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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34화 (1,433/1,826)

§ 나는 될놈이다 1434화

“어디 가?!”

이세연이 당황해서 태현을 불렀다.

버티다가 상대가 무너지면 그때부터 몰아치기로 했는데, 태현이 초반부터 살벌하게 맞받아치는 것이다.

“저놈만 잡고 올게!”

“위험ㅎ….”

태현은 갖고 있는 검술 스킬들과 권능 스킬들을 켜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설마하니 자기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에 저렇게 과감하게 뛰어들 줄 몰랐던 영국 선수들은 기겁했다.

미친 건가?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줘!”

브리그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부탁했다.

입으로는 김태현을 얕봤지만 실제로는 얕본 적 없었다.

나름 철저하게 대비하고 준비를 해왔는데도 이 꼴이라니.

‘진짜 괴물 같은 놈이다!’

영국 선수들도 당연히 상대의 전략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들이 5인 딜러인 걸 알 테니 상대도 어지간하면 수비적으로 나오리라.

창과 방패의 싸움.

그걸 알았기에 초반 교전에서 브리그스는 태현을 상대할 때 탐색하듯이 가볍게 툭툭 던졌다.

여기서 끝장을 보자는 게 아니라, 어떻게 나오나 한 번 보려는 의도였다.

경기 시작했으니 김태현 같은 선수한테 인사도 할 겸….

그런데 돌아온 건 어마어마한 반격이었다.

초반부터 태현이 미친 듯이 스킬을 퍼부으며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살벌한 반격에 브리그스는 연타로 얻어맞고 빈사 상태까지 몰렸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브리그스 선수, 오히려 밀립니다! 초반에 이렇게 밀리면 안 되죠! 공격력에서 한국대표팀한테 밀리면 라운드를 주도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김태현 선수를 넘어설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브리그스 선수 빠르게 뒤로 빠집니다!

영국 선수들이 들었다면 뒷목 잡았을 소리를 해설자들이 하고 있었지만, 영국 선수들은 그 소리를 들을 여유도 없었다.

태현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브리그스 선수! 뒤로 빠져야 합니다! 더 빠져야 합니다! 잡히나요?? 잡히나요!?

-광기의 폭발 검법, 폭발 도약,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

[번개 폭발이 일어납니다!]

[폭발 도약으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이 시전됩니다. 강력한 광역 공격이 시전됩니다!]

태현은 폭발 검법으로 막으려 드는 영국 선수들의 시야를 뺏은 다음 폭발 도약으로 위로 뛰었다.

그런 다음 다시 한번 광역기로 흐트러뜨리고 브리그스를 조준했다.

-아키서스의 돌격, 치명타 폭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

쾅!

모아놨던 스킬들을 쏟아부으면서 딜 폭발.

브리그스는 정말 ‘어, 어’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잡혔습니다!! 브리그스 선수, 잡혔어요!

-영국대표팀에게 이건 뼈아픈 실수입니다. 이러면 안 됐어요. 밀어붙여도 모자랄 판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요!

-이걸로 영국대표팀은 좀 더 불리한 입장에서 게임을 풀어가게 됐습니다.

브리그스를 잃은 영국대표팀 선수들은 당황하며 일단 후퇴했다.

아무리 극단적인 공격의 팀이라지만 한 명 적은 상황에서 덤비지는 못하는 것이다.

하물며 방금 브리그스같이 뛰어난 딜러가 정면으로 맞붙어서 갈려나간 걸 봤다면 더더욱.

-방금 상황,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대표팀이 완전히 노리고 있었다고 봐야겠지요.

해설자는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기 초반부터 화려한 플레이들이 연신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완전히 노리고 있었다는 건…?

-영국대표팀이 5인 딜러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대표팀은 심지어 탱커도 한 명 늘렸습니다. 누구나 수비적인 전략으로 갈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런데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공격적으로 나온 거군요?

-그렇습니다. 허를 제대로 찔린 거지요.

해설자의 뛰어난 해설에, 보고 있던 팬들은 감탄했다.

와, 그냥 서로 치고받은 게 아니라 그 뒤로는 이런 깊은 전술의 대결이 있었구나!

