해서 친절을 베풀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김… 김태현. 뭘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열심히 하지는 말라고.”

“맞, 맞아.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를 불러.”

길드원들은 차마 욕은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우린 널 믿는다 김태현!

…하지만 성벽은 제발 그만 부숴줘!

“알겠으니까 가서 할 일 봐라.”

“…진짜 믿는다!!”

“진짜 믿는다!?!?”

길드원들은 살짝 촉촉해진 목소리로 간절하게 부탁하고 떠났다.

‘이런 장난감이었군.’

태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당황스러운 건 태현도 마찬가지였지만 길드원들이 보고 있어서 표정 관리를 했던 것이다.

<제국 토끼 광선 장난감>의 정체!

그건 초강력 소형 폭탄이었다.

‘제국 놈들은 장난감의 뜻이 뭔지 모르나?’

태현은 지금 제작할 수 있는 폭탄들을 하나씩 꼽아보았다.

재료나 들어가는 시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희귀한 재료를 넣고 시간을 많이 쓸수록 강해지는 게 보통이었다.

거기에 좀 더 화력을 강화시키고 싶으면 권능 스킬을 추가로 쓸 수 있었다.

<드래곤 폭탄>이나 <지진 폭탄> 같은 기계공학 스킬들도 그런 계열의 스킬들.

스탯을 영구 소모한다는 페널티가 있긴 했지만 이미 만들어진 폭탄을 몇 배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 걸 떼놓고 봐도, 이 장난감 폭탄은 지금 만들 수 있는 폭탄들 중에서 최상급이었다.

재료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 정도 위력이 나오는데 날로 먹으려고 하면 안 되겠지.’

[카르바노그가 쓸모없지 않다는 것에 매우 기뻐합니다!]

‘그런데 이 무너진 성벽은 어떻게 하지?’

[카르바노그가 그냥 땅 밑에 폭탄만 설치하고 빨리 가자고 합니다. 성벽은 알아서들 고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흠…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다.’

태현은 빠르게 받아들였다.

주변에 공성 무기 몇 개 설치해 주고 지하에 폭탄 묻어 놓고 준비 끝내면 태현은 할 일 다 한 셈이었다.

무너진 성벽은 여기 길드원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 * *

[왕국의 기술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왕국의 기술력 등급이 오릅니다!]

[왕국의 기술력이 A등급이 되었습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

당신의 왕국은 아름답고 신성한 왕국이지만, 제국을 자처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왕국의 평가 등급 중 최소한 세 개 이상을 A등급으로 만들어라!

번영한 왕국의 모습은 당신에게서 고대 제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보상: ?, ???

[<고대 제국의 후계자>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새로 생깁니다.]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

추가 스탯 칸에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생겨났다.

최소한의 왕국을 만든 덕분에 생겨난 스탯.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높아질수록, 많은 NPC들이 당신을 인정할 것입니다.]

‘쓸 만하긴 하군.’

태현이 한 나라의 국왕이긴 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절대 꿈꿀 수 없는 고귀한 자리!

확실히 이 국왕이란 작위가 쓸 만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판온에서는 안 먹힐 때도 꽤 많았지….’

중앙 대륙의 왕국들이나 귀족들을 상대할 때는 그나마 좀 먹히는데, 중앙 대륙 밖에 나가면 이제 ‘니가 왕국의 왕이라고? 그게 뭐냐?’ 하는 야만족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괴팍한 놈들이 우글거렸다.

그런 점에서 제국의 후계자 스탯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 NPC들한테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탯이었으니까.

[퀘스트 보상으로 고대 제국의 건물들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건물들의 제작법이 추가됩니다!]

“!”

태현은 반색했다.

사실 스탯 보상보다 더 탐나는 게 이런 건물 보상들!

고대 제국 시절 건물들 중에 쓸 만한 게 많다는 건 태현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제발 쓸 만한 거 나오면 좋겠군.’

태현은 빠르게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일단 성기사 훈련 관련해서 버프를 줄 수 있는 건물들이 더 있었으면 했다.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이 열심히 훈련하고는 있었지만 레벨은 솔직히 좀 아쉬웠던 것이다.

성기사들 장비나, 혹은 성기사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건물.

마찬가지로 왕국 병사들 강화 건물도 나쁘지 않았다.

<제국 황자의 검소한 궁전>

좋았던 옛 시절, 고귀한 피를 이은 황자가 사용했던 궁전입니다. 화려하면서도 검소함을 잃지 않은 이 궁전은 적당한 비용으로 남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설 시 모든 영지 활동에 추가 보너스.

-귀족 NPC들의 충성도 대폭 상승.

-…….

-…….

‘골짜기에 궁전을 두는 건 좀….’

태현은 떨떠름해했다. 솔직히 골짜기만큼 궁전이 안 어울리는 곳도 드물었다.

지금 가장 중앙에는 아키서스 교단의 대신전들과 그 휘하 교단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앞에는 중앙 광장이 있었다.

그 뒤로는 골짜기를 감싸는 거대한 산맥이 있고 앞으로는 광장과 이어진 대로와 건물들이 배치된 상태.

지금도 계속 골짜기 바깥으로 땅을 갈고 건물을 올리면서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궁전을 짓는다면 못 지을 것도 없긴 했지만….

‘얼마나 들지?’

[천만 골드가 필요합니다.]

“…….”

태현은 순간 휘청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미친 액수였던 것이다.

‘돌았나???’

게임 접을 때까지 안 지을 것 같은 비용!

태현은 바로 넘겼다.

<제국 화약 대장간>

제국의 뛰어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언제나 안전한 화약을 만들었습니다.

