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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42화 (1,441/1,826)

§ 나는 될놈이다 1442화

“세상에 저렇게 뻔뻔한 놈들이!”

뒤늦게 온 플레이어들은 격분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퀘스트 정보 숨겨서 끌어들이려다가 걸렸으면 입이나 다물고 있어야지, 저걸 저렇게 떠들고 다녀?

“그런데 우습게 볼 이야기가 아니긴 해.”

“뭐가?”

“공성전 말이야.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던데. 아직 진행 중이고.”

“무슨… 걱정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여기 있는 라인업이 어떤데.”

이번 사원 퀘스트는 위치가 위치인 만큼 레벨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만 모였다.

기본이 고렙에 랭커들이 우글거리는 것이다.

거기에 김태현이나 이세연 같은 선수 출신 랭커들도 여럿이었고, 대형 길드도 제법 끼어 있었으니….

“하긴 그것도 그렇지?”

“맞아. 걱정할 거 없어.”

그렇게 떠드는 사이, 옆에서 먼저 온 길드원 몇몇이 심각한 표정으로 떠들면서 지나갔다.

“야. 진짜 어떡하냐 이거? 이번 거 실패하면 길마가 난리칠 텐데.”

“그러니까 말이야.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데… 적들 숫자가 너무 많더라. 안 되겠다 싶으면 빠져야 할 텐데 핑계를 뭐라고 대야 할지 모르겠네.”

“…….”

“…….”

길드원들의 대화에 뒤늦게 온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너무 약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아… 아니. 저놈들이 특히 좀 연약한 거겠지?”

“맞, 맞아. 그냥 저놈 근성이 특별히 부족한 걸 거야.”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현과 이세연이 지나갔다.

“미친 거 같은데. 이걸 어떻게 깨야 하지?”

“주변을 수소문해서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안 될 가능성이 높아. 실패를 각오하고 생각해 봐야겠어.”

“으응.”

둘의 심각한 대화에 플레이어들은 더 깜짝 놀랐다.

둘이 저럴 정도면 정말 심각한 게 틀림없는 것이다.

“야. 들었냐…?”

“지금 분명히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

태현과 이세연의 이름값은 일개 길드원의 이름값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둘이 저렇게 불안해할 정도면….

-사원 공성전 퀘스트 난이도 생각보다 심각한 듯….

-사원 공성전 퀘스트에 무슨 드래곤 나오나요??

-사원 공성전 퀘스트 지금 깰 수 없는 난이도임? 김태현이 못 깬다고 하던데.

-김태현이 못 깬다고 했다고??? 에이. 말도 안 돼. 난이도가 낮진 않겠지만 거기에 무슨 드래곤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진짜야! 김태현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엄살 아닌가?

-김태현이 그런 엄살을 떨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번 퀘스트에 대해 정보를 나누는 게시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워낙 정보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정보였던 것이다.

-보아하니까 한국 국대팀 멤버들이 파티 짜고 돌아다니는 거 같은데 그 멤버로도 막기 힘들다는 거면 진짜 어려운 걸지도 모르겠다.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지. 공성전, 그것도 공격이 아니라 수비잖아. 숫자가 적으면 한계가 있어.

한 손으로 열 손을 상대할 수 없듯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상대의 숫자가 너무 많으면 막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동서남북에서 들어오는 적들을 전부 막고 처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이유 때문에….

-와. 이번 퀘스트는 끝났다고 봐야겠네.

-그렇지. …그런데 사원 위치가 어디라고?

-사원에서 나오는 몬스터 정보 구합니다!

-사원 들어가려면 뭔 퀘스트 해야 하는지 아시는 분? 그냥 지름길 없나요?

그러나 그런 반응과 별개로, 사원 퀘스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한국 국대팀이 어렵게 생각할 정도면 그 보상이 대단하다고 봐야 지!’

‘이번 퀘스트는 실패하더라도 그렇게 커다란 부담이 없어. 무조건 참가하는 게 이득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판온 퀘스트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랭커들이나 대형 길드들은 하이 리스크를 매우 싫어했다. 실패하기라도 하면 타격이 너무 큰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같은 대박을 찾아 헤매곤 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번 사원 공성전 퀘스트가 바로 그랬다.

