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05화 (1,504/1,826)

§ 나는 될놈이다 1505화

“우리들을 속였어…!”

‘이 자식들 요즘 좀 다른 방향으로 귀찮네.’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예전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적이었지만 그래도 좀 품위가 있는 편이었다.

-김태현. 살아 돌아갈 생각하지 마라. 지금 널 열다섯 개 파티가 포위하고 있으니.

-김태현. 감히…! 네놈이 이딴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같은 말을 당당하게 하는 게 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릴 속였어!’ 같은 소리나 하고 있었으니….

앨콧은 좀 쪽팔렸는지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만해라. 다들.”

“크흑. 앨콧 님. 보상이 있을 줄 알았는데….”

“보상이 좋은 퀘스트만 깨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가끔은 퀘스트 진행을 위해서 이런 것도 참고해야 해.”

“그렇군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역시 앨콧 님!”

태현은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너 길드원들한테 뭐 세뇌 교육시키냐?”

“아, 아니거든….”

앨콧은 부정할 수 없었다.

길드 내에서는 좋다고 받긴 했지만 길드 밖 랭커들이 보니까 솔직히 창피하긴 했던 것이다.

다른 랭커들도 수군거렸다.

“앨콧 놈 평소에 자기 영지 내에서 왕 노릇한다더니 진짜 그랬나 보군.”

“게임에서 왕 노릇 하면 좀 자괴감 들지 않냐? 캡슐에서 나왔을 때 우울할 거 같은데.”

“냅둬라. 거울 보면서 내가 누구? 길드 동맹 영주! 이러면서 놀겠지.”

“…….”

대부분 도적에 암살자 랭커들인 만큼, 말에도 뾰족하게 날이 서 있었다.

앨콧은 속으로 욕했다.

‘나쁜 새끼들….’

[사디크 교단의 임시 은신처를 발견합니다!]

“찾았다!”

흔적을 추적하던 도적 랭커 한 명이 외쳤다.

지금 이들은 사디크 교단으로 위장한 이데르고 교단을 추적하고 있었다.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 악마들과 싸움을 붙이기 위해서!

“그런데 김태현. 정말 사디크 교단일 수도 있지 않을까?”

대주교와의 대화를 직접 듣지 못했기에, 아직 랭커들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정말로 사디크 교단일 수도 있지 않은가.

태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사디크 교단은 그런 거 하기 힘들 정도로 망했다.”

“…….”

“…….”

‘역시 망하게 한 당사자의 말은 무게감이 다른데?’

랭커들은 솔직히 감탄했다.

교단 하나 망하게 만든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게감!

“어떻게 할까? 지금 은신 걸어보고 한 번 찾아볼까?”

“그러자고. 안에 뭐 있는지 확인은 해야 하니까.”

여기 있는 건 다 도적이나 암살자 같은 직업들.

‘누가 가장 은신 스킬 높음?’ 하고 말하는 순간 서로 싸울 정도로 자신만만한 이들이었다.

-에랑스 왕국의 비전 은신!

-다섯 도적 길드의 은신술!

-짙은 안개의 은신!

-은신의….

-…….

[은신 상태가 됩니다!]

[추가 보너스…]

[……]

[……]

[……]

‘이 자식들 쓸 만한데?’

태현은 감탄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다른 사람들이 채워주는 게 파티 플레이의 매력.

원래 태현은 <제국 은신 광선 장난감> 같은 걸로 은신 스킬을 보완하려고 했었다.

태현의 은신 스킬이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여기 모인 랭커들에 비하면 좀 부족한 편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안 써도 되겠군.’

“야. 너희들만 은신 쓰면 어떡하냐. 김태현도 해줘야지.”

“이런. 미안하다. 김태현.”

랭커들은 사과했다.

생각해 보니 김태현은 은신 스킬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을 텐데….

“아냐. 이 정도만 버프해 줘도 충분하지. 버프 많이 들어갔다. 낮았는데 잘 됐군.”

“은신 스킬이 몇인데?”

“고급 9.”

“…….”

“…….”

랭커들은 경악했다.

