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65화 (1,464/1,826)

§ 나는 될놈이다 1465화

-바로 이 탑! 이 탑만 깨면 정말로 모든 비밀이 다 풀릴 거다! 이번에는 정말이다!

‘개X끼.’

유지수는 앙콜라스를 속으로 욕했다.

판온은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완벽한 게임!’ 같은 문구로 광고를 때렸지만, 유지수가 생각하기에 판온은 좀 경고문 같은 걸 넣어놔야 하는 게임이었다.

-잘츠 왕국에서 시작하면 성질 버릴 수 있음.

…같은 경고문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만큼 이번 퀘스트는 나름 노련해진 유지수도 분노하게 만들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일원이자, 전직 근위기사 넥돈.

그리고 그의 친구 탑지기 앙콜라스.

이 둘이 주도하는 대형 퀘스트는 처음에는 꽤나 그럴듯하게 시작했다.

-여기 이 탑지기 앙콜라스는 비전 궁술 스킬을 갖고 있는 뛰어난 궁수이자, 내 친구일세! 나는 이 앙콜라스를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시키려고 하고 있지!

-대체 왜 그런 나쁜 짓을 하는 거지요? 그 친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비전 궁술 스킬을 배우러 왔더니 아키서스 교단 NPC가 자기 친구를 교단에 가입시키려는 퀘스트를 목격하게 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나는 탑지기. 탑을 지켜야 하네. 이 탑 지하에 갇힌 사악한 적을 해치운다면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하도록 하겠네.

-그렇군! 이 모험가와 같이 해내보겠네!

-…왜 날….

그렇게 시작된 퀘스트.

처음에는 탑 공략 퀘스트인가 싶었지만 그건 유지수의 착각이었다.

둘을 따라 탑 지하에 있는 유적에 들어갔더니, 유적 안에서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강한 궁수 집단들이 꺼지라고 나오고, 그 궁수 집단들을 쓰러뜨렸더니 갑자기 그 유적 안에서 또 던전이 열리고….

마치 퀘스트 지옥 같았다.

그러면서 점점 적들이 추가되고 이것저것 말들도 많아졌지만 유지수는 정말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비전 궁술 스킬 내놓고, 계속 NPC들이 들먹이고 있는 <아키서스의 활잡이> 직업 정보나 알려줬으면 했다.

-아키서스의 활잡이를 부활시킬 수는 없다. 이 파렴치한 놈들!

-감히 아키서스의 활잡이를 계승하려 하는가? 절대로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악마의 이름으로 너희들을 죽이겠다!

가는 곳마다 적들이 나와서 ‘아키서스의 활잡이를 부활시키려고 그러지?’라며 공격을 하면 안 궁금한 사람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짜지? 진짜겠지? 이 탑만 깨면 더 이상 없겠지?”

유지수는 퀘스트를 깨면서 잘츠 왕국에 탑이 이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낡은 폐허 탑, 왕국 유적 탑, 보석으로 장식된 탑,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탑, 사악한 흑마법사의 탑 등등을 하나씩 깨면서 <아키서스의 활잡이>를 방해하려는 적들을 해치우고 이제 하나만 남은 상황.

탑지기 앙콜라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맹세했다.

-내가 많은 실수를 했다는 건 인정하지. 모험가. 하지만 이 앙콜라스, 탑 지하에 갇힌 사악한 존재를 가두기 위해 평생을 바친….

“시끄럽고. 들어가기나 하자.”

유지수는 말을 잘랐다.

별로 두 NPC들의 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탑지기 앙콜라스의 친밀도가 오릅니다.]

[당신의 적극성을 높게 평가….]

“지수야. 내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는데… 저 NPC들은 왜 욕을 해도 평판이 오르는 거야?”

친구, 김예리의 질문에 유지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잘츠 왕국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의문을 갖지 않는 게 좋아.”

“…!”

[잊혀진 존재의 탑에 입장했습니다!]

[잊혀진 존재의 탑을 발견한 것으로 인해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잊혀진 존재가 누군지 알아내십시오. 그리한다면 잊혀진 존재가 당신에게 보답할 것입니다.]

‘…?’

메시지 창에 유지수는 갸우뚱했다.

메시지 창만 보면 사악한 존재가 숨어 있다기보다는, 마치 대화가 통하는 상대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함정일까?

