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68화 (1,467/1,826)

§ 나는 될놈이다 1468화

두 길드가 힘을 합치면 장점이 하나 더 있었다.

오스턴 왕국의 다른 길드, 미다스 길드도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미다스 길드의 마법사 랭커들은 질색했다.

“쑤닝 놈이 미쳤나?”

“그놈은 약간 변태 같은 성향이 있어. 자기를 팬 놈하고 친하게 지낸다니까?? 김태현하고 친하게 지내는 거 봐. 즐기는 게 분명해.”

“확실히 예전 길마 때부터 좀 수상쩍긴 했다.”

“어디 손 잡을 게 없어서 스미스 같은 놈하고….”

“스미스 그놈, 예전에는 착하고 성실한 놈인 줄 알았는데 그냥 금발머리 김태현이야!”

오스턴 왕국 전쟁이 벌어지기만 해도 스미스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최상위권 랭커가 저렇게 원한을 쌓지 않았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거였다.

어디 가서 싸움 걸지도 않고, 대형 길드 들어가서 던전이나 도시 통제하지도 않고, 퀘스트 뺏지도 않고….

하지만 그 평가는 스미스가 <화이트 나이트>에 들어가고 오스턴 왕국 북부를 신나게 점령하고 나서 달라졌다.

완전 미친놈!!

미다스의 여러 랭커들도 스미스한테 죽을 뻔한 경험이 있었기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괴수 놈이 생각보다 좀….”

“으윽.”

“야수들이 점점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난 토끼가 그렇게 무서운 줄 처음 알았어.”

“토끼가 그렇게 강할 수가 있어요?”

“너 복싱하는 거대 토끼 본 적 있냐? 주먹으로 요새 벽 부수더라.”

결국 미다스 길드도 길고 긴 토론 끝에 결정을 내렸다.

두 길드와 함께 힘을 합쳐 대괴수를 잡겠다고!

잡을 수만 있다면 전설 퀘스트를 깨는 건 그리 손해가 아니었던 것이다.

* * *

-어떠십니까. 신앙이 느껴지십니까?

-헉, 허억, 허어억….

-아직 안 느껴지시나 보군요. 괜찮습니다. 다음으로!

-아니, 숨 쉬느라, 대답을, 못한.

-진정한 신앙을 느꼈다면 바로 대답이 재깍재깍 튀어나왔을 거 아닙니까! 이동합시다. 형제님!

“아니 앙콜라스 님!”

“왜 대답을 바로 못해요!!”

교단 플레이어들은 퀭해진 눈길로 아우성을 쳤다.

지금 그들은 앙콜라스 때문에 퀘스트 뺑뺑이를 돌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좋았다.

태현에, 앙콜라스까지 지원해 주는 화려한 라인업.

이 정도면 버스가 아니라 대형 리무진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리무진이라고 해도 72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슬슬 내리고 싶어지는 게 당연.

…지금 그들의 상황이 바로 그러했다.

[<난폭하게 날뛰는 야수들>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

[……]

“와… 와아….”

“너무 좋다… 정말 너무 좋은데….”

“마을 가서 재정비하면 안 되나?”

“그러면 시간이 낭비되잖나.”

태현은 친절하게 말했다.

“자. 내가 수리해 주지.”

“…….”

“…….”

평소라면 ‘헉 영광입니다!’ 했을 테지만 지금은 태현이 감옥의 간수장으로 보였다.

제발 우릴 내보내줘!

“저 지금 포션 다 써서….”

“저런. 걱정하지 마라. 이다비한테 부탁해서 포션 보내달라고 할게.”

“요리가 필요….”

“요리는 내가 해주지. 어떤 옵션의 요리가 필요하지?”

“저 이거 대장장이 기술 고급 찍은 대장장이가 필요해서 태현 님이 하시기에는 좀….”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다.”

“…태현 님은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

빠져나가고 싶어도 빠져나갈 수 없는 퀘스트 지옥에, 플레이어들은 점점 더 원한을 쌓기 시작했다.

앙콜라스 이 새끼…!

이 새끼가 입을 잘못 놀린 것 때문에!

옆에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식재료가 거의 1년 정도는 놀고 먹어도 될 정도로 남겠는데.”

“남쪽 대륙으로 갖고 가서 팔아볼까? 거기 굶주린 놈들이 그렇게 많았잖아.”

