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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43화 (1,442/1,826)

§ 나는 될놈이다 1443화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태현의 심장이 좀 더 빠르게 뛰는 것 같기도 했다.

태현은 살짝 겸연쩍은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

“그냥 기뻐해도 되는데….”

“악마를 보면 습관적으로 기뻐하게 된단 말이지.”

남들은 악마를 보면 피하거나 열심히 레이드를 할 때, 태현은 악마를 보면 붙잡아서 재테크를 하다 보니 남들과 다른 반응을 보여주게 됐다.

악마를 보면 ‘으악 악마다!’가 아닌 ‘저 악마, 우리에 넣으면 어떨까?’ 같은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것이다.

“이해해. 나도 적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곤 하니까.”

놀랍게도 이세연은 그런 생각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크로맨서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강한 네임드 적을 보면 ‘저 몬스터, 시체를 언데드로 만들면 어떨까?’ 같은 생각을 하는 게 네크로맨서!

-…….

-…….

베레타르바 교단 사제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 두 인간들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거야?

<검에 봉인된 악마-고대 제국 전사 퀘스트>

고대 제국 전사들은 여러 방법으로 힘을 추구해 왔다.

그중에는 놀랍게도 마계의 악마와 손을 잡고 힘을 키우는 방법도 있었다.

몇몇 신실한 자들은 눈을 찌푸리며 비난하겠지만 고대 제국 전사들은 더욱 강한 검법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눈앞에 놓인 검에는 전사들과 계약을 맺은 이름 모를 마계의 악마 중 하나가 봉인되어 있다.

그 악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강력한 검법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라!

위험하지만 그 대가는 충분할 것이다.

보상: ?, ???, ????

“…아니. 예상 밖의 퀘스트군.”

검법 퀘스트가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다.

심지어 검에 봉인된 악마한테 검법을 배우게 될 줄이야!

“전사장이 저 검으로 검법 배우다가 다친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하지.”

“…불길한데.”

이세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태현이 악마 전문가긴 했지만 원래 판온에서 악마는 매우 위협적인 상대였다.

마계에서 건너 온, 필멸자들의 적대자!

그런 악마가 봉인된 검을 잡고 검법을 배우라는 건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고대 제국 전사장 정도면 지금 판온에서 나오는 인간형 NPC들 중에서 손꼽히게 강할 텐데, 그런 전사장이 다쳤을 정도면?

“나 어차피 목숨 여러 개야.”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들으니 좀 충격적이긴 하네.”

“너도 목숨 여러 개 있지 않아?”

이세연은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전설 직업인만큼 <리치의 성물함> 같은 스킬들부터 시작해서 여러 예비 목숨이 있는 것이다.

“없다고 할 수는 또 없지는 않지.”

“굳이 그렇게 돌려서 말할 필요 없는데… 어쨌든 저 검을 잡기는 해야 해. 전사장 나오지도 않고 있잖아.”

드넓은 신전 홀이 텅텅 비었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자 오싹할 정도였다.

그 가운데에 꼽힌 검만이 점점 더 사악하고 요사스러운 기운만을 내뿜을 뿐.

“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보자.”

이세연의 말에 태현은 의아해했다.

“여기서 더 어떻게?”

“네가 데리고 다니는 악마들 끌고 오면 안 돼?”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하군.”

악마들이야 들었다면 ‘저 저 네크로맨서 새끼 저거…! 악마와 계약 맺는다는 네크로맨서가 저렇게 상도덕 없어도 되냐!’ 하며 분노했을 테지만, 불행히도 악마들은 지금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 나가서 끌고 오자.”

* * *

-…….

-…….

우리에 갇힌 악마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두 명만이 태현을 응원했다.

-힘내십쇼, 교황님! 구시렉의 아들 구시온이 교황님을 응원합니다!

-나도 널 믿고 있다, 아키서스의 교황! 너는 제국의 자존심이다!

구시온과 페르소텔턴이 바로 그 두 명이었다.

다른 악마들은 매우 불편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그들을 관리하고 있던 드워프가 호통을 쳤다.

