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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54화 (1,453/1,826)

§ 나는 될놈이다 1454화

그러나 태현은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네크로맨서들은 슬슬 당황하기 시작했다.

“…진짜??”

“진짜.”

“왜…?”

왜 그런 짓을 하냐는 질문에는 태현도 대답할 수 없었다.

직업 퀘스트가 날 엿 먹이고 있다는 대답을 어떻게 하겠는가.

“멍청한 자식. 그런 걸 왜 물어? 답은 하나밖에 없잖아.”

“앗…! 그렇군.”

친구한테 핀잔을 들은 네크로맨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네크로맨서 스킬을 이번 기회에 올리려고 하는 거구나.”

보통 랭커들이라고 하더라도 주력 스킬은 두세 개를 집중적으로 파는 편이었지만 태현은 예외에 속했다.

그것도 심지어 전투 스킬과 제작 스킬 모두 올리고 있는 특이 케이스!

그런 만큼 네크로맨서 스킬들을 올리려고 하는 것도 놀랍지 않았다.

“엥? 그런 거였어? 난 이세연 선수하고 같이 퀘스트 깨고 싶어서 저러는 줄 알았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둘이 그렇게 공사 구분을 못할 리가 없잖아.”

“이게 공사 구분까지 들어갈 퀘스트냐? 그냥 같이 하고 싶으면 같이 하는 거지. 선수들도 사람인데.”

자리에 모인 네크로맨서들이 김태현하고 이세연이 사귀냐 안 사귀냐로 뜨겁게 배틀을 벌이기 시작하자 이세연은 헛기침을 했다.

“자. 다들 모였으니 언데드 군대부터 한 곳에 모으도록 하죠.”

“예!”

네크로맨서들은 각자가 일인군단.

그런 네크로맨서들이 한자리에 모여 군대를 합치니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와, 너 스켈레톤을 뭐 이렇게 강화시켜놨냐? 대단한데?? 스켈레톤이 들고 있는 검은 무슨 검이야?”

“후후. 대단하지? 저주받은 흑암의 검으로 무장시킨 스켈레톤 군단이야. 방어는 약하지만 붙여만 놓으면 어지간한 몬스터는 그냥 녹여버리는 놈들이지.”

“하지만 내 골렘 군단도 만만치 않을걸.”

“와… 어떻게 이렇게 방어력이 높지?”

“최상급 강철과 청동, 그것도 드워프들이 만든 물건을 아낌없이 투자했지. 내가 갖고 있는 골드를 다 투자했다고.”

“둘 다 아직 멀었군. 내가 데리고 다니는 유령 군단을 봐라.”

“오오옷…!”

보통 같은 직업 고렙 플레이어들을 한 자리에 붙여 놓으면 싸움이 나기 마련이었다.

내가 강하느니 네가 강하느니, 저번 퀘스트에서 날 잘도 방해했다느니….

그러나 네크로맨서는 좀 달랐다.

평소에 혼자 퀘스트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렇게 같은 직업끼리 모이는 경우가 적은 것이다.

게다가 네크로맨서는 직업도 특이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한테 자기 스킬 이야기 해봤자 못 알아들었다.

네크로맨서의 고충을 알아주는 건 같은 네크로맨서뿐.

평소에 외롭게 지내다가 서로 이야기 통하는 직업들끼리 모이자 네크로맨서들은 뜨겁게 대화를 나눴다.

“생각보다 너무 화기애애하잖아?”

이세연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네크로맨서들을 쳐다보았다.

원래 이렇게 모아 놓으면 싸움 몇 번 일어나고 항의도 나오기 마련이라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름값 때문 아니겠습니까?”

류태수가 자기가 더 뿌듯하단 표정으로 말했다.

두 선수들의 이름값이 워낙 대단하니 저 레벨 높은 놈들도 얌전히 구는 게 아니겠는가.

“아니… 이름값 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인데.”

“네크로맨서들이 착해서인가?”

태현의 말에 이세연은 절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네크로맨서들은 절대 착하지 않아! 얼마나 성격이 꼬이고 짜증 나는 인간들인데.”

“…너도 네크로맨서잖…?”

“뭐?”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성격 꼬이고 짜증 나는 놈들이 저렇게 조용하게 따라주니까 좋은 거 아닌가?”

“그건 그렇긴 해.”

이세연도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상대방들이 협조해 주면 고마운 일 아니겠는가.

“김태현 선수! 언데드를 보여주세요!”

“맞아! 언데드를 보여줘라!”