“가는 길이 좀 힘들긴 해도 성공만 하면 대박일 것 같다!”

* * *

고대 제국 전사들은 그 이름과 달리 퀘스트 난이도가 별로 높지 않았다.

<고대 제국 전사들의 거처를 찾아주세요> 퀘스트!

그 난이도 낮은 퀘스트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열심히 도전하기 시작했다.

“저기 어떻습니까? 뒤로는 산을 등지고 있고 앞으로는 강을 끼고 있으니 천하의 명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왕국 안쪽에 있어서 우리한테 편한 곳 같은데… 좀 거칠고 험한 곳이어야 하네.

“으음. 그렇습니까!”

“그러면 이곳은 어떻습니까? 이 성은 최근까지도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입니다!”

“야 이 미친놈들아! 우리가 점령한 성에 무슨 개수작이야!!”

나인테일 길드원들과 검은 갈퀴 길드원들은 발끈해서 고함을 내질렀다.

이 미친놈들이 그들이 점령한 스칼로 성 앞에 와서 추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쳇. 쪼잔하기는.”

“교단을 위해서 그 정도는 희생해야지.”

“당장 안 꺼져!? 김태현한테 고발해 버린다!”

그렇게 왕국을 돌아다니고 돌아다니던 전사장.

플레이어들의 말을 들으며 점점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대 제국의 전사장이 아탈리 왕국의 정보를 얻습니다.]

[고대 제국의…]

[……]

-으음. 어쩌면 국왕 폐하한테 부탁해 새로운 거처를 얻으려는 우리의 생각이 잘못된 걸지도 모르겠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아탈리 왕국의 상황은 그래도 될 정도로 만만한 곳이 아닌 것 같다.

아탈리 왕국이 요즘 좀 평화로워진 편이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많이 뜨거운 곳이었다.

왕국 안으로는 새 국왕을 싫어하는 영주 NPC들이 툴툴거리고, 왕국 밖으로는 아키서스 교단에 원한 있는 여러 적들이 심심하면 찾아오는 맛집 같은 곳.

그런 일화를 들은 전사장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정도쯤 되면 왕국은 대륙을 악으로부터 지키는 방벽 같은 곳이 아닌가?

-더욱더 많은 위험으로부터 왕국을 지켜야 한다!

“아, 아니. 전사장 님? 저희는 그냥 평화가 좋은데….”

“지금 이상한 생각 하시는 거 아니죠?”

플레이어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그들은 지금 모처럼 찾아온 평화가 너무나도 좋았던 것이다.

오스턴 왕국에서는 ‘으아아악! 미친 거대 토끼가 사람 잡아먹는다!!’ 하며 충격과 공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건 뭐 알 바 아니었고….

-왕국의 북부에 거대한 방벽을 짓자. 그리고 그 방벽을 우리가 지키는 거다!

-오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러나 전사들의 말은 생각보다 온건했다.

적들을 여기 불러서 같이 싸우자 이런 의견이 아니자, 사람들은 안심했다.

“휴….”

“하긴, 고대 제국 전사들은 그래도 상식이 있으니까.”

“그런데 방벽도 지을 줄 아십니까?”

-그 방벽들은 자네들이 지어줘야지. 우리는 건축에 서투르니까.

“…….”

“…….”

플레이어들은 정색했다.

아니 이 양반들이….

<아키서스의 방벽-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교단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주제에 고대 제국 전사들은 놀라운 부탁을 해왔다!

왕국 북부에 거대한 방벽을 쌓아 수많은 적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아키서스의 신도들이라면 누구나 이 짜증나는 부탁에 참가할 수 있다.

보상: ?, ???, ????

플레이어들은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가했다.

일단 건축 퀘스트는 아키서스 교단 퀘스트들 중에서 꽤 대중적인 퀘스트였다.

난이도도 낮고 시간만 쏟으면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

공적치 포인트를 얻고 싶은 사람들한테는 딱이었다.

게다가 이 방벽은….

“방벽만 완성되면 왕국 방어력 엄청나게 오르는 거 아닌가?”

“그렇겠지?”

다른 건 몰라도 완성만 되면 쾌적하고 아름다운 왕국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완성만 되면 밖에 안 나간다!

* * *

-폐하!

“누구였더라?”

태현은 갑자기 달려오는 귀족 NPC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누구였지?

