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89화 (1,488/1,826)

§ 나는 될놈이다 1489화

[악명이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물론 태현만 악명이 오른 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악명이 더 높아졌다. 스미스나 화이트 나이트 랭커들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대괴수 오르기돈을 자극해서 저쪽으로 보낸 것에 대한 책임을 얻은 것이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한 것 때문에 악명이 이렇게 오르시다니….”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크흑! 쓰레기 같은 놈들이나 얻는 악명 스탯을 길마님이….”

“…….”

“…….”

태현과 케인은 멀리서 들리는 외침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악명 스탯이 뭐 어때서…!

‘살다 보면 악명 스탯 기본적으로 오르는 거 아니었나?’

사실 태현이나 케인은 어떤 퀘스트든 간에 무조건 깨려고 하다 보니 악명 스탯이 많이 오른 편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만큼 악명 스탯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에 비해 평범하게 사냥하는 랭커들은 어지간해서는 악명 스탯이 오를 일이 잘 없었다.

아예 악 성향 쪽 직업을 올리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이어지는 메시지창.

‘괜찮군.’

전설 퀘스트 깼는데 레벨 3이 오른다면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태현 입장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스미스와 화이트 나이트 놈들을 따돌리고 마지막에 폭딜을 넣은 보람이 있는 결과!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아이템을…]

[칭호…]

[……]

[……]

[대괴수 오르기돈은 고대 제국을 파멸시켰던 괴수 중 하나입니다. 대괴수 오르기돈을 처치한 것으로 인해 고대 제국 관련 NPC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고대 제국의 비밀을 추가적으로 얻습니다.]

“!”

[직업 퀘스트, <화신의 길>이 갱신됩니다.]

<화신의 길-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아키서스의 금제를 견뎌낸 당신의 영혼은 더욱 더 순수해지고 강력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키서스의 화신이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과업을 해내야 한다.

전설 등급 퀘스트 세 개를 해결함으로써 그 능력을 증명하라!

(1/3)

[아키서스 축복의 룰렛이 발동됩니다!]

‘오오오…!’

예상치 못한 행운에 태현은 눈을 크게 떴다.

퀘스트를 다 깨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퍼주다니.

이렇게 퍼줘도 되는 거 맞나?

[…카르바노그가 화신을 안쓰러워합니다.]

카르바노그는 태현의 반응에 안쓰러워했다.

보통 다른 교단 화신이었으면 퀘스트 진행 하나 할 때마다 버프 넉넉하게 받았을 텐데, 아키서스 교단이다 보니 저런 것에 하나하나 감동하고 있지 않은가.

안쓰러운 것도 정도가 있지…!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룰렛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았습니다. 룰렛에 추가…]

[명성을 드높였습니다! 룰렛에 추가…]

[다른 교단의 모험가들을 방해했습니다. 룰렛에 추가 보너스…]

“…?”

태현은 순간 이상한 걸 본 기분이었다.

이상한 게 있지 않았나?

‘다른 교단 방해가 왜 보너스냐?’

[룰렛이 돌아갑니다!]

촤르르르륵!

허공에 거대한 룰렛판이 생겨나더니, 저번처럼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키서스 축복의 룰렛>이 결정됩니다!]

[<끊임없는 무한의 생명력> 버프가 사라집니다.]

[<위대한 황금의 축복> 버프를 얻습니다!]

“!”

황금색 칸에 결정된 버프.

개인적으로는 <전설 등급 검술 스킬> 같은 다이아몬드 칸 버프를 받아보고 싶긴 했지만, 사실 태현도 잘 알고 있었다.

확률을 봤을 때 게임 끝날 때까지 보기 힘들다는 것을!

‘그나저나 무슨 버프지?’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 황금의 축복이 부여됩니다!]

“?”

<끊임없는 무한의 생명력> 버프와 달리, 바로 파악이 힘든 버프 설명에 태현은 의아해했다.

* * *

“절대 뚫리면 안 으아아아아아아악!”

콰르르르르르르릉!

골짜기 입구에서 치열하게 육탄전을 벌이고 있던 플레이어들.

그들은 갑자기 쏟아진 날벼락에 우르르 날아갔다.

가장 피해가 큰 건 <화이트 나이트> 쪽 길드원들이었다.

