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29화 (1,528/1,826)

§ 나는 될놈이다 1529화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원한다면 가져가라!

[왕국 백인대장이 매우 만족합니다!]

[백인대장의 사기가 크게 오릅니다!]

[왕국 병사들이 매우 만족합니다!]

[병사들의…]

척척척척-

받아가라고 했다고 진짜 머스킷을 받아가는 NPC들을 보며 태현은 씁쓸해했다.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치안만 떨어지지 마라.’

[카르바노그가 괜찮을 거라고 위로합니다.]

“넌 머스킷도 없니? 어떻게 아직 머스킷 한 정 구비 안 했니?”

“와! 머스킷 포션 한 병보다 싸다! 지금 기회라면….”

“미친놈들아 홍보하고 다니지 마!”

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탓했다.

받아갔으면 조용히 쓸 것이지 그걸 왜 자랑하고 있어!

* * *

[왕국의 기술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왕국의 기술력 등급이 오릅니다!]

[왕국의 기술력이 B+등급이 되었습니다.]

기술력: B+등급.

-왕국을 돌아다니는 모험가들이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장비들을 여럿 갖고 있습니다.

-왕국에 재능 있는 대장장이들과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대장간들이 있습니다.

-왕국을 지키는 병사들이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장비로 무장하고….

“…아직 부족하군.”

골짜기에 몰린 그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기계공학 장비를 제작해 줬는데도 왕국의 기술력은 A 등급을 찍지 못했다.

그만큼 A 등급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덕분에 재료는 어마어마하게 쌓였어요.”

이다비는 광장 뒤에 쌓여 있던 재료들을 정리하고 돌아왔다.

플레이어들이 바치고 간 덕분에 온갖 제작 재료들이 모인 것이다.

이 정도면 건설은 물론이고 대형 제작도 충분히 가능했다.

“후. 정말 이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왕국에 있는 도시들이랑 성 돌면서 폭탄 설치해야겠다.”

“…….”

이다비는 짠하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정말 하기 싫은 표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기 싫은데 꼭 하셔야 하나요?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지금 왕국 상태창 보면 플레이어, NPC한테 장비시켜주는 거는 이미 거의 꽉 찬 상태야. 도시나 성에 뭘 설치해야 하는데, 기계공학은….”

물론 말이 폭탄 설치였지, 실제로는 좀 더 다양한 작업이었다.

주변에 대포 깔아주고, 대포 밑에 폭탄 숨기고, 성벽 보강하고 개선하고, 성벽 밑에 폭탄 숨기고, 동상 세우고, 동상 밑에 폭탄 숨기고….

[카르바노그가 옛날 옛적에 한 왕이 미쳐서 자기 왕국에 불을 질러서 불태운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다고…]

‘…불길하게 그러지 마라.’

태현도 굳이 폭탄을 깔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커다란 폭탄만큼 기계공학 올리기 쉬운 것도 드문 것이다.

‘다른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절대 폭발시킬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폭탄을 만들어야겠군.’

* * *

스칼로 성.

아탈리 왕국의 영지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성이었다.

무려 <검은 갈퀴> 길드와 <나인테일> 길드가 공동 통치하는 성인 것이다.

아탈리 왕국의 영주들이 많진 않지만 이건 이거대로 특이한 경우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다른 통치자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태현이었다.

“어… 진짜 그냥 공짜로 해주겠다고?”

“그러면 돈을 받지.”

“아, 아니. 돈을 꼭 내고 싶다는 건 아니고.”

길드원들은 웅성거렸다.

태현이 찾아오더니 성벽 보수부터 시작해서 각종 방어 시설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무슨 생각이지?

-역시 김태현 정도 되면 왕국의 다른 플레이어들을 위해 이렇게 선행을 베푸는 거 아닐까요?

-소름 돋는 미친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

길마의 정색에 길드원들은 시무룩해졌다.

판온 1 때 태현을 만났던 길마는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 모습만 봐서 ‘힝 김태현 착한데’ 같은 반응을 보이는 길드원들과는 다른 철저함!

-아무리 김태현이 여기 성주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그냥 아무 대가도 없이 저걸 다 설치해 줄 리는 없는데.