‘뭐가 낮아 미친놈아…!’

‘최고급 직전이잖아!’

* * *

임시 은신처 주변에는 낯익은 장비를 입은 NPC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바로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 갑옷.

태현은 그 모습을 보며 추억에 잠….

기지는 않았다.

‘옛날에 보고 지금 다시 봐도 기분 나빠지는 디자인이야.’

사디크 교단과 하도 많이 싸웠기에 질리면 질렸지 추억에 잠기지는 않는 것이다.

-김태현. 저쪽으로 들어가려면 최소한 둘은 처치해야 해. 처치할까?

-그러자고. 오른쪽은 키 큰 놈을 맡아. 이쪽은 키 작은 놈을 잡을 테니까.

-오케이.

은신, 잠입을 하더라도 전투를 아예 피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가끔은 상대를 몰래 쓰러뜨려야 하는 것이다.

-지금!

[<어둠에서 퍼져 나오는 일격>이…]

[<베르라 단검술 비전 일격>이…]

[<암살의 표적>이…]

퍽!

모인 이들이 모인 이들인 만큼, 스킬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서로 호흡을 맞춘 완벽한 기습!

-크어억! 사… 사디크의 회복하는 화염… 크윽!

[사디크의 회복하는 화염 스킬을 시전합니다!]

[스킬이 실패합니다!]

기습을 받은 성기사는 스킬을 쓰려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

태현은 그 모습에 당황했다.

‘뭐야?’

보통 변장하고 있었으면 급할 때는 원래 교단 스킬을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분명히….

사디크 교단의 스킬을 쓰려고 하지 않았나?

[카르바노그가 정말 사디크 교단의 잔당이 있는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젠장. 그런 거였나. 대주교 놈 뭐 이리 일이 허술해?’

태현은 혀를 찼다.

생각해 보니 다른 교단으로 변장하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최소한 그 교단에 대해 잘 알고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사디크 교단의 잔당들을 이데르고 교단이 데리고 왔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다 망한 줄 알았는데 잔당들이 용케 남아있긴 했군….’

-김태현. 어떻게 할까? 계속 들어갈까?

-기다려봐라.

-??

태현이 주섬주섬 아이템을 꺼내자 다들 의아해했다.

뭘 하려고 하는 걸까?

태현이 꺼낸 아이템은 바로 <사디크에게 선택받은 성기사단장의 갑옷>이었다.

예전에 사디크 성기사단장을 쓰러뜨리고 손에 넣은 갑옷.

강력한 장비였지만 태현은 이 장비를 이제까지 쓰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장비의 효과가 세트 갖춰 입을 시 사디크의 성기사단장으로 변신하는 효과였지.’

솔직히 말해서 ‘굳이 이걸 써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태현이 무슨 장비가 하나도 없는 것도 아니고, 아다만티움 넣어서 만든 장비부터 시작해서 천사한테 축복받은 장비, 왕국의 보물 장비 등등 여러 개 있었다.

굳이 사디크 성기사단장으로 변신하는 장비를 입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개똥도 정말 약에 쓸 때가 있군.’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사디크의 장비를 착용하면서 사디크에게 조금의 감사도 하지 않는 둘!

[세트 아이템을 착용합니다!]

[사디크의 성기사단장으로 변신합니다!]

[세트 아이템의 내구도가 크게 하락합니다.]

[힘이 크게 오릅니다!]

[체력이…]

[HP가 크게 오릅니다!]

[현재 스킬들 중 사용할 수 없는 스킬들이 일시적으로 봉인됩니다.]

[스킬들이 추가됩니다!]

[현재 사디크의 권능들을 여럿 갖고 있습니다.

[……]

[……]

[……]

파아아아앗!

태현의 모습이 변하고 어마어마한 힘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태현은 놀랐다.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

스탯이 대폭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패시브 스킬들이 여러 개 붙었다.

<사디크의 타오르는 피>나 <사디크의 화염 심장>이나 <사디크의 불타는 피부> 같은 패시브 스킬들은 HP 회복량과 MP 회복량을 올려주는 무시무시한 스킬들.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당황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쓸 거 그랬나….’

