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17화 (1,516/1,826)

§ 나는 될놈이다 1517화

카르바노그는 질색했지만 필요한 일이긴 했다.

여기 있는 대상인들을 하나하나 설득해가며 퀘스트를 다 깰 수는 없는 것이다.

워낙 쌓은 업적이 많고 깬 퀘스트가 많아서 쉽게 통과했다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이다비 말만 들어도 여기 NPC들이 까다롭다는 게 느껴지지.’

가능한 스미스가 갖고 있는지도 정보를 빼 와야 했다.

“스미스. 같이 퀘스트를 깨지 않겠나?”

“…!”

“너도 짐작하고 있겠지. 나도 여기서 퀘스트를 깨고 있었다.”

“역시….”

스미스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태현과 이다비가 이 도시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태현 정도 되는 랭커가 움직일 때는 이유가 있는 법.

하지만 정말 똑같은 퀘스트일 줄은 몰랐다.

“김태현 선수도 방패를 노리고 있었습니까.”

“아니. 나도 방패를 노렸다면 같이 협력하자고 하지 않았겠지. 내가 노리는 건 검이다.”

“!!”

이다비는 감탄했다.

‘역시 태현 님이야. 능수능란하게 스미스와 다른 랭커들의 경계심을 풀고 있어.’

퀘스트는 몬스터를 잡는 것만이 퀘스트가 아니었다.

퀘스트를 받고 플레이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가 퀘스트.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태현은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상대의 방심을 끌어내기 위해서!

게다가 저 거짓말이 그럴듯했다.

‘나는 방패에 욕심이 없어’, ‘나는 제국의 유산에 관심이 있어’라고 말했다면 둘 다 문제였을 것이다.

방패에 욕심이 없다고 하면 스미스와 랭커들이 절대로 믿지 않았을 테니까.

-김태현 선수. 그런 거짓말을 하다니… 제가 쑤닝으로 보입니까? 그딴 하찮은 거짓말이 통할 호구로 보이냐 이 말입니다.

-김태현 선수가 퀘스트 보상에 욕심이 없다는 말을 믿느니 차라리 케인 선수가 팀 KL의 새 주장이 되었다는 말을 믿겠습니다.

그리고 제국의 다른 유산이 있다고 말한다면?

스미스도 만만찮게 미친놈인 만큼 그 유산도 노릴 가능성이 높았다.

-김태현 선수. 미안합니다. 길드 동맹을 상대하기 위해 그 골드가 필요합니다. 나중에 갚겠습니다. 판온 3이 생기면….

하지만 검이 있다고 말하면 상대가 믿고 방심할 수밖에 없었다. 방패와 어울리는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있었다.

…지금 태현이 갖고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 입장에서는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

만약 스미스가 검을 탐내더라도 찾을 방법은 없었다.

“역시… 평범한 보상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검도 그곳에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넘어왔다.’

‘넘어왔네요.’

스미스는 속을 수밖에 없었다.

고대 제국 관련해서는 훨씬 더 많은 정보와 많은 퀘스트를 깨온 태현인 것이다.

이런 승부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좋습니다! 김태현 선수라면 같이 하기 부족함이 없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잘 부탁한다.”

태현과 스미스는 악수했다.

스미스는 태현에게 물었다.

“이 사진 SNS에 올려도 됩니까?”

“…상관없긴 한데.”

스미스가 퀘스트 정보 흘릴 정도로 멍청한 사람도 아니었고, 알아서 잘 정리해서 올릴 것이다.

별문제는 없었다.

그냥 좀 기분이 나쁠 뿐!

‘사람들이 스미스하고 친하다고 생각하면 좀 기분이 나쁠 거 같군.’

* * *

팬들이 ‘제발 케인 집안일 하는 영상이라도 올려주세요’라고 호소하는 팀 KL 계정과 달리, 대형 게임단 계정들은 활발하게 행동했다.

기본적으로 투자받고 홍보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선수들을 굴려서라도 화제를 뽑아내야 하는 것이다.

-뉴욕 라이온즈 일일 대회. 팬들을 초대해서 행사를….

└와. 정말 재밌었어!

└뉴욕 라이온즈는 이런 행사를 자주 열어서 좋아. 팬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는 게임단이라고.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모여서 여행을….

└여긴 중국인가? 왜 중국 같은 곳에 여행을? 볼 것도 없고 형편없잖아.

