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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90화 (1,489/1,826)

§ 나는 될놈이다 1490화

‘야. 이거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겠는데?’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싸울 만큼 싸웠는데도 전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에 감탄했다.

보통 싸움이 길어지고 서로 있는 스킬 없는 스킬 다 쓰면 길드들도 서로 타협을 하기 마련이었다.

스킬이나 아이템 다 빠진 상태에서 서로 싸워봤자 결판도 안 날뿐더러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길드 동맹과 화이트 나이트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고 격렬하게 맞붙었다.

정말 서로를 징하게 싫어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아이템이나 줍자!

* * *

무덤 안은 생각보다 평화로웠다.

오래된 무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정돈되어 있었던 것이다.

‘뭐지?’

“이상한데요?”

이다비도 그 점을 느꼈는지 의아해했다.

보통 사람들이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은 던전이나 지역들은 그걸 알려주기 위해 먼지가 쌓여 있거나 거미줄들이 쳐 있는데….

여기는 그런 점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화려하게 바뀌었다. 누가 보면 황궁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탈리 왕국 왕궁보다 더 좋은 거 같은데, 기분 탓이지?’

[카르바노그가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자고 화제를 돌립니다!]

하지만 쓸데없는 생각이 아니었다.

[<고대 제국 황실 지하 통로>를 발견합니다!]

[예전에 사라진 위대한 건축물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건축 스킬이 낮아…]

[……]

[……]

횃불이나 조명 마법을 걸어 놓지 않아도 알아서 은은하게 빛을 흩뿌리는 고급스러운 통로.

고대 제국 특유의 기술로 만들었는지 바로 메시지창이 떴다.

[카르바노그가 감탄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더럽혀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건축물은 보기 드물다고 말합니다.]

‘그러게. 신전 건물을 이런 기술력으로 지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아키서스 신전부터 시작해서 카르바노그 신전까지 전부 다 폐허가 되어버린 탓에 고생이란 고생은 전부 다 해야 했던 둘.

그런 만큼 이런 건축물들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키서스 권능에 이런 건 없나?’

[건축의 신도 아닌데 이런 권능이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지 않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그렇긴 하군.’

만약 아키서스가 이런 권능을 갖고 있었다면 ‘남한테 뺏었나??’ 하는 생각부터 들 것 같았다.

“이상한데?”

“건축물이 멀쩡한 거? 이거 지은 기술이 뛰어나서 그렇다는데.”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원형으로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아.”

태현이 건축물 파악하고 있는 사이, 이세연은 길을 파악하고 있었다.

태현은 아키서스의 권능으로 복잡한 던전의 길을 꿰뚫는 능력이 있었지만 이세연은 아니었다.

대신 네크로맨서들이 주로 쓰는 방법을 사용했다.

박쥐 언데드를 일정 간격마다 남겨 놓고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원형으로 돌고 있다고?”

[무덤의 길을 깨달았습니다!]

[고대 제국 황족의 무덤 안쪽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

“특… 이하네?”

태현과 이세연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뭐 이런 구조가 있지?

“이거 설마 다음에도 지형 깨달아야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러나 그 설마가 맞았다.

[무덤의 길을 깨달았습니다!]

[고대 제국 황족의 무덤 안쪽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태현 님. 오르기돈 시체는 안 돌려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아이템 꽤 챙겨놨어. 시체를 통째로 챙기는 것보다는 부족하겠지만….”

“그보다 이거 계속 길 맞추기 해야 하는 건가?”

그러자 무덤은 듣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방법을 바꿨다.

후욱!

“!”

갑자기 길이 막히더니 다른 내용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명성보다 악명이 높은 자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

“…어?”

일행은 의외로 손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이세연 빼고.

“아니….”

투명한 벽 앞에 막힌 이세연은 오랜만에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네크로맨서 직업은 악명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음. 미안하다. 이세연.”

“괜한 위로는 하지 마….”

이세연은 어이가 없었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무덤한테 따져봤자 아무 의미 없는 짓인 것이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들어갔다 와.”

“빨리 갔다올게.”

그러나 무덤의 시련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명성이 100,000보다 낮은 자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

“명성 십만 안 넘는 사람 없지?”

“…….”

케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상태창을 켰다.

설마….

명성 : 98,420

“!”

하필이면 최근 노드란체 섬에서 영지 관리 하는 도중 ‘명성을 소모해서 진행하시겠습니까?’ 같은 선택지를 고른 게 컸다.

그때는 ‘에이 명성 스탯 솔직히 쓸모도 없어! 9만이면 충분하지! 팍팍 쓰자!’ 하고 썼었는데….

쿵! 쿵! 쿵!

케인은 투명한 벽을 여섯 개의 팔로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외쳤다.

“들여보내줘! 들여보내달라고!”

“미안하다. 케인.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너 왜 이세연한테는 빨리 갔다 온다고 하고 나한테는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

케인의 말에 태현은 무시하고 앞으로 들어갔다.

걷던 도중 태현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잠깐. 레벨 제한 나오면 나 망하는 거 아닌가?’

레벨 300 이하 출입 금지 같은 거 걸리면 태현은 그대로 금지당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럴 경우에는 벽을 부숴야 하나?

그러나 레벨 제한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조건들이 더욱 더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고급 스킬이 한 개도 없는 자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에랑스 왕국에서 평판이 낮은 자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전설 퀘스트를…]

[……]

[……]

[명성이 300,000보다 낮은 자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어느새 남아 있는 건 태현 혼자가 됐다.