기술이 사라지고 제대로 배우지 못한 대장장이들이 불안정한 물건을 만들지만, 이 대장간이 부활한다면 그런 세태에 따끔한 교훈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건설 시 영지 내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기계공학 아이템에 추가 버프.

-건설 시 영지 내 기계공학 실패 확률 감소.

-건설 시 영지 내….

-…….

‘이건 무조건 짓는다.’

태현은 보자마자 결심했다.

이건… 지어야 해!

비용이 얼마든지 들어도 무조건 영지에 넣어야 할 건물이었다.

지금보다 불발 확률만 줄어들어도 기계공학 아이템 사용하는 사람들이 몇 배로 증가할 테니까.

[오십만 골드가 필요합니다.]

“오….”

순간 태현은 ‘별로 비싸지 않은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내가 착시 걸렸구나!’

[카르바노그가 제국의 건물들 때문에 착시 현상에 빠졌다고 말합니다!]

천만 골드짜리 건물을 보고 나니까 50만 골드 정도 되는 건물은 ‘이 정도면 건전한 소비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대 제국의 유산을 갖고 오긴 했지만, 제국의 건물들은 그 단위가 어마어마했다.

집중 안 하고 팍팍 지어버리면 얼마 가지 않아서 탕진이 될 게 확실했다.

‘그래도 이건 지어야겠지.’

[카르바노그도 동의하지만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 명심할게.’

<제국 전사들을 위한 훈련용 탑>

‘…이건 넘어갈까??’

태현은 움찔했다.

최근에 ‘탑’ 관련해서 너무 사기를 많이 당했던 것이다.

가장 최근에 지었던 아키서스의 탑은 주변 풍경이 무슨 마계처럼 변해서 지나가는 플레이어들마다 ‘여기가 왕국이에요? 마계 온 줄’ 같은 말을 듣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탑에 속기 싫다!

<제국 전사들을 위한 훈련용 탑>

제국의 뛰어난 전사들은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이 탑은 초보자들이 어떻게 싸워야할지부터 시작해서 강한 적들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까지 가르쳐 줄 것입니다.

-건설 시 영지 내 NPC들의 전투 스킬들 상승.

-건설 시 영지 내 병사들의….

-…….

대도시 같은 곳에 보면 초보자들을 위한 이런 훈련용 탑들이 몇 개 있었다.

가서 싸우는 방법도 좀 배우고 기초 스킬들도 배우고 보상도 받고 하는 곳.

이런 것들이 있는 곳이 바로 초보자들한테 좋은 곳이었다.

…잘츠 왕국은 그딴 거 없었고.

‘이건 너무 무난하게 좋은 건물이라서 고민이군.’

너무 무난하게 좋은 건물이라 설치하면 플레이어들은 다들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이게 꼭 필요할까??

그냥 초보자들은 다른 도시에서 배우고 오면 안 되나?

‘끙. 버프까지 보면 이건 지어야 할 거 같군… 가격이 얼마지?’

[십만 골드가 필요합니다.]

‘진짜 싸군!’

건설 결정!

[카르바노그가 정신 차리라고 외칩니다!]

* * *

태현은 그 뒤로도 건물들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확 오는 건물들을 의외로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골짜기 자체가 생각보다 대단한 건물들을 많이 갖고 있었던 것이다.

‘<고대 제국의 마굿간>은 이미 <아키서스의 성스러운 동물원>이 있어서 대체 가능하지. 오히려 아키서스의 동물원이 나아. 괴수까지 데리고 있을 수 있으니까.’

[그게 좋은…?]

‘<제국 17 투기장>은 필요가 없지. <아키서스의 투기장>이 이미 있으니까. 그리고 없었어도 안 지었을 거야.’

[카르바노그가 동감합니다.]

‘<제국 중급 예술관>은 <아키서스의 예술관>이 있으니까 됐고, <제국 시민 재봉소>는 <황제의 재봉소>가 있으니까 됐고, <악마와 계약한 대장간>은 <악마의 대장간>이 있는데 굳이 필요 없겠지. <하급 악마 괴수 훈련소> 같은 건물은 왜 있는 거야?’

[카르바노그가 영지에 <아키서스의 전투악마 훈련소> 있다고 말…]

‘아니. 이런 게 있잖아?’

태현은 불리한 말은 무시하고 다음 건물로 넘어갔다.

<제국 ??학파 마탑>

제국은 가장 강력한 마법사들이 있었습니다. 그 마법사들이 세운 마탑들은 여러 개가 파괴되었지만 지금도 몇몇이 남아 강력한 마법을 전수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마탑은 관련된 기록이 훼손되었지만, 건설을 완료한다면 어떤 마탑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설 시 영지 내 모든 마법사들에게 추가….

-건설 시 영지 내 마법에 버프….

-…….

-…….

‘이건… 솔직히 탐난다.’

태현은 고민에 잠겼다.

왜냐하면 마탑은 골드만 있다고 지을 수 있는 건물이 아닌 것이다.

마법사 NPC들(그것도 매우 수준 높은)을 섭외하고, 재료 모으고, 골드 모으고, 제작 진행하고….

태현이 이제까지 골짜기에 화염학파 마탑만 설치해 놓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진짜 한 번 만들려면 다른 퀘스트들 다 멈추고 여기에 투자할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런데 골드로 한 번에 마탑을 추가할 수 있다니.

게다가 제국 시절 마탑이라면 그냥 일반 마탑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건설비용이….’

[백만 골드가 필요합니다.]

‘오! 지을 만하지 않나??]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이건 바로 지어야 한다고 외칩니다!!]

말려야 할 카르바노그도 가격을 보고 눈이 뒤집혔다.

이건 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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