안쪽에서 단단한 방진을 짜고서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던 만큼, 오르기돈의 돌진을 그대로 받아낸 것이다.

“뚫… 뚫렸다!!”

“뚫었어! 우리가 뚫은 거야!”

“근데 누가 스킬을 쓴 거지? 저런 스킬이 있었나?”

“알 게 뭐야! 뚫렸다는 게 중요한 거지!”

밖에서 계속 진입을 시도하던 플레이어들은 상황도 모르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길드 동맹 랭커들도, 모인 플레이어들도 일단 환호성!

“들어가! 들어가서 오르기돈을 잡아야 한다! 절대 저놈들한테 양보하지 마!”

“예!”

척척척척-

길드 동맹 랭커들은 즉각 반응했다.

남은 플레이어들로 빠르게 파티를 짠 다음 안으로 돌입!

그리고 바로 오르기돈을 공….

“???”

“…….”

그들을 마주한 건 매우 어색한 자세로 있던 태현 일행이었다.

“오… 오르기돈은? 김태현?”

“…잡았는데.”

길드 동맹 랭커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길드 영토에서 그렇게 난리를 친 놈을, 잘츠 왕국까지 쫓아와서, 지하 협곡 골짜기 입구까지 뚫어서 잡으려고 했는데….

잡았다고??

‘와. 길드 동맹 놈들 상대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처음이군.’

오죽하면 태현이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길드 동맹 상대하면서 처음으로 느꼈던 마음!

옆에 있던 케인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지 급히 변명했다.

“그게, 이게, 오르기돈을 지금 당장 안 잡으면 놓칠 수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 우리가 너희를 따돌린 게 아니라….”

“…죽여!!”

“야! 야! 왜!”

케인은 기겁해서 방패를 들었지만, 길드 동맹 랭커들은 케인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그들이 외친 건 화이트 나이트 랭커들이었다.

“저 개자식들이 방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자!!”

“와아아아아아!”

“스미스 님!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놈들이 뚫고 들어옵니다!”

“알겠다! 곧 가겠다!”

안 그래도 서로 한 대씩 패주고 싶었는데, 오르기돈이 사라지고 서로 손해를 보자 두 길드 랭커들은 뜨겁게 타올랐다.

오스턴 왕국에서 못 낸 결판을 여기 지하 협곡에서 내자!

-화염의 고리, 영원한 궤도의 원한, 격노한 존재, 끊임없는 적개심의 칼날….

[<화염의 고리>로 인해…]

[<영원한 궤도의 원한>으로 인해…]

-단결의 방벽, 끝없는 재생의 힘, 트롤 전사의 가호, 명예의 외침, 아다만티움 피부….

[<단결의 방벽>으로 인해…]

[<끝없는 재생의 힘>으로 인해…]

순식간에 수십 개 스킬 써가면서 싸움의 긴장도를 올려버리는 랭커들.

태현은 지금 이 자리에서 빠지지 않으면 기껏 오르기돈 잡고 나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뒤로 후퇴! 오르기돈 시체 갖고 빠져나가자!!”

-예!

포병대 거인들은 허겁지겁 오르기돈 시체를 묶은 다음 재빨리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속도 올려!

[악마들의 마력을 추출합니다!]

[아키서스 포병대의 속력이 증가합니다!]

우리 안에 갇혀 있던 악마들이 탈진 상태에 빠져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뒤의 상황이 그만큼 개판이었던 것이다.

‘저러다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

“김태현. 사악하고 음험한 스미스의 음모를 격파한 건 좋은데, 뒷일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세연 쟤 스미스 너무 싫어하는 거 아니야?’

“일단 피하고 보자. 저기 싸움에 끼면 본전도 못 찾을 테니.”

하지만 태현도 이세연이 뭘 걱정하는지는 이해가 갔다.

지금은 서로에게 이를 갈면서 공격을 퍼붓고 있었지만, 싸움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정신이 돌아오면 이번 퀘스트에서 누가 가장 이득을 봤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바로 태현 일행!

그때도 과연 그냥 가만히 있을까?

‘언제든지 아까 일이 반복될 수 있긴 해.’

다시 입구를 막고 못 나가게 견제를 벌이는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응. 응? 빠져나오는 게 좋지 않겠어? 아니라고? 알겠어. 조심해서 하고….”