-어허! 응원을 제대로 하지 못하겠느냐!

-지금 응원을 하게 생겼나?

여기 중에서 가장 품격이 높고, 아직 반항하는 마음이 꺾이지 않은 소환공 에다게르가 비웃듯이 말했다.

사실 격으로만 놓고 보면 여기서 에다게르는 정말 갇혀 있을 입장이 아니긴 했다.

다른 악마 공작들은 다 마계에서 떵떵 살고 있는데 에다게르 혼자 괜히 과거에 잘못 걸리는 바람에 이렇게 끌려 온 것이다.

-저 악마가 새로 잡혀서 들어 온다면 너희들의 부담이 줄어들 텐데?

-…힘내라!! 교황!!

-이번만큼은 너를 응원하겠다!

채찍질 당하고 있던 다른 악마들도 갑자기 입을 열더니 열심히 응원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버티던 에다게르도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잠깐… 저 교황 놈이 검을 잘못 다뤄서 다치기라도 하면 해방의 기회를 노릴 수도 있겠군?

-!

-힘내라! 교황! 너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다게르가 그렇게 외치자 구시온이 옆에 고자질을 했다.

-드워프 어르신! 이 에다게르 놈이 악담을 하고 있습니다!

-뭐야! 이놈이!

-구시온 네 이놈…!

[강력한 악마의 기운을 느낍니다!]

[검 안에 악마가 깃들어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검을 잡을 경우 악마와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태현은 긴장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목숨이 여러 개라고 하긴 했지만 그 목숨 하나하나가 소중한 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판온에서는 재수 없게 잘못 걸리면 목숨 여러 개 같이 날아가는 경우가 생겼으니,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탁-

[검을 잡았습니다.]

[악마와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인간이구나!

매우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훨씬 더 친근하고 따뜻한 목소리였기에 태현은 당황했다.

‘뭐지?’

[카르바노그가 함정 아니냐고 묻습니다.]

보통 악마들은 기본적으로 성질이 더러운 편이었다.

필멸자가 말 걸면 ‘뭐야?’ ‘넌 감히 누군데 나한테 말을?’ 같은 반응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이 악마는 너무 친절하고 따뜻한 목소리라 놀라울 정도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어.’

사기 좀 쳐본 사람답게 태현은 상대를 경계했다.

원래 저렇게 달콤한 목소리로 말하는 상대를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나는 검의 악마다.

-이름은?

-내 이름은 밝혀줄 수 없다.

-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아주 시꺼먼 속셈을 갖고 있었군!

-그런… 너무하다! 나는 필멸자들을 돕기 위해 예전에 맹세했다. 이 검으로 변해 시련을 통과하는 자에게 힘을 주겠다고. 이름을 밝혀주지 못하는 것은 네가 시련을 통과해서지, 내가 시꺼먼 속셈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검의 악마는 매우 슬픈 목소리로 항변했다.

태현이 살짝 미안해질 정도로!

‘으윽.’

태현은 예전부터 저렇게 순수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에 매우 약한 편이었다.

[카르바노그가 흔들리지 말라고 말합니다! 저 악마 새끼 저거 혓바닥 놀리는 거라고 말합니다!]

‘카르바노그가 악마 아니야?’

-그렇군. 그러면 내가 시련을 통과하겠다고 해도 받아들일 건가?

-물론이다! 필멸자들이 강해지는 것은 내 기쁨이다.

검의 악마가 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예전부터 마계의 악마들이 심심하면 중간계로 올라가 깽판을 치는 것이 심히 가슴 아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악마들은 워낙 강대해서 어지간한 영웅이 아니라면 상대하기도 힘들었다.

고대 제국 시절에는 그 강대함이 더했고.

그래서 검의 악마는 고대 제국의 전사들과 손을 잡고 힘을 전수해 주기로 했다.

강력한 시련을 통해서!

‘…아니. 악마가 아닌 거 같은데???’

그 설명을 들을수록 태현과 카르바노그의 의심은 더욱더 부풀어질 뿐이었다.

