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27화 (1,526/1,826)

§ 나는 될놈이다 1527화

“장비요?”

태현의 말을 들은 플레이어는 눈을 끔뻑거렸다.

‘기계공학에 장비도 있어요?’라는 표정이었다.

“…장비도 있어….”

“진짜요?”

“…….”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오죽 폭탄만 만들어서 뿌렸으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기계공학 스킬? 아… 그거… 그거지? 폭탄 만드는 스킬!’로 알고 있을까.

물론 자기 스킬 아니면 관심 없는 게 판온이긴 했다지만….

“잘 생각해 봐. 나나 케인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그거 기계공학 스킬로 만든 탈것이잖아.”

“그게 기계공학 스킬이었습니까!?”

“…시끄럽고, 필요한 장비나 말하도록.”

태현의 말에 플레이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번 터뜨리면 주변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주십시오!”

“…….”

태현이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플레이어는 꿋꿋했다.

“그건 그냥 폭탄이 낫지 않나?”

“아닙니다.”

플레이어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일단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만드는 폭탄은 아무래도 아직 좀 불안정한 부분들이 있었다.

물론 가브리엘 같은 기계공학 대장장이 랭커쯤 되면, 스킬 하나 없는 플레이어가 폭탄을 다뤄도 불발율이 거의 없을 정도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그런 폭탄만 팔지 않았다.

-가브리엘 님. 플레이어들이 자꾸 잘 만들어진 폭탄만 사니, 새로 기계공학을 배우는 대장장이들의 아이템은 팔릴 기회가 없습니다.

-으음!

-어떻게 할까요?

-섞어서 팔자!

-과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폭탄 세일>이라고 크게 써서 붙인 다음 가격을 할인했다.

그렇게 많이 필요 없었지만 할인을 하면 구경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슬쩍슬쩍 찾아왔다.

-정말 할인합니까?

-예.

-…어, 근데 폭탄은 왜 없어요?

-하하. 폭탄은 안에 쌓아놨습니다. 원하시는 거 이름만 말해주시면 갖고 나오겠습니다.

-아니, 보고 사야….

-안 됩니다.

-!?

무슨 폭탄 걸리는지도 랜덤이야!?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다 미안해지는군.’

태현은 양심이 아파오는 걸 느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을 탄생시킨 게 태현의 가장 나쁜 짓 아닐까?

“하지만 한 번 터뜨리면 주변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는 장비 같은 건 만들기가 힘들 텐데.”

태현은 현실적으로 접근했다.

폭탄이야 서로 죽겠다는 결심을 하고, 폭탄 자체가 일회용이니까 그 효과가 나오는 거였다.

계속 붙잡고 휘두르는 장비에서 그런 걸 원하는 건 조금….

“이런 건 어떻습니까? 예전에 태현 님께서 창 끝에 폭탄 다셨던 거 있잖습니까.”

“<폭탄이 달린 미치광이의 강철 창>? …잠깐. 그거 기계공학 장비잖아. 왜 모르는 척을 했지?”

“그게 기계공학 장비였습니까!?”

“…….”

“그냥 창에 폭탄 매다신 줄….”

더 말할수록 슬퍼지기만 하는 기계공학의 위치!

태현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저 창 생각보다 쓰기 까다로워. 레벨 높고 창술 스킬 높아야 간신히 통제 가능할걸. 매번 폭탄 재장전해 줘야 하고, 한 번 찌르면 폭발 일어나서 자기까지 휩쓸린다고.”

“괜찮습니다. 어차피 매번 쓰려는 게 아니라 호신용이니까요. 오히려 좋습니다!”

“…그, 그래. 좋다니 뭐 알겠다.”

상대가 좋다니 태현도 더 이상 말릴 이유가 없었다.

‘상대 레벨에 맞추고, 스탯에도 맞춰야 하고… 재료 견적을 내보면….’

판온 1에서 많이 했던 만큼, 상대한테 견적 받아서 아이템을 만드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레벨, 스탯, 직업 정도 들은 다음 거기에 맞춰서 제한을 거는 것이다.

