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4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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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야 할 앨리아의 개인 방송 창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다 입을 벌리고 보고 있는 탓에 일시적으로 조용해진 것이다.
농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농사를 무시하던 사람들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저건 진짜 대단한 게 맞다!
미친 듯이 튀는 흙 사이에 손을 넣고 작물 뽑아서 뒤의 바구니에 넣은 다음 바로 멈추지 않고 다음 작물을 뽑는다.
누가 컨트롤 좋기로 소문난 랭커 아니랄까 봐 태현은 농사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아이템을 얻었….]
[아이템을 얻었….]
[…]
[…]
[매우 빠른 속도로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버프를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 스킬이 발동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나와 당신을 도와줍니다!]
[행운이 매우 높습니다. 추가 효과가 일어납니다.]
[작물이 싱싱해집니다!]
[아키서스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추가 효과가 일어납니다!]
[작물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팍!
-저… 저게 사람인가??
-저 탈것 대체 얼마 주면 살 수 있어요??
방송을 보고 있던 농부 플레이어들은 케인의 실력에 감탄했다.
기사 보면 세계 최고의 탱커란 말이 나오던데, 그게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세계 최고 탈것은 케인이다!
-내 탈것 이름 케인으로 바꿔야겠다.
-지금 내 탈것 아직 알 상태인데, 앞으로 매일매일 ‘넌 케인이 되렴’ 하고 읽어줘야겠다!
농사지을 때 어떤 탈것을 쓰는 게 좋은지는 농부들 사이에서 절대 결론이 나오지 않는 주제였지만….
적어도 오늘은 결론이 나왔다.
바로 케인이라고!
“다 됐나?”
“헉. 허억. 허어억….”
“다 된 거 같군. 케인. 잘했다.”
태현의 말에 케인은 매우 뿌듯했다.
뒤를 돌아보니 그 넓은 농지가 전부 다 작업이 끝나 있었던 것이다.
‘크… 대단하군.’
케인 본인도 솔직히 뿌듯할 수밖에 없는 작업 속도!
누가 이걸 보고 농사의 문외한이 했다고 생각할 것인가.
“원래 네가 이것보단 느리게 할 줄 알았는데, 네가 이렇게 빠르게 하니 앞으로 이 정도로 속도를 맞춰도 되겠군.”
“…?!?!”
케인은 태현의 말에 경악했다.
야 이 새….
* * *
“아이템 늘어놓겠습니다.”
“네!”
“너무 빨리 작업해서 작물에 손상이 좀 왔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앨리아는 양손을 흔들며 외쳤다.
물론 농사 스킬이 부족한 초보자가 작물을 서투르게 뽑으면 작물 등급이 내려가고 손상이 가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앨리아는 뒤에서 보면서 확신했다.
그렇게 빨리 작업을 하면서도 둘은 절대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정말… 타고난 인재야!’
아무리 생각해도 김태현은 딜러를 할 게 아니었다.
김태현은 농사를 지어야 했다!
“김태현 님. 진짜 진지하게 농사 지어볼 생각 없으세요?”
“아니… 농사 스킬까지 키우려면 너무 힘들 것 같은데….”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거든요? 진짜 한번 고민해 보세요!”
“에이. 너무 띄워주시는데. 케인이 착각할 수도 있으니 그러지 마십시오.”
태현은 잘 알았다.
권력의 힘!
그건 정말로 강력한 것이었다.
당장 김태산을 보라. 김태산이 ‘차가 놀라면 뭔지 아냐? 정답은 카놀라유란다! 으헉헉헉헛!’ 같은 미친 개그를 해도 길드원들은 ‘크핫핫핫핫! 길마님 너무 웃깁니다! 유우머 센스가 기가 막히십니다!’라고 하지 않던가.
태현이 길드 동맹이나 화이트 나이트처럼 영지를 빡세게 관리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일단 영주는 영주였다.
그런 영주 앞에서 ‘아 농사 더럽게 못 짓네요 ㅡㅡ’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좀 잘 나왔으면 좋겠군.’
태현은 자기가 객관적으로 스킬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믿을 수 있는 건 아키서스 스킬들과 이번 축복 룰렛으로 얻은 버프!
“???”
앨리아는 개수를 세면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뭐가 이렇게 많지?’
아무리 생각해도 작물이 너무 많았다. 한눈에 봐도 개수가….
-???
-앨리아 님 지금 바구니 바꿔치기 한 건가?
-맞는 것 같은데? 개수가 다르잖아.
