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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10화 (1,509/1,826)

§ 나는 될놈이다 1510화

-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래도 되는 겁니까!?

파이토스 교단 NPC들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플레이어들의 퀘스트를 돕기 위해 지원을 나왔지만 이데르고 교단은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원래라면 만나자마자 바로 공격 날리고 교단 건물들을 박살 내버렸을 사이!

-하! 지금 상대해야 할 적이 앞에 있는데 사소한 원한이나 신경 쓰고 있다니. 파이토스 교단도 한심하군.

-뭔 사소한 원한이냐 미친놈들아! 네놈들이 우리 교단 성기사들을 몇 명이나 죽였는데!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폴로뮤스의 태도에, 파이토스 성기사들은 분노했다.

솔직히 성기사들 몇 명 죽인 게 그냥 넘어갈 일은 또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폴로뮤스는 당당했다.

-이 폴로뮤스를 보아라! 이 폴로뮤스는 교단의 후계자가 아키서스 교단에 납치당하고, 교단의 정예들이 아키서스 교단 때문에 전멸당했으며, 교단의 성스러운 공간들이 아키서스 교단의 발에 짓밟혔다. 그럼에도 커다란 목적 앞에서는 힘을 합치고 있지 않나!

-….

-어… 그건… 좀… 그쪽이 멍청한 거 아닌…??

파이토스 교단 NPC들은 압도됐다.

확실히 저렇게 입은 피해로 승부를 하니 폴로뮤스를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생긴 말의 설득력.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폴로뮤스가 좀 미친놈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걸 다 당했는데 손을 잡는 거면 지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일단 같이 힘을 합칩시다!”

“악마를 상대하고 봐야죠! 파이토스 사제님들!”

플레이어들까지 폴로뮤스의 말에 동조했다.

플레이어들한테 중요한 건 퀘스트를 깨는 거였지 두 교단의 자존심 싸움이 아니었던 것이다.

솔직히 파이토스 교단이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그건 플레이어들이 알 바가 아니기도 했고….

-알겠습니다. 도우러 온 이상 더 말하는 것도 무례한 짓이겠지요.

[파이토스 교단 내에서 평판이 하락합니다.]

[파이토스 교단 내에서 친밀도가….]

“!??!”

‘아니, 김태현이 데리고 왔는데 왜 우리한테 그래!’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괜히 옆에서 끼어들었다가 파이토스 교단한테 미움 한 번씩 받은 플레이어들은 급히 후회했다.

“온다!”

[얼음 전사들이 나타납니다!]

“!”

태현은 산길 아래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적들을 보고 놀랐다.

숫자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얼음 전사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모습에 태현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었다.

“저걸 다 유인해 왔다고??”

여기 레벨 낮은 초보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랭커들이 여럿인데 유인의 기본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유인을 할 때는 감당할 만큼만, 적절하게 유인을 해야 했다.

아무리 싸움을 붙이려고 해도 그렇지 저건 너무 많지 않나?

“….”

“….”

랭커들은 시선을 피했다.

그들도 예상 밖의 결과였던 것이다.

-악마 놈들 도발 다 했나?

-응! 근데 숫자가 좀 많다!

-뭐? 그래? 에이, 다른 곳에서 도발한 놈들 중에 적게 한 놈들도 있을 테니까 대충 되겠지. 뒤로 빠지자!

-야. 너희들도 도발 많이 했냐?

-어. 아키서스 교단 소속이 있어서 유독 잘 되던데.

-우리도….

서로서로 나눠진 파티들이 열심히 도발을 잘해낸 결과, 몰려나온 악마들의 숫자도 예상 밖이 된 것이다.

태현이 한심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자 랭커들은 고양이 앞의 쥐처럼 기가 죽었다.

그리고 지금 태현의 겉모습은 가만히 있어도 너무 위엄이 넘쳤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의 현신!

“태현님. 그래도 다들 열심히 했으니까….”

“왜 네가 변호를 해주는데….”

이다비가 말하자 태현은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고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그 모습에 랭커들은 매우 감동했다.

‘고맙다, 파워 워리어 길마!’

‘감사합니다…! 앞으로 지나가다가 파워 워리어 소속 거지들 보이면 동전 하나씩 던져주고 가겠습니다!’

만약 케인이었다면 그들이 욕을 먹던 구박을 먹던 조금도 배려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비교되는 천사 같은 인성!

