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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84화 (1,483/1,826)

§ 나는 될놈이다 1484화

‘1:1을 해야 하나?’

태현은 살짝 고민했다.

공적치 포인트 써서 접근한 다음 왕관을 훔치는 것보다, 1:1에 이겨서 정당하게 왕관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으리라.

문제는….

[카르바노그가 상대의 힘이 만만치 않다고 경고합니다.]

‘그렇지.’

-팔론 1세가 차고 있는 벨트, 레벨 제한 700짜리예요.

이다비가 바로 귓속말을 보냈다.

강력한 기사 NPC나 귀족 NPC는 레벨 500, 600 넘는 일이 흔하다지만 이렇게 직접 확인하니 충격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700 이상에 800까지 가나?’

사실 레벨 차이는 어떻게든 커버 가능한 문제긴 했다.

이제까지 레벨 두세 배 넘게 차이 나는 적들도 쓰러뜨려 왔으니까.

문제는….

‘키메라 종족도 그렇고 견적이 바로 안 나오는군.’

상대가 갖고 있는 스킬들이 생각보다 까다로울 것 같다는 점이었다.

주변에 키메라 종족으로 갈아탄 케인이 있었기에 태현은 키메라 종족의 특징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었다.

여러 종족들의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잘 섞이면 얼마든지 까다로워질 수 있는 사기적인 종족!

그런 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1:1 신청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역시 훔치는 게 낫겠어.’

훔치기 위해서는 시선을 끌 방법이 필요했다.

태현은 케인을 불렀다.

“케인.”

“?”

“팔론 1세를 좀 상대하고 있어. 난 공적치 포인트 써서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나 확인해 보고 올 테니까.”

“그래. 알겠다.”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유지수가 이상하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어. 왜?”

“불평 없이 해서 놀랐는데요?”

“상대하는 게 뭐가 어때서? 어렵지도 않은 일이잖아.”

케인은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유지수가 대체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길래….

“아니… 1:1 하란 소린데요 저거.”

“…응???”

케인은 당황했다.

어?

어어어??

* * *

“공적치 포인트를 써서 보상을 받고 싶군.”

-따라오시지요. 폐하.

잘츠 왕국 친위대원들이 태현을 공손하게 안내했다.

[잘츠 왕국의 공적치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친밀도가 높을수록, 평가가 높을수록 공적치 포인트를 사용하는 데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몇몇 보상들은 특정 퀘스트를 완료해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신청 가능한….]

<잘츠 왕국 사냥꾼들 고용>

공적치 포인트 1,000 필요.

잘츠 왕국의 노련한 사냥꾼들을 고용합니다. 이들은 뛰어난 감각과 숙련된 경험으로 목표물을 추적할 것입니다.

‘…타이럼 사냥꾼들 아니야??’

태현은 질색했다.

이런 식으로 사기 매물을 팔다니!

<잘츠 왕국 장인의 활>

공적치 포인트 2,500 필요.

잘츠 왕국은 대대로 뛰어난 궁수들과 사냥꾼들이 태어나는 곳이었습니다. 왕국의 장인들은 오랫동안 이들을 위한 장비를 만들어왔습니다.

<상급 가죽 무두장이의 집>

공적치 포인트 5,000 필요.

뛰어난 무두장이는 어떤 가죽도 솜씨 좋게 다뤄서 완벽한 품질로 만들어냅니다. 이 건물이 영지 내에 있다면 영지 내 가죽 품질이 대폭….

‘오오.’

태현은 상황도 잊고 순간 탐을 냈다.

잘츠 왕국이 마탑도 없고 문화, 예술도 없다고 많이 욕을 먹긴 했지만 그래도 왕국이었다.

잘츠 왕국만의 특별한 보상들이 여럿 있는 것이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중에 가죽 모으는 애들 많으니까 저게 있으면 이다비가 기뻐할 텐데.’

초보자들의 수입원 중 하나가 몬스터 가죽 벗겨서 파는 것인 만큼 저런 시설은 쏠쏠했다.

[카르바노그가 집중하자고 말합니다.]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넘기던 도중 참을 수 없는 이름을 발견했다.

