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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12화 (1,511/1,826)

§ 나는 될놈이다 1512화

만족한 드워프들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우리를 끌고 출발했다.

수많은 악마들을 붙잡아서 우리에 가둔 포병대 드워프들은 말이 포병대지 이쯤이면 <악마 포박대>나 <악마 노예상인>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

흑흑이 위에서 날아가는 도중에도 드워프들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떤 악마 놈일까?

-나는 전투력 좋은 근접전 유형이면 좋겠군. 여러 취향들이 있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마력을 많이 뿜어내는 견실한 놈이란 말이지.

-하지만 마력만 많이 뿜어내는 놈은 지금도 많지 않은가? 좀 다양한….

-내 생각에 모든 악마들을 다 같이 아껴줘야 한다고 보네. 악마들은 다….

-그러면 저 드래곤한테 물어볼까?

‘미친 드워프 놈들.’

흑흑이는 마법으로 귀를 막고 날았다.

이 대화에 정말 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 *

-이제 지친 것이냐? 응?

“….”

랭커들은 질린 눈빛으로 폴리네르를 쳐다보았다.

-김태현. 진짜 계속 공격해?

-그래. 로테이션 돌리면서 공격해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할 수야 있는데 아무 소용이 없는 짓 같아서… 게다가 상대도 뭔가 좀 수상하고….

-지금 날 못 믿는 거냐? 아까 몇 번이고 실수를 저지른 게 누군데?

-아, 알겠어. 알겠다니까. 하면 되잖아.

랭커들은 다들 찔리는 게 하나씩 있었기에 열심히 하라는 대로 했다.

한 파티가 나서서 공격을 퍼부은 다음 다음 파티가 나서서 공격을 퍼붓고….

‘대체 무슨 생각이지?’

‘스킬 준비하나?’

그 답은 곧 드러났다.

-하찮은 놈들. 너희들은 절대 날 쓰러뜨릴 수 없다. 봐라! 이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육신을! 나 빙결의….

철컥!

-?

“??”

“???”

갑자기 은신 상태가 풀리고 나타난 드워프들과 우리 모습에, 폴리네르부터 시작해서 플레이어들까지 혼란에 빠졌다.

뭐냐?

-가뒀습니다!!

“고생했다.”

“어… 어?? 김태현. 야! 왜 나까지 가두냐!?”

우리에 폴리네르를 가둔 건 좋았는데, 같이 붙어 있던 랭커들 몇 명까지 들어간 것이다.

태현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잠시만 좀 같이 있어라. 악마 붙잡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폴리네르 도망 못 치게 마력 흡수시켜.”

-예!

우리 안에 폴리네르와 같이 들어간 랭커들은 처음에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러나 바로 알 수 있었다.

[MP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야!!!”

대체 김태현이 무슨 수를 써서 악마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미친놈이 대장장이 기술 스킬 키워서 이딴 우리나 만들고 다녔구나!

“너희들은 왜 가만히 있냐! 도와줘!”

“아니. 저 악마 부관 놈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었잖아.”

“시간 지나면 김태현이 어련히 알아서 꺼내줄까. 너 김태현 못 믿냐?”

“….”

“….”

* * *

-이 자리에 와준 모두들, 정말 고맙네!

펠로마레스는 매우 기쁜 표정으로 산뜻하게 은신처에서 빠져 나왔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당황한 눈빛으로 대주교를 쳐다보았다.

‘죽은 거 아니었어?’

‘죽어서 복수하는 줄 알았는데…??’

-돌아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지금 뭐라고 한 건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펠로마레스는 자애로운 대주교의 얼굴을 하고서 플레이어들의 손을 한 번씩 잡아주었다.

-여기 모인 모험가들이 아니었다면 날 납치한 적들에게서 누가 구해줬겠나?

“그래서 누가 납치한 건가요?”

-자. 정말 고맙네! 고마워!

[대주교, 펠로마레스가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친밀도가….]

[평판이….]

[….]

[….]

“와아아아아아아!”

“대주교! 대주교! 대주교!”

“대주교! 대주교! 대주교!”

방금까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순식간에 열광으로 바뀌었다.

역시 보상이 최고였던 것이다.

태현한테도 보상이 들어왔다.

[파이토스 교단 내 평판이 크게 상승합니다!]