-역병 함대 발진! 역병 대포 발사!

“!”

대기하는 사이, 폴로뮤스가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

허공에서 쏟아져 내린 역병 함선들이 거무튀튀하게 녹슨 대포들을 앞으로 쭉 내밀더니 안에서 역병들을 닥치는 대로 쏘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역병 함대의 선장인 만큼 폴로뮤스의 힘은 넓은 공간에서 함대를 동원할 수 있을 때에 나왔다.

굶주린 혼돈의 환술사한테 당했을 때와 비교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위력!

[역병 함대가 포격을 개시합니다!]

[청색의 역병이 얼음 전사들에게 퍼집니다!]

[녹색의 역병이….]

[….]

[….]

철퍼덕, 철퍽!

마치 태현이 끌고 다니는 아키서스 포병대를 연상시켰지만, 역병 함대의 포격은 그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끈적거리는 편이었다.

시끄러운 폭발은 없지만 닿는 순간 상대를 녹여버리고 오염시키는 공격!

한 번 땅에 닿고 튈 때마다 얼음 전사들의 방어가 녹아내리는 모습에 플레이어들은 소름 끼쳐 하면서도 감탄했다.

“장난 아닌데?”

“확실히 이데르고 교단이 좀 더럽고 냄새나긴 해도 효과가 좋긴 해.”

“야. 조용히 해. 뒤에 듣잖아.”

[얼음 전사들의 방어력이….]

[….]

[….]

-이 더러운 역병쟁이 놈들이 미친 것인가!? 뭐 하는 거냐! 필멸자 놈들아! 앞에 있는 놈들은 더러운 역병쟁이 놈들인데!

“….”

“….”

악마의 지적에 플레이어들은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맞는 말이긴 해!

…하지만 원래 사람은 할 말이 없을수록 더 뻔뻔하게 치사하게 나가야 했다.

“닥쳐라! 악마를 막기 위해서 교단끼리 힘 합칠 수도 있지!”

“우리가 비록 종교는 다를지언정 대륙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라고!”

“맞아! 이게 사람의 힘이다!”

[이데르고 교단 내의 평판이 오릅니다!]

[이데르고 교단 내의 친밀도가….]

[파이토스 교단 내의 평판이 내려갑….]

“아니, 왜 우리한테!?”

“우리가 안 데리고 왔다니까요??”

플레이어들이 울컥해서 파이토스 교단 쪽에 외쳤지만, 성기사들과 사제들은 못 들은 척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따져봤자 어쩔 수 없는 일.

“얼음 전사나 상대해라. 어쩔 수 없다.”

“흑흑… 김태현… 저 자식들이 기껏 퀘스트하러 왔는데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정말 파이토스 교단 놈들이 아주 나쁜 놈들이군.”

태현은 자기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이데르고 교단 내의 평판이 오릅니다!]

[파이토스 교단 내의 평판이 오릅니다!]

[….]

‘입 다물고 있길 잘했군.’

가끔 가만히 있으면 중간보다 더 멀리 갈 때도 있는 법이다.

“너도 내려갔지? 아주 나쁜 놈들 아니야?”

“그러게 말이다.”

[얼음 전사들이 냉기 집결을 시전합니다!]

쉬이이이익-

주변을 찢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얼음 전사들이 모인 곳 위에 냉기가 점점 모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내려가기 시작한 온도.

얼음 전사들과 맞붙어 본 적이 있었기에 랭커들은 저 스킬이 얼마나 사기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속도 저하!’

이동 속도부터 시작해서 스킬 시전 속도, 공격 속도 등등 다 느리게 만들어버리는 사기 스킬.

랭커들은 허겁지겁 대비를 위해 각종 스킬들을 미리 걸어놓으려고 했….

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화염 기운 분출!

[응축된 화염의 기운을 분출시킵니다!]

[주변을 주의하십시오. 강력한 화염의 기운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불태웁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현의 몸 위로 불기둥이 피어올랐다.

이데르고 교단 은신처를 한 번 태워 먹은 화염의 기운이 다시 폭발적으로 솟구친 것이다.

[화염의 기운이 강해진 것으로 인해 새로운 스킬이 추가됩니다!]

[….]

사디크 성기사단장의 스킬 중에서는 그냥 화염 기운을 흩뿌리는 게 아닌, 자신의 몸 안으로 강하게 응축시키는 스킬도 있었다.

