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475화
“뭐냐?!”
갑자기 공격이 날아오자 따라오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분명 완벽하게 은신을 했는데도 선공을 당하다니!
“피해!”
-신속의 바람, 현혹하는 안개, 상급 회피의 가호, 화려한 도주!
파파파팟!
기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신속하게 대처했다.
공격한 케인 일행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흩어지고 대피하는 추격자들.
“놓치면 개망신이야! 케인. 무조건 하나는 잡아라!”
“알고 있어!”
-노예의 쇠사슬!
촤르륵!
케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스킬이 뻗어져 나왔다.
“저 노예 놈 사슬 자랑한다!”
“피해! 맞으면 훅 간다고!”
“…….”
케인은 울컥했다.
스킬 이름 때문에 괜히 기분이 더 더러운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상윤은 더욱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쫓아온 놈들이야. 조심해!”
“…그렇구나!”
“뭘 그렇구나야 이 자식아 그걸 내가 말해줘야 아냐??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아오.’
케인은 속으로 욕했다.
태현이 없어지니까 최상윤이 구박을 시작한 것이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촤륵!
“안 돼!”
구박 받은 것과 별개로 케인의 실력은 확실했다.
그렇게 태현에게 구박을 받으면서 실전에서 구르고, 그 다음에는 감독에게 1:1로 전담 마크 받으며 던전을 돌았는데 실력이 안 오를 수가 없는 것이다.
“분, 분명히 피했는데??”
“훼이크였다. 날 너무 우습게 봤군!”
“어, 어떻게 그것까지??”
“…넌 진짜 무조건 로그아웃시킨다!”
케인은 분노해서 끌어당겼다. 쇠사슬에 맞은 추격자는 그대로 끌려왔다.
-저자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 흑흑이여. 오른쪽을 맡아라!
-알겠다!
두 드래곤은 빠르게 양옆으로 우회했다.
이다비, 유지수, 정수혁은 원거리 딜러답게 뒤에서 사납게 공격을 퍼부으며 남은 추격자들을 유도했다.
“와이번이다! 스크롤 써!”
-와이번 퇴치의 주문서!
[<와이번 퇴치의 주문서>를 사용합니다!]
[와이번이 아닙니다. 효과가 없습니다!]
“와이번 아니잖아!!!”
“아, 아니… 진짜? 와이번이 아니라고??”
“내가 와이번이 아니라고 몇 번 말했냐! 저건 드레이크라니까!”
“무슨 드레이크가 저렇게 커!”
“돌연변이 드레이크….”
-…….
-…….
두 드래곤은 분노했다.
지금 그들을 와이번으로 생각했단 말인가?
콰드드드드득!
[<육중한 충격>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스턴 상태에…]
[……]
* * *
“저희는 나쁜 뜻으로 따라온 게 아닙니다.”
“그래. 그렇구나. 나도 지금 나쁜 뜻으로 쏘는 게 아니니까 이해해 줘. 알겠지?”
유지수는 화살 겨눈 채로 말했다.
빨리 로그아웃시키고 장비 챙긴 다음 이동할 생각으로 가득해 보였다.
“잠깐만요… 저 사람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인데요.”
“…!”
이다비의 말에 일행도, 길드 동맹 추격자들도 깜짝 놀랐다.
들킬 줄이야!
“길드 동맹 놈들이??”
“어, 어떻게 우리를 알아본 거지…?”
길드 동맹 추격자들은 당황했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일일이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암살자나 도적 같은 직업을 가진 길드원들은 나중에 추적을 위해 최대한 정체를 숨겨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알고 있다니.
길드 내에 무슨 스파이가 정보를 하나하나 다 말해주는 게 아니라면 그게 가능한 일인가?
“떠본 거지. 멍청이들아.”
“크악…!”
‘떠본 거 아닌데….’
이다비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상대의 착각을 바로잡아주진 않았다.
오해해 준다면 오히려 고마운 일 아니겠는가.
“길드 동맹이 쫓아오다니. 이건 심각한 문젠데.”
