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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11화 (1,510/1,826)

§ 나는 될놈이다 1511화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정색을 하고 갑옷을 노려보았다.

물론 그런다고 이 자리에 없는 사디크가 미안해하거나 사과를 하진 않았다.

‘이런 미친 사디크 놈, 장비를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야?’

태현은 사디크를 욕했다.

장비에 힘을 불어넣을 때는 그 장비를 쓸 사람을 생각해서 ‘힘이 다 소모되면 변신이 풀립니다’라고 한마디 써놔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이게 사디크 탓은 아니었지만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사디크를 욕했다.

원래 사람은 한 번 미운 상대를 계속 미워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긴 하다.’

정신없이 몰려든 플레이어들은 자기들 싸우느라 바빠서 화염이 꺼진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얼음 전사들은 많이 녹아내리고, 남은 자들도 HP가 크게 떨어진 상황.

사디크의 스킬들을 더 이상 쓰지 못한다고 해서 이 상황이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다.

[사디크의 힘을 오랫동안 사용했습니다.]

[스킬들이 강화됩니다!]

[스킬을 얻습니다!]

<화염 적중>

-치명타가 터질 때마다 사디크의 화염 기운이 점점 더 누적됩니다.

<위대한 화염의 검술>

-화염 기운이 일정 이상으로 쌓일 경우 추가 검술 스킬이 가능해집니다.

‘아니…!?’

태현은 눈을 의심했다.

너무 구려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눈을 의심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은 별로 없었기에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치명타가 터질 때마다 화염 기운을 누적시키는 패시브 스킬은 얼핏 보면 그렇게까지 좋아 보이진 않지만, 태현의 경우에는 예외였다.

공격 한 대 넣을 때마다 거의 무조건적으로 치명타를 터뜨리는 폭딜!

그 연계를 생각해 보면 <화염 적중>은 정말로 좋은 스킬이 맞았다.

숨만 쉬어도 기운을 쌓을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리고 <위대한 화염의 검술>은 이미 성기사단장으로 싸우면서 그 위력을 똑똑히 지켜본 상태.

태현은 갑옷으로 인한 분노가 눈 녹듯이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흠,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카르바노그도 이 정도면 뭐 썩 나쁘진 않다고, 인정해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둘 다 매우 만족했지만 자존심이 있는 만큼 적당히 기뻐하는 걸로 타협을 봤다.

그러는 사이 얼음 전사들은 전부 녹아내렸다.

“김태현! 지금 잡아야 해! 저기 악마 부관 놈이 있어!”

“지금 놓치면 안 된다! 김태현. 내가 탱킹할 테니까 딜을!”

“잡을 수 있어! 지금 잡아야 해! 김태현! 빨리!!”

‘이 사람들 원래 태현 님하고 이렇게 친했나??’

이다비는 뒤에서 의아해했다.

쪼르르 달려와서 애타게 외치는 모습이 무슨 케인보다 더 친한 모습 같았던 것이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알겠다. 앞장서라.”

“와아아아아아!!”

“김태현이 같이 간대!”

랭커들은 신이 나서 폴리네르를 향해 돌격했다.

기세를 탄 지금 폴리네르까지 확실하게 끝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콰직!

[악마 부관, 폴리네르가 냉혈의 송곳을 사용합니다.]

-까불지 마라. 모험가 놈들아. 얼음 전사들을 쓰러뜨렸다고 감히 날 얕봐?

“….”

“….”

폴리네르가 저음의 목소리로 차갑게 말하자 랭커들은 갑자기 정신이 돌아왔다.

분위기 타서 마지막 남은 보스까지 잡으려고 했던 건데, 정신 차리고 보니 상대가 좀 강해 보였던 것이다.

“….”

“….”

“아까 나보고 다들 잡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랭커들이 다들 입을 모아서 ‘잡을 수 있어!’만 외치길래 ‘오 정말 방법이 있나 본데?’ 하고 왔는데, 지금 다들 시선 피하는 게 마치 케인이 사고 치고 시선을 피하는 모습 같았던 것이다.

“설마 딱히 구체적인 방법은 생각 안 하고 여기 있는 인원들이 다 포위망을 짜면 잡을 수 있겠지 같은 생각 한 거 아니지?”

