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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52화 (1,451/1,826)

§ 나는 될놈이다 1452화

허공에 거대한 원판이 생겨나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한쪽에 멈췄다.

[고이오노스에게 천벌이 내립니다!]

-무슨…?

고이오노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이오노스 위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찍어 내리듯이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날개를 이용해 적당히 떠있던 고이오노스였지만 충격을 견딜 수 없었는지 그대로 땅에 박혔다.

-…….

-…….

잘츠와 전사장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눈만 깜박였다.

저게 대체 무슨 미친 흉악한 스킬이냐??

고이오노스는 거대한 덩치를 흔들며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원판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번 빙글 돌았다.

[화신에게 천벌이 내립니다!]

화르르르르르륵!

흰색으로 타오르는, 섬뜩한 심연의 불꽃이 몸을 뒤덮자 태현은 다급하게 반응했다.

-화염 재생!!

사디크의 권능 스킬인 <화염 재생>은 사디크의 권능 중에서도 태현이 높게 평가하는 스킬이었다.

사용 시 화염에 데미지를 받지 않고 오히려 흡수해서 회복한다는, 얼핏 보면 수수한 효과였지만….

오히려 이런 심플한 스킬이 더욱 더 강력할 때가 많은 법.

[심연의 불꽃이 가진 힘이 너무 강합니다!]

[화염 재생 스킬이 깨져나갑니다!]

‘…사디크 이런 쓰레기 새끼!’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화염의 신인 주제에 화염도 다 못 견뎌내면 어쩌란 말인가!

물론 사디크도 여기서는 변명할 부분이 있긴 했다.

일단 태현은 사디크의 화신도 아니었고, 사디크의 권능 스킬들을 뺏어서 불완전하게 갖고 있는 거였고, 그러니까 사디크가 진짜로 보여주는 힘보다는 약할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아키서스가 어디서 갖고 온 천벌들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점이 컸다.

천벌로 심연의 불꽃 같은 걸 갖고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HP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MP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심연의 불꽃이 스탯을 영구적으로 감소시킵니다.]

‘안 돼!’

태현은 경악했다.

스탯 영구 감소는 절대 감당할 페널티가 아닌….

[행운이 영구적으로 1 줄어듭니다!]

[행운이 영구적으로 1 줄어듭니다!]

[행운이…]

‘아. 별 거 아니군.’

태현은 안도했다.

행운 스탯은 너무 높아서 티가 나지도 않았다.

쉬이익-

다행히 <화염 재생>으로 버티고 몸으로 버텨서 그런지, 심연의 불꽃은 더 이상 피해를 입히지 않고 사라졌다.

<심연의 불꽃-대장장이 기술 퀘스트>

당신은 태초의 불을 찾아 대장간으로 옮겨 온 뛰어난 대장장이다!

대장장이로서 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위대한 불들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보물들.

그런 당신 앞에 심연의 불꽃이 나타난 건 어떻게 보면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옥의 가장 차가운 곳에 존재한다는 심연의 불꽃을 찾아서 갖고 올 수만 있다면 대장장이로서 그 이름이 영원히 남으리라!

보상: ?, ???, ????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심연의 불꽃에 타서 죽을 뻔한 입장에서는 퀘스트창이 좀 어이가 없었다.

지금 퀘스트 말할 때냐?

죽을 뻔했는데??

‘…하지만 덕분에 아키서스의 룰렛이 어떤 스킬인지는 확실히 알게 됐다.’

아키서스의 룰렛이 얼마나 미친 스킬인지 제대로 실감한 것이다.

아키서스가 어디서 주워 온 천벌 모음집!

이건 태현이 행운 믿고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재수 없으면 정말 한 방에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심연의 불꽃이니까 버텼지, <영원의 냉기> 같은 거 나와서 꽁꽁 얼어버리면 고이오노스가 뭘 하기도 전에 그냥 탈락이었다.

<지옥문 개방> 같은 거 열려서 지옥 끌려갈 수도 있고….

[고이오노스에게 천벌이 내립니다!]

다행히 다음 룰렛은 고이오노스에게 떨어졌다.