네크로맨서들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이세연의 언데드 군단은 이미 몇 번이고 방송에서 본 적이 있고, 여기서 싸울 때도 본 적이 있었다.

근거리와 원거리, 공격과 방어,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 숫자와 질 등등 모든 부분에서 균형을 맞춘 완벽에 가까운 언데드 군단!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이세연 언데드 군단을 보면서 그 조합을 베끼려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과연 태현의 언데드 군단은 어떨까?

‘정석적이겠지.’

‘아니. 김태현이잖아. 김태현은 정석 별로 안 좋아해.’

‘그렇다면…!’

태현은 기계공학 같은 묻혀 있던 스킬들을 발굴해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플레이어.

그런 만큼 언데드 군단에서도 새로운 길을 보여주지 않을까, 네크로맨서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

“저게 다인가요?”

“저게 다인데?”

“…….”

“…….”

네크로맨서들은 눈에 띌 정도로 실망했다. 몇몇 네크로맨서들은 한숨을 쉴 정도였다.

“…야. 너 나와.”

이세연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지팡이로 가장 크게 한숨을 쉰 네크로맨서를 겨누려고 하고 있었다.

그걸 본 태현은 깜짝 놀라서 말렸다.

“뭐해?”

“저 자식이 감히 널 비웃잖아…!”

“비웃은 게 아니라 실망한 거겠지.”

“그게 그거지. 어디서 레벨도 안 되는 게 스킬 좀 높다고!”

자기가 욕하는 거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이 태현을 욕하는 것에는 발끈하는 이세연이었다.

‘…아차. 나한테 한 말인 줄 알았네.’

순간 레벨 안 된다는 게 자기한테 한 말인 줄 알았던 태현은 정신을 되찾았다.

살짝 상처 받을 뻔했던 것이다.

“진정해. 같이 퀘스트 깨야 하는데 싸우면 안 되잖아.”

“그래. 알겠어.”

이세연도 상황을 모르진 않았다. 태현의 말에 곧 진정할 수 있었다.

“그래도 쟤는 맨 앞으로 보내버릴 거야.”

“…그, 그래.”

* * *

-언데드들이다! 언데드들이 몰려온다!

-당황할 거 없다. 여기에는 수많은 전사들과 마법사들이 있으니!

네크로맨서들의 계획은 간단했다.

절벽 밑을 공략하기 위해 모인 종족들의 군대.

빙 돌아서 그 군대의 옆을 찌르는 것이었다.

한창 공성전 하던 도중 옆에서 대규모 습격을 받으면 크게 타격을 입을 테니까.

그러나 역시 다크 엘프들은 만만치 않았다.

-언데드 역소환, 죽음으로부터의 해방, 빛의 세례, 성스러운 찬가의 파도!

-언데드로부터의 보호, 악으로부터의 보호, 오염으로부터의 보호!

각종 언데드 퇴치 스킬을 사용하고, 언데드 상대할 때 보너스를 주는 버프 스킬들까지 연달아 사용하는 다크 엘프 대마법사들.

안 그래도 중무장해서 잘 싸우는 드워프 전사들이 그런 버프까지 받자 순식간에 언데드들을 몰아붙였다.

“이세연 선수! 저 자식들 장난이 아닙니다!”

“벌써부터 당황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쪽도 아직 시작 안 했으니까.”

이세연은 그렇게 말하고 지팡이를 꺼내서 땅에 내려 찍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거대한 흑색의 파도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위대한 흑색의 영역, 지옥의 표식, 금지된 죽음, 무한한 헌신!

위대한 흑색의 영역은 네크로맨서가 쓸 수 있는 광역 장판 스킬.

태현이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을 까는 것처럼, 그 영역 위에 있는 언데드들에게 강력한 버프를 주는 스킬들이었다.

거기에 지옥의 표식, 금지된 죽음, 무한한 헌신도 이 스킬들에 밀리지 않는 강력한 버프 스킬들.

이러한 스킬들을 숨도 쉬지 않고 4개 연속으로 걸어버리는 모습에 네크로맨서들은 감동했다.

“역시 이세연 선수…!”

“세계 최고 네크로맨서시다!!”

“네크로맨서면 제발 이세연 선수 응원합시다!”

‘네크로맨서 애들은 감동하는 포인트가 좀 이상한 거 같아.’

태현은 역시 네크로맨서들하고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화려한 컨트롤이나 스킬 콤보가 들어갔을 때 감탄하거나 감동하는데, 네크로맨서 애들은 저런 스킬들로 강화하는 걸 보면서 감동을 받곤 하는 것이다.