-혹시 이 성에 무슨 문제 생긴 거 아닙니까? 악마나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 온다거나….

-…….

매우 현실성 넘치는 예측에 길마는 경악했다.

그… 그런?

-그게 진짜냐??

-저, 저희도 모르죠. 추측한 건데.

-아니. 맞게 추측한 것 같다. 그게 아니면 김태현이 저럴 이유가 없지.

-차라리 잘 된 거 아닙니까? 김태현 힘 빌려서 성 방어력 올리는 거니까.

-으음. 그렇긴 한데….

길마는 복잡한 눈빛으로 태현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김태현이 저렇게 굴어서 불안한가?’

길마는 작업하고 있는 태현에게 슬쩍 다가갔다.

“김태현. 여기에 어떤 보스 몬스터가 공격하려고 하는 거냐? 굶주린 혼돈 같은?”

“…뭔 소름 돋는 미친 개소리를 하고 있냐?”

“강하게 부정하는 걸 보니 정말인 모양이로군.”

길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알아서 납득하고 떠나버렸다. 태현은 망치를 던지려다가 말았다. 사람한테는 데미지가 안 들어갔으니까.

-김태현은 말할 생각이 없나 보군.

-걱정 마십시오. 길드원들한테 경계해놓으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보통 위험한 게 아닌 거 같다.

수군거리는 길드원들을 보며,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식들 설마 내가 폭탄 숨기고 있는 거 알아챈 건 아니겠지.’

* * *

그 후로도 태현은 아탈리 왕국의 도시들 중 영주들이 따로 있는 도시에 찾아갔다.

김태산이나 유 회장뿐만 아니라 여러 대형 길드들이 힘을 모아서 다스리고 있는 도시들이 남쪽에 여럿 있었던 것이다.

“어서 와라! 김태현! 여기 대장장이들 준비해놨어!”

슬슬 소문이 퍼진 탓에 길드들은 매우 친절했다.

-야. 왕국에 무슨 일이 나긴 나나 보다.

-그러고 보니 김태현이 골짜기에서 플레이어들 닥치는 대로 무장시키던데….

-병사 NPC들한테도 폭탄 쥐어주더라. 진짜 위험한 거 아니냐??

안 그래도 태현은 난이도 높은 퀘스트들만 골라 깨는 놈으로 악명이 높은 상태였다.

그런 태현이 저렇게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이건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미우나 고우나, 아탈리 왕국에 있는 성이나 도시를 다스리려면 왕국 국왕인 태현과 힘을 합쳐야 했다.

특히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더더욱.

“자자! 뭘 도와줄까?”

“아니… 도와줄 거 없는데. 방해되니까 비켜라.”

“그래! 자! 다들 비키자!”

“…….”

태현은 슬슬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길마놈들이 뭘 잘못 먹은 건가?

‘단체로 왜 이래? 미쳤나?’

평소처럼 ‘김태현…! 네가 판온 1에서 날린 내 재산을 떠올리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같은 말 대신 저렇게 살갑게 굴자 오히려 소름이 끼쳤다.

‘작업하는데 편하긴 한데.’

저렇게 협조를 해주면 태현 입장에서는 솔직히 편하긴 했다.

[<완벽한 거장의 대형 무쇠 대포>를 완성합니다!]

[성벽에 배치합니다!]

[폭탄을 설치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일차 작업을 끝낸 태현은 잠시 멈췄다. 재료 점검도 하고 폭탄 점검도 할 겸.

‘이런. 폭탄 다 썼군. 지금 새로 만들까.’

태현이 잘난 척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폭탄에 한해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판온에 태현만큼 폭탄에 능숙한 플레이어는 없을 거라고!

폭탄 제작, 폭탄 제작 응용, 폭탄 설치, 폭탄 심화 설치, 폭탄 화력 증폭 등등.

상황과 장소를 던져주면 태현은 1초 안에 가장 적합한 폭탄과 설치 방법을 떠올릴 자신이 있었다.

눈을 감아도 길이 보이는 경지랄까?

[카르바노그가 기분 나쁘다고 중얼거립니다.]

‘<사디크의 지옥 화염 폭탄>은 여기에 안 어울리겠군. <아키서스의 행운 파편 폭탄>은 그다지… 잘 쓰지는 않지만 역병 폭탄으로 가볼까?’

