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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44화 (1,443/1,826)

§ 나는 될놈이다 1444화

그러나 그럴 틈도 없이 검투사는 나가버렸다.

[카르바노그가 운이 좋은 검투사라고 말합니다.]

‘그러게 말이야.’

생각해보니, 투기장에서 다른 검투사를 폭탄으로 만든 채 들어가는 건 반칙에 해당될 것 같았다.

이 시련이 어떤 규칙인지 파악하기 전에는 그런 짓을 참아야 했다.

‘투기장… 투기장이라.’

판온의 투기장은 알려진 것만 해도 수백 개가 넘었고 모두 다 규칙이 제각각이었다.

유명한 투기장 중 하나는 골짜기에 있는 아키서스 투기장.

…태현도 잘 안 갈 정도로 극한의 운빨 투기장이었다.

그런 만큼 투기장은 그 규칙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카르바노그. 고대 제국 시절 투기장은 어떤 느낌이지?’

[카르바노그가 투기장이 다 제각각이라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

카르바노그의 말을 들어보니 고대 제국 시절 투기장들은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던 것 같았다.

어떨 때는 투기장 안에 바다를 만들어서 그 위에서 싸울 때도 있을 정도로!

지금 전사장이 통과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시련이라면 그 난이도가 꽤 높다고 봐야 했다.

“전사장부터 찾아야겠는데….”

문제는 지금 태현이 전투 대기실에 들어와 있는 상태라는 것.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다음 검투사가 나서게 될 것입니다. 관중 여러분들은 환호로 맞이해주십시오!!!

[곧 다음 경기가 시작됩니다!]

[준비하십시오!]

전사장을 찾으려면 일단 무조건 한 경기는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태현은 무기를 꺼냈다.

‘상대가 누구일지 좀 걱정이군.’

운이 나쁘면 드래곤 같은 놈을 만날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상대가 걸리지 않기를 빌어야 했다.

덜컥-

-검투사가 입장합니다! 이번 검투사는 바로, 행운의 신 아키서스의 힘을 이어받은 영웅!

-와아아아아아!

진행자의 소개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아키서스의 힘을 이어받았다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무려 드래곤 슬레이어의 칭호를 갖고 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죽음에서 돌아온 자, 투기장 우승자, 드래곤 슬레이어, 악마 사냥꾼의 칭호를 가진 영웅이라니! 이런 영웅이 투기장에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당신의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당신의 칭호들로 인해 평판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투기장에서 명성이 높아집니다!]

[투기장의 NPC들이 당신을 높게 평가…]

[…]

‘오.’

태현은 살짝 뿌듯해졌다.

그래도 아무도 안 하는 퀘스트 혼자서 열심히 한 보람이 있긴 하구나!

-그뿐만이 아닙니다! 위대한 파괴자! 불화를 일으키는 자! 악마를 속인 자!

-…….

-우우우우우!

[당신의 칭호들로 인해 투기장에서 악명이 높아집니다!]

“…….”

-하늘대장장이, 먹다 죽어도 모르는 요리사… 아니. 너무 잡다하게 기술을 익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자의 외침에 태현은 인상을 썼다.

내가 스킬 이것저것 익히는데 네가 보태준 거라도 있냐??

-어찌 되었든 간에 중요한 것은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것입니다!

-옳소! 옳소!

관중들은 그에 맞춰 환호했다.

선하든 악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투기장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뿐!

-이번 영웅은 검 한 자루로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오로지 검 아이템만이 사용 가능합니다.]

[다른 아이템을 사용할 경우 반칙 처리됩니다.]

[…]

[…]

‘아니 폭탄을 못 쓴다고?’

[어차피 광기의 폭발 검법 있지 않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하긴 그건 그렇지.’

쿠르르르릉!

“…!”

이야기하는 사이 앞의 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상대가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

[…….]

놀랍게도 그 상대는 골드 드래곤이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다 자란!

* * *

“…….”

[…….]

“…….”

[…….]

“카르바노그. 무슨 말이라도 해줘.”