이럴 때 중요한 건 너무 좋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대장장이 욕심 때문에 좋게 만들었다가는 ‘방망이 깎던 노인’ 꼴이 날 수 있었다.

-아, 더 깎지 않아도 되니까 그만주십시오!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자. 다 됐네!

-…레벨 제한 때문에 착용 못하잖아요!!

[<숙련된 모험가를 위한 호신용 폭탄창>을 제작합니다!]

땅, 땅, 땅, 땅-

제작만으로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많은 대장장이 랭커들이 개인 방송도 같이 진행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지루해하는 게 바로 이 제작 과정인 것이다.

처음에야 신기하지만 두세 번 보면 다 비슷비슷하고,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이나 ‘우오오옷!!! 저 컨트롤을 봐!! 봤냐!? 저게 얼마나 대단한 거지!?’ 하고 떠드는 게 보통.

그러나 태현은 달랐다.

제작만으로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땅땅땅땅땅-!

태현은 미친 듯이 빠르게 고대의 망치를 휘두르며 리듬감 있게 넘긴 다음, 숨도 쉬지 않고 대장간에 있는 찬물에 담그고, 옆에 있는 화로의 불을 발로 차서 켰다.

다른 대장장이 플레이어들과 차원이 다른 속도!

[드워프 대장간의…]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당신을 돕습니다!]

[화염의 힘이…]

[……]

[……]

“다 됐다. 가지고 가도록!”

“감, 감사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플레이어는 감탄했다.

이 정도로 빠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조금 더 내고 가야지.’

원래 정해진 양만큼 재료를 바치고 가면 됐지만, 저렇게 빠르게 만들어줬는데 그냥 갈 수는 없었다.

플레이어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조금 더 재료를 냈다.

“잠깐.”

“!”

플레이어는 태현이 부르자 멈칫했다.

설마 방금 더 낸 걸 보고 부른 건가?

-난 정해진 양만큼 받는다. 더 받을 순 없어.

…같은 말을 하려고?

‘역시…! 김태현 같은 대장장이는 달라도 확실히 달라! 양심없는 놈들도 많은데!’

“괜찮습니다! 제가 더 드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요!”

“무슨 소리야? 폭탄 가져가라고. 안에 장착해. 다 쓰면 알아서 구하고.”

“…아, 네.”

* * *

“저도 저 창 가능한가요?”

“저도….”

“원래 다른 거 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저게 더 좋아 보입니다.”

맨 처음 플레이어가 스타트를 이상하게 끊은 덕분에, 뒤에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

험난한 판온에, 자폭을 각오하더라도 호신용 무기 하나 정도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원래는 사륜 오토바이 같은 탈것을 만들고 싶었는데….”

“재료만 있으면 상관없지. 부탁해!”

“아닙니다. 저도 창 만들고 싶어요!”

“젠장.”

태현은 혀를 찼다.

태현 입장에서도 폭탄창보다는 사륜 오토바이 같은 대형 탈것이 더 좋았다.

재료도 많이 나오고, 아직 안 만든 아이템인 만큼 태현 스킬도 좀 더 오를뿐더러,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술력에도 더 보너스가 들어갔다.

근데 사람들이 갑자기 유행을 탔는지 폭탄창만 다 찾고 있으니….

“뭐야. 저 사람도 폭탄창이야?”

“폭탄창이 그렇게 좋은가? 잘 모르겠는데 폭탄창 해봐야겠다.”

“나도 바꿔야지.”

“…….”

태현은 바람잡이를 넣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다음. 그쪽도 폭탄창인가?”

“아닙니다.”

“오…! 뭐지?”

“저는 폭탄총을 원합니다!”

“…….”

근거리 전투가 가능한 직업들은 폭탄창을 받아갔지만, 원거리 직업들은 달랐다.

“머스킷인데 폭탄을 장전해서 발사하는 겁니다. 저도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있어서 나름 구상을 해봤는데….”

“미친 소리 같은데….”

태현은 황당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태현도 머스킷 계열 무기를 쓴 적이 있어서 잘 알았다.

한 마디로 화승총!

쇳덩이를 탄환으로 써서 안에 집어넣고, 화약도 집어넣은 다음 방아쇠를 당겨서 발사하는 만큼 재장전은 활이나 석궁보다 느렸다.