함정 같지는 않은데….

“여기 사악한 존재가 숨어 있다면서? 또 저번처럼 지하에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곳으로 도망쳐서 숨었다고 하면 진짜 머리통에 화살 박히는 거야. 알고 있어?”

-이제 여기 말고 숨을 곳은 없다. 모험가. 내 말을….

유지수는 무시하고 활을 들었다. 그냥 빠르게 탐사하고 숨어 있는 적을 찾아낼 생각이었다.

-모험가여, 멈춰라! 이 탑은 위험하다!

“지금 장난해? 위험하다고 경고를 할 거면 퀘스트 시작하기 전에 했어야지! 별로 안 어려운 퀘스트인 것처럼 말해놓고 시작하니까 온갖 적들이 나와서 <아키서스의 활잡이>를 건드리지 말라고 난리를 치고 있잖아! 그래 놓고 이제 다 깨고 와서 탑 하나 남은 곳에 잡으러 왔더니 위험하다고? 너 뭐 하는 놈이야! 나와! 얼굴 보자!!!”

유지수는 속사포처럼 쏘아붙였다. 김예리는 감탄했다. 저렇게 열이 받았는데도 논리정연하게 욕을 할 수 있다니.

-이해한다, 모험가여. <아키서스의 활잡이>를 두려워하는 자들이 대륙에는 아직 많겠지. 그만큼 <아키서스의 활잡이>는 유명할 테니까.

“안 유명해.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어.”

유지수의 말에도 잊혀진 존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아키서스의 활잡이>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내 역할이 많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내가 거의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 말에 넥돈이 반색하며 말했다.

-혹시 교단의 인물이십니까??

-아니다. 교단의 인물은 아니었지만 교단과 꽤나 절친한 사이였지. 교단에서도 나를 매우 존경했고.

-오오….

넥돈은 감탄하다가 멈칫했다.

그런 인물이 있었나?

-사기 아닌가? 사기 같은데?

-나도 좀 믿기 힘든데…. 저놈이 악한 존재 아니야?

넥돈도, 앙콜라스도 매우 못 미더워했다.

워낙 말하는 게 수상쩍었던 것이다.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아무리 교단의 역사가 많이 날아갔더라도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놈이 불리해져서 수를 쓰는 걸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가서 쓰러뜨리자.

두 NPC가 믿지 않자 잊혀진 존재는 강하게 외쳤다.

-안 된다! 돌아가서 더 많은 동료들을 불러와야 한다. 이대로 들어오면 위험하다! 아무리 <아키서스의 활잡이>의 힘을 빌린다 하더라도 이대로는….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탑 위로 돌격했다.

[수많은 탑을 공략하고 잊혀진 존재의 탑에 도착했습니다!]

[이 탑은 <아키서스의 활잡이>들이 탄생하고 훈련하던 곳입니다. 이제는 사라졌지만 그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아키서스의 활잡이>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영웅 직업-아키서스의 활잡이 전직 퀘스트>

사납고 거친 잘츠 왕국은 언제나 뛰어난 사냥꾼들과 궁수들의 고향이었다.

아키서스의 활잡이들은 그들 중에서도 가장 날카롭고 예리한 실력을 갖고 있었던 이들.

오랜 투쟁과 전쟁으로 사라졌지만 지금 당신의 힘으로 아키서스의 활잡이를 부활시킬 수 있다.

아키서스의 활잡이로 전직해 그들의 뜻을 이어가라!

보상: 아키서스의 활잡이로 전직

“…….”

유지수는 고민했다.

<아키서스의 활잡이>로 전직하는 게 과연 좋은 선택일까?

많은 퀘스트를 깨긴 했지만 지금 그녀의 직업인 타이럼 레인저도 나쁘지 않은 직업이었다.

아무리 <아키서스의 활잡이>가 좋은 직업이라 하더라도, 타이럼 레인저에는 유지수가 쌓아놓은 추억이 담겨 있는 것이다.

다른 타이럼 사냥꾼들과 같이했던 퀘스트들.

이걸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전직!”

물론 포기할 수 있었다.

유지수는 이미 오기 전에 여러 정보를 듣고 결정을 내린 뒤였다.