고민하던 태현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기껏 고대 제국 머스킷 복원으로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 제작법을 얻어놓고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뭐가 나왔지?’

이 장난감 비전 스킬은 귀여운 이름과 달리, 하나하나가 꽉 차 있고 알찬 스킬이었다.

괜히 이름에 ‘비전’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닌 것!

<제국 은신 광선 장난감>이나 <제국 축소 광선 장난감> 같은 걸출한 장난감들이 나온 만큼 태현이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 토끼 광선 장난감>

광선을 뿜는 토끼 모양의 장난감입니다.

“…???”

[???]

태현은 순간 눈을 의심했다.

‘내가 뭘 잘못 읽었나?’

처음에는 ‘토끼로 변신시키는 광선을 뿜는’인 줄 알았다.

그거라면 좀 황당하긴 해도 납득이 안 가진 않았으니까.

무려 카르바노그의 권능 중 하나 아닌가. 그걸 장난감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대단한 게 맞았다.

…정말 쓸모 있는지는 둘째 치고.

그런데 아니었다.

그냥 광선을 뿜는 토끼 모양의 장난감!

설명만 읽어서는 도저히 무슨 장난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만들어서 직접 알아보라는 건가?’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 스킬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장난감 하나 제작할 때도 온갖 희귀 재료가 잔뜩 들어갔다.

왕국의 힘을 쓸 수 있는 태현도 고민하고 조심해야 할 정도이니….

그런데 그렇게 만든 장난감이 정말 쓸모없는 아이템이라면, 정신적으로 타격이 클 것 같았다.

‘설마 진짜 토끼 장난감은… 아니겠지.’

원래 이런 건 궁금해하는 사람이 지는 거였다.

태현은 제작법을 읽고 재료를 모아서 부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작에…]

[……]

[……]

[……]

[<제국 토끼 광선 장난감>이 완성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기껏해야 손바닥 정도 크기의 작은 장난감.

태현은 장난감을 켰다.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토끼가 뽈뽈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지. 진짜 이게 다는 아니겠지.”

토끼 장난감은 앞으로 광선을 쏘아냈다.

태현은 살짝 기대했다.

저 광선에 뭔가 비밀이?

그러나 광선에는 딱히 뭐가 없었다.

토끼 장난감은 쏘아낸 광선을 따라 걸어갔다.

[카르바노그는 자기가 괜히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아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지. 스킬 이름만 믿고 무작정 믿은 내 실수다.’

태현은 반성했다.

스킬 이름에 넘어가다니.

가끔 그럴듯한 스킬도 뒤통수를 칠 때가 있는 게 판온인데!

‘안일했어. 그냥 설명만 보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이런 멍청한 짓을 하다니… 응?’

태현은 고개를 들었다.

저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토끼 장난감의 색이 변했던 것이다.

붉게 달아오른 토끼 장난감.

그 모습에 태현은 갑자기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깨달았다.

“잠….”

꽈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 * *

“김태현이 작업 다 했으려나?”

“아마 지금쯤 다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 자식이 진짜 얄밉긴 해도 이럴 때 도움은 된단 말이지. 생각해 보니 오히려 대단한 거 아니냐? 김태현 같은 랭커를 골드 한 푼 안 주고 부려먹고 있잖아.”

“하하하하! 역시 길마님이십니다!”

길드원들은 화기애애하게 떠들었다.

고생이야 태현이 하고 있고, 돈도 안 받는 만큼 생각해 보니 이득이었던 것이다.

꽈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

“…….”

그리고 그때 성벽 쪽에서 거대한 버섯구름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길드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공, 공, 공격이 시작됐나 봅니다!!”

“진짜 공격이 들어올 줄이야…! 길드원들 다 불러라!! 대체 무슨 몬스터가 왔길래!?”

길드원들은 허겁지겁 달려갔다. 어찌나 화력이 셌는지 성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김태현!! 적은 어디 있냐!? 적은 어디 있지!?”

“어떤 적이야! 악마인가? 악마면 어떤 악마지!?”

그 반응에 태현은 거짓말을 할까 아주 살짝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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