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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38화 (1,437/1,826)

§ 나는 될놈이다 1438화

너무나도 참신한 반응에 카르바노그도 놀랄 정도였다.

“…내가 죽인다고 했나? 아직 안 한 거 같은데?”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보는 NPC들마다 싸우고 다니긴 했지만 태현이 교단 사제들까지 막 죽이고 다닐 정도로 타락한 삶을 살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게 아닙니다! 여기서 빠져나가게 도와주세요!”

베레타르바 교단 사제들은 어딘가 꾀죄죄하고 후줄근했다.

마치 오랫동안 여기 붙잡혀 있던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여기 전사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온 게 아니었나?”

“저런 미친놈들을 왜 개종시킵니까!”

베레타르바 교단 사제들은 딱히 꿈도 야심도 없었다.

태현과 달리 현상유지가 목표인 것이다.

그런 만큼 굳이 목숨 걸고 고대 제국 전사들에게 찾아가서 도박을 하진 않았다.

“그런데 여기 있잖아?”

“저 미친놈들이 우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아주 미친놈들입니다!”

[카르바노그가 사랑의 신을 모시는 사제들치고는 입이 좀 험하다고 말합니다.]

고대 제국 전사들의 후손들은 사랑의 신을 모시는 사제들도 빡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온건한 축에 속하는 베레타르바 교단 사제들도 입만 열면 욕이 줄줄 나왔다.

“처음에는 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몬스터를 만났는데 나와서 도와주길래 아, 이 근처 부족의 전사인가보다 했습니다. 그래서 고맙다고, 혹시 도움 필요하면 도와주겠다고, 우리는 베레타르바 교단의 사제들이라고 말했는데….”

교단 사제들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그저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이들을 만났을 뿐.

-베레타르바 교단의 사제라고?

-그렇습니다.

-베레타르바 교단이 아직까지 남아 있을 줄이야! 제국이 멸망해도 남아 있다니.

-베레타르바 님의 힘은 강합니다. 사랑의 힘은 진정 강해서 어떤 삿된 것도 감히 이기지 못하지요.

-그래? 정말로?

-예!

-그런가? 사랑의 힘이 그렇게 강한가?

-선조님들께서는 사랑의 힘이 없어서 몰락한 걸까?

-사랑의 힘이라… 그래. 사랑의 힘을 우리가 한 번 손에 넣어보자. 베레타르바 교단의 사제여. 사랑의 힘은 어떻게 손에 넣는가? 그걸 누가 갖고 있지?

-…사랑의 힘은 그런 게 아닙니다만…?

-어허. 사제여. 다 알고 있다. 빨리 사랑의 힘을 누가 갖고 있는지 말해라! 너희 교단의 주교냐! 교황이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고!

-이놈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라! 사랑의 힘을 자기들만 독점하려고 숨기고 있다!!

“…….”

“…….”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저희는 어떻겠습니까!”

황당해하는 태현에 맞서, 베레타르바 교단의 사제들도 격분해서 외쳤다.

저런 황당한 이유 때문에 계속 붙잡혀 있었던 것이다.

고대 전사들의 사원은 또 워낙 깊숙하고 방어가 잘 되어 있는 곳이라 탈출할 수도 없었고….

<사랑의 사제들을 구하라-베레타르바 교단 퀘스트>

고대 제국 시절 명성이 자자했던 전사의 후손들은 아직도 그 강함을 자랑하고 있다.

강함에 집착하는 이자들은 어떤 힘이라도 손에 넣으려고 하는 자들.

하필이면 잘못 걸린 베레타르바 교단 사제들은 전사들이 힘을 얻을 때까지 붙잡혀 있는 상태다.

베레타르바 교단 사제들을 탈출시켜준다면 교단에서 매우 고마워하리라.

보상: ?, ???, ????

태현은 잘 알고 있었다.

판온에서 미친놈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그리고 그 미친놈들이 강할수록 더욱 더 위험했다!

“걱정 마라. 저런 미친놈들을 상대하는 건 내가 전문가지.”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칭호…]

[업적…]

[베레타르바 교단의 사제들이 당신을 매우 신뢰합니다!]

[친밀도가 오릅니다!]