└한국이야. 멍청한 놈아.

└다시 보니 아주 훌륭하고 고풍스럽군. 이게 아시아의 신비인가?

-유명 스타를 초대해서 같이 판온을 해보았습니다.

└저 가수는 판온에서 더 노래를 잘 부르는 거 같다?

└얼마나 유명하든 간에 판온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자기 노래 이야기만 하면 재미없다고. 왜 부르는 거야?

하지만 이런 화제들을 만들어내는 입장에서는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팬들은 매번 재밌는 걸 기대하는데, 바쁜 선수들을 데리고 빠듯하게 시간을 쪼개서 컨텐츠를 만드는데 매번 재밌기 힘들었다.

그리고 선수들로만 뭔가 하는 건 팬들은 좋아해도 화제성은 약했다.

행사를 열고 스타들을 초대하는 데에는 어떻게든 화제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있는 것이다.

뉴스에 나오고 세상 사람들이 떠들어대야, 뉴욕 라이온즈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찾아보면서 팬이 늘지 않겠는가.

그러나 팬들은 판온을 잘 모르는 스타들이 나와서 떠드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뉴욕 라이온즈 홍보팀 입장에서는 더더욱 골치가 아프고 괴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

-이번에는 뭘 해볼까요?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아예 음반을 내보는 게?

-관둬. 저번에 같이 음악 쪽 컨텐츠했다가 반응이 별로였어.

-여행이나 보냅시다. 여행 괜찮던데.

-새 선수 영입하고 그거 관련으로 찍어보는 건?

-지금 어떻게 새 선수를….

그러나 그런 고민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김태현 선수와 사진 한 번 찍어… 봅니다^^

└???

└뉴욕 라이온즈에 혹시 한국 직원 있나? 나이 많은?

└아니. 스미스가 직접 한국어로 써서 올린 거 같은데. 어디서 한국어를 배운 거야?

영어와 한국어 둘 다 써서 올린 게시물에 한국 팬들은 혼란스러워했지만, 다른 나라 팬들은 좀 더 중요한 것에 집중했다.

-말도 안 돼! 김태현이잖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어. 저번 전설 퀘스트도 아닌데 같이 사진을 찍다니.

-혹시 뉴욕 라이온즈에서 김태현을 영입하는 거 아닌가?

-그게 몇 번이나 나온 루머인데 아직도 그걸 믿나? 팀 KL이 예전처럼 작은 아마추어도 아니고 그런 게임단을 버리고 뉴욕 라이온즈에 들어갈 리가 없잖아.

-세상에 불가능은 없지.

-맞아. 돈만 있으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 그리고 김태현이 팀 KL 소유하고 있다지만 꼭 팀 KL에서 뛰어야 하진 않잖아?

-다른 팀에서 뛰는 구단주가 있다??

-쓸데없는 헛소문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둘이 친한가 봐.

-선의의 라이벌인 거군.

-그렇게 경쟁을 했는데도 저렇게 사이가 좋다니. 그만큼 서로를 인정하니까 가능한 거지.

이런저런 소문들과 별개로, 사이가 좋은 건 확실해 보였다.

그런 대형 퀘스트가 끝나고 나서도 저렇게 같이 퀘스트를 하다니.

뉴욕 라이온즈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단 팬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왜 우리 게임단한테는 안 오는 거지? 김태현은 너무 한국인만 편애하는 것 아닌가?

-미친놈아. 김태현은 한국인이잖아.

-그리고 뉴욕 라이온즈는 미국 게임단이고! 니들이 인기가 없어서 그런 거지!

-뭘 하든 상관없으니, 김태현 제발 뉴욕 라이온즈에만 들어가지 마라.

-차라리 김태현이 뉴욕 라이온즈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나? 강팀 중 하나는 사라지잖아.

-뉴욕 라이온즈가 1위 하는 걸 보느니 팀 KL이 1위 하는 걸 보겠다!

-진짜 부럽긴 하다.

가지각색의 반응들.

각자 달랐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미친 듯이 뜨겁다!

‘아니. 비싼 돈 들여서 행사 열고 대회 하고 사람 불렀는데 김태현하고 사진 한 번 찍은 것보다 반응이 약하면….’

‘좋긴 좋은데 기분이 복잡하군.’

‘이래도 되나??’