아직 남은 아탈리 왕국 영주 NPC가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기 위해 찾아온 것일까?

물론 아니었다.

그는 에랑스 왕국의 2왕자였다.

지금 태현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낭티오네의 아버지!

-…아니 이게 무슨 꼴이오?!

[2왕자, 토마스가 경악합니다!!]

원래도 낭티오네가 바실리스크가 되어 있었으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지금 낭티오네는 그 모습을 초월한 상태였다.

메카 바실리스크!

저게 대체 뭔?

“맨몸으로 돌아다니면 안 되니까 장비를 입혀줬지.”

-아니. 그런데, 이게? 그런가?

강력한 화술 스킬에 2왕자는 설득당하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뭐라도 갑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게 나은 것이다.

아니 그래도 공주인데…!

-어쨌든 폐하. 폐하께서 고대 제국 전사들을 만나서 돌아왔다는 소문을 들었소.

“아. 그 소문.”

-그런 위대한 모험을 했다니, 우리 낭티오네의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그렇게까지…!

“?”

“?”

-?

태현, 유지수, 낭티오네 모두 의아해했다.

그런 목적이었나?

-키잇…?

“쉿. 조용히 해. 낭티오네. 너희 아버지가 너와 내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헛소리하는 거니까.”

-키잇.

낭티오네는 바로 납득했다. 유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저 바실리스크가 지금은 사랑에 빠졌든 아니면 태현을 먹이 잘 주는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든 간에 고분고분하긴 한데….

나중에 저주 풀리고 돌아오면 난동부리는 것 아닐까?

‘그러면 뭐 잡으면 되겠지.’

공주 잡으면 경험치도 높을 테니까.

유지수는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주를 푸는 방법을 찾았소??

“아니. 못 찾았군. 저주가 정말로 강력하고 위험한 저주라서.”

-크윽…! 실로 분하군.

“그래서 그것 때문에 온 건가? 내가 지금 저기 탑지기하고 퀘스트를 돌아야 해서….”

태현의 말에 뒤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제발 여기 오래 남아 있어 주세요!!

말을 좀 더 오래 걸어주세요!!

-아. 그게 아니라… 에랑스 왕국에 있는 귀족들과 접촉을 해봤소. 역시 양심 있고 충성심 있는 자들이 몇몇 남아 있더군!!

“?”

태현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랑스 왕국 국왕 vs 2왕자.

여기서 2왕자 편을 드는 놈들이 충성심 없고 양심 없는 거 아닌가?

-그자들은 쾌재를 부르면서 내가 왕국에 돌아오면 날 위해 군대를 일으키겠다고 해줬소!

“오… 정말 믿음직스러운데?”

“그냥 쏘고 싶으면 쏘죠?”

유지수는 속삭였다.

2왕자쯤 되면 공주보다도 경험치가 많이 나오지 않겠는가.

-어쨌든 나는 이 귀족들을 더 많이 포섭하기 위해 다시 왕국으로 들어가야 하오. 내 얼굴을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 자들이 많으니까.

“…혹시 들어가기 전에 숨긴 보물 같은 거 있으면 맡기는 게 낫지 않겠나?”

-저들을 설득하기 위해 써야 하니 그럴 수는 없지! 어쨌든 폐하에게는 부탁할 게 있소.

“걱정할 거 없다니까. 내 반드시 저주를 열심히 풀어보지.”

게임 끝날 때쯤?

-그런 게 아니라… 여기 내 다른 딸 뤼지유카를 부탁하오. 왕국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런 혼란스러운 시국에 뤼지유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은 역시….

바실리스크가 아닌, 어린 공주 NPC가 동그란 눈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은 단칼에 거절했다.

“성가셔서 싫….”

<공주의 보호-에랑스 왕가 퀘스트>

에랑스 왕가의 핏줄을 이은 공주를 보호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로, 보호하는 동안에 강력한 버프를 받을 수….

“…사실 내가 어린애들 돌보는 데에는 좀 재주가 있긴 하지. 다른 공주나 왕자 있으면 데리고 오라고.”

-그런 건 없소만?

“에이. 아닌 척 하지 말고. 왕자쯤 됐으면 사생아도 있을 거 아닌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 나는 그런 거 없소!

2왕자는 펄펄 뛰었다. 뒤에서 호위기사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걸 느껴서인지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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