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55화 (1,454/1,826)

§ 나는 될놈이다 1455화

-뭐야?

분명 상대가 겁을 먹어야 하는 상황인데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이쪽을 보며 웃는 상황.

“붙어라!”

태현은 다크 엘프 대마법사를 겨냥하며 외쳤다.

그러자 좀비 히포그리프를 타고 날고 있던 고대 제국 언데드 기수들이 방향을 돌리더니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

도망쳐도 모자랄 시간에 저런 무모한 돌격이라니.

다크 엘프 대마법사는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쳤다.

-감히! 건방진 흑마법사 놈이 미쳐 버렸구나!

파지지지직!

[다크 엘프 대마법사가 마력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번개의 힘이 모이고 있습니다.]

마법사가 쓸 스킬을 경고라도 하듯이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그러나 태현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공격은 이쪽이 먼저 할 테니까.

“들어가라!”

-놈을 같이 무덤으로 끌고 들어가라!

언데드들이 사납게 웃으면서 허공에서 수직으로 급강하했다.

퍼퍼퍼퍽!

옆에 있던 다크 엘프들이 공격을 퍼부었다. 묵직한 강궁에서 쏘아져 나오는 공격들이 언데드 전사들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고슴도치처럼 변한 언데드 기수들을 보며 다크 엘프 대마법사는 비웃었다.

-다크 엘프들의 활이 우습게 보였느냐?

-크… 크크… 크크크….

-…?

콰콰콰콰콰쾅!

[<고대 제국 언데드 자폭특공대>들이 폭발합니다!]

[칭호…]

[……]

[……]

주변을 뒤덮는 대폭발과 함께 다크 엘프 대마법사는 튕겨 나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습을 당한 것이다.

사악한 흑마법사 중에서는 가끔 폭발 계열 마법을 쓸 줄 아는 이들도 있긴 했다.

뼈를 폭파시키거나 시체를 폭파시키는 사악한 자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준비가 필요했고 쓰기 전에 눈치를 채기가 쉬웠다.

언데드들도 저런 식으로 폭파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위력도 제한이 되어 있을 텐데, 저 흑마법사 놈은….

“안 죽었군. 2차로 공격 가라!”

-예!

키르르륵!

태현은 냉정하게 2차 공격 명령을 내렸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언데드 기수들이 다시 튀어나왔다.

쉬이이익-

-아, 안 돼!

콰아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공격이 일어났다.

[폭발이…]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다크 엘프 대마법사가 쓰러졌습니다. 주변의 다크 엘프들이 혼란에 빠집니다!]

[산맥의 다크 엘프들 사이에서 악명이 올라갑니다!]

[……]

[……]

“저게 대체 뭐하는????”

뒤에 있던 네크로맨서들은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은 언데드들을 소환해서 조종하는 직업이지 언데드들한테 폭탄 들게 한 다음 꼬라박게 해서 자폭시키는 직업이 아닌 것이다.

그건… 테러리스트 아냐?

“김태현 선수!! 나오세요! 너무 위험합니다!”

“폭탄 올린 건 알겠는데 이제 슬슬 빠지자고요!”

그러나 태현은 정말로 겁이 없었다.

언데드들 숫자가 줄었는데도 오히려 더 사납게 움직였다.

“저놈이다!”

-저 사악한 놈 막아!

여기 있는 다크 엘프 부족들을 이끄는 건 부족의 대마법사들이었다.

마법의 달인인 다크 엘프.

그중에서도 대마법사는 특히 지위가 높았기에, 부족을 이끄는 지휘관 역할도 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대마법사들은 강하고 뛰어났지만 쓰러지면 주변에 페널티가 막대했다.

다크 엘프 궁수, 전사, 암살자 등등 전부 다 패닉에 빠져서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즉….

“대마법사 찾아! 대마법사 찾으면 돌격해서 터져라!”

-예!

태현이 소환한 고대 제국 언데드 자폭특공대는 자폭에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다.

보통 언데드들은 폭탄을 얹거나 가서 자폭하라고 하면 사기가 뚝뚝 떨어지고 반항심이 심해지고 심하면 반란을 일으키곤 했지만, 자폭특공대는 그런 부분에서는 면역인 것이다.

[다크 엘프 최정예 궁수들이 사격을 개시합니다!]

