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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21화 (1,520/1,826)

§ 나는 될놈이다 1521화

이다비는 어떻게든 돈을 많이 쓰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발버둥쳤지만, 마을에서 받지 않는다는데 줄 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태현은 다시 한번 주변을 확인했다.

‘묘하군. 낯이 익어.’

[새로운 건축물을 발견했습니다!]

[고대 제국의 방식으로 건설된 통로와 벽, 천장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건축 스킬이…]

[……]

‘…나 건축 스킬이 쓸데없이 높은 거 같은데.’

고급 건축 7 (45%).

전문 건축가가 아닌데 고급 이상 찍은 경우는 정말 드문 편이었다.

물론 태현이 골짜기에 있는 여러 건물들과 시설들을 지휘해서 건설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카르바노그가 화신이 이상할 정도로 고대 제국 건물들을 많이 봤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그것도 평범한 건물들이 아니라 특이한 건물들만.

그러다 보니 건축 스킬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정작 건축 관련된 스킬은 거의 없는데 건축 스킬만 오르고 있군.’

있어서 나쁠 건 없다지만, 온갖 스킬을 다 키우는 태현 입장에서도 이건 좀 특이한 경우였다.

스킬을 키우려면 보통 관련 스킬들도 여러 개 얻고 같이 오르는데 얘는 왜….

“확실히 여기가 평범한 곳은 아닌 것 같아.”

“일단 고래 뱃속에 마을이 있는 것부터가 평범하진 않죠.”

이다비도 동의했다.

처음에 고래가 삼켰을 때만 해도 무슨 던전이 나올지 걱정했었는데, 고래 뱃속은 의외로 사람의 손이 많이 닿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는 곳곳에 고대 제국 시절 건축물들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입구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태현은 마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간단한 나무 울타리 정도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냥 울타리만 뛰어넘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저걸 그대로 뛰어넘는 놈은 케인 정도지.’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저렇게 당당하면 노골적으로 수상하기 마련.

그냥 돌격할 수는 없었다.

“김태현 선수!”

“?”

뒤에서 몇 명이 새로 나타났다.

보아하니 아까 입장하면서 흩어진 플레이어들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아… 암흑 마법사, 오한구 맞나?”

“…김연지입니다.”

상대 마법사 랭커, 김연지는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얼굴에 오한구란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로?

“미안하군.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

김연지는 욕하려다가 참았다.

‘세상에, 뭐 이런 사람이…?’

김연지는 개인적으로 김태현의 팬이었다.

판온에서 맞은 적 없는 데다가 판온 리그를 좋아하는 팬이면 김태현의 팬이 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팀 KL도 좋아하는 만큼 이번 퀘스트가 기대되었던 게 사실!

-이번에 너무 활약해서 김태현하고 친해지면 어떡하지?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로또 당첨되면 세금 낼 걱정 때문에 요즘 잠을 못 자는데요.

-아니. 솔직히 김연지 님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긴 해. 실력도 그렇고 인기도 있잖아.

-지나치게 과한 자신감도 있….

-쉿. 조용히 해 인마.

어딜 가든 간에 랭커들 비위는 맞춰주는 게 좋았다.

김연지가 성격 나쁜 랭커는 아니었지만 옆에서 ‘김연지 님, 제가 보기에 김태현 선수가 뭐가 아쉽다고 김연지 님하고 친해지겠습니까? 김태현 선수는 이미 챙겨야 할 선수들만 여럿인데 거기에 한 명 더 늘면…’ 같은 소리를 해서 좋을 게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김연지는 인기가 좋았다.

실력이나 외모 중 하나만 뛰어나도 인기가 있는데 둘 다 갖고 있으면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다.

물론 김연지 본인은 있던 팬심도 절반쯤 사라졌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말해보시죠?”

까칠한 김연지의 목소리에, 태현은 이다비에게 말했다.

“상대가 날 싫어하는 거 같은데.”

“아마 태현 님한테 당한 랭커 중 한 명 아닐까요?”

이다비의 말에 태현은 반성하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건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미다스 길드는 왜 그런 랭커를 도와준다고 보낸 거야?”