주변의 공기가 위험할 정도로 떨리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칼날바람이 되어 고이오노스를 휘감기 시작했다.

-저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전사장은 당황해서 물었다.

고이오노스를 쓰러뜨려야 이 시련을 통과할 수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건 너무 살벌한 스킬이잖아!

-걱정하지 마라. 영웅들아! 나는 아직 멀쩡하다!

그렇게 저주를 맞고, 전사장과 잘츠한테 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이오노스는 끄떡없었다.

[고이오노스에게 천벌이 내립니다!]

-왜!!!!

고이오노스는 순간 체면을 잊어버리고 외쳤다.

이쪽에 한 번 내렸으면 저쪽에 내려야 하는 게 공평한 세상의 법칙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옳지 않았다.

“고이오노스 님?”

-아니. 어린 영웅아. 방금은 말이 잘못 나온 거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말과 함께 태현은 공격을 시작했다.

아까는 고이오노스가 계속 몰아붙이느라 느긋하게 준비할 시간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소환한 언데드들한테 전부 다 세심하게 폭탄을 채워 넣고 준비를 끝낸 것이다.

“가라, 폭탄배송!”

태현은 가차없이 언데드들을 보냈다.

이세연이야 언데드들 계속 봐야 하니 언데드들한테 너무 가혹하게 굴지 않았지만, 태현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시련 깨면 볼 일 없는 놈들인데 뭐!

끼에에에엑!

스켈레톤 와이번 위에 올라탄 언데드들이 닥치는 대로 고이오노스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고이오노스였지만 지금 상황은 달랐다.

[고이오노스에게 천벌이 내립니다!]

-아니 이건 진짜 뭔가 잘못된 것 같….

아키서스의 천벌로 연타를 맞는 와중에 사방에서 폭풍처럼 쏟아지는 언데드 자폭특공대!

고이오노스는 마법으로 하나하나 떨구기 시작했지만, 언데드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탈것을 이끌고 그대로 고이오노스에게 박아버렸다.

콰콰콰콰콰쾅!

-뭐 저런 미친 흉악한 새끼가 다 있지??

잘츠는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었다.

아무리 아키서스 교단이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 불 안 가리는 교단이라지만 이건 상상을 초월하지 않은가.

쏟아지는 천벌을 꿋꿋이 버텨내는 고이오노스 위로 떨어지는 언데드 자폭특공대라니.

[악명이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느부캇네살의 흑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느부캇네살의 흑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새로운 흑마법 스킬을 얻습니다!]

‘…?!’

이세연과 같이 할 때와 달리 태현이 혼자서 하니 악명도 두 배에 스킬 성장도 두 배였다.

그건 이해가 가는데 기계공학 스킬이 아니라 흑마법 스킬이 오를 줄이야.

[<고대 제국 언데드 폭발>을 얻었습니다!]

[<고대 제국 언데드 시한폭탄>을 얻었습니다!]

“!”

<고대 제국 언데드 폭발>

언데드에 담긴 마력을 터뜨려 언데드를 폭발시킵니다.

<고대 제국 언데드 시한폭탄>

언데드에 담긴 마력을 증폭시켜 언데드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폭탄으로 만듭니다.

‘아. 왜 이렇게 주나 했더니 지금 검술 스킬이 봉인당한 상태라서….’

태현은 왜 이렇게 보상이 나오는지 깨달았다.

지금 아키서스의 금제로 인해 검술 스킬이 봉인당한 상태인 것이다.

덕분에 다른 스킬들은 버프 받고 있는 상황.

[칭호, 비정한 언데드 군주…]

[칭호…]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

[……]

[……]

[<고대 제국 언데드 폭발>과 <고대 제국 언데드 시한폭탄> 스킬이 합쳐집니다!]

[새로운 흑마법 스킬을 깨닫습니다!]

[<고대 제국 언데드 자폭특공대 소환>을 얻습니다!]

“…….”

[…….]

<고대 제국 언데드 자폭특공대 소환>

비정한 군주의 명령에 따라 자폭할 준비를 마친 불안정한 언데드들을 소환합니다!