[고대 제국 자폭특공대 검사가 쓰러졌습니다!]

[고대 제국 자폭특공대 방패병이 쓰러졌습니다!]

한 번 당한 다크 엘프들은 기민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실수였다.

아래에서 쏴서 떨어뜨리는 순간….

[폭발이…]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다크 엘프 대마법사가 쓰러졌습니다. 주변의 다크 엘프들이 혼란에 빠집니다!]

-저 자식 찢어버려!!

-저 흑마법사부터 죽여!!

다크 엘프 대마법사가 둘이나 쓰러지자, 다크 엘프들은 더 이상 절벽 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절벽 위로 마법을 날리는 대신 태현을 적극적으로 찢어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저주, <무거워지는 발걸음>이…]

[저주, <쇠약한 뼈>가…]

[저주, <녹슨 혈관의 힘>이…]

[……]

[……]

[……]

순식간에 수십 개가 날아오는 저주들.

확실히 다크 엘프들은 길드 동맹과 달리 훨씬 더 수준이 높았다.

마법사들도 마법사들이지만 연계가 강했던 것이다.

-주인이여! 저주가 너무 심하다! 조심해야 한다!

행운 스탯과 직업 스킬, 마법 스킬 버프로 최대한 많이 저항을 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용용이가 걱정을 하며 외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이동 속도가 내려가고 방어력도 내려가고 시야도 좁아졌지만….

“어차피 내가 싸우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주인이여. 그러다 죽는다! 숫자도 많이 줄었지 않은가!

용용이는 날아오는 다크 엘프 소환수들을 향해 마법을 닥치는 대로 갈기며 외쳤다.

흑흑이도 생각이 비슷했는지 따라서 외쳤다.

-주인님! 일단 후퇴하셔야 합니다! 어차피 다시 소환해서 돌격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번 기회에 최대한 잡아야지. 물러났다가 다시 돌아오면 다크 엘프들이 그리 순순히 당해주겠냐?”

태현이 버티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여기 있는 적들의 어그로를 끌어서 혼란에 빠뜨리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 다음은 훨씬 힘들어지는 것이다.

팍 줄어든 숫자의 언데드로 끈질기게 붙어서 곡예비행을 하는 태현의 모습은 뒤에 있던 네크로맨서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저렇게도 플레이를 할 수 있구나!

“나는 이제까지 매번 뒤에서 안전하게 숨어서 언데드들을 지휘했는데, 사실 저렇게 뛰어들어서 싸울 수도 있었구나…!”

“다음에 한 번 시도해 볼까요?”

“…….”

이세연은 어이가 없어서 네크로맨서들을 쳐다보았다.

눈이 있으면 저 플레이가 얼마나 변칙적이고 비상식적인 플레이인지 알아야지, 그걸 또 솔깃해하고 있는 것이다.

‘바보들인가?’

저건 솔직히 김태현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회피력 높고 컨트롤 좋고 겁이 없으니 그나마 저렇게 되는 것이다.

원래라면 네크로맨서가 적들 사이에 뛰어드는 건 자살 행위였다.

방어력도 낮고 HP도 낮은데 그런 짓을 했다가는 바로 사망!

그런데 네크로맨서들이 이름값에 홀렸는지 저걸 보면서 솔깃해하고 있는 것이다.

“헛소리들 그만하고 앞으로 전진이나 시키세요.”

“예!”

[언데드들이…]

[……]

[……]

태현이 만들어 낸 혼란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다크 엘프들이 절벽 위를 공격하지 않자 절벽 위의 사람들은 훨씬 숨통이 트였고, 거기서 싸우고 있는 드워프 전사들은 덕분에 두들겨 맞기 시작했고….

-뭐하는 거냐!!! 뭐하는 거냐고!!!

-지금 뒤에서 흑마법사 놈들이 습격하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느냐?

-핑계 대지 마라! 흑마법사 놈들이 습격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냥 물러서는 게 말이 되느냐?? 너희 때문에 우리 전사들이 쓰러지고 있다!

-그건 네놈들이 약해서지! 마법은 다 걸어줬는데 그걸….

-이놈의 귀쟁이들을 확!!

-모두 진정하시오! 일단 후퇴합시다!

[공격이 멈춥니다!]

[적들이 후퇴하기 시작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벽 위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많던 적들이 물러서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든 막았구나!