<사악한 이름의 신이 남긴 비전 스킬 책>

공적치 포인트 10,000 필요.

사악하다는 기록만이 남아 있는 교단의 스킬 책입니다. 어떤 스킬이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잘못 익혔다가는 스스로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하십시오.

‘신성 스킬!’

아키서스의 화신인 만큼, 설명만 봐도 뭘 말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저건 특정 교단의 신성 스킬을 말하고 있는 거였다.

[카르바노그가 어떤 교단 스킬인지 궁금하다고 말합니다.]

‘꽝일 수도 있지만, 해서 손해 볼 건 없어.’

이제까지 다른 교단 스킬들 뺏어서 손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던 태현인 만큼 저건 탐이 났다.

현재 공적치 포인트는….

‘113,000인가.’

잘츠 왕국에서 시작한 데다가 길드 동맹까지 팔아넘긴 덕분에 포인트는 넉넉했다.

“이건 구매하겠다.”

-그러십시오. 곧 갖고 나오겠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잘츠 왕궁 첫 번째 궁전 입장>

공적치 포인트 50,000 필요.

잘츠 왕궁의 첫 번째 궁전으로 입장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궁전 안에 있는 수많은 보물들과 비밀 책들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잘츠 왕궁 두 번째 궁전 입장>

공적치 포인트 50,000….

‘찾았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었다.

왕궁 내 궁전이 여럿 있었던 것이다.

‘왕관이 어느 궁전에 있지?’

[카르바노그가 하나 들어간 다음 몰래 다음 곳으로 이동하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가능하긴 한데, 위험도가 너무 높아져.’

왕궁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넓었고, 그 안에 있는 궁전들도 거리가 꽤 됐다.

궁전 하나둘 정도는 태현의 권능 스킬들과 행운 스탯으로 어떻게든 은신해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씩 넘길 때마다 난이도는 급격하게 상승하리라.

미리 제대로 찾아놓고 가지 않으면 궁전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미다스 길드나 화이트 나이트 놈들 바쳐서 공적치 포인트를 더 얻어야 하나? 궁전 여러 개 돌려면….’

-키이잇.

“?”

[카르바노그가 낭티오네가 왕관의 위치를 안다고 말합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생각치도 못한 이런 곳에서 돌파구가 발견될 줄이야.

“어떻게 알았지? 혹시 낭티오네도 아버지와 같이 훔칠 생각이 있었던 건가?”

-…….

-…….

[…….]

참신한 태현의 추측에 낭티오네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가 화를 냈다.

-키이잇!

[아니라고 말합니다.]

‘음. 이건 굳이 해석 안 해줘도 나도 알 거 같군.’

낭티오네의 말을 들어보니, 아주 어렸을 적 잘츠 왕국에 놀러 왔다가 예전 국왕의 연회에 초대를 받고 구경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바로 여섯 번째 궁전!

“고마워. 낭티오네! 네가 최고야!”

태현은 감격해서 낭티오네를 칭찬하며 쓰다듬었다.

-키잇. 키잇.

낭티오네는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보고 있던 이다비는 낭티오네가 살짝 부러워졌다.

이다비 어깨 위에 있던 토왕이는 이다비를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았다.

지금 뭘 부러워하는 거…?

* * *

도둑질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왕국에서 제일 경계가 심한 왕궁 내라면 더더욱.

원래 이런 일들은 판온에서 가장 레벨 높은 도적 플레이어들도 쉽게 하지 않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아키서스 교단에는 이런 일에 대비한 능력자가 한 명 있었다.

대도적 에드안!

“좋아. 나하고 에드안만 들어갔다 올 테니까,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대응해줘. 알겠지? 혹시 화이트 나이트나 미다스 애들이 소란 일으키면 말해주고.”

“네.”

“나만 교단에 도적이 있는 게 이상한 거야…?”

이세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에드안을 쳐다보았다.

무슨 네크로맨서가 교단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도둑놈이 교단에 있어?

그러나 이세연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별로 이상해하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나?”

“저도 평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세연 선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적 플레이어를 그렇게 무시하다니….”

“…….”

팀 KL 선수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모습에 이세연은 살짝 울컥했다.