“과연…! 믿고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그러고보니 예전부터 미친놈들을 상대하는 데에 이골이 났다고 소문이 났었지요!”

“…어떤 놈이 그딴 소문을 내고 다녔지?”

가만히 듣고 있던 태현은 뭔가 이상해서 고개를 들었다.

교단 놈들 내 뒷담 깠나?

* * *

“일단 가트프리드의 소식부터 전하자.”

다른 플레이어들이 밖에서 고대 제국 전사들의 미친 퀘스트를 깨는 동안, 태현 일행은 한 발 앞서서 먼저 들어온 상태.

그 이점을 빠르게 이용해야 했다.

‘일단 신뢰를 얻어야 해.’

미친 자들은 절대 놀라게 해서는 안 됐다. 계속 웃으면서 미친 자들이 해달라는 대로 일단 따라줘야 하는 것이다.

가트프리드의 소식을 들려준다면 어느 정도 친밀도를 쌓을 수 있으리라.

“전사장님을 만날 수 없다면 소식이라도 전하게 해주십시오. 옛 고대 제국의 전사장, 가트프리드의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가트프리드의 소식을!

[고대 제국 전사들이 크게 놀랍니다!]

“그렇습니다.”

-가트프리드의 소식이라… 알겠습니다. 이건 저희끼리만 들을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입장을 허락받았습니다!]

고대 제국 전사들은 비켜서더니 사원의 안쪽으로 태현 일행을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태현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이 안쪽에서 지금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힘의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뭐하는 개짓… 아니, 뭐하는 짓입니까?”

-어떤 힘이 강한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힘이 결정되면 전사들은 그 힘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게 되지요.

“…….”

골짜기에 있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불 폭탄이 세!’ ‘아니야! 번개 폭탄이 더 세거든?’ 하고 투닥거리는 거랑 비슷한 건가?

[고대 제국 옛 신전에 입장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고대 제국 옛 신전에 입장한 것으로 인해 추가 버프가…]

[……]

사원 안쪽에 있는 신전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목격하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각종 버프를 줄 정도였으니 얼마나 귀한 건물인지 알 수 있었다.

‘저런 게 골짜기에 있었어야 했는데….’

영주인 태현은 아쉬워서 입맛을 다셨다.

남들은 고대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던 저런 건물들 몇 개씩 있는데 이놈의 골짜기는 있던 거라고는 사디크 신전밖에 없었으니….

‘사디크 놈들이 혹시 저런 거 파괴하고 자기네들 신전을 지은 건 아니겠지.’

만약 그랬다면 사디크 교단은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설마 그랬겠냐고 변호합니다.]

-그 사랑의 힘이라는 것, 너무 얻기 어려운 거 아닌가?

-원래 진정한 힘이란 건 얻기 어려운 법. 그런 만큼 얻었을 때 더더욱 강할 것이다!

-정말 강한 힘이 맞나? 저 사제들이 사실 거짓말을 한 거라면?

-저 사제들을 몬스터 앞에 던져 놓으면 진짜 사랑의 힘을 보여주지 않을까?

-그러다가 실수로 죽기라도 하면 우리는 얻을 방법이 없어진다!

-애초에 사랑의 힘이 정말로 강한 지부터가 의문이다.

-베레타르바 교단이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 아닌가?

-오래 살아 있다고 정말 강한 것인가? 그냥 오래 살아 있다고 무조건 강한 건 아닐 수 있다. 길가의 돌멩이는 하찮지만 그만큼 오래 살지 않는가.

‘맞는 말이긴 해.’

태현은 카르바노그를 생각하며 말했다.

카르바노그야말로 가늘고 길게 사는 인생, 아니 신생의 산증인 아니겠는가.

-나는 오늘 한 가지 힘을 더 갖고 왔다!

전사 중 한 명이 검을 뽑으며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무엇이지? 사랑의 힘보다 더 강한 것인가?

-그렇다. 바로 굶주린 혼돈의 힘이다!

“…!!!”

태현은 경악했다.

솔직히 영양가 없는 대화여서 마음 놓고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굶주린 혼돈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이거 위험한데.’

태현은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빠르게 깨달았다.

힘에 집착하는 고대 제국 전사들의 후손들.