최상윤은 정색하며 말했다.
“우리가 하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을지도.”
“장난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것까지 예측하고 있었을 줄은….”
“어디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요?”
심각한 표정으로 수군거리는 일행의 모습이 무서웠는지, 길드 동맹 추격자가 입을 열었다.
“이…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너희들도 우리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봐라.”
“??”
“너희들이 오스턴 왕국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아!”
그제야 일행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김태현 일행이 오스턴 왕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래. 확실하게 감시하고. 김태현은 특히 몇 배로 감시해라. 놈이 분신 만들고 빠져나가거나 변장하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매우 조심해야 해.
-설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놈이란 거 이제 모두가 압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태현 일행도 조심해. 김태현을 미끼로 삼은 다음 다른 놈들이 빠져나가서 왕국을 불태우고 다닐지도 모른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치가 떨릴 정도로 당한 길드 동맹은 정말 철저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김태현 입장한 순간부터 김태현 감시, 김태현 파티원들 감시까지.
태현 일행이 따로 떠난 순간부터 길드 동맹에는 비상이 걸렸고….
“근데 우린 오스턴 왕국에 별 관심 없는데. 여긴 잘츠 왕국이잖아.”
“…우리도 슬슬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다.”
그랬다.
-아랄타 성! 설마 아랄타 성의 수원에 독을 풀려는 건가!?
-저건 카달타 성! 최근 성의 치안이 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저 자식들이…!?
-그건 세금 많이 올려서 그런 거 아닙니까?
-이렌 시!? 이렌 시를 노리고 있어! 저놈들이 이렌 시를 노리고 있다! 이렌 시 맡고 있는 간부한테 빨리 연락을…!
-…그냥 잘츠 왕국 가는데요??
-…어?
-속임수일지도 모른다. 쫓아!
-근데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이제 우리가 오해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서로 사이의 문제가 해결된 셈이로군.”
“훈훈한 척 끝내려고 하지 마 이 자식아.”
“어디서 개수작질을….”
“큭….”
은근슬쩍 풀려나려고 했던 길드 동맹 추적자는 냉정한 반응에 앓는 소리를 냈다.
퀘스트가 들킨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일행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된 거지?
-잘 됐네.
“길드 동맹한테 항의하자.”
“맞아. 길드 동맹 놈들. 감히 연합을 해놓고 이런 수작질을. 용서할 수 없다.”
“잠… 잠시만! 잠시만!”
추적자들은 당황해서 말했다.
물론 일행은 항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조용히 잘츠 왕국에서 퀘스트 확인하고 빠져나와야 하는데, 일을 키워서 좋을 게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추적자들은 자세한 사정을 몰랐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
“뭐든지 도와줄 테니까 제발 항의는 좀 참아주라!”
“굳이 너희 도움이 필요할까?”
“우리는 전부 다 뛰어난 도적 플레이어들이다. 길드 동맹의 척후단에 든다는 게 얼마나 난이도가 높은 일인지 아나? 일단 레벨이….”
“안 물어봤어.”
유지수는 말을 잘랐다.
별로 안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
“그러면 저것부터 좀 정리해 줄 수 있어?”
“별로 어렵지 않지. 뭘 말하는 거지?”
“저거.”
궁수 플레이어답게, 유지수는 가장 먼저 멀리서 달려오는 야수 군단들을 발견했다.
대괴수의 영향은 잘츠 왕국에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광폭한 켄타우로스 군단이 <광란의 질주>를 시전합니다!]
“대신 좀 따돌려줘.”
“…….”
“…….”
추적자들은 울 것 같은 표정을 간신히 감춰야 했다.
* * *
“저런. 이 정도 언데드로는 안 되는 모양이야.”
“그렇구나. 그러면 김태현 네가 한번 해볼래?”
“그럴까?”
두 네크로맨서의 우아한 대화를 듣고 있던 길드 동맹 길드원은 환장하기 직전의 표정을 지었다.
“두 분… 어… 좀… 서둘러주시면 안 됩니까??”
“어허!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는 거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맞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이세연은 옆에서 태현의 말을 받아줬다.