겉으로는 냉정을 유지했지만….

‘얘네 짜증 나….’

[잘츠 왕궁 여섯 번째 궁전에 입장했습니다!]

[제한 시간이….]

[….]

[명성이….]

[지혜가 영구적으로….]

[미술 스킬이….]

[노래 스킬이….]

‘으음. 돈 값 하는군.’

태현은 솔직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들 에랑스 왕국이 가장 호화롭고 대단하다는 말들을 많이 해서 잊어버리기 쉬웠지만, 일단 대륙에 있는 왕국들은 기본적으로 끗발이 있었다.

잘츠 왕국이 겉으로 보면 사냥꾼에 궁수들만 우글거리는 척박한 나라처럼 보여도, 그 심장부의 왕궁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왕궁보다 나은 거 같은데….’

태현은 갑자기 슬퍼졌다.

사디크 교단과의 사건부터 왕궁 습격까지 있어서 아탈리 왕국의 왕궁은 별 볼일이 없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골짜기를 키우는 데에 집중하고 있을까.

-폐하. 이쪽으로는 오시면 안 됩니다.

-폐하. 복도를 걸으실 때 주의해 주십시오.

-폐하. 손으로 건드리시면 안 됩니다.

“…….”

궁전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태클을 걸어오는 친위대원들의 모습에 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왕이라고 존대를 해주고는 있었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을 엄격함이 엿보였던 것이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폐하.

에드안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누굽니까?

“갑자기 네가 예전에 왕궁 들어갔다가 들키는 바람에 팔 잘려서 나왔다는 사실이 떠오르는군.”

-…옛날 일이잖습니까….

에드안은 억울해했다.

태현을 만나기도 전의 옛날 일을 아직까지 이야기하고 있다니.

게다가 그 이후로 에드안은 많은 활약들을 보여 왔었다.

악신 교단들부터 시작해서 굶주린 혼돈까지!

“그런데 에드안. 네 팔이 예전과 좀 다른 것 같은데.”

-앗. 알아보시는군요. 골짜기의 대장장이들이 새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잠깐. 뭐라고?”

* * *

미다스 길드는 입구가 막힌 것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었지만, 스미스는 굴하지 않았다.

“다들 준비됐나?”

“예!”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거대한 히포그리프들.

그 위에는 스미스와 친위대들이 타고 있었다.

“신호와 함께 낙하한다. 가자!”

펑!

[<낙하 속도 감소> 스크롤을….]

[<낙하 속도 감소>….]

[….]

[….]

태현은 돈 아까워서 기계공학 아이템으로 커버했겠지만, 스미스와 친위대원들은 그냥 아낌없이 돈을 사용했다.

비싼 스크롤을 쫙쫙 찢어가며 하늘에서 왕궁으로 낙하를 시도한 것이다.

-스미스 님. 대괴수 놈이 잘츠 왕국 쪽으로 들어왔답니다.

-!

낙하하던 스미스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잘츠 왕국의 어디??

-<옛 파멸의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다는데, 잘된 거 아닙니까?

옛 파멸의 골짜기.

좁은 형태의 입구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드넓은 지하 계곡이었다.

밖에 있으면 사방을 박살 내는 놈이 그런 좁은 곳으로 들어갔으니, 차라리 다행이긴 했다.

‘길드 동맹을 더 박살 내줬으면 했는데 무리였나.’

아쉬웠지만 스미스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괴수 놈이 화이트 나이트 쪽으로 올 수도 있었으니까.

-알겠다. 계속 감시해라. 놈이 힘을 회복하거나 숫자를 늘릴 수도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귓속말을 끝낸 바로 그 순간, 퀘스트에 참가한 전원에게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이름 모를 영웅이 대괴수의 심장을 찌를 화살을 손에 넣었습니다!]

[영웅들이여, 모두 힘을 합해 대괴수의 숨통을 끊으십시오!]

“!!!!”

“김태현이다! 김태현한테 연락 넣어!!”

아직 누가 손에 넣었는지 아무도 정보가 없었지만, 낙하하고 있던 스미스와 친위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설마 길드 동맹이 손에 넣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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