“그야… 랭커들 숫자는 한정되어 있을 테니까요….”

“…….”

태현은 다시 한번 할 말을 잃었다.

이제까지 쌓은 악연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후. 어쩔 수 없지.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줘야겠다.”

“평소랑은 다르시네요?”

“그야 이번 퀘스트 깨는 동안은 도움이 필요하니까.”

“…….”

너무 현실적인 이유에 이다비는 뭐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하긴 상대가 이미 원한 있는데 화해해 봤자 뭐하겠는가.

“그러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김연지 플레이어의 정보를 드릴 테니 그걸로 칭찬을 해보세요.”

“아. 고마워.”

태현은 이다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확실히 쓸 만한 거 같았다.

-일단 김연지 플레이어는 환상 계열 마법을 주로 써요.

“김연지 랭커의 이름은 사실 많이 들었지. 환상 마법을 그렇게 잘 쓴다고.”

“…….”

팔짱 끼고 고개 돌리고 있던 김연지가 그 말에 멈칫했다.

-그리고 개인 방송을 하는데 인기가 좋아요.

“개인 방송도 정말 인기가 있던데.”

“…혹시 봤나요?”

김연지가 살짝 기대 섞인 눈빛으로 물었다. 태현은 당황하지 않고 받아쳤다.

“당연히 봤지.”

-태현 님…! 제가 귓속말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과감하신 거 아니에요!?

-여기서 안 봤다고 하면 더 이상하잖아.

“그러면 제가 팀 KL에서 누굴 가장 좋아하는지도 알고 계시겠네요?”

-이다비. 누구야?

-이런 건 바로 안 나와요!

이다비는 바로 답을 주지 못했다. 태현은 여기서 망설였다가는 더 역효과가 날 거라는 걸 깨달았다.

“케인인가?”

“…….”

이다비는 경악했다.

하필 골라도 왜…?

“아하하하하! 진짜 방송을 봤네요!”

“…?”

이다비는 황당해했다.

아니 진짜 케인을 가장 좋아해?

‘특이한 취향이신가…?’

“저번 방송에서 벌칙으로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김태현 선수에서 케인 선수로 바꾸는 걸 했었는데. 진짜 본 게 맞았군요.”

“물론이지. 얼마나 유명한데. 오ㅎ… 김연지 랭커가.”

-태현 님 방금 오한구라고 하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솔직히 미다스 길드 애들 헷갈린다고. 다들 비슷한 장비 입고 있어서 더 헷갈려.

-…!!

이다비는 경악했다.

‘이 사람… 사람을 지금 장비로 구분하고 있어…!’

오한구도, 김연지도 둘 다 미다스 길드 재봉사가 만든 랭커용 마법사 로브와 모자를 입고 있었다.

지금 그걸 보고 둘을 헷갈렸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간에 태현의 말로 인해 분위기는 다시 훈훈해졌다.

김연지는 앞에 있는 마을을 발견하고 말했다.

“편하게 말해도 되죠? 김태현 선수. 이 정도 마을이면 그냥 날아서 들어가도 될 거 같은데?”

“어… 그래주려고?”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잘 설득한 다음 달래고 달래서 벽 한 번 넘어보라고 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먼저 저렇게 나서주니 좀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뭐지? 함정인가?

“이럴 때 마법사가 나서야지. 잘 보고 있어 봐요.”

김연지는 으스대며 길드원들과 함께 앞에 섰다.

그러고는 비행 마법을 써서 붕 날았다.

쾅!

[고대 제국의 결계가 침입자를 쫓아냅니다!]

굉음과 함께 김연지와 길드원들이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태현은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군. 죽는 정도는 아니고 저렇게 튕겨내는 정도인가.”

“말렸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두 번째는 말려주자.”

태현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마을 입구로 다시 접근했다.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입장할 수 없습니다.]

“무슨 대가가 필요하지?”

[마을의 입구가 당신을 평가합니다.]

[대가가 정해집니다.]

[대가는 <행운>입니다.]

“…헉. 얼마나 많이 가져가주지? 한 절반은 가져가도 될 것 같….”