-지금 보고 있는 사람들 무시하나요?
-아니, 바꿔칠 시간이 없었는데? 뭐야?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웅성거렸다.
태현의 직업 스킬들로 작물들이 랜덤하게 몇 배씩 늘어난다는 걸 사람들이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놀라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오. 황금 사과다. 이거 이다비가 그렇게 좋아하던데. 하나 사가야겠군. 이거 얼마쯤 합니까?”
“…네??????”
“어… 안 파는 겁니까?”
“아, 아니. 뭔 사과요?”
앨리아는 가만히 듣다가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황금 사과???
-가짜 아냐??
-김태현이 농부가 아니니까 착각한 걸 수도 있어. 아니면 케인이 사악한 속셈을 가지고 거짓말을 한 걸지도 모르지.
-…왜 그렇게 케인을 싫어하냐??
앨리아는 허겁지겁 달려가서 태현의 손에서 황금 사과를 받아 들었다.
놀랍게도 진짜 황금 사과가 맞았다.
다른 유사품이 아닌 정품!
“이… 이걸 대체 어떻게 바로…?”
“어. 비싼 겁니까?”
케인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비싸다는 말로는 부족한 작물이에요! 이거 하나 뽑으려면….”
“…아, 아까 수확하다가 실수로 하나 먹은 거 같은데….”
“……”
케인의 말에 앨리아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케인은 더욱 위축되었다.
“죄송합니다. 배상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배상하겠습니다. 케인을 데리고 온 건 제가 했으니….”
-저거 진짜 케인이 아니라 케인 모양의 탈것 아닌가?
-‘짐승 같은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게 설마 저런 걸 말하는 건가?
-아니. 황금 사과를 먹은 건 선 넘은 일 아님??
앨리아는 황급히 거절했다.
“아니요! 불렀는데 절대 그럴 순 없죠. 다 그런 걸 감안하고 하는 건데요! 농사 일 하면서 배고프면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크흑… 죄송합니다…!”
케인은 상대의 상냥함에 더욱 더 미안해졌다.
그렇게 귀한 줄 알았으면…!
“너무 많이 나와서 흔한 아이템인 줄 알았어요…!”
“…네????”
* * *
“우리들은 왜 부른 거야?”
“맞아. 지금 농사짓느라 바쁘다고. 설마 개수작 부리려고 우릴 부른 거면 알지? 누군가 네 밭에 뭘 던질지도 모른다는 걸.”
김영준이 불러 온 농부 플레이어들은 매우 시큰둥했다.
애초에 서로 라이벌인 만큼 불러서 좋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뽑은 작물 중 가장 좋은 걸 갖고 오라니. 대체 그런 건 왜 부탁한 거냐? 네 이름을 걸고 맹세해서 갖고 왔다지만 설마 네 방송 콘텐츠 뽑겠다고 갖고 오라고 한 거면 아주….”
“아니야! 멍청한 놈들아. 다 쓸모가 있어서 부른 거라고!”
“뭐? 멍청?”
“네 밭이 불타고 싶나 보지?”
“…제발 조용히 하고, 그거 들고 따라와! 빨리!”
김영준은 농부 플레이어들에게 강하게 말한 다음, 자기가 이번에 수확한 가장 좋은 작물들을 한아름 팔에 안았다.
김영준이 저렇게까지 강하게 말하자 다른 농부 플레이어들도 움찔했다.
정말 무슨 생각이 있나?
“어딜 가는 거야 대체?”
“앨리아 논밭 아닌가?”
“설마 앨리아 논밭에 불지르려고 하는 거야? 야. 이런 거 할 거면 밤에 질러야지… 어????”
떠들던 농부 플레이어들은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저… 저건??
“김태현이잖아?!?!? 대체 왜?!?!?”
“그러니까 너희들이 멍청한 거다! 소식도 안 듣고 뭐 한 거냐??”
“아니… 헛소문인 줄 알았지. 김태현이 일을 왜 도와줘??”
“그리고 넌 왜 잘난 척이냐? 앨리아 밭에 있는데?”
말문이 막힌 김영준은 화제를 돌렸다.
“…조용히 하고 따라와!”
“대체 저놈 뭐 하려고 우리 부른 거냐? 설마 농작물 던지려고 부른 건 아니겠지?”
“김태현한테 그 짓거리 했다가는 뒤질 것 같은데….”
“앗. 알 것 같다.”
“뭔데?”
“사실 김영준 저 놈이 김태현의 친척이었던 거지. 같은 한국인에, 성도 같잖아!”