홍보팀 입장에서는 좋으면서도 씁쓸했다.

…그리고 길드 동맹나 미다스 길드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저 자식들 왜 같이 사진 찍냐?!?”

무슨 옛 애인 SNS 뒤져서 사진 올라오나 안 올라오나 기다리는 사람 같은 반응.

주변에서 보면 좀 웃기긴 했지만, 당사자들은 매우 진지했다.

지금 스미스는 오스턴 왕국의 북부를 점령하고 사납게 세력을 불리고 있는 우두머리.

그리고 태현은 오스턴 왕국 남쪽의 왕국을 점령하고 있는 국왕.

이 둘이 손을 잡으면?

길드 동맹과 미다스 길드는 양면으로 얻어맞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세력 구도를 제외하더라도, 김태현이나 스미스는 최상위권 랭커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이었다.

판온의 최고들을 물어보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름들.

이들이 힘을 합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당장 저번 퀘스트 때 뼈저리게 느꼈었다.

미다스 길드는 길드 동맹보다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안 그래도 전부터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김태현하고 동맹을 맺어서 길드 동맹을 확실히 밟으려고 했는데… 스미스 놈이 먼저 나섰군.”

“길드 동맹 빼고는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길드 동맹과 싸우려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

그건 바로 태현이었다.

길드 동맹 상대로 너무나도 잘 싸운 덕분에, 태현이 한 것들만 모아놔도 ‘길드 동맹을 상대하는 정석’, ‘야 너도 길드 동맹 상대할 수 있어’ 같은 교과서들을 낼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스미스나 미다스 길드가 태현을 탐내지 않을 리 없었다.

길드 동맹만 몰랐지 다들 ‘김태현과 손잡아서 패면 참 좋을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준비했던 미다스 길드의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오한구 랭커.”

암흑마법 전문 랭커 오한구.

마법사들 전문인 미다스 길드의 랭커 중 하나였다.

“김연지 랭커.”

환상마법 전문 랭커 김연지.

마찬가지로 미다스 길드의 랭커였다.

미다스 길드의 전략은 간단했다.

-아무래도 같은 나라 사람이 친한 척을 하면 좀 낫지 않을까?

…의외로 핵심을 찌르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을 위해 미다스 길드는 한국인 랭커들이나 유명인들을 영입하고 있었다.

아직 완벽하게 준비가 되진 않았지만….

스미스가 저렇게 나온다면 이쪽도 슬슬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지도 몰랐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김태현과 스미스의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겠습니다.”

* * *

“정말 주는 거 없이 미운 놈이야.”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일행은 지도 정보를 공유하고 마지막 남은 정보를 얻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스미스와 정보를 합친 덕분에 외곽 정보는 전부 다 얻을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중앙 지도 정보가 비어 있었던 것이다.

딱히 스미스 잘못은 아니긴 했지만 원래 얄미운 놈은 숨만 쉬어도 얄미운 법.

“저 부르셨습니까?”

“네가 앞에 가니까 든든하다고.”

“하하. 별말씀을.”

훈훈한 대화가 오고 갔지만, 그 아래는 절대 훈훈하지 않았다.

-여러분. 가능하면 고대 제국 황실의 검도 손에 넣어봅시다. 물론 성능이 그리 좋지 않다면 양보해 줄 수도 있지만, 성능이 좋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습니까?

-이다비. 아까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부탁해서 주변 사람들 계속 체크해 달라고 해줘. 스미스가 추가로 길드원들 부르면 미리 파악하고 싶어.

서로가 서로를 찌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만 감탄했다.

“와, 김태현하고 스미스잖아? 대체 무슨 퀘스트를 깨려고….”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시는 것 같아!”

[맥크레니 상단의 탑에 도착합니다!]

“저희는 아탈리 왕국에서 여러모로 페널티를 받고 있지만, 김태현 선수라면 다르겠지요?”

랭커 중 한 명이 살짝 기대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부분에서 김태현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도 김태현의 명성이나 신성 스탯이 높다는 것 정도는 짐작했다.

아탈리 왕국이고 또 여기 상단은 아키서스 교단을 믿으니, 그냥 김태현이 숨만 쉬어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물….”

-지금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로 보면 곤란하지. 퀘스트를 말이야.”

태현은 태도를 바꿔서 엄히 꾸짖었다. 친위대 랭커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퀘스트를 만만히 보면 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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