[행운이 100 감소합니다.]

“…….”

태현은 정색했다.

100 감소해 봤자 지금 행운이 10,000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에 쓰라고…!

* * *

“김연지 님. 김태현 선수가 우릴 속인 거 아닐까요?”

“우리가 먼저 들어가자고 했는데 뭔 소리야?”

“말리지도 않았고 약간 기다리는 거 같았는데….”

“아니라니까. 김태현 선수는 내 팬이야. 그런 짓을 할 리 없어.”

“…….”

길드원은 ‘김태현 선수가 시간이 남아돌지 않으면 김연지 님 개인방송을 볼 거 같진 않은데요…’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말했다가는 한 대 맞을 테니까.

“여기 문 열어놨다. 빨리들 오라고.”

“저것 봐. 나 오기 전까지 문도 열어놨잖아.”

“그냥 자기들이 들어가려고 열어놓은 것 같…?”

[<창자 마을>에 입장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

아까와의 결계와는 반대로, <창자 마을>의 모습은 매우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 당황스러울 정도!

‘고대 제국 관련 마을이면 좀 더 뭔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새로운 손님이 오셨군요!

“!”

[!]

앞에서 달려오는 마을 사람의 모습에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같이 경악했다.

놀랍게도 그건….

악마였던 것이다.

챙!

일행이 바로 무기를 뽑자 마을 사람, 아니 마을 악마는 당황하지 않고 외쳤다.

-진정하십시오! 저는 여러분들의 적이 아닙니다!

“악마가 지금 마을에 있는데 그걸 믿으라고?”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제 말을 들으신다면 납득하실 겁니다. 사실 저는 옛 제국 황실과의 계약으로 여기 묶여 있는 악마입니다. 인간에게 부려먹혀지는 악마의 존재가 믿기 힘드실 걸 압니다만….

“아. 그런 거군. 그런 거라면야.”

-?!?!?

마을 악마는 당황했다.

새로 찾아온 모험가가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납득했던 것이다.

뭐지…?

-설명을 더 안 해도 되겠습니까?

“제국의 유산을 지키는 종족은 오래 살아야 하는 종족이니 만큼 평범한 종족이 맡을 수는 없을 것이고, 악마나 정령, 골렘이나 키메라 같은 종족들한테 맡겨 놓은 것 아닌가?”

-!!!

[이름 없는 마을 악마가 당신의 통찰력에 감탄합니다!]

[당신을 평가합니다.]

[창자 마을 내 평판이 오릅니다!]

‘뭐지?’

태현은 의아해했다.

마치 마을 악마가 태현을 평가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대 제국의 유산-고대 제국 퀘스트>

고대 제국은 자신들의 세상이 멸망할 때를 대비해 이런저런 방법으로 유산들을 남겨 놓았다.

사나운 바다 깊숙한 곳에 머물고 있는 고래와 그 고래 뱃속에 있는 유산 또한 그 방법 중 하나.

당신은 성공적으로 유산을 찾아 고래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고래 안의 마을들을 돌며 시험을 통과하고 인정을 받아라!

각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는 심사관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보상: ?, ???, ???

“…!”

아니나 다를까 퀘스트가 떴다.

태현이 어느 위치로 떨어진 건진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마을을 하나씩 통과하면서 높은 평판을 얻어야 하는 게 분명했다.

‘잠깐만… 이거 스미스나 미다스 길드가 먼저 가면 위험한데.’

태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서로 흩어진 탓에 계획이 꼬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귀찮아진다!

태현이 퀘스트를 고민하고 있는 동안, 김연지는 악마에게 물었다.

“저기. 더 말해줄 거 없어?”

-혹시 아까 날아오려다가 결계 때문에 저 멀리 날아가신 모험가 분 아니십니까?

“맞아. 너희 때문에 얼마나 귀찮았다고.”

그 말에 마을 악마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험가 님께서는 그냥 원하시는 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마을 관광을 즐기시는 건 어떻습니까?

“뭐야? 왜 이렇게 친절해?”

“…….”

그 반응에 태현은 깨달았다.

‘…그거 하나에 벌써 탈락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격한 난이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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