“생각보다 할 만했지?”

“그래. 여기 속인 새끼들은 진짜 나쁜 새끼들이지만 그래도 퀘스트는 나쁘지 않네.”

속아서 들어왔다가 불만 가졌던 플레이어들도 만족스러워 할 정도로 분위기가 괜찮았다.

두 번이나 막아낸 만큼 퀘스트를 깰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이 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김태현은 왜 흑마법사 하는 거냐?”

“김태현이 이상한 짓 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냐? 뭔 생각이 있겠지.”

“하긴. 그게 필요하니까 한 거겠지?”

* * *

“튈까?”

“…남들 들으니까 조용히 말해.”

“솔직히 보상 받을 수 있는 건 대충 받았고, 지금 이다비가 사원 돌면서 견적 짜고 있으니까….”

“저 돌아왔어요.”

마침 이다비가 류다영을 데리고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동안, 태현은 이다비에게 여기 고대 제국 전사들의 사원을 돌면서 얻을 수 있는 걸 최대한 얻어내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원래는 상인이었던 만큼 이다비는 이런 작업에 뛰어났다.

-여기는 뭐가 좋나요? 아이 참. 이러지 마시고 저한테만 살짝 알려주세요. 이걸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요? 자. 여기 골드가 있으니….

그 지역에서만 파는 아이템,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시설, 그 지역에서만 받을 수 있는 퀘스트 등등.

“어때? 별 거 없지?”

태현은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일반 플레이어들이야 ‘고대 제국’들어가면 ‘와! 뭔가 정말 대단한 게 있나봐!’라고 반응했지만 태현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고대 제국 화장실도 있고 고대 제국 쓰레기통도 있는 것이다.

여기 전사들은 생각보다 단순무식했고, 그렇다면 시설들도 별 거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기껏해야 <고대 제국 전사들의 훈련장>이나 <고대 제국 전사들의 놀이터> 같은 게 최대치일까?

‘나쁘진 않지만 그거 때문에 계속 붙어 있는 건….’

“태현 님.”

이다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여기 태현 님이 얻어야 할 거 같아요.”

“…뭐? 그 정도야?”

이다비가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태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네. 심상치가 않아요.”

“심상치가 않다니… 정말 심상치 않은 거구나.”

“네. 정말로 심상치가 않은 거죠.”

“…두 분 뭔 암호로 대화하십니까??”

류태수가 듣고 있다가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정보값 하나 없이 심상치가 않다고만 하는데 대화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태현과 이다비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류태수를 쳐다보았다.

“이만큼 말하면 됐지?”

“제가 설명이 부족했나요?”

“…아무래도 제가 뭔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둘은 다시 자기들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건물들 중에 폐쇄되거나 예전에 닫힌 건물들이 많더라고요. 돌아가는 건물들은 몇 개 안 되고.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서 조사 스킬 쓰고 이것저것 단서 모아봤는데….”

원래라면 마을에 폐쇄된 건물이 많으면 ‘아 이 마을 쓰레기네 ㅡㅡ’ 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다비의 직감은 조사를 하게 만들었다.

<고대 제국 골렘의 연금술 상점-고대 제국 건물 퀘스트>

고대 제국 시절에는 바쁜 주인을 대신하여 골렘들이 대신 아이템을 만들고 판매하곤 했다.

이 연금술 상점 또한 골렘이 운영하던 건물.

그 골렘을 찾기만 한다면 고대 제국 연금술 상점에 필요한 제작법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골렘을 찾아 제작법을 얻어 연금술 상점을 복구하라!

보상: ?, ???

<고대 제국 골렘의 대장간…>

<…>

<…>

혹시나 싶어서 폐쇄된 건물들을 더 뒤져보자 정말로 퀘스트들이 더 나왔다.

이다비의 말을 이해한 태현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여기가 평범한 사원이 아니라….”

“네. 고대 제국 시절 멀쩡하고 쓸 만한 건물들이 여럿 있는 곳이에요!”

“…!”

평범한 건물들도 아니라 제작 위주, 그것도 숨겨진 제작법까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보물이었다.

“…절대 물러설 순 없겠군.”

“끝까지 싸워야죠!”

“저 부분만 편집해서 이번 퀘스트 방송할 때 올리면 되겠네.”

옆에서 듣고 있던 이세연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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