태현은 그 스킬로 응축시켜 놨다가 지금 악마들과 맞부딪히게 된 지금 폭발시킨 것이다.

“근데 김태현. 저렇게 화염의 기운을 통제할 수 있었으면 아까 안에서 굳이 그렇게 불을 지르고 다녔어야….”

“넌 왜 집중을 안 하냐! 앞에 얼음 전사들 안 보이냐!”

“아, 아니. 미안.”

[화염의 기운이 냉기를 물리칩니다!]

[화염의 기운이 얼음 전사들을 녹이기 시작합니다!]

-아… 아니! 말도 안 돼!

빙결공의 부관, 폴리네르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산등성이 위쪽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필멸자 주제에 무슨 놈의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악마 부관, 폴리네르가 대마법을 시전합니다!]

[냉기의 폭풍이 곧 몰려옵니다!]

“폴리네르? 혹시 폴로뮤스와 연관이 있는 이름인가?”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역병 함대 지휘하고 있던 폴로뮤스가 불쾌했는지 벌컥 화를 냈다.

별생각 없이 입 열었던 랭커는 매우 민망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름 좀 비슷할 수도 있지.”

-고맙소.

[이데르고 교단 내의 평판이 오릅니다.]

[….]

‘…아니. 파이토스 교단보다 이데르고 교단이 더 쉬운데??’

[카르바노그도 파이토스 교단보다 이데르고 교단과 친해지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교단들과 사이를 회복해서 외교력을 올리려고 했다지만, 이데르고 교단과 사이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어느 누가 예상했겠는가.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의외로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다.

“돌격! 이쪽에서 먼저 들어간다!”

태현은 말과 함께 뛰어들었다.

뒤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화염 덩어리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적들을 덮치는 것처럼 보였다.

쾅!

화염이 주변으로 분사되면서 얼음 전사들을 덮쳤다.

아까는 그렇게 강하던 얼음 전사들이 마치 흐물흐물해진 것처럼 느리게 반응했다.

[얼음 전사들의 힘이 점점 더 약해집니다!]

[화염의 기운이….]

“쓸어버려!”

같이 내려온 랭커들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

-목줄기 긋기, 등뼈 공격!

같이 공격을 퍼붓던 앨콧은 새삼스레 감탄했다.

다른 랭커 놈들과 같이 왔다면 아마 아직도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김태현이니까 가능한 묘기!

“크로포드 놈은 화염 마법 랭커라고 잘난척은 더럽게 하던데 이런 건 하나 못하고….”

“다 들린다 이 자식아! 너도 김태현하고 비교해 줄까?”

“….”

앨콧은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비교하기 시작하면 앨콧이 매우 불리했으니까.

[얼음 전사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냉기가

점점 약해집니다!]

‘기회다!’

‘이거 진짜… 여기서 끝장을 볼 수도 있겠는데??’

랭커들은 예민하게 분위기를 읽고 있었다.

누구보다 퀘스트 굴러가는 상황에 민감한 것이 바로 랭커들.

얼음 전사들을 막아내기만 해도 선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쪽이 더 밀어붙이고 있지 않은가.

파이토스 교단 전투사제, 주디스는 가장 먼저 나섰다.

“다들 달려들어!! 지금 끝장을 봐야 한다고!”

“맞는 말이야! 돌격해!”

그래도 아직 주저하는 사람들이 보이자, 랭커들은 벌컥 화를 냈다.

“멍청이들아! 나는 못 믿어도 저기 김태현이 가운데에 뛰어든 거 안 보이냐!”

“저기서 저렇게 겁없이 싸운다는 거 자체가 이길 자신이 넘친다는 거잖아!”

“그, 그런가?”

“그런 거 같기도….”

플레이어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좋, 좋아. 돌격! 우리도 내려간다!!”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의 총공격!

이번 기회에 산맥의 악마들을 전멸시키려는 공세였다.

[전투 함성….]

[대지를 짓밟는….]

[하급 회복….]

[….]

[….]

플레이어들이 가까이 붙으면서 온갖 버프들이 좌르륵 늘어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시지창이 하나 더 나왔다.

[<사디크에게 선택 받은 성기사단장의 갑옷>의 힘이 전부 소모되었습니다.]

[변신이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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