옆에서 보고 있던 랭커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김태현을 쳐다보았다.

“…아키서스 교단에 그런 권능도 있냐??”

“생각보다 괜찮은데? 아키서스 교단 가입 진지하게 고민을….”

“다들 장비 챙겨서 변장부터 해라.”

랭커들은 태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옆으로 흩어져서 한 명씩 쓰러뜨리고 장비를 구해왔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기에 익숙 그 자체였다.

순식간에 완성된 사디크 교단 성기사 순찰대!

그 앞을 이끄는 태현까지 보면 위풍당당 그 자체였다.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단으로 위장합니다!]

[현재 성기사단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막대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사디크의 화염으로 인해 더욱더 강렬하게 보입니다. 추가 보너스를…]

[위압감이…]

-????

-아니…?

은신처에 있던 사디크 성기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무리를 보고 당황해했다.

우리 교단에 이렇게 강력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나?

“뭐하나?”

-예?? 아니. 누구신지… 아니, 누군지는 알겠는데 대체 어디서 오신…?

“교단의 기강이 흐려져도 아주 제대로 흐려졌군!”

-그, 그게 아니라 누군지 확인은 해야….

“내가 지금 뭘로 보이나?”

-성, 성기사단장님으로 보이십니다!

“그래. 그러면 뭘 해야 하지?”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성기사단장으로…]

-죄송합니다! 이봐! 다들 모여! 성기사단장님께서 오셨다!

교단 망하고 사라진 지가 언젠데 갑자기 성기사단장이 나타나서 말을 거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성기사들은 권위에 매우 약했다.

교단 성기사단장은 성기사들의 장군 같은 위치.

그런 사람이 나타나서 호통부터 치면 일단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태현 뒤에 서 있던 랭커들은 그저 감탄만 나왔다.

‘미친놈인가?’

‘이걸 이렇게 뚫다니….’

은신 잠입은 생각했어도 사디크 성기사단장으로 변장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보통 이런 식으로 퀘스트를 깨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있다 하더라도 사디크 성기사단장으로 변장해서 사디크 성기사들한테 호통을 치지는 않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지?”

-그, 이데르고 교단에서 여길 지키라고 하고 있어서….

“왜 그런 명령을 듣고 있는 건가!”

-그게… 이데르고 교단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약속을 해서… 같은 악신 교단이기도 하고….

“멍청하기는! 이데르고 교단은 절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

“잘 들어라. 이데르고 교단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놈들이다. 너희들을 방패로 세우고 자기들은 숨어 있지.”

-하, 하지만 교단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도움이 필요한데!

“꼭 부활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도록. 아키서스 교단에 가보면 이미 사디크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잘 지내고 있지 않나.”

-예?

[상대가 당신의 말에 당황스러워합니다!]

[조심하십시오! 계속해서 당황할 경우 설득이 풀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당황했겠지만 태현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제 와서 사디크 교단 성기사 한 명한테 당황하진 않는 것이다.

“잘 생각해 봐라. 사디크 님의 뜻은 무엇인지? 그들은 사디크 님을 믿고 섬기면서 교단의 뜻을 이어가고 있지 않나! 그에 비해 자네들은 이데르고 교단에게 속고나 있고!”

-아, 아키서스 교단에 있는 동지들도 속고 있는 건 마찬가지….

“아니야! 얼마나 잘 대우를 받고 있는데! 자네 지위가 어떻게 되나? 기껏해 봤자 상급 성기사 아닌가? 나보다 사디크 님에 대해 더 잘 아나?”

보고 있던 랭커들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김태현 저 자식 진짜 잘 하네.’

치사할 정도로 지위를 휘두르고 상대를 협박해서 몰아붙이는 실력이 정말….

-아…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괜한 생각 하지 말고 갖고 있는 장비부터 재산까지 모두 챙겨서 아키서스 교단으로 가서 바치라, 이 말이야. 알겠나?”

-예….

[사디크 교단 패잔병들이 영지로 찾아올 확률이 늘어납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사디크 교단의 힘이 증가합니다!]

[사디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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