“음. 특공대 위에 폭탄을 추가로 얹으면 화력이 두 배겠군.”

[카르바노그가 수학의 달인이라며 칭찬합니다!]

* * *

결국 행운의 신은 태현의 손을 들어줬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고이오노스였지만, 계속해서 천벌을 연타로 맞자 견뎌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저주로 인해 쇠약해진 상태.

세 영웅이 끝장을 내기 위해 공격을 퍼붓자 고이오노스는 무릎을 꿇었다.

-영웅들아. 내 패배다!

[고이오노스가 패배를 인정합니다!]

-해냈다!!!

잘츠가 가장 먼저 뛸듯이 기뻐했다.

그 수많은 영웅들이 들어와서 통과하지 못했던 곳을 그가 해낸 것이다.

-내가 해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해낸 게 아니라 여기 이 아키서스의 영웅이 해낸 거겠지.

전사장이 침착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솔직히 이번 고이오노스 레이드에서 둘이 한 일은 매우 적었던 것이다.

아키서스의 영웅이 판을 짜고 주도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그림.

-…그걸 꼭 이렇게 따지셔야 합니까?

-사실은 사실이니까.

-흥. 어쨌든 간에 나도 해낸 건 마찬가지입니다.

잘츠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번 시련에서 세운 업적으로 나는 사람들을 모을 겁니다. 언젠가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왕국은 세우지 않으면 좋겠는데….”

태현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그러는 사이 고이오노스는 상처를 어느 정도 회복했는지 태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훌륭하구나. 어린 영웅아. 이렇게 치사하고 비열하게 잘 싸울 줄 누가 알았겠니.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당연히 칭찬이지. 대륙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단다.

옆에서 전사장은 고이오노스의 말을 매우 감명 받은 표정으로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렇구나!

대륙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사하고 비열해져야 하는 것인가?

-그게 행운의 힘일지도….

옆에서 전사장이 중얼거리는 게 신경이 쓰였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건 고이오노스였으니까.

고이오노스는 현명한 눈빛으로 태현을 보며 말했다.

-시련 밖으로 나가게 되면 너는 또 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되겠지. 그런 적들을 상대할 때 내가 준 가르침들이 도움이 되면 좋겠구나.

자상한 골드 드래곤의 정성은 태현을 감동시켰다.

판온에서 저렇게 보기 드문 인성을 가진 NPC가 어디 있겠는가.

‘용용이한테 잘해줘야겠다.’

-언제 어디서든 간에 정의로운 마음을 잊지 말렴. 골드 드래곤들은 대륙의 위험을 물리치고 종족들을 보호하는 존재. 아키서스와 손을 잡은 것도 그래서였지. 언제 어디서든 간에 골드 드래곤들은 네 아군이 되어줄 거란다.

“감사합니다.”

[고이오노스가 골드 드래곤 종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골드 드래곤 종족 내 평판이 오릅니다!]

[골드 드래곤 사이에서 아키서스와의 약속을 꺼낼 수 있습니다!]

[골드 드래곤들에게서 도움을 받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근데 속은 게 아니었구나?’

용용이가 하는 말만 듣다 보니 아키서스가 골드 드래곤을 속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딱히 속았다기보다는 골드 드래곤도 다 알고 손에 잡은 것에 가까웠다.

뭐야 괜히 미안해했네!

-이제 떠날 시간이다. 어린 영웅아! 언제 다시 만나기를 비마!

고이오노스의 작별 인사와 함께, 주변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검의 시련, 21층을 완료했습니다!]

[고대 제국 검의 투기장이 사라집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

[……]

-돌아왔구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태현과 전사장이 돌아오자, 검의 악마가 기쁜 목소리로 반겼다.

그들이 돌아오지 않아서 매우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되는데.’

태현은 의심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대체 악마가 저렇게 착할 수가 있나?

그러나 전사장은 익숙했는지 검의 악마에게 말했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 여기 아키서스의 영웅 덕분에 돌아올 수 있었지.

-그렇군! 보내주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이 악마가 괜한 짓을 한 게 아닐까 후회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다행이다!

“…저거 진짜 악마 맞나??”

태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전사장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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