“….”

“….”

랭커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뭐 하는 거냐? 야, 앨콧. 너까지 그러면 어쩌자고?”

“아니… 그게….”

“크로포드. 시선 피하지 말고.”

“그게… 응….”

“쟤는 누구였지? 요한손이었나? 랭커가 되어서 이러면 어쩌자고?”

“죄송합니다. 내가 미안합니다.”

성질 사납던 야만전사 랭커도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만 푹 숙였다.

갑자기 분위기가 학생들 혼내는 교사처럼 변해버린 상황.

폴리네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나를 놓고 무시하는 거냐?

“아니. 시간 좀 끌었지.”

-무슨….

-발사해라!!

선장의 목소리가 위에서 나오고, 역병 세례가 폴리네르에게 쏟아져 내렸다.

그 공격에 랭커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역시!!”

“믿고 있었다, 김태현!”

“우리도 우리 역할을 해낸 거지??”

“그건 아니지. 선 넘지 마라.”

“미안….”

태현은 정색했다.

폴로뮤스한테 미리 말해서 역병 함대의 공격을 준비시키긴 했지만, 시간 끈 게 랭커들 공적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디서 은근슬쩍….

-여러분! 빙결공의 부관인 저 악마를 오늘 쓰러뜨리지 않는다면, 저 악마는 다시 대륙을 위험으로 빠뜨릴 겁니다. 저 악마에게 당하신 대주교 님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도 여러분들의 힘을 빌려주십시오!

[파이토스 교단 사제단이 대마법을 시전합니다!]

[위대한 울림의 망치가….]

[공격 속도가….]

[….]

[….]

파이토스 교단도 지지 않고 나서서 폴리네르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근데 대주교는 안 죽었는데?’

태현은 멈칫했다. 아무래도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내버려 둬야지.’

대주교가 죽었다고 생각하면 좀 더 잘 싸우지 않겠는가.

[카르바노그가 화신의 격려에 감탄합니다!]

-업화의 화살!

공격을 개시한 건 크로포드였다.

다른 랭커들한테 ‘야 김태현은 화염 마법 랭커도 아닌데 저렇게 불 잘 지르고 다니잖아. 넌 대체 왜 그 모양이냐?’라고 놀림을 받은 게 의외로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반드시 뭔가 보여주리라!

[업화의 화살이 시전됩니다!]

[MP가 25초 동안 0으로 고정됩니다.]

[….]

[….]

막대한 페널티가 있었지만 이 마법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제대로 공격만 들어가면….

퍽!

이글거리는 화염의 화살이 들어가자, 악마 부관은 그 자리에서 불타더니 쓰러졌다.

“????”

“뭐야?”

랭커들이 더 당황했다.

지금 각종 버프를 받고 상대한테는 역병 세례를 넣었다지만, 공격 한 번에 끝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봐… 봤냐? 이게 화염 마법이지!”

“이상한데?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맞아. 노골적으로 수상하군.”

“다들 방심 풀지 말자!”

“이 자식들이…! 진짜 강한 스킬이었다고!!”

크로포드는 분개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업화의 화살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모르는 자식들이!!

“김태현. 어떻게 생각해?”

“수상하군.”

“거봐! 김태현도 수상하다잖아!”

“….”

크로포드는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이 자식들부터 그냥 공격할까?

[악마 부관, 폴리네르가 빙결 귀환을 사용합니다.]

-안 속아 넘어가는군. 하찮은 인간 놈들. 그건 칭찬해 주겠다.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얼음이 나타나더니 폴리네르의 형태로 변했다.

“….”

랭커들은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한 방에 끝나는 건 좀 이상했지.”

“크로포드가 그렇게 강하지도 않고 말이야.”

“자! 다들 공격 개시하자!”

랭커들의 반응에 태현이 크로포드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이럴 때도 있는 거지.”

“크흑… 김태현…!”

콰콰콰콰쾅!

스킬들이 수십 개 터져 나오며 진짜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미 각종 버프란 버프는 다 받은데다가 역병 지원까지 받는 이상, 랭커들은 두려움이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더라도 포위해서 잡을 자신이 있다!

-연속 전류 베기, 급소 침전, 오마르다 검술 첫 번째 공격!

