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77화 (1,476/1,826)

§ 나는 될놈이다 1477화

<화신의 길-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아키서스의 금제를 견뎌낸 당신의 영혼은 더욱더 순수해지고 강력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키서스의 화신이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과업을 해내야 한다.

전설 등급 퀘스트 세 개를 해결함으로써 그 능력을 증명하라!

보상: ?, ??, ????

‘전설 등급 퀘스트 세 개… 난이도가 확실히 올라가고 있군.’

전설 등급 퀘스트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게임 끝날 때까지 한 개도 깨지 못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이런 퀘스트가 나았다.

이전처럼 검술 스킬을 봉인당하는 것보다는 그냥 전설 퀘스트 3개 깨는 게 나은 것이다.

‘솔직히 가만히 있어도 깨야 할 경우 많은데, 차라리 이런 게 낫지.’

당장 지금도 전설 등급 퀘스트를 깨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깰 거라면 직업 퀘스트도 같이 깨지는 게 좋지 않겠는가.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아키서스 축복의 룰렛>이 발동합니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룰렛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퀘스트의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룰렛에 추가…]

[……]

[……]

‘아니. 퀘스트를 어떻게 깼는지도 스킬에 들어가나?’

의외로 세심한 스킬에 태현은 놀랐다.

[카르바노그가 이렇게라도 화신의 노력을 알아주니 나쁘지 않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긴 해.’

아키서스 교단 관련된 퀘스트들을 깨온 태현은 한 일에 비해 너무 보상을 못 받은 편이었다.

망한 교단 부활시키고 신전 건물 대륙 곳곳에 짓고 신앙 퍼뜨리고 등등.

다른 교단이었으면 훨씬 더 보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권능으로 보상을 받는구나!

[룰렛이 돌아갑니다!]

촤르르르륵-

허공에 거대한 룰렛판이 생겨나더니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워낙 빠르게 돌아가고, 제각각의 칸이 작고 좁아서 글자를 다 읽기는 힘들었지만….

그중 일부는 살짝 확인할 수 있었다.

‘…잠깐, 방금 <전설 등급 검술 스킬>이 있지 않았나????’

태현은 눈을 의심했다.

분명 룰렛판 중 하나에, 다이아몬드처럼 번쩍이는 칸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전설 등급 검술 스킬>이라고 되어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 최고급 찍고 스킬 레벨 1 올리는 것도 힘들어서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데, 최고봉인 전설 등급 검술 스킬이라니.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일시적인 버프라 하더라도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으윽. 그래도 너무 희박하군.’

태현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최근에 이렇게 안타까워한 적이 없었다.

정말 갖고 싶다!

촤르르르르륵-

‘저건…’

<전설 등급 검술 스킬>이 다이아몬드처럼 번쩍이는 칸에 있었다면, 지금 발견한 <아키서스의 재빠른 발걸음>은 청동색 칸에 있었다.

누가 봐도 꽝이라는 게 느껴졌다.

물론 이동속도 버프가 절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검술 스킬 전설 등급에 비교하면 너무 손해가 막심한 것이다.

태현은 오래간만에 예전 대장장이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 다음 기도하면서 기다리던 그때 그 시절!

‘이제 이런 짓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촤르르륵!

[<아키서스 축복의 룰렛>이 결정됩니다!]

[<끊임없는 무한의 생명력> 버프를 얻습니다!]

청동색 칸도, 다이아몬드 칸도 아니었지만 다행히 황금색 칸에 있는 버프였다.

나름 좋은 버프.

[최대 HP의 양이 대폭 증가합니다!]

‘이건 나쁘지 않다!’

다른 사기적인 버프에 비하면 좀 수수한 감이 있었지만, 태현에게 이 버프는 절대 약한 게 아니었다.

낮은 HP는 태현의 약점이었으니까.

이 약점을 속이기 위해 태현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왔다.

오죽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현의 HP가 약점이라는 걸 짐작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이 버프는 다음 퀘스트까지 유지되는 건가… 으음. 빨리 이번 퀘스트를 깨고 돌려보고 싶군.’

[카르바노그가 룰렛도 좋지만 너무 심취하지는 말라고 말합니다.]

‘…헉. 내가 골짜기 인간들처럼 생각하고 있었잖아!?’