‘이거 한 번에 깨는 퀘스트가 아닌 모양인데?’

태현은 슬슬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건이 많은 걸 보니, 한 곳에서 막히면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깨는 식으로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조건이 많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고대 제국 관련 NPC들을 구한 적이 없는 자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고대 제국 관련 도시를 복구하지 않은 자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영주가 아닌 자는 지나가지…]

“…….”

[카르바노그가 신기해합니다. 미리 알고 준비했냐고 묻습니다.]

‘당연히 몰랐지.’

태현도 솔직히 좀 놀랐다.

스스로가 이렇게 쭉쭉 갈 수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온갖 퀘스트란 퀘스트는 다 깨긴 했지만 설마 이럴 줄이야.

파아아앗!

[<최후의 방>에 입장합니다.]

“…!”

어느새 태현은 눈부신 빛과 함께 조그만 석실 안에 도착해 있었다.

황족의 무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박한 공간이었다.

오히려 밖의 통로가 더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저건… 검인가?’

가운데에 있는 관은 뚜껑이 없고 그 안이 텅 비어 있었다. 시체 대신 있는 건 검이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당신이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도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은 고대 제국을 부활시키기 위해 어떤 어려운 난제도 피하지 않았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순간 당황했다.

딱히 고대 제국을 부활시키려는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오로지 순수한 신념을 가진 모험가만이 이 자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고대 제국의 황족들은 생각한 것이다.

지금은 힘이 부족해 대륙의 악들 앞에 쓰러지지만, 언젠가 그들의 뜻을 이을 모험가가 도착하리라고!

검을 뽑아라.

그리고 스스로를 인정하라.

고대 제국의 후계자라고!

보상: ?, ???, ????

“…….”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찾아와서 혼란스러웠다.

‘그러니까 여기가… 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의 위치였나?!’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탐험가 랭커 파티가 수십 번은 시도해서 하나씩 깰 법할 곳을 우연으로 한 번에 돌파해 버리다니.

태현이 자기가 깬 퀘스트에 대해 설명을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건 정말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오르기돈 잡다가 던전 하나 발견해서 들어갔는데, 이게 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가 시작되는 곳이더군요.

-아. 그래서 연계 퀘스트들을 깨고 도전하신 건가요?

-아니 그냥 들여보내주던데….

-…….

‘일단 뽑자.’

태현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든 뭐든 간에 일단 앞에 있는 검은 뽑고 봐야 했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역시 그렇겠지.’

퀘스트가 추가됐다지만 태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아마 고대 제국 부활 관련된 퀘스트가 나오지 않을까?

뭐가 나오든 간에 이제 와서 새삼 놀랄 건 없었다.

예전에 만난 적 있던 고대 제국 죄수들?

아니면 이번에 함께하게 된 고대 제국 전사의 후예들?

그도 아니면 새로운 NPC 세력?

어떤 퀘스트가 나오든 간에 태현은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

당신은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어 왔지만, 당신이 가진 능력 중 가장 빛나는 것은 다른 이들을 믿고 신뢰하는 능력이다.

“아니….”

벌써부터 놀라운 퀘스트 내용에 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는 강력한 전투력은 물론이고 서로를 묶을 수 있는 포용력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지하 협곡에서는 오스턴 왕국의 수많은 모험가들이 치고받으며 피를 흘리고 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로서, 수많은 악들이 대륙을 노리고 있는 지금 이 무익한 싸움을 멈추게 해야 한다.

이들을 화해하고 멈추게 만들어라!

보상: ?, ???, ???

“…….”

지금 밖에서 싸우고 있는 건 다른 놈들도 아니라 길드 동맹과 화이트 나이트.

‘얘네들을 화해시키라고??’

차라리 그냥 단신으로 가서 다 죽이고 오라는 게 훨씬 난이도가 낮아 보이는데….

그러나 퀘스트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

당신의 왕국은 아름답고 신성한 왕국이지만, 제국을 자처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왕국의 평가 등급 중 최소한 세 개 이상을 A등급으로 만들어라!

번영한 왕국의 모습은 당신에게서 고대 제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보상: ?, ???

‘돈 맡겨놨냐?’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번영시키라고 퀘스트 내놓을 거면 뭔 재물이라도 좀 주고 하던가….

<고대 제국의 후계자-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

고대 제국을 잇기 위해서는 막대한 황금이 필요하다.

잠들어 있는 고대 제국의 유산을 찾아라! 그 유산의 힘을 끌어낸다면 막대한 황금을….

‘내가 오해했군. 미안하다.’

태현은 진심을 담아서 퀘스트창에게 사과했다.

돈을 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밖에 있는 모험가들부터 화해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 죽으면 화해로 안 쳐주겠지?”

[……]

“나도 아니까 너무 그렇게 반응하지 마….”

* * *

“화… 화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 좀….”

“저렇게 즐겁게 싸우는데 그걸 말리고 싶어?”

“나도 솔직히 정말로 말리고 싶지 않은데….”

태현의 말에는 진심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세연은 자신도 모르게 동정심을 품었다.

‘진짜 말리기 싫은가 보네.’

“…퀘스트라서 어쩔 수가 없어.”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는데, 전부 죽여버리는 건 화해로 안 들어가지?”

이세연의 질문에 태현은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아까 태현이 물었을 때 카르바노그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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