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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98화 (1,497/1,826)

§ 나는 될놈이다 1498화

밖에서 일어나는 소란에, 태현은 다른 NPC들과 함께 정문으로 걸어갔다.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싸우고 있었다.

-허억… 혹시 대주교님을 납치한 자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닐까요?

파이토스 교단 주교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다른 NPC들도 설득력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듯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소란이 어찌 말이 되겠습니까?

‘…그냥 플레이어들끼리 소란 피우는 거 같은데?’

태현은 의아해했다.

그냥 시끄러운 것과 적들이 쳐들어 온 건 소리가 다른 것이다.

지금은 그냥 시끄러운 것에 가까웠다.

-케인이다! 케인이야!

-케인. 빨리 정체를 드러내라! 추하게 이러지 말고!

-아니라고 했잖아 이런 멍청한 또라이들아! 대체 머리통은 어디다가 쓰는 거냐!!

-케인이 대체 왜 저렇게 우기는 거지?

-무슨 목적이 있는 건가? 숨기는 비밀 퀘스트?

-케인이 아니니까 아니라고 하지! 아 진짜 환장하겠네!!

“???”

태현은 정문 밖으로 나섰다.

케인이 왔나 싶었던 것이다.

‘이 자식이 하라는 던전은 안 깨고 놀러왔나 설마?’

다행히 케인은 자리에 없었다.

대신 아까 이야기 나눴던 플레이어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떠들고 있었다.

“케인! 빨리….”

“케인 아닌데?”

태현의 말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벌컥 화를 냈다.

“네가 뭘 안다고!”

“넌 뭐하는… 헉. 김태현이잖아??”

“파이토스 교단 NPC다!”

줄 서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태현은 물론이고 안에 있던 파이토스 교단 NPC들까지 몰려 나오다니.

설마 퀘스트인가?

“잠깐만요. 이 사람이 진짜 케인이 아닌 겁니까?”

“그래. 케인이 아니다. 그냥 전혀 다른 사람이야.”

“아앗….”

“거짓말 아냐?”

“미친놈아. 김태현이 그런 걸로 거짓말하겠냐.”

몇몇 사람들은 끝까지 의심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태현이 나서서 말하자 믿었다.

태현이 이런 걸로 거짓말하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믿어주니까 좀 당황스럽군.’

오히려 태현이 놀랄 정도였다.

이렇게 순순히 믿다니.

물론 진짜 케인이 아니긴 했는데….

“야. 너. 아까 나보고 케인이라고 했지?”

“아. 쪼잔하게 랭커씩이나 돼서 이러시지 맙시다.”

“진짜 뒤지고 싶어?!”

“여기 도시 안입니다! 폭력 쓰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상황이 마무리되었다고 해서 케인으로 오해 받은 주디스의 분노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다행히 파이토스 교단 NPC들이 나서서 말렸다.

-모두들 진정하십시오!

-지금 교단에 큰 일이 닥쳤는데, 모험가들끼리 이렇게 싸우시면 안 됩니다.

“저 자식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뭔….”

-여러분들. 원래 조금 더 조사를 한 뒤에 발표하려고 했지만… 지금 발표하겠습니다. 대주교님께서 실종되셨습니다.

“!?!”

“!!”

<실종된 대주교를 찾아라-파이토스 교단 퀘스트>

대륙에 점차 위기가 찾아오고 수많은 적들이 나타….

-여기 자리에 계신 모험가 여러분들도 같이 힘을 모아서 대주교님을 찾아주셔야 합니다.

[파이토스 교단 소속 플레이어들에게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

자리에 없는 플레이어들한테도 퀘스트 메시지가 떴다.

대주교를 찾아라!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른 플레이어 멱살 잡고 있던 주디스도 손을 놓았다.

“뭐야? 대주교가 실종됐다고?”

“아니… 대주교가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실종된 거지? 대주교 맞아?”

“호위들 있지 않나?”

“범인부터 찾아야 할 거 같은데.”

“굶주린 혼돈 아니야?”

“굶주린 혼돈은 나타난 지 얼마 안 된다가 대륙에서 세력도 적지 않아? 난 악마들이 수상한데.”

“악마들도 그렇지만 악신 교단도 수상해. 이데르고 놈들 요즘 안 보이지 않냐?”

“사디크 놈들일지도 몰라.”

“사디크 교단은 망했잖아?”

“망해도 잔당은 남아 있을 수 있잖아.”