방망이 깎던 노인을 모르는 길드 동맹 길드원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뭔 개소리야?
지금 두 마법사는 대괴수 오르기돈을 탐색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하고 있었다.
주로 언데드들을 보내는 방식!
-고대 제국의 언데드(랜덤) 소환, 고대 제국의 언데드(랜덤) 소환….
원래 언데드 소환 마법은 평소에 거의 쓰지 않던 태현이었다.
안 그래도 부족한 MP를 이중으로 깎아 먹는 자살행위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원도 든든하겠다 장비도 있겠다….
시간을 들여서 느긋하게 언데드 소환으로 군단을 꾸려볼 수 있었다.
물론 랜덤이라는 게 좀 애매하긴 했지만, 원래 낮은 확률을 제압하는 게 횟수 아닌가.
[<스켈레톤 표범을 탄 최정예 언데드 척후병>들이 전멸합니다!]
“와. 어렵네.”
“기다려. 이세연. 이번에는 내가 간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마법 스킬이…]
대괴수 오르기돈 상대로 꼬라박는 것만으로도 마법 스킬이 쏠쏠하게 올랐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
“다른 분들! 좀 나서주십시오!”
“어? 우리가?”
“왜?”
“…….”
미다스나 스미스나 모두 다 의아해했다.
우리 도시도 아니잖아?
“만약 저놈이 다른 곳으로 가면 그때는 어쩌실 겁니까?”
“아. 그건 그때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다행히도 너희 도시 앞에 있잖아.”
“놈이 지금 졸린 거 아닐까? 계속 가만히 있는데.”
“영원히 저기 있으면 좋겠군.”
“화이트 나이트도 의외로 대화가 통하는데?”
“그건 내가 할 소리야. 미다스 길드.”
“…….”
부글부글!
화이트 나이트와 미다스 길드가 서로 직업의 차이를 잊고 훈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길드 동맹 간부들의 피는 끓기 직전이었다.
“가라. 골골아! 네가 저 오합지졸… 아니, 개성 넘치는 놈들을 이끌어줘야 한다!”
-주인이시여. 그냥 오합지졸이라고 하십시오….
용의 힘까지 얻은, 최상급 언데드 몬스터 골골이.
무려 정예 드래곤 데스 나이트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이 정도면 이세연도 ‘와 정말 잘 키웠는데?’ 하고 감탄할 정도.
그러나 골골이는 그런 능력에 비해 태현의 일행에서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언데드였으니까!!
애초에 신성 계열 직업인 태현과 골골이는 상성이 안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용용아, 마법 준비해라.
-골골이가 맞을 텐데? 골골이는 신성 마법을 맞으면….
-넌 대체 왜 언데드라서 그런 거에 데미지를 받는 거니!
-…그건 제 잘못이 아니잖…!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용용이나 흑흑이 같은 신수들이 자리에서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이세연 같은 네크로맨서가 주변에 각종 언데드 버프 마법을 깔아 놓은 상황.
골골이는 몸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반드시 이번 활약으로 입지를 올리고야 말겠다!
‘오합지졸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뒤에는 고대 제국의 언데드들.
몇몇 언데드들은 골골이도 ‘이건 대체 뭔 언데드지?’ 싶을 정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잡탕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데스 나이트 출신의 골골이는 생전에 수많은 부하들을 지휘해 본 적 있는 기사였으니까.
-제가 가서 놈의 숨통을 끊어 놓겠습니다!
“아니. 골골아. 숨통이 아니라 정보 얻어오라고. 네가 숨통 끊을 수 있을 정도면 진작에 끝났지.”
-아닙니다!
“아니 야… 무리하지 마라? 물론 다시 소환할 수 있다지만….”
-가자! 언데드들아!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이세연이 그걸 보며 신기해했다.
“네가 부리는 언데드들은 이상하게 개성이 강한 거 같다?”
“마법 스킬이 높아서 그런 거 아닌가?”
“아니, 똑똑해지는 거랑 개성이 강해지는 건 별개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