물론 데미지는 셌지만, 단점이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보통 머스킷은 대장장이 직업들이 호신용으로 자주 썼다.

원거리 공격이 되는 만큼 쓰기 좋았고, 대장장이 기술 스킬 버프가 들어갔고….

“이게 안에서 화약 터뜨려서 총알 발사하는 무기인데 탄환을 폭탄으로 쓰면 발사하다가 폭발하지 않나?”

“예. 저도 그 문제 때문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오. 그래서 답이 나왔나?”

태현은 반색했다.

상대가 저러는 걸 보니까 뭔가 생각이 있나 싶었던 것이다.

특수한 제작 스킬이나 제작법이나 재료를 찾은 건가?

“아뇨, 저는 못 찾았는데 태현 님이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갖고 왔….”

[제작법을 얻었습니다!]

“…….”

“그, 실패하셔도 되니까 한 번만 시도해 주시면….”

“…뭐, 해보는 건 상관없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말도록.”

태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은 현실적이어야 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걸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제작법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작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제작법을 만든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뛰어납니다! 제작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제작…]

“!?”

태현은 제작법이 생각보다 퀄리티 높아서 당황했다.

뭐야?

“대장장이 랭커였나?”

“예.”

“아니….”

태현은 ‘대장장이 랭커가 왜 이딴 쓸데없는 제작을 시도해?’라고 물으려다가 말았다.

원래 사람은 누구나 바보같은 짓을 할 때가 있지 않은가.

태현도 기자들한테 인터뷰 받을 때 ‘케인 같이 집안일도 안 하는 선수는 왜 안 쫓아내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냥 안 쫓아내는 거지 뭐!

“나디르라고 합니다. 대장장이 길드 <제자일> 길마인데 혹시 아시는지….”

이다비가 옆에서 귓속말을 했다.

-대장장이 길드 중에서 꽤 유명한 길드에요.

-…그런 곳 길마가 저런 제작법에 매달리고 있는 게 이해가 잘 안 가는데.

“아. 혹시 직업 퀘스트인건가?”

“…아, 아니요.”

“진짜?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데.”

“그게 아니라….”

나디르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 취미입니다.”

“…응?”

“예전부터 판온에서 머스킷을 쏘면서 싸워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게 한계가 너무 명확해서….”

“…….”

모든 플레이어들이 강해지기 위해서 최적화를 하는 건 아니었다.

가끔은 컨셉에 맞추는 사람도 있는 법!

나디르가 바로 그랬다.

대장장이 직업인만큼 사격 스킬도 형편없었고, 결국 답은 머스킷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었다.

“역, 역시 너무 멍청한 짓일까요?”

“아니.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

태현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

뭐야, 컨셉 플레이였구나!

‘그런 거라면야 이해가 가지.’

태현 본인도 그런 쪽에 매우 관대하지 않았던가.

“랭커면 같이 만들지?”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제작을 시작합니다!]

[소형 폭탄을 총알로 사용합니다! 위험한 시도에 페널티가 크게 붙습니다!]

[재장전 속도가 느려집니다!]

[폭발 확률이 올라갑니다!]

[……]

[……]

“…….”

나디르는 곤란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시작 메시지부터 이렇게 뜨면 도중에 [실패합니다!]라고 뜰 확률이 더 높아지는데….

“아. 괜찮아. 괜찮아. 안 죽어.”

“예?”

“보니까 갑옷 방어력은 괜찮아 보이는데… 혹시 모르니까 포션 좀 먹으라고. 몇 번 터지더라도 괜찮게.”

“…….”

태현의 말에 나디르는 할 말을 잃었다.

어, 어라?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이렇게 목숨 걸고 만드는 거였나??

[<기계공학 장비 제작> 스킬이 실패합니다!]

[폭발합니다!]

“크아아악!”

[회피에 성공합니다!]

“이런. 실패했군. 다시 들어가자고. 옆에 좀 붙잡아봐.”

“…….”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태현의 모습에 나디르는 경악했다.

그리고는 감동했다.

‘이 정도는 해야 대장장이 랭커로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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