태현은 소름이 돋았다.

아키서스…! 무섭다!

* * *

“갔냐?”

“간 것 같습니다?”

“그럼 가자.”

태현 없는 태현 일행은 빠르게 이동했다.

길드 동맹 추적자들이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움직이기 쉬워진 것이다.

물론 추적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거나, 도와줄 수도 있었지만….

태현 없는 태현 일행은 그 정도로 말랑말랑하지 않았다.

판온은 냉정한 법.

“이쪽으로.”

“어. 왜 직선으로 안 가고 한 바퀴 우회하는 거야?”

“돌아와서 흔적 쫓으면 헤매라고요.”

“과연…!”

최상윤은 유지수의 말에 감탄했다.

정말 못된 건 잘 배웠구나!

돌아온 길드 동맹 추적자들이 보고 나면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탑에…]

[……]

원래 대괴수 오르기돈을 봉인하고 있던 탑은 썰렁한 분위기가 흘렀다.

‘늦었나?’

유지수는 걱정했다.

대괴수 오르기돈이 탈주하고 나서 놈을 쫓느라 탑을 한동안 내버려 뒀던 것이다.

안에 있던 잘츠 왕의 영혼이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솔직히 태현이 ‘그 탑의 영혼은 잘츠 왕국 건국왕의 영혼이야’라고 말해줘서 믿는 거지, 아니었다면 유지수는 저런 잡상인 NPC는 상대하지 않았다.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원칙 중 하나.

-NPC를 너무 믿지 마라.

└왜요?

-믿지 말라면 믿지 좀 마 새끼야!

└…….

잘츠 왕국에서 NPC 믿어봤자 돌아오는 건 뒤통수요 인간불신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탑에는 영혼이 남아 있었다.

-돌아왔는가, 모험가들아!

“당신이 정말 잘츠 왕국을 세운 건국왕입니까?”

-후… 한때는 그런 적도 있었지.

“분위기 잡지 말고 건국왕인지 아닌지만 말해요.”

유지수의 냉정한 반응에 뒤에 있던 케인이 당황할 정도였다.

“야… 그래도 건국왕이면 끗발 대단한 NPC인데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거야?”

“잘츠 왕국은 그래도 되거든요?”

“…!”

잘츠 왕국은 대체?!

탑의 목소리는 더 이상 허세를 부려봤자 별 볼 일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렇다. 내가 잘츠 왕국을 세운 건국왕이다.

“그런 분이 왜 여기에서 이러고 계십니까?”

최상윤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내가 세운 잘츠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였지.

사냥꾼 출신으로 왕국을 세운 잘츠.

실로 위대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잘츠 왕국이 탄생하던 때는 제국이 무너지고 대륙이 혼란스럽던 시절이었고….

잘츠는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투쟁해야 했다.

그중 두 번째로 강력했던 상대가 바로 대괴수 오르기돈이었다.

잘츠가 평생을 두고 다퉈온 숙적!

결국 잘츠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탑 안에 놈을 가둘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면 첫 번째는 굶주린 혼돈입니까?”

-아니. 골드 드래곤 고이오노스.

“골드 드래곤과도 싸우셨습니까?!”

-그건 이야기하면 좀 길어지는데… 어쨌든 여기 이렇게 온 것은 대괴수 오르기돈을 사냥하기 위해서겠지?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잘츠는 매우 순순히 퀘스트를 진행시켰다.

솔직히 말해서, 유지수와 탑지기 앙콜라스의 태도가 잘츠를 안달 나게 만든 것도 컸다.

보통 탑 열고 들어와서 오르기돈을 만났으면 탑의 주인인 잘츠한테 ‘어떻게 잡아야 합니까? 도와주십시오!’라고 말을 해야지, ‘야! 나갔다! 쫓아!’ 하면서 그냥 나가버리는 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도와주시는 겁니까?”

-물론이지.

“너무 쉽게 도와주는 거 아닌가?”

“수상한데요.”

“그러게….”

태현 없는 태현 일행은 수군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거 진짜 믿어도 되는 NPC일까?

-아니…! 도와준다는데 믿지 못하다니. 대체 뭐가 문제인 거냐 너희 모험가 놈들은?? 처음에 들어와서 그냥 가버리질 않나, 이 건국왕께서 도와준다고 해도 의심하지 않나, 어디서 온 놈들이냐!