타이럼 레인저로 한 퀘스트들이 아깝긴 하지만,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직업 바꾸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생각이었다.

[<아키서스의 활잡이>로 전직합니다!]

[추가 스킬이….]

[….]

-훌륭하다!

“그래서 적은 어디 있는 거야?”

-너희들이 탑 안으로 들어온 이상 곧 놈이 나타날 거다. 아키서스의 활잡이가 가진 힘을 빠르게 파악하고 싸움에 대비해라!

“그렇구나.”

유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싸울 준비를 했다. 다른 NPC들도 마찬가지로 싸울 준비를 했다.

아직 스킬들을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유지수는 태현의 파티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그중 하나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1초 만에 싸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둬라!

순식간에 화살 몇 개가 손가락 사이에 끼워지고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어느 쪽에서 오든 확실하게 꿰뚫어버리겠어!’

“…언제 오는데?”

-어… 곧 올 거다!

-…….

-…….

침묵.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조용해지자 슬슬 넥돈은 의심쩍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무언가 이상한데? 어떻게 된 일인가?

-음… 으음… 이상한데….

잊혀진 존재의 목소리도 당황하는 것 같았다.

-원래는… 이 탑 아래에 봉인되어 있어서… 모험가들이 들어오면 그 모험가를 공격하러 나와야 하는데… 왜 안 나오지?

“다른 곳으로 도망친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이 탑은 내가 직접 세운 탑! 아무리 사악하고 강한 존재라 하더라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곳이란 말이다!

잊혀진 존재의 말에, 탑지기 앙콜라스가 물었다.

-시간이 지나서 탑의 힘이 약해졌을 가능성은?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

-…….

“…….”

그러는 사이, 밖에서는 대륙 퀘스트가 시작되고 있었다.

[모든 사나운 야수들과 짐승들의 왕, 대괴수 오르기돈이 마침내 봉인에서 깨어났습니다!]

[잘츠 왕국에서 깨어난 대괴수 오르기돈을 두려워하십시오! 오르기돈은 수많은 짐승들과 야수들을 불러모아 군단을 만들 것입니다.]

[대륙의 혼란이 더더욱 심해집니다!]

[퀘스트들이….]

[….]

[….]

* * *

“이다비, 뭐 읽고 있어?”

“이번 경기 평가요.”

“그렇구나.”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경기 평가를 읽으면서 기뻐하는 이다비를 보니, 태현도 기분이 좋아졌다.

확실히 이번 경기는 걱정했던 것보다 잘 풀린 편이었다.

검술 스킬이 봉인되었는데도 그런 성과를 거두다니.

경기를 직접 뛴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덤덤했지만, 경기를 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저렇게 나오면 대체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기냐??

빠르게 난전을 걸어오고 경기 템포를 흔드는 것까지는 그렇다 칠 수 있었다.

그걸 버티면 한국대표팀도 약점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한국대표팀이 갑자기 템포 느린 경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경기를 보던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 스킬을 지금이라도 익혀야 하나??

-경기에서 쓸 만하려면 최소한 고급은 찍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그리고 그걸 누가 희생해야 하지?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다 랭커인데 그걸로 시간 낭비를….

전략 자체는 단순한, 경기 시작하고 나서 최대한 제작 스킬 위주로 버프를 긁어모아 유리하게 싸우는 것뿐이었는데….

이게 당하는 입장에서는 막막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대표팀은 이 전술 말고도 그냥 원래 쓰던 전술인 빠른 공격도 가능했다.

-압도적인 강함, 완벽하게 압도하다… 우승 후보나 마찬가지다!

-공격과 방어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경기….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가늠도 잡히지 않는다. 가장 완벽한 팀이다.

-월드컵에 외국 선수 참가도 허락해 줘야….

이다비는 기사들을 훑어보고 태현을 특별히 칭찬한 기사들을 따로 저장해뒀다.

그 모습에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나는 저번에 기사만 보고 있다고 욕하지 않았나…?’

-네 이름 검색 좀 그만하고 가서 레벨이나 올려!

-아, 알겠어. 가면 되잖아….

“…태현 님, 판온에 난리가 났는데요. 이거, 지수가 말했던 그 퀘스트 아닌가요…?”

게시판을 보던 이다비가 갑작스러운 퀘스트 소식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퀘스트가 좀 많이 낯익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