공성전 수비 퀘스트 같은 경우는 여차하다 싶으면 바로 이탈해서 후퇴하기 쉬운 것이다.

게다가 이번 퀘스트는 적들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서 깨기 힘든 게 아니었다.

적들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고 끝없이 몰려와서 그렇지.

이런 점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의욕적으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아니 뭔 사원 입장하려면 사랑의 힘을 보여주래!?

-기부금이라도 바쳐야 하나??

…물론 새로 온 플레이어들에게는 사원의 매콤한 맛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쨌든 간에 생각보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새로 이 퀘스트에 참가하려고 하고 있었다.

* * *

<위대한 행운의 힘-고대 제국 전사 퀘스트>

고대 제국의 전사장은 제국의 전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고 강한 자만이 앉을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다.

그런 만큼 전사장은 스스로 강해지기를 그만둬서는 안 되는 법.

그러나 전사장은 지나치게 가혹한 수련 끝에 크게 부상을 입고 은둔하게 되었다.

지나치게 가혹한 수련으로 다친 전사장을 행운의 힘으로 회복시켜 준다면, 고대 제국 전사들은 위대한 행운의 힘에 크게 감동하게 되리라!

보상: ?, ???

“에휴.”

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행운의 힘이 그런 힘이 아니라고 아무리 말을 해줘도 이해를 해먹질 못하니….

“아키서스 교단에 회복 관련 스킬들은 없어?”

“있기야 한데 주력은 아니지. 데메르 교단이 더 나을걸.”

태현이 갖고 있는 데메르 교단의 권능인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도 이렇게 다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는 쓰기 힘들었다.

“꼭 회복 관련 스킬이 필요한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이세연은 시무룩해진 태현을 응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럴 것 같진 않은데.”

“아니야.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넌 왜 신성 계열 직업 안 하고 네크로맨서 했니?”

“…그럼 이다비 씨 불러 이 새….”

이세연은 험한 말 나오려다가 참았다. 뒤에 다른 선수들 있었던 것이다.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아니?”

태현은 뒤에 있던 베레타르바 사제들이 꺼내는 말에 놀랐다.

베레타르바 사제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대 제국 전사들 하나 설득 못해서 붙잡혀 있던 너희들이?”

-…교황님.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요.

사실로 명치를 맞은 사제들은 아픈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고대 제국 전사들한테 붙잡혀 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친 사람한테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 와서 행운의 힘을 새로이 꺼내준 덕분에 그들은 해방될 수 있었다.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다.

-데메르 교단만 치유의 권능이 높은 게 아닙니다. 베레타르바 교단 또한 치유의 권능이 드높습니다!

“앗. 진짜인가?”

태현은 솔깃했다.

그냥 결혼할 때만 골드 내고 부르는 교단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효과가?

-물론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베레타르바 교단은 언데드 퇴치, 무기 버프, 주문서 제작, 랜덤 상자 열기, 영지 축복 등 다양한 권능을 갖고 있습니다.

“…….”

태현이 갖고 있던 신뢰도가 대번에 내려갔다.

‘얘네 너무 잡다하게 하는데.’

보통 여러 개 잡다하게 하는 놈들치고 멀쩡한 놈들 없었다.

게다가 베레타르바 교단처럼 온갖 걸 잡다하게 했던 교단이 하나 더 있지 않은가.

…초기 아키서스 교단!

망하기 직전이라 개나 소나 다 주워 섬기면서 신도들을 끌어들여야 했던 아픈 시절.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말에 태현은 의심이 샘솟았다.

“김태현.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 낫지 않아?”

“그거야 그렇지만.”

[고대 제국 전사장의 신전에 입장하셨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힘이 낮습니다. 이동 속도에 페널티가 붙습니다.]

[민첩이…]

[체력이…]

[공격 속도가…]

[……]

[……]

“!”

들어온 사람들은 마치 중력이 몇 배는 되는 것처럼 묵직하고 질척이는 감각을 맛봐야 했다.

드넓은 신전 안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느려지는 이동 속도!

“무슨….”

“윽. 제국 전사들 수련 용도인가 본데.”