잘츠는 결국 폭발했다.

왕국을 지키기 위해 모험가들과 협조하려고 했는데도 결국 참지 못한 것이다.

그 모습에 태현 없는 태현 일행은 ‘오오’ 하며 반색했다.

“저러는 걸 보니 좀 믿을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그러게.”

-…….

잘츠는 이를 갈았다.

저자들을 누가 보낸 건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어떤 놈이 보낸 거지 대체?

-다들 시끄럽다. 가서 화살이나 구해와라.

<건국왕의 화살-잘츠 왕국 퀘스트>

잘츠 왕국의 건국왕, 잘츠는 골드 드래곤한테 선물 받은 강력한 화살을 왕국의 왕관에 잘 보관해두었다.

대괴수 오르기돈의 약점을 꿰뚫을 수 있는 이 화살을 구해온다면 오르기돈을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물론 왕국의 왕관을 건드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보상: ?, ??, ????

“…….”

“어라?”

퀘스트 내용을 본 일행은 당황했다.

“어, 건국왕께서 가주시면 안 됩니까?”

-나는 왕국의 탑들을 떠날 수 없는 유령 상태다. 내가 그렇게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으면 진작 가서 잡지 않았겠나?

“그러면 혹시 편지라도 하나 써주시면 안 됩니까?”

잘츠 왕국이 호구도 아니고, 그렇게 왕관을 호락호락 내밀어주진 않을 것 같았다.

건국왕의 편지라도 있어야….

그러나 잘츠는 고개를 저었다.

-헛된 짓이다.

“아. 없어도 됩니까?”

“역시 국왕답게 호탕한 모양인데?”

-아니. 내가 편지를 써줘도 왕관을 내주지 않을 거란 소리다. 내 후손들이 다 좀 괄괄해서….

“…….”

“그건 괄괄이 아니라 그냥 싸가지….”

“쉿.”

잘츠가 보기에, 그의 후손들이 왕관을 내줄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오르기돈이 날뛰고 있다지만 아직 잘츠 왕국은 멀쩡했던 것이다.

자존심 강한 잘츠 왕가가 굳이 자신들의 왕관을 훼손해가면서 나서지는 않을 터.

“그러면 어떻게 설득해야 합니까?”

-내가 언제 설득하라고 했나? 훔쳐 와라. 왕관에서 화살만 뽑아서 다시 갖다 놔.

“…….”

“…….”

일행은 슬슬 이 퀘스트가 보통 난이도가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왕궁 들어가서 왕관 훔친 다음 돌려놓으라고…?

“그냥 길드 동맹 보고 알아서 하라고 할까?”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일단 태현이한테 물어보자.”

* * *

오르기돈을 다른 쪽으로 유도하고 돌아온 이세연과 태현.

그런 둘에게 스미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아 좀 꺼져.”

“스미스. 내가 널 싫어하는 건 아닌데, 네가 가까이 오면 내가 조심스러워지는 걸 이해해 줬으면 한다.”

“…지금 그런 대화로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 이세연. 중요한 소식이 있단 말입니다.”

“뭔데?”

“길드 동맹이 퀘스트의 정보를 따로 얻은 것 같습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길드 동맹이?

‘오… 능력 있는데? 어떻게 한 거지?’

하긴 길드 동맹도 랭커가 몇 명인데 퀘스트 정도는 깰 수 있었다.

“이건 배신입니다.”

“무슨 배신까지… 곧 정보 공유하겠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혼자 잡겠어.”

“아닙니다. 그놈들이 공유를 하겠습니까??”

“그건 나중에 판단하고, 들어보기나 하자고. 걔네가 무슨 퀘스트의 정보를 얻었지?”

“그건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이 시국에 지금 잘츠 왕국으로 계속 길드원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잘츠 왕국에 뭔가 발견한 게 분명합니다.”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세연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잘츠 왕국에는 태현 없는 태현 일행이 있었던 것이다.

“마침 오르기돈도 다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길드 동맹 놈들이 핑계를 대기 전에 잘츠 왕국으로 같이 가는 겁니다!”

“어… 같이?”

“…진짜 좀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