[카르바노그가 죽은 척을 시도합니다.]

‘고대 제국 미친 놈들!’

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투기장에 골드 드래곤을 넣어 놓을 수가 있지??

아니, 골드 드래곤이 보통 괴수처럼 잡아 놓을 수 있는 생물인가?

마음만 먹으면 이 투기장에 있는 걸 모두 박살 낼 수 있을 텐데….

고대 제국 사람들은 골드 드래곤을 부릴 수 있을 정도로 강했던 건가?

-여러분, 찬양하십시오! 위대한 골드 드래곤, 투기장의 제왕, 고이오노스께서 등장하셨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골드 드래곤 고이오노스가 날개를 펼치고 울부짖습니다!]

[공포 상태에…]

[칭호로 인해 공포 상태에 면역됩니다!]

[골드 드래곤의 존재감으로 인해 전체적인 스탯이 저하됩니다!]

[고이오노스의 마력으로 인해 마법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

[고이오노스의 눈빛으로 인해 모든…]

[…]

[…]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보다 한 술 더 뜨는 거 같은데.’

무엇보다 더 억울한 건, 지금 저 골드 드래곤이 이 투기장의 최강자 같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뽑아도 최강의 상대를 뽑지?

[화신의 명성과 칭호 때문에 가장 강한 상대가 나온 게 아닌가 하고 카르바노그가 의심합니다.]

“…!!”

그게 정말이라면….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군!’

다른 대형 길드 놈들이 한 것처럼 열심히 몰이사냥 하면서 레벨 업을 했어야 했나!?

<투기장의 제왕-고대 제국 검의 투기장 퀘스트>

골드 드래곤, 고이오노스는 영웅과의 정정당당한 승부를 좋아하는 골드 드래곤입니다!

그런 고이오노스는 검의 투기장에 자리 잡고 수많은 영웅들을 시험해왔습니다.

고이오노스 앞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쳐 인정받으십시오.

그럴 수 있다면 고이오노스는 당신을 매우 총애할 것입니다!

보상:?, ???

‘뭐 저런 놈이….’

태현은 투덜거렸다.

영웅을 좋아하면 잘 보살펴주고 키워줘야지 왜 투기장에서 1:1로 싸워서 죽이려고 하지?

하여간 드래곤 놈들은 다들 이상한 놈들이었다.

포효를 마친 고이오노스는 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무 연약한 것 아니냐? 좀 더 수련을 통해 레벨을 올리고 오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고이오노스 님! 여긴 투기장입니다! 저 영웅 또한 대단한 영웅이고요! 사정을 봐주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레벨이 낮은데??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태현의 레벨은 고이오노스 눈에 너무 낮아 보였다.

아키서스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하더라도 저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고이오노스는 영웅을 키우는 게 목표지 영웅을 죽이는 게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건 블랙 드래곤이나 하는 타락한 짓!

-하지만 고이오노스 님!

-시끄럽다!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이거 기회 아닌가?

“저기, 고이오노스 님.”

-말하도록 하라. 영웅이여.

고이오노스는 마치 늙은 현자처럼 자상한 목소리로 태현을 불렀다.

“혹시 이거 싸움을 포기해도 걸어나갈 수 있는 겁니까?”

-우우우우우우우!

-비겁하다! 아키서스의 이름을 달고서 도망을 치다니!

-아키서스 이름 앞에서는 파괴와 죽음뿐이다! 그 이름을 배신하지 마라!

‘…이 새끼들이.’

태현은 속으로 관중들을 욕했다.

고이오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싸움을 포기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포기하도록 하라! 포기하는 것 또한 용기 아니겠느냐. 더욱 강해져서 다시 돌아 오거라.

“…포기하겠습니다!”

-그래! 너는 레벨을 좀 키워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태현은 살짝 상처 받았다.

* * *

야유 받으면서 경기가 끝나자 태현은 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투기장 건물 안에는 검투사 여럿이 돌아다녔다.

아까 태현을 대기실로 소개해 준 검투사가 비웃으며 말했다.

-말했지? 내가 너 같은 신참은… 크아아악!