일행 전원이 현저히 느려진 이동 속도에 비틀거리고 있는 동안, 앞에서 대전사 한 명이 마중을 나왔다.

-전사장 님을 뵈러 오셨습니까?

“그래. 혹시 이 안에서 좀 쉽게 움직일 방법이 없나?”

-물론 있습니다.

“오. 다행이군.”

-지금 스탯이 낮으셔서 그런 것이니, 스탯을 키우시면 됩니다.

“…….”

“…….”

태현과 이세연은 할 말을 잃고 대전사를 노려보았다.

저게 뚫린 입이라고 아주….

-힘 스탯을 추천드리겠습니다. 다른 스탯이 부족하더라도 힘 스탯만 있으면 움직이기 쉬워지니, 다른 전사들도 힘 스탯부터 키우지요.

대전사는 악의 하나 없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태현은 욕을 참고 머리를 굴렸다.

‘아. 방법이 있긴 했군.’

-행운 전환!

[랜덤으로 스탯이 골라집니다!]

[행운이 그 스탯으로 전환…]

[……]

[행운 스탯이 일시적으로 힘 스탯으로 전환됩니다!]

‘운이 좋군.’

몇 번 뽑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한 번에 나왔다.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동 속도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

[……]

“이제 좀 움직일 수 있겠는데.”

“혹시 그 스킬, 다른 사람한테도 쓸 수 있어?”

이세연은 지팡이로 바닥을 내려찍은 상태로 괴로워하며 말했다.

태현보다 훨씬 더 힘 스탯이 부족한 이세연이었기에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그건 무리 같고… 그냥 내가 업을게.”

“그래. …어? 어???”

이세연은 무심코 대답했다가 뒤늦게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왜? 몬스터 나와도 너 방패로 안 쓸 테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안심이 되는걸…?”

이세연은 뭐라고 말하려다가 스스로가 바보 같아져서 그냥 말았다. 태현은 자세를 낮춘 다음 이세연을 안아서 들어 올렸다.

“어때?”

“…좀… 많이 어색한 것 같은데.”

이세연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평소에는 차갑고 냉정하던 표정이 파르르 떨리며 흔들렸다.

“아. 역시 그런가? 이 자세가 마법 쓰기 애매하긴 하겠군.”

태현은 이세연을 내려놓고 다시 뒤로 업었다.

“이 자세는?”

“…한결 낫네. 고마워.”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엇보다 이 자세는 김태현과 얼굴을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교황님. 훌륭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베레타르바의….

“닥쳐.”

이세연은 사제들을 입 다물게 만들었다.

악명 높은 흉흉한 흑마법사의 살기에, 베레타르바 사제들은 입을 다물어야 했다.

-저런 사악한 자 같으니. 감히 베레타르바 교단의 사제를 협박해?

-눈에 뵈는 게 없는 게 분명하오. 나중에 연인의 축복 받으러 와도 출입 금지를 시킵시다.

“시끄럽고. 왜 불렀지?”

-아. 저희들도 움직일 방법이 없을까요?

“좋은 방법이 있지.”

태현의 말에 베레타르바 교단의 사제들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저희까지 업어주시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물론 그렇지.”

태현은 가방에서 사슬을 꺼내서 베레타르바 교단의 사제들의 발목에 하나씩 철컥철컥 채웠다.

밖에서 보면 약간 노예들 탈주 못하게 발목 묶어 놓은 것과 비슷한 생김새였다.

-???

“내가 끌고 갈 테니까 따라와라.”

-아니 왜 하필…?!

철푸덕!

베레타르바 교단의 사제들은 넘어졌지만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질질 끌고 갔다.

중요한 건 이동 속도인 것이다.

‘어떤 자세로 가든 중요한 건 이동 속도지.’

* * *

신전 홀 가운데에 박혀 있는 거대한 대검.

그 대검에서 피어오르는 흉악한 기운에 이세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강력한 악마의 기운을 느낍니다!]

[검 안에 악마가 깃들어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김태현. 조심해. 검 안에 악마가 깃들어 있어.”

“뭐? 진짜?”

태현은 살짝 설레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기뻐 보이는 건 내 착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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