“…이런 개멍청한 자식 같으니… ‘김’ 씨를 갖고 있다고 한국인들이 다 친척은 아니야!”
“뭐?? 진짜??”
뒤에서 떠드는 잡소리는 무시하고 김영준은 최대한 예의바르게 섰다.
“김태현 선수!”
“?”
“뭐야. 왜 왔어. 꺼져. 김태현 님. 신경 쓰지 마세요. 주변에 있는 잡상인에요.”
앨리아의 말에 케인은 감탄했다.
‘뭐야’ ‘왜 왔어’ ‘꺼져’ 3연타를 쉬지도 않고 퍼붓는 화려한 솜씨!
그러나 김영준도 만만치 않았다.
“흠흠. 평소 좋아하는 선수 분들이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해서 뭐라도 대접하고 싶어서 갖고 왔습니다. 앨리아. 설마 말리진 않겠지?”
앨리아는 속으로 김영준을 욕했다.
저런 치사한 이유를 들고 오다니.
저런 식으로 나오면 앨리아가 말릴 수도 없지 않은가.
“…마음대로 대접하시든가 마시든가.”
“고맙군! 자자! 김태현 선수! 저희가 직접 기른 과일들 한번 드셔보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케인 선수도 여기! 탱커를 위해 특별히 스탯도 맞춰 놓았어요.”
“고… 고맙습니다!”
케인은 정말 감동했다.
오늘 정말 일 년 치 받을 대접을 몰아서 받는 기분이었다.
언제나 골짜기에서 이상한 곳들만 돌아다녀서 몰랐지만, 골짜기 바깥의 농장들은 이렇게 따뜻한 곳이었던 것이다.
뭘 해도 칭찬해 주고 맛있는 걸 대접해 주다니.
사실 천국 아닐까?
와그작-
“……!”
케인은 눈물을 흘렸다.
수박이 정말….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던 것이다.
아까 먹었던 보약 때문에 그런지 훨씬 더 맛있었다.
“정말 맛있습니다!”
“…….”
“…….”
김영준과 농부 플레이어들은 케인의 진심 어린 반응에 감동….
…하기 보다는 좀 질색했다.
-아, 아니. 왜 울어?
-보통 맛있다고 우나? 나 수박 먹고 맛있다고 우는 사람 살면서 처음 본다.
자기가 기른 작물을 맛있게 먹어주는 건 농부의 기쁨이었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농부 플레이어들은 슬슬 뒷걸음질 쳤다.
* * *
대괴수 오르기돈이 쓰러지고, 길드 동맹은 뒷정리에 들어갔다.
어떻게든 끝을 내긴 했지만 피해가 꽤 심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전설 퀘스트가 왕국 내에서 터지니까 그 뒷감당이 장난 아니네요.”
“김태현 그놈은 대체 자기네 왕국에서 터지는 걸 감당한 거지?”
“그러게 말이야.”
“아. 이번에 진짜 스미스 놈한테 제대로 엿을 먹였어야 했는데….”
“그만 떠들고, 준비된 사람부터 이야기 시작해 봐.”
“예.”
길드 간부들은 쑤닝 앞에서 차례대로 발표를 준비했다.
이제 길드 동맹은 하나의 거대한 사업.
간부들은 정해진 시간마다 자기가 준비한 새로운 사업을 발표해야 했다.
“제가 준비한 것은 세율 인상입니다.”
“또??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을 텐데?”
“후후. 당연히 그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지를 주는 겁니다. 골짜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데, 추첨권을 돌려서 당첨이 되면 세금을 반으로 깎아주고 실패하면 더 높은 세율을 내게 하는 겁니다. 물론 확률은 엄청나게 낮게 해야겠죠. 이러면 분명히 도전하는 멍청이들이 나옵니다!”
‘이거 너무 사악한 거 아닌가?’
쑤닝은 속으로 고민했다.
세율을 미친듯이 높게 걷는 쑤닝도 고민할 정도로 사악해 보이는 아이디어였던 것이다.
“좋다. 진행해라!”
“감사합니다!”
“다음 사람?”
“제가 준비한 것은 바로 <아키서스의 탑>입니다.”
“아키서스의 탑? 매우 재수 없고 불길한 이름인데….”
“훗.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건 김태현의 입에서 직접 들은 정보입니다. 놀랍게도 아탈리 왕국에 있는, 최상급 던전이라고 합니다.”
“……!!”
최상급 던전!
그 말에 길드 간부들이 눈빛을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