[교단 사이의 친밀도가….]

[대주교 펠로마레스가 아키서스 교단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습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아키서스 교단과의 관계에 대해 추가 보너스를….]

[교단 간의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파이토스 교단 쪽에 지원 요청이 가능해집니다.]

[파이토스 교단의 건물들을 부탁할 수 있습니다.]

[….]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나쁘지 않군.’

구출 퀘스트로 2레벨만큼이나 올렸으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애초에 친해지려고 깬 거였지 레벨 올리려고 깬 게 아니었으니까.

-여기! 아키서스 교단의 영웅이 아니었으면 나는 정말 위험했을지도 모르네! 으흑흑!

“???”

“대주교가 저런 사람이었나?”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좀 당혹스러워했다.

대주교가 태현을 껴안고 엉엉 우는 모습이 좀 과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누가 보면 무슨 부모 자식 사이인 알 것이다.

왜 저렇게 엉엉 울지?

-난 약속 지키네. 자네도….

“알겠다니까. 그리고 작작 하라고.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둘은 작게 대화를 나눴다.

대주교는 약점을 잡힌 만큼 태현을 매우 추켜세웠다.

너무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 다들 박수! 박수!!

짝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작군! 더 크게!

“….”

“대체 뭘 잘못 먹은….”

“에이. 그냥 박수나 쳐주자. 김태현 덕분에 퀘스트 쉽게 깼잖아.”

랭커들은 박수를 쳐줬다.

대주교가 왜 저러는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태현 덕분에 퀘스트를 쉽게 깬 건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연계 퀘스트를 대폭 줄인 것부터 시작해서 얼음 전사들을 공략하고 이데르고 교단의 도움을 불러온 것까지.

게다가 마지막에는 보스 몬스터까지 처리하지 않았던가.

“난 하나도 안 고마워.”

“김태현 저 인성 썩은 놈….”

물론 우리에 갇혀서 MP 쪽쪽 뽑힌 다음 폴리네르가 쓰러지고 나서야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랭커들은 이를 갈았다.

“넌 왜 그렇게 마음이 좁냐?”

“맞아. 졸렬한 놈.”

“이… 이 자식들이… 너희가 갇혀 봤어?!”

“그거 갇힌 거 갖고 되게 뭐라고 하네. 죽지도 않았으면서.”

갇힌 랭커들은 뒷목을 잡았다.

김태현이 저렇게 말하면 차라리 납득이나 갔지 다른 놈들이 말하니 두 배로 얄미웠던 것이다.

-고맙소. 아키서스 교황.

[악마를 토벌한 것으로 인해 이데르고 교단 내 평판이 크게 오릅니다!]

[역병 함대의 선장, 폴로뮤스가 이번 은혜를 기억할 것입니다!]

[친밀도가….]

[….]

[….]

이번에는 폴로뮤스가 감사 인사를 했다.

대주교가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이 협력했다지만 이데르고 교단은 좀….

-사람이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데 끼어들다니!

-흥. 어차피 쓸데없는 말만 하고 있어서 끼어들었다.

-감히?! 대륙에서 제대로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하는 교단 주제에!?

-그런 그쪽은 교단에서 도망쳐 나온… 읍읍.

-하하.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대주교와 폴로뮤스는 서로 멱살을 잡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에 플레이어들은 의아해했다.

“왜 싸우는 거냐?”

“원래 사이가 안 좋긴 했지. 용케 같이 싸운 거라고 봐야….”

“김태현 두고 싸우는 거 아냐? 퀘스트 같은데.”

파이토스 교단이나 이데르고 교단 중 하나를 택하는 연계 퀘스트?

…라고 들으니 갑자기 저 두 NPC들의 다툼이 좀 색다르게 보였다.

“무조건 파이토스 교단 아닌가?”

“아니지. 보상 생각해 보면 이데르고 교단과의 협력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어. 게다가 김태현은 아키서스 교단인데 꼭 파이토스 교단만 하란 법은 없지.”

“과연….”

옆에서 듣고 있던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과 달리 지금 상황은 좀 많이 달랐던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두자.’

상상은 자유니까!

* * *

외교력: B+등급.

-현재 동맹 사이인 왕국이 거의 없습니다.