플레이어들은 각자 전문가가 되어서 추측을 내놓았다.

물론 여기서 하는 추측은 의미가 없었다. 직접 찾아서 답을 보지 않는 한 더더욱.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혹시 같이 파티해서 움직일 사람 있나?”

“…??”

“!!!?”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말에 정말로 당황했다.

“진짜로? 진심인가?”

“이런 걸로 농담할 이유가 있나?”

“아니… 김태현 선수는 아키서스 교단 교황이잖아요….”

자리에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은 매우 황당하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다른 랭커들이 이 퀘스트에 참가하는 건 이해가 갔다.

뭐 그럴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태현은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자 대표 아닌가!

그런 사람이 파이토스 교단 퀘스트를 깰 이유가 없었다.

“파이토스 교단하고 친해서 부탁 받고 퀘스트 깨는 거거든.”

“아아…!”

“그런 거구나!”

“가짜인 줄 알았네.”

“그러면 같이 하겠습니다! 꼭 넣어주세요!”

태현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방금까지의 태도를 확 바꿔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나섰다.

같이만 할 수 있다면 태현처럼 든든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신전 앞에 서 있던 줄이 그대로 태현의 파티로 이어지는 줄로 변했다.

[파이토스 교단 플레이어들이 파티에 추가됩니다!]

[파이토스 교단에서 추가로 지원을 해줍니다.]

-이렇게 모험가들이 많이 모여서 움직이다니. 교단에서도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파이토스 정예 성기사 부대가 파티를 지원합니다!]

[파이토스 정예 사제 부대가 파티를 지원합니다!]

[파이토스 교단 포션 상자가 추가됩니다. 퀘스트 도중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파이토스 교단 주문서 책이 추가됩니다. 퀘스트 도중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처음에는 그냥 ‘와 신난다’ 하고 지원을 받던 태현의 표정이 점점 떨떠름하게 변했다.

‘…원래 이렇게 많이 줘?’

[카르바노그가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외칩니다!]

‘…….’

아무리 비교를 안 하려고 해도 퀘스트 하나에 이렇게 빵빵하게 지원을 해주면 서로 간의 차이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태현은 슬퍼지려는 걸 참고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 대주교 흔적부터 찾으러 가야겠군. 혹시 대주교 만나본 적 있는 사람 있나?”

수십 명이 넘는 파티였고, 레벨 높은 랭커들도 몇 명 있었기에 손을 드는 사람이 나왔다.

“나 있다.”

“저도 있습니다.”

“오. 어땠지?”

“키가 크고 살집이 있고, 풍채 좋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꽤 친절하긴 했는데 돈을 좀 밝혔죠.”

“맞아. 돈 좋아하고 보물 좋아하더라고요.”

설명을 들은 태현은 친근함을 느꼈다.

아, 이건 아키서스 교단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

‘괜히 기쁜데?’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 교단 인재들이 능력은 좀 부족해도 그래도 순수한 편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능력이 있고 덜 순수하면 안 되나….’

설명을 들어보니 대주교는 사람 좋고 성격도 선량하지만 돈과 보물을 꽤나 밝히는 모양이었다.

대주교를 만날 기회를 얻은 플레이어들이 대주교에게 꼬박꼬박 골드와 보물들을 바친 걸 보니….

‘…잠깐만. 부정부패 사건 터져서 성기사들하고 사제들이 교단 떠났다고 하지 않았나? 설마 대주교도 관련 있는 건 아니겠지…?’

부정하고 싶었지만 원래 이런 직감은 은근히 잘 들어맞기 마련.

태현은 슬슬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김태현 씨. 움직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슬슬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파티들이 먼저 뺏을 텐데요.”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대주교를 구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다른 파티들보다 더 빨리 구해주는 거였다.

지금 다른 곳에서 같은 퀘스트를 받은 파티들이 꽤 많이 있는 것이다.

태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듣고 있던 다른 랭커가 물었다.

“어디로 움직이려고?”

“대주교가 사라진 요새부터 가봐야 하지 않나? 거기서 흔적 찾은 다음 따라 가야지.”

“그거 흔적 있는 거 확실해? 그런 것치고는 너무 진행이 안 됐는데.”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지 않아요?”

각자 자기 의견을 내놓으면서 떠드는 동안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어디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정석적으로 가려면 대주교가 사라진 요새부터 찾는 게 옳긴 했다. 흔적을 찾아보면 뭔가 나올지도 몰랐다.