-방패 돌격, 강철 부딪히기, 충격파 확산, 증오 집중!

딜러들과 탱커들이 들어가서 공격을 집중시켰다.

워낙 많은 숫자에 폴리네르는 반격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았다.

그 반응에 랭커들은 더욱 더 치열하게 밀어붙였다.

평소에 아껴두는 스킬들까지 사용해서 총공격!

팡!

얼음 깨지는 소리와 함께 폴리네르가 다시 쓰러졌다.

랭커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잡았다!!”

[악마 부관, 폴리네르가 빙결 귀환을 사용합니다.]

쩌저저적-

“….”

“….”

다시 나타나는 폴리네르의 모습에, 플레이어들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거 뭐냐??”

“그, 그러게요…?”

[카르바노그가 리치 같은 스킬을 쓰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성물함을 따로 만드는 리치는 그 성물함만 파괴되지 않는다면 몇 번이고 죽어도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것처럼 폴리네르도 아주 사악한 마계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악마 부관의 비밀-악마 토벌 퀘스트>

-빙결공의 오른팔, 폴리네르에게는 아주 사악한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찾기 전까지는 어떤 공격도 폴리네르의 목숨을 완전히 끊을 수 없을 것이다!

-파이토스 교단의 사제들과 이데르고 교단의 사제들에게 물어서 폴리네르의 전설에 대해 알아내야 한다.

-그 전설 속에 비밀이 숨어 있으리라!

보상: ?, ???

“아 또 여기서 무슨 퀘스트야! 장난하냐!”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잖아!”

-슬슬 지쳐가는 모양이로군. 인간 놈들.

폴리네르는 몇 번이고 부활한 다음 플레이어들을 조롱했다.

[악마 부관, 폴리네르가 허공에서 지옥의 빙하를 소환합니다!]

[빙하가 깨져 내립니다!]

“모두 피해!”

“이런 미친놈이…!”

랭커들은 욕설과 함께 물러섰다.

보스 몬스터가 이렇게 농락할 때만큼 짜증 나는 일도 없었다.

진짜 물러서야 하나?

“태현 님. 제가 찾아볼까요?”

“아니. 굳이?”

“??”

태현의 반응에 이다비는 당황했다.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것처럼 매우 침착했던 것이다.

‘무슨 생각이 있으신가?’

하지만 이다비가 보기에 지금 별다른 방법은 없어 보였다.

폴리네르가 허세를 부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피해도 될 공격을 일부러 다 맞은 다음 다시 부활하고 있지 않은가.

‘왼쪽, 왼쪽, 오른쪽, 그다음은 다시 위쪽… 그렇군.’

태현은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암기했다.

폴리네르가 죽을 때마다 부활하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 이다비. 해볼까?”

“??”

쿠르릉-

뒤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리자 이다비는 고개를 돌렸다.

아키서스 포병대의 드워프들이 텅 빈 악마 우리를 갖고 신나게 달려오고 있었다.

“…!!”

“자, 잡으러 가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 *

-아오. 아오. 아오. 아오.

-원래 블랙 드래곤이 저렇게 ‘아오아오’ 하면서 우나?

-열 받아서 말한 거잖아, 멍청한 드워프 놈들아!

-뭐? 멍청? 다 같이 일하는 처지에 지금 그게 무슨 무례한 소리냐! 이놈! 우리가 지금 네놈 등 위에 있는데!

흑흑이는 태현의 명령을 받고 미친듯이 날았다.

아키서스 포병대를 데리고 오기 위해서!

소식을 전해 들은 포병대 드워프들은 허겁지겁 빈 우리를 챙겼다.

옆에 갇혀 있던 페르소텔턴은 친절하게 조언을 해줬다.

-상대가 냉기를 다루는 악마라면 이 가죽을 두르고 가게. 도움이 될 거 같군.

-오오. 감사합니다, 황자님.

-꼭 잡아오게!

-꼭 잡아오겠습니다!

고대의 황자만 응원을 해준 게 아니었다. 다른 악마들도 응원을 해줬다.

-꼭 잡아 오십시오!

-허허. 구시온 저 녀석 기특한 거 봐! 기르는 보람이 있어! 으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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