퍼퍼퍼퍼퍽!

태현은 검을 뽑아들고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아까야 당황스러워서 상황 파악하느라 내버려 뒀었지만 지금은 경기도 끝났겠다 대충 파악이 끝난 것이다.

결투 시작이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갑옷이 파괴됩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출혈 효과가…]

[혼돈의 폭발이 시전됩니다! 혼돈의 힘으로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

[승리했습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항, 항복! 항복!

“여기에 그 골드 드래곤을 이긴 검투사가 있긴 한가?”

-아직 아무도… 아무도. 그래서 다들 피하고 있다고.

검투사는 벌벌 떨면서 말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혹시 여기 고대 제국 전사장의 칭호를 갖고 있는 영웅은 오지 않았나?”

-왔… 왔었지.

“골드 드래곤과 싸웠나?”

-어떻게 알았지?? 그래. 싸웠다.

‘그렇게 된 거였군.’

전사장이 왜 못 깨고 나오고 있었나 했는데, 상대가 멀쩡한 상태의 골드 드래곤이라면 그럴 법도 했다.

게다가 치사하게 검만 쓰게 하고….

‘영웅이면 검 말고 다른 것도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아?’

[골드 드래곤들이 원래 좀 고리타분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뒷담을 깝니다.]

“그 전사장을 만나보고 싶은데.”

-그건 힘들 거다.

검투사가 비웃으며 말했다.

태현이 검을 들어올리자 검투사는 바로 표정을 바로잡았다.

-히익!

“왜 힘들다는 거지? 그렇게 크게 다쳤나?”

-아니… 골드 드래곤은 싸움이 끝나면 무조건 회복시켜 준다.

‘…무슨 변태도 아니고.’

“그러면?”

-그 전사장이라는 영웅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다. 그가 머무르는 건물에는 아무도 들여보내주지 않고 있다고.

검투사는 말하다 보니 화가 났는지 인상을 썼다.

-이 투기장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신참이 감히 그런 건방진 태도를 보이다니!

“그렇군. 싸울 기회를 주지.”

-…아니, 그건 좀….

검투사는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했다.

불만이 있는 것과 별개로 전사장은 꽤 많이 강해 보였던 것이다.

“같이 가자.”

-잠… 잠깐. 잠깐만…!

* * *

검의 투기장은 경기장 건물뿐만 아니라 여러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 중 검투사들이 지내는 숙소는 강함의 순서로 결정되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는 전사장은 태현이 오기 전에 상당히 많이 이긴 게 분명했다.

‘골드 드래곤은 못 이겼지만.’

-으윽. 배가… 배가 좀 아픈 것 같은데.

“…….”

태현은 한심하다는 듯이 옆의 검투사를 쳐다보았다.

싸움을 피하려는 게 한심한 게 아니었다.

한심한 건 저런 얄팍한 핑계를 대려고 한다는 점!

화술 스킬 최고급을 찍은 태현이 보기에 저 핑계는 너무나 성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한데.’

태현은 문득 이상함을 깨달았다.

보아하니 이 검의 투기장은 평범한 검투사들이 오는 곳이 아니었다.

대륙에서 나름 영웅이라고 꼽히는 자들이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멀쩡한 골드 드래곤이 또아리를 틀고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 검투사 놈은 뭔데 이렇게 한심해 보이지?

‘영웅이 아닌가?’

“너는 이름이 어떻게 되냐?”

-나 말이냐? 내 이름은 잘츠다.

“그렇군. 잘츠… …잘츠??”

태현은 이름이 익숙한 것에 당황스러웠다.

왜 익숙하지?

[카르바노그가 잘츠 왕국을 세운 건국왕의 이름이 잘츠였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익숙한 거 아니냐고 말합니다.]

‘그렇군. 동명이인이라서 익숙한 거였나.’

“그래. 잘츠. 넌 싸울 생각도 없는데 이 투기장에는 왜 온 거냐?”

-후. 듣고 놀라지나 마라.

잘츠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나는 내 왕국을 세울 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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