“그냥 김태현이 열 받아서 싸우러 나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김태현이 그런 짓을 하겠냐? 그리고 김태현이 왜 열이 받아? 중국대표팀도 아닌데.”

“브리그스가 인터뷰 때 꽤 입 털지 않았나? 특히 케인 갖고 욕 엄청 많이 했잖아. 김태현이 동료를 얼마나 아끼는데. 열 받을 만하지 않나?”

“오… 그건 그럴듯한데?”

보고 있던 팬들은 그럴듯한 해석에 솔깃했다.

생각해 보니 태현의 플레이가 유난히 공격적이긴 했던 것이다.

-김태현 선수가 브리그스 선수를 손봐주려고 벼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어왔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하.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두 선수 모두 프로 아닙니까? 그리고 김태현 선수는 프로 중의 프로죠.

해설자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태현은 선수로 놓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자기관리를 하는 선수였다.

일개 선수가 게임단 만들어서 1부 리그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인 것이다.

경기 운영, 훈련, 게임단 경영, 홍보 등등 이런 걸 모두 혼자서 다 하고 있는 철인.

그런 사람이 게임에 감정을 넣을 리가 없지 않은가.

-카운터 전략을 준비했는데 그게 좀 공격적으로 보였을 겁니다. 단지 그뿐인 거지요.

-아. 그렇군요! 말씀하시는 사이 두 번째 격돌이 일어납니다. 영국대표팀, 이번에는 이를 갈았습니다. 아주 제대로 밀어붙입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어이없이 브리그스가 당했지만, 두 번 당할 정도로 영국대표팀 선수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여기서 못 잡으면 진짜 게임 이상해진다!!”

“알고 있어!”

“브리그스. 김태현 상대할 수 있다고 떵떵거려놓고 헛짓거리 하지 마!”

“알고 있다니까!”

브리그스는 이를 갈며 검을 들었다.

보통 태현을 상대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명중률이 높은 스킬들을 갖고 있었다.

주로 저주 특화 마법사들이 그랬다.

저주 계열 마법들은 명중률 상관없이 그대로 들어가는 것들이 여럿이었으니까.

그에 비해 브리그스는 검사.

무슨 자신감으로 나선 것일까?

정답은 바로 브리그스가 가진 직업에 있었다.

-원혼이 서린 검!

[검날에 원혼이 깃들기 시작합니다!]

[……]

[……]

영웅 직업 <원혼을 다루는 검사>.

검에 저주 비슷한 버프를 걸어서 상대한테 물리 데미지와 저주 공격을 동시에 넣는 직업이었다.

보통 저주 마법들이 데미지가 좀 낮아서 태현의 발을 묶으려면 수십 방을 넣어야 한다는 걸 봤을 때, 브리그스 같은 직업은 태현의 카운터라고 볼 수 있었다.

…적어도 영국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퍽퍽퍽퍽퍽퍽퍽퍽!

“다시 지껄여보라니까?? 어? 야. 다시 지껄여보라고. 입에 재봉틀 박았냐?”

태현은 브리그스를 정말 살벌하게 가둬놓고 두들겨 팼다.

오죽하면 한국 팬들이 ‘와 저건… 돈 넣고 패야 하는 거 아니냐??’ 싶을 정도로 일방적인 구타였다.

두 팀의 격돌이 일어나고 브리그스가 태현을 막기 위해 돌아서는 순간, 태현이 브리그스를 옆으로 쳐서 날려 보낸 다음 지형지물을 이용해 길을 막고….

미친 듯이 패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 딜러인 이상 브리그스의 공격도 태현한테 닿아야 하는데, 태현은 컨트롤만으로 브리그스의 공격 대부분을 피하는 신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피하고, 피하고, 피하고, 반격으로 카운터 넣고, 다시 패고, 패고, 피하고, 카운터 넣고….

브리그스의 체력이 또다시 죽죽 닳기 시작했다.

태현이 폭딜 스킬들을 가동시키지 않아서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거지, 원래라면 진작 죽었을 수준이었다.

-김태현 선수, 미친 듯이 몰아붙입니다! 브리그스 선수 빠져나와야 해요! 다른 스킬이 없나요?

-지금 브리그스 선수가 너무 검술 스킬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검술 스킬이 다 막히고 있어요. 위험합니다!