“왜 그래?”

이다비가 누군가와 귓속말을 하는 모습에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지금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입구 쪽에 많이 와 있거든요.”

길드원들만 있는 게 아닌, 일반 플레이어들도 즉석에서 많이 부른 덕분에 입구에는 길드원 외 플레이어들도 꽤 많았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당연히 거기에 끼어 있었고.

“지금 바로 빠지는 게 낫지 않아?”

“아. 아이템 주워야 한대요.”

“…!”

아까 오르기돈의 돌격으로 나온 사망자부터 시작해서, 지금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싸움에서 나오는 사망자들까지.

아이템 챙기기 좋은 시간이긴 했다.

‘대단하다. 대단해.’

태현은 감탄하던 도중 문득 생각이 들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저기 사이에 끼어 있다면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아까 오르기돈이 있던 곳에서 유적 하나 발견했어. 아마 파괴되긴 했겠지만….”

오르기돈 상대하면서 부수지 말라고 한 메시지창을 무시했으니, 부서져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태현은 빠르게 이동해서 확인에 들어갔다.

[고대 제국 황족의 무덤을 발견합니다!]

[대괴수 오르기돈의 시체를 바칩니다. 무덤이 열립니다.]

“!?”

안 부서졌잖아?!

놀랍게도 무덤은 멀쩡했다.

그보다 오르기돈의 시체를 무덤 앞의 땅이 삼키듯이 빨아들이는 모습에 태현은 깜짝 놀랐다.

“저… 저거!”

“막아야 해요!”

오르기돈쯤 되면 시체도 상당히 비쌌다.

가죽, 뼈, 송곳니, 살코기 등등!

태현이 괜히 저 싸움터에서 오르기돈 시체 갖고 빠져나온 게 아닌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들어간 시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태현 일행은 멍한 얼굴로 무덤 앞을 쳐다보았다.

“…….”

“무덤에서 별거 안 나오면 그냥 불태워 버립시다!”

정수혁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세연은 그걸 보고 경악했다.

‘안 말려…?’

* * *

한창 싸우던 길드 동맹 랭커들은 문득 태현을 떠올렸다.

“그런데 김태현 어디 있냐?”

“컥! 크아악! 이 자식이… 저 안쪽에 있지 않겠습니까?”

“미적대지 말고 앞으로 밀어붙여! 안쪽에 있다고? 불러서 지원 요청하는 게 낫지 않나?”

“우리 말을 듣겠습니까? 아쉬운 것도 없을 텐데?”

“이번에 분위기 괜찮았잖아? 게다가 들어보니까 화이트 나이트 놈들이 뒤통수치려고 했다면서. 충분히 포섭 가능하지. 귓속말 차단한 모양이니 직접 가서 물어보고 와라.”

길드원들 중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가서 확인해 보고 오겠습니다.”

치열한 난장판에서 살짝 빠져나와, 안쪽으로 들어가 지하 협곡을 훑고 나온 길드원은 잠시 후 돌아왔다.

“없는데요??”

“뭐가 없어?”

“김태현 일행이요….”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왜 없는데?”

“텔레포트로 빠져나간 거 아닙니까?”

“걔네 인원이 몇 명인데 텔레포트로 빠져나가!? 게다가 지금 방해 마법 몇십 개 걸려 있어. 텔레포트 해봤자 성공 확률이 10%도 안 될걸?”

“하지만 정말 없습니다만….”

길드 동맹 랭커들이 그 말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안쪽에 다른 탈출구가 있었나?

“길드 동맹 여러분!”

“?”

치열하게 서로 밀어붙이고 버티는 사이, 앞쪽에서 스미스가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길드 동맹 랭커들은 김태현을 보던 눈빛보다 더 짜증 섞인 눈빛으로 스미스를 쳐다보았다.

‘저 자식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 나.’

‘아오. 김태현보다 역겨운 놈 같으니.’

“협력합시다! 지금 상황은 서로에게 좋지 않….”

“…뒤져!!”

태현과 이세연이 예상하지 못한 것.

그건 사람들이 원한을 쉽게 잊어버리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해도 서로 얼굴을 보면 무기부터 뽑아 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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