마계에 이런 악마가 어딨어!

-전사장은 어디 있지?

-전사장은 지금 내 시련 속에 갇혀 있다.

검의 악마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라면 멈춰야 했고, 나도 그렇게 말렸지. 하지만 그가 듣지 않았다.

-잠깐. 이상한데. 아까 내가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는 환영한다고 했잖아?

[카르바노그가 역시 시꺼먼 속셈이 있었다고 환호합니다!]

-그야 시련은 처음에는 그리 강하지 않으니까.

검의 악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시련은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그럴수록 더욱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욕심을 절제하는 것이다.

-그… 그렇군.

-그런데 인간. 너는 누구냐? 강력한 신성력이 느껴지는데.

-나는 아키서스의 후계자다.

-아키서스! 아키서스의 후계자였다니.

검의 악마는 매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아키서스의 후계자를 이렇게 만나다니.

-왜… 기뻐하지?

-예전에 아키서스 교단의 영웅들과 손을 잡고 악마들을 상대한 적이 있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더 이상 어떻게 의심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그냥… 그냥 본색을 드러내주면 안 되나? 이대로 착한 악마였다고 하면 내가 너무 미안해질 것 같은데?’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검의 악마. 시련도 좋지만 나는 전사장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혹시 내가 전사장을 구할 수 있나?

-방법이 있다. 전사장이 받는 시련으로 들어가 그를 구하는 것이다.

-…!

-하지만 전사장은 지금 그걸 깨지 못해서 갇혀 있다. 매우 위험한 시련이고, 깨지 못하면 갇힐 수도 있다.

-죽으면 나올 수 있나?

-죽으면 당연히 나올 수 있지만… 아니, 지금 전사장을 죽이려는 건가? 절대 안 된다!

검의 악마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오랫동안 그와 친하게 지내며 우정을 쌓은 전사장을 죽이려고 들다니!

-저리 가라!

-아, 아니. 오해다. 오해. 날 봐라. 내가 그런 짓을 할 것 같나?

-할 것 같다. 아키서스의 후계자잖아!

-…….

태현은 최고급 화술 스킬을 동원해서 다시 몇 분 정도 설득해야 했다.

-죽으면 나올 수 있냐는 건 내 경우였다. 전사장은 무조건 구해야 하니까.

-그렇구나. 오해해서 미안하게 됐다.

-좋아. 들여보내다오. 전사장을 구해서 돌아오겠다.

-아키서스의 후계자. 어떤 위험이 나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다오.

-…너 진짜 악마 맞냐? 내가 꼭 이름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혹시 친한 악마 누구 있는지….

-이제 들여보내 주겠다.

-에다게르 아나? 구시렉은? 푸르네우스는??

* * *

[검의 시련, 21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시련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나가실 수 없습니다.]

[고대 제국 검의 투기장에 입장했습니다!]

[고대 제국 검의 투기장을 목격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고대 제국 검의 투기장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현재 건축 스킬이 낮습니다. 페널티가…]

[아키서스 교단의 명성으로 인해 건설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

[……]

‘고대 제국 시절이다!’

고대 제국 시절 유산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무조건 이득이었다.

일단 영지 굴리는 태현 입장에서는 건축할 수 있는 건물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봤던 고대 제국 투기장은 하늘섬에 있던 어처구니없던 경주장이었던 만큼, 진짜 투기장을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따라와라.

근육질의 검투사가 태현을 보며 말을 걸었다.

태현은 고민했다.

‘공격해도 되나?’

[카르바노그가 참고 기회를 엿보자고 합니다.]

‘그래. 일단은 참는 게 낫겠지.’

지금 주변 상태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어딜 가는 겁니까?”

-새로 온 검투사답게 질문이 많군. 다음 전투를 위한 대기실이다. 문이 열리면 나가서 싸우게 될 거다,

“오….”

-물론 너 같은 신참은 절대 버티지 못하겠지만.

검투사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태현을 비웃자, 태현은 이 검투사를 인간 폭탄으로 쓰면 어떨지 고민했다.

‘쓸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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