아니면 파이토스 신전을 돌아다니면서 최근에 교단을 떠난 성기사나 사제들을 조사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었다.

가능성은 약간 낮았지만 성공한다면 다른 파티보다 앞서나갈 수 있었다.

‘아니. 근데 다른 교단 대주교 사라진 거 이렇게 열심히 찾으려고 하니까 괜히 허무하군. 내 교단부터 신경 써야 하는데.’

파이토스 교단의 빵빵한 지원을 보니 더욱더 슬퍼질 뿐이었다.

친해지려고 이렇게까지 노력을 해야 한다니.

그냥 서로 노력 안 하고 친하면 안 되나?

‘생각을 바꿔보자.’

태현은 생각의 방향을 틀었다.

이 거대 연계 퀘스트는 복잡하고 단계가 많은 데다가 경쟁자도 많았다.

그렇다면?

‘퀘스트를 완전히 못 깨더라도 최대한 이득을 얻는 방향으로 진행해야겠다.’

대주교 못 찾더라도 하는 시늉을 하면 파이토스 교단에서는 고마워 할 것이다.

그리고 겸사겸사 이득도 좀 챙기고….

“좋아.”

“??”

“신전이나 대신전에는 대주교가 머물던 장소들이 있지. 거기부터 수색을 해야겠다.”

“…!”

태현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선택지였던 것이다.

“김태현. 굳이 거길 뒤질 것까지 있나? 별 거 안 나올 거 같은데.”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파티 나가도 말리지 않을 테니, 원한다면 따로 움직여도 좋아.”

“…….”

태현은 진심을 담아서 한 말이었다.

자기 자신은 퀘스트를 완전히 못 깨더라도 이득 얻으려고 할 테니, 진지한 플레이어들은 나가서 따로 움직이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태현의 그런 여유 넘치는 반응은 다른 의미로 보였다.

‘뭐지? 저 자신감은??’

‘김태현은 뭔가 알고 있는 거 같다!’

‘퀘스트 공유되기 전에 교단에 들어가서 먼저 이야기를 나눴지? 거기서 따로 추가 정보 얻은 거 아니야?’

눈치 빠른 랭커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태현이 저런 반응을 보일 이유는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뭔가 믿는 게 있다!

“아니. 김태현. 네가 파티장이잖아. 난 널 믿어.”

“맞습니다. 김태현 씨. 사실 저는 김태현 씨 팬이기도 합니다.”

“너 유성 게임단 팬 아니었냐?”

“쉿. 닥쳐.”

자기들끼리 충분히 퀘스트를 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랭커들이 전원 남겠다고 선언했다.

그 반응에 태현이 오히려 놀랐다.

‘뭐지? 이 자식들도 설마 퀘스트 깰 생각이 없나?’

지금 태현이 대주교 방으로 가려는 건 아이템 하나도 알뜰살뜰히 챙기고, 공적치 포인트와 친밀도를 쌓기 위해서였다.

퀘스트 도중에는 뭘 하든 간에 조금씩 쌓이기 마련.

그런데 다른 랭커들도 같이 가겠다고 하니까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 그러면 같이 가자고.”

앞장서서 걸어가는 태현에게, 주디스가 슬쩍 다가와서 속삭였다.

“야. 그 정보 얼마면 팔래?”

“???”

* * *

[<검소한 대주교의 공간>에 입장했습니다.]

[교단의 신성한 공간입니다! 소란을 피울 경우 매우 커다란 페널티가…]

[……]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태현은 공간에 있는 아이템들을 일단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았다.

[비뚤어진 그림 액자를 발견했습니다. 이 단서를 파이토스 교단에 보고할 경우 공적치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별로 도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전해야겠군.’

액자 비뚤어진 걸로 어디에 사라진지 맞추면 그건 기적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태현은 화술 스킬로 어떻게든 공적치 포인트를 최대로 뽑아먹을 생각이었다.

“김태현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

“일단 아이템을 닥치는 대로 모아야 그걸 구분할 수 있을 거 아니야. 빨리 돕자고.”

“그, 그렇군.”

[파이토스 교단의 부정한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벽에서 숨겨진 글자를 읽어냈습니다!]

[단서를 찾았습니다!]

“???”

[???]

아이템 쓸어 담고 있던 태현은 멈칫했다. 옆에서 지휘하고 있던 카르바노그도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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