보고 있는 팬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만 떠올랐다.

클래스 차이!

정말 같은 딜러인데도 어떻게 한 쪽은 한 대도 안 맞고 한 쪽은 이렇게 팰 수 있단 말인가.

‘빌어먹을!’

그리고 가장 죽을 맛인 건 브리그스 본인이었다.

자기 자신이 태현의 카운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브리그스의 카운터도 태현이었다.

마땅한 광역기가 없는 데다가 탈출기도 부족해서 한 번 밀리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나마 있는 탈출기는 태현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바로 스턴을 걸어 방해했다.

태현을 상대해야 할 브리그스가 저렇게 두들겨 맞자 그 혼란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퍼졌다.

원래 기세가 불꽃처럼 타오르는 팀은, 한 번 막혔을 때 꺼지는 속도도 빠른 법.

몰아붙이던 영국 선수들은 불안감에 실수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노예의 쇠사슬!

촤르르륵!

“큭!”

“멍청한 자식아!! 그거 피하는 연습을 몇 번이나 했는데 거기에 걸리면 어떡하냐!”

원래라면 걸리지 않을 실수에 서로 날선 말들이 오고갔다.

케인은 이를 꽉 악문 채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평균만 하자. 평균만 하자. 평균만 하자….’

워낙 쟁쟁한 놈들만 있어서 뭘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냥 끝나고 게시판에 자기 욕하는 글이 안 올라오게 실수만 하지 말자!

그리고 빠르게 밀어붙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태도가 더 까다로웠다.

“큭… 덤벼! 덤벼보라고!”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이 겁쟁이 자식. 그러니까 네가 후보지!”

“후보가 뭐가 어때서. 후보도 잘한 거야 인마!”

케인은 어이가 없어서 대꾸했다.

케인은 후보인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후보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그 뻔뻔함에 영국 선수들도 당황해했다.

“잘 버텼어. 뒤로 후퇴해!”

이세연의 명령이 떨어지자 케인은 뒤로 빠졌다.

그리고 언데드들의 파도가 덮쳐오기 시작했다. 공격 준비가 끝난 언데드들이 살벌하게 덤벼들었다.

-영국대표팀, 완전히 무너집니다!! 아, 저렇게 도망치면 안 되는데요!

-후퇴할 때 후퇴하더라도 저렇게 후퇴하는 건 절대 안 되는 행동입니다. 두 번째 공격도 실패했습니다. 이건 뒤집기 힘들 것 같습니다.

-브리그스 선수가 아무것도 못하고 봉쇄당한 게 컸… 어, 브리그스 선수 아직도 안 죽었나요??

해설자들은 당황해서 시선을 돌렸다.

아까 이미 죽기 직전이어서 당연히 죽었을 줄 알았던 브리그스 선수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뭐… 뭐하는 거냐?”

태현은 무시했다.

브리그스는 눈치를 보다가 옆으로 빠져나가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태현이 바로 길을 막았다.

“…??? 뭐하는 거냐! 왜 공격을 안 하는 거냐?!”

-김태현 선수. 영리합니다! 영국대표팀 선수들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도록 시간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렇군요! 브리그스 선수가 늦게 죽으면 모이는 시간이 늦어지니까요!

-이럴 때는 차라리 스스로 죽어서 부활해야 합니다. 힘든 선택이지만 어쩔 수 없어요!

다들 감탄하고 있었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좀 분위기가 달랐다.

이세연은 살짝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김태현이 너무 나쁘게 나오는 거 아니야…?’

경기 뛰고 있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팬들의 반응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이세연의 머릿속에는 벌써 ‘김태현, 인성 논란… 상대 선수를 갖고 놀았나?’ 같은 기사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김태현! 김태현! 그만하고 돌아와!”

“왜? 판온 1 때처럼 이렇게 박살을 내야 앞으로 개소리를….”

“그러니까 판온 1 때처럼 하지 말라고!”

이세연도 태현이 뭘 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로그아웃시키는 대신 계속 회복시키고 두들겨 패기!

한 번 제대로 당하면 그 다음부터는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굴욕이었다.

“이다비 선수도 너무 심하지 않냐고 했어!”

“네? 전 괜찮은데요?”

“…말 좀 맞춰줘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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