하나 하나가 레벨이 높고 전사로서의 완성도도 매우 뛰어났다.

그런 놈들이 굶주린 혼돈의 힘에 빠져들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차라리 사랑의 힘인가 뭔가 찾겠다고 날뛸 때가 훨씬 더 낫게 느껴질 정도로.

-굶주린 혼돈의 힘이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제국이 멸망한 게 누구 탓인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제국이 왜 멸망했나? 굶주린 혼돈 때문 아닌가. 그렇다면 굶주린 혼돈의 힘이 진정 강한 힘 아니겠나! 밖에서 굶주린 혼돈의 사제를 만났다. 그는 사랑의 힘처럼 찾기 힘든 힘으로 속이지 않고 힘을 주겠다고 말했다. 형제들이여! 이 기회는 놓쳐서는 안 된다!

-으으음…!

“틀렸다!”

“?!”

일행은 깜짝 놀랐다. 태현이 바로 끼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태현은 어디까지나 외부인.

그에 비해 여기 있는 고대 제국 전사들은 모두 다 끈끈한 형제 같은 관계였다.

괜히 섣불리 말했다가는 크게 다칠 수가 있었다.

-너는 누구냐? 그리고 뭐가 틀렸다는 거냐?

“나는 진정한 힘을 알고 있는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다. 그리고 굶주린 혼돈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여기 가트프리드의 검이 있다! 가트프리드는 굶주린 혼돈과 계약했지만,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인 성주에게 배신당해서 쓰러졌다.”

여기 굶주린 혼돈의 사제가 있었다면 ‘네놈이 죽였잖아!’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여기에는 진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가트프리드가 배신당해서 쓰러졌다니. 마음이 아프군.

-하지만 그 또한 전사로서 감당해야 할 최후다. 자신이 계약한 이상 책임을 져야겠지.

-굶주린 혼돈 놈. 역시 믿을 수 없는 자였나!

“그렇다! 굶주린 혼돈의 힘은 얼핏 보면 강해 보이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힘이다. 게다가 굶주린 혼돈은 성격이 치사하고 비열한 자라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자다. 그런 자를 믿고 따랐다가는 가트프리드처럼 배신당할 거다. 고대 제국의 명예로운 전사들이여! 그런 힘이 아니라 진정한 힘을 찾아라!”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고대 제국 전사들이 당신의 말에 설득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고대 제국 전사들이 굶주린 혼돈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전사들은 검을 들어서 바닥을 쿵쿵 내려찍으며 태현의 외침에 동의했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굶주린 혼돈 놈의 말을 믿지 말고 진정한 힘을 찾아야 한다.

“그래! 그 사랑이란 진정한 힘은….”

1차 목표를 이룬 태현은 이제 적당히 변명을 하고 베레타르바 교단 사제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고대 제국 전사들은 태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사랑보다 더 강한 힘이 있다. 저기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을 보라. 아키서스 교단 또한 오늘날까지 살아 있지 않나!

-그렇지. 게다가 아키서스 교단은 예전에 정말 강한 교단이지 않았나.

-가트프리드를 배신한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도 쓰러뜨렸다.

-그렇다! 사랑의 힘보다 강한 건 행운의 힘이다!

“…….”

-우리는 행운의 힘을 손에 넣어야 한다!

“그건 나도 못하는 일인데?”

태현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게 쉽게 가능했으면 태현이 이러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행운의 힘을 전수하라-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고대 제국 시절 명성이 자자했던 전사의 후손들은 언제나 강함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이번에 이들이 목표로 삼은 것은 행운의 힘!

그 행운의 힘을 전사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당신이 해야 할 일이다.

행운의 힘을 전수하거나, 최소한 전사들이 전수받았다고 믿게 만들어라!

보상: ?, ???, ????

-교황이여! 우리를 속이지 마라! 행운의 힘을 독점하고 싶어서 알려주지 않는 거겠지!

-아키서스 교단은 제국 시절 때도 교활하고 빈틈이 없었다는데 사실이었군!

고대 제국 전사들의 말에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했다.

잘해줄 필요가 없겠군!

“…일단 교단 등급이 있는데 이것부터 설명해 줘야겠군. 자. 교단에 공적치 포인트가 있는데 브론즈부터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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