“가라! 밀어붙여!”

“우리도 들어간다! 전부 다 명령 내려!”

[언데드들의 숫자가 매우 많습니다!]

[전술 스킬이 낮습니다. 페널티를…]

기세 좋게 외친 것치고는 언데드들은 서로 충돌하며 꾸물거리고 있었다.

언데드 숫자들도 워낙 많은 만큼 쉽게 움직이기 힘든 것이다.

네크로맨서들도 숫자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모이니 그걸 컨트롤하는 것도 보통이 아니었다.

“모두들 가운데로!”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폭군의 지휘> 스킬로…]

[……]

[……]

그러자 태현이 나섰다.

전술 스킬로 깔끔하게 버프 걸어주고 언데드 군단들 위치 나눠준 다음 진격시키자, 네크로맨서들의 입에서는 감탄이 나왔다.

“저래서 참가한 거구나!”

“역시. 좀 이상했어! 김태현이 저런 허접한 언데드 군단 소환하자고 참가하진 않았을 거 아니야!”

‘이 새끼들 말이 너무 심한데.’

태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솔직히 삐까번쩍한 이세연의 언데드 군단에 비해, 태현의 언데드 군단은 그 숫자도 적고 뭔가 좀 어설퍼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위장이었다.

언데드 자폭특공대를 겉으로 감싸기 위한 위장!

그거 때문에 다른 언데드들도 일부러 좀 약한 놈들로 고르고, 최대한 약해 보이게 하려고 노력한 건데….

콰콰콰콰콰쾅!

-크르르륵, 주인의 명령으로 죽음을!

-어디서 다 죽은 언데드 놈들이 명예로운 자리에 끼어드는 것이냐!

언데드 군대와 드워프 전사들은 사납게 서로 맞부딪혔다.

드워프 특유의 장비를 입고 있는 드워프 전사들은 마치 철벽처럼 단단했지만, 각종 버프를 받은 언데드들은 숫자로 몰아붙이면서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조금씩 조금씩 물방울이 스며들듯이 파고드는 언데드들.

그 모습을 본 절벽 위에서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네크로맨서들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되는구나!”

“저 자식들 진짜 재수없지 않냐??”

네크로맨서들은 울컥해서 입을 열었다.

평소에는 맨날 ‘네가 파티에 있으면 악명 높아서 우리가 피해보잖아’ 구박하던 놈들이 상황 달라지니까 손바닥 뒤집듯이….

확 공격해 버릴까 보다!

“용용아. 흑흑아. 준비됐냐?”

-그런데 주인이여. 너무 무모한 것 아닌가?

용용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지금 태현이 검술 스킬이 봉인되었다는 건 둘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급조한 언데드 군단만 믿고 들어가도 되는 걸까?

“괜찮아.”

-아. 역시 계산이 서 있는 것인가?

“아니. 내가 무모한 짓 처음하는 것도 아니잖아.”

-…….

“농담이고, 지금 장비 입은 거 시간제한 있어서 빨리 해결 봐야 한다. 실패해도 빠져나올 수는 있으니까 빨리 하는 게 낫지.”

태현의 계획은 간단했다.

자폭특공대 끌고 들어가서 강해 보이는 놈들 상대로 터뜨린다!

지금 입은 로브는 오래 입을수록 부작용이 커지는 사악한 로브인 만큼, 시간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었다.

-대체 그 로브는 어떤 미친 자가 만든 건가? 고블린이 만든 건가?

용용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말해주마. 가자!”

“!!”

“아니 김태현 선수! 어디 가십니까!”

태현과 언데드 군단들이 갑자기 날아오르더니 적들이 우글거리는 중앙으로 파고들려고 하자 네크로맨서들은 기겁했다.

저건 자살행위였던 것이다.

“돌아오세요! 쟤네는 길드 동맹이 아닙니다!! 가운데로 들어가면 죽어!”

“너 이 새끼 왜 거기서 길드 동맹이 나와??”

“지금 그게 중요하냐? 말려! 김태현 빠지면 여기 언데드들 혼란에 빠진다고!!”

네크로맨서들은 애타게 불렀지만 태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애초에 날 수 있는 비행 언데드 위주로 소환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쓸 만한 놈, 쓸 만한 놈, 쓸 만한 놈….’

-감히 하찮은 흑마법사 주제에 여기까지 들어와???

지위가 높아 보이는 다크 엘프 대마법사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치며 태현을 겨눴다.

그 모습에 태현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다크 엘프 대마법사는 무언가 섬뜩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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