-에랑스 왕국의 국왕과 친밀한 사이지만, 에랑스 왕국의 귀족들은 당신을 수상쩍게 생각하고 꺼려합니다. 에랑스 왕국 국왕의 상태가 불안정해 페널티를 받습니다.

-왕국 내에 당신을 반대하는 귀족 영주들이 아직 여럿 있습니다.

-파이토스 교단이 당신을 상당히 신뢰합니다. 아직 반대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대주교 펠로마레스가 당신의 칭찬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데르고 교단이 당신을 상당히 신뢰합니다. 역병 함대의 선장 폴로뮤스가 당신을 높게 평가합니다.

-인질을 내놓을 경우 추가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훌륭하군.’

태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D+에서 한 번에 B+로!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외교력은 A급을 찍을 수 있었다.

‘외교력, 경제력, 기술력 A급 찍고 나면 이 귀찮은 퀘스트도 클리어다.’

고대 제국의 후예라는 이름 때문에 다들 속기 쉬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이 퀘스트는 별로 수지타산이 안 맞는 것 같았다.

아키서스 화신 직업 퀘스트도 미친 것 같은 난이도를 갖고 있었지만, 고대 제국 후예 퀘스트도 만만찮았던 것이다.

“남은 건 어떻게 채우시려고요?”

“에랑스 왕한테 선물 좀 보내고, 남은 귀족 NPC들한테 선물 좀 보내려고. 그 정도면 A급 될 거 같아.”

이다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왕의 선물 옵션은 골드가 좀 들긴 했지만 효과가 확실했다.

B+에서 A 정도는 충분히 올릴 수 있으리라!

“제가 선물 준비할 테니 바로 보내시죠?”

“어… 이다비 네가??”

“안 되나요?”

“아니. 골드 많이 들 텐데.”

“…그 정도는 있는데요?”

“그냥 케인 시키는 게 낫지 않나?”

“…제 직업이 상인인 걸 잊으신…?”

“알겠어. 부탁할게.”

이다비의 목소리가 점점 내려가는 거 같자 태현은 납득하기로 했다.

“참. 다음 퀘스트는 이다비 너하고 같이 깨고 싶었어.”

“네!?”

선물 뭐할까 고민하고 있던 이다비는 태현의 말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무슨 뜻??

대체 무슨 뜻?!

“아… 사제가 필요한 그런 퀘스트인가요?”

“아닌데?”

“대형 건설 퀘스트군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필요한….”

“아닌데?”

태현의 말에 이다비는 아주 조금 기대했다.

저것도 아니고 그것도 아니면….

혹시 이다비가 지금 기대하고 있는 그건가?

“이거. <고대 제국의 후계자> 퀘스트.”

<고대 제국의 후계자-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

-고대 제국을 잇기 위해서는 막대한 황금이 필요하다.

-잠들어 있는 고대 제국의 유산을 찾아라! 그 유산의 힘을 끌어낸다면 막대한 황금을….

고대 제국 후계자 퀘스트들 받을 때 나온 퀘스트들 중 하나.

막대한 유산을 찾아서 자금으로 삼으라는 퀘스트였다.

일단 다른 것부터 먼저 깨려고 늦춰뒀지만, 이제 경제력도 올릴 겸 이걸 찾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이 이다비!

“….”

이다비는 시무룩해졌다.

그 반응에 태현은 당황했다.

“왜?! 퀘스트가 마음에 안 들어!?”

“태현 님. 혹시 제가 골드만 보면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골, 골드가 왜? 골드를 안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렇긴 해요!”

이다비는 반성했다.

태현은 잘못이 없었다. 오히려 이다비를 생각해 준 것 아닌가.

저런 귀한 퀘스트를 같이 깨자고 한 걸 보면 더더욱 그랬다.

퀘스트 이름만 봐도 얼마나 보상이 좋을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이다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모두 다 스스로의 업보 아니겠는가.

이다비는 올해의 목표를 정했다.

리그 우승이나 월드컵 우승도 아니었다.

태현 안에 있는 수전노, 구두쇠 이미지를 바꾸는 것!

“태현 님. 퀘스트 가기 전에 골짜기 한 번 돌고 가시겠어요? 버프도 받을 겸?”

“그럴까.”

“오늘은 제가 쏠게요! 뭐든지!”

“…이다비???”

태현은 걱정과 혼란 가득한 눈빛으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이다비는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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