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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32화 (1,431/1,826)

§ 나는 될놈이다 1432화

[<위대한 전사의 거센 외침>이 시전됩니다!]

[전체 능력이 크게 하락합니다!]

[스킬 쿨타임이…]

[……]

[……]

“!!!”

외침 한 번으로 무슨 저주 수십 방 맞은 것 같은 페널티 상태를 만들어버리자, 바스토스는 기겁했다.

‘지금 잡을 상대가 아니다!’

다 헐벗고 있어서 어느 정도일까 의심했었는데 지금 스킬을 쓰는 걸 보니 바로 각이 나왔다.

절대로 싸우지 말고 설득해야 했다.

“그… 그러면 어떤 업적을 말하시는 겁니까? 몬스터? 저는 마계에 들어가 악마들을 토벌한 적이 있습니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거로는 부족하다!

‘그게 부족하다니. 무슨 드래곤을 잡아오라는 것도 아니고….’

바스토스는 어이가 없었다.

그 정도 되는 랭커가 세운 업적이 안 된다면 대체 어떤 업적이 필요하다는 걸까?

-진정한 강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칼을 휘두르고 스킬을 쓰는 강함이 아니다. 진정한 강함이란 이 땅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농부세요??”

-감히!!

“아, 아닙니다! 농담! 농담한 겁니다!”

[고대 제국 전사들의 사원 문지기의 친밀도가 내려갑니다!]

-그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기 전에는 이 문을 지나갈 수 없다!

<자격의 증명-고대 제국 전사들의 사원 퀘스트>

고대 제국 전사들은 한때 힘을 숭상했지만 제국 멸망 후 오랜 시간 동안 반성하고 참회의 시간을 겪은 이들이다.

이들에게 단순한 힘은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힘보다 더욱 강한 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보상: ?, ???

“…힘보다 더 강한 마음이 뭐지?”

“속임수?”

“질투?”

“원망?”

“설마 사랑은 아니겠지?”

“너 자꾸 비싼 밥 먹고 개소리 할 거냐?? 사랑이 어떻게 힘보다 강해?”

-바로 맞췄다!!

“…….”

“…설마….”

[남부 대륙의 세력들을 돌며 친밀도를 쌓으십시오.]

[일정 규모 이상의 친밀도를 쌓으면 사랑하는 마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안 돼!’

플레이어들은 속으로 절규했다.

퀘스트 중에 가장 까다롭고 사람 짜증 나게 하는, 세력 친밀도 퀘스트!

말이 세력 친밀도 퀘스트지 뺑뺑이 노가다 퀘스트였다.

근처에 가장 가까운 마을 찾아가서 그 마을 잡퀘 깨고 부탁 들어주고 친밀도 올리고, 그거 다 하면 옆의 부족 찾아가서 그 부족 잡퀘 깨고 부탁 들어주고 친밀도 올리고….

-그러면 날 쓰러뜨리고 넘어갈 테냐?

“…사랑의 힘을 증명하고 오겠습니다!”

* * *

바스토스와 길드원들이 알아낸 정보는 방송 때문에 빠르게 퍼졌다.

오랑카 마을에서 원정대 플레이어들과 함께 준비를 하고 있던 태현은 그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워했다.

“힘보다 강한… 사랑의 힘을 증명하라고?”

-키잇. 키잇.

낭티오네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고 태현을 가리켰다.

낭티오네가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건 태현이 낭티오네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 아니겠냐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어… 그게….”

이다비는 대체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낭티오네를 쳐다보았다.

[카르바노그가 저 공주가 속고 있는 게 불쌍하다고 말합니다.]

‘난 속인 적 없다. 애정과 사랑으로 보살펴줬어.’

애정과 사랑이 없었다면 낭티오네를 계속 출전시키고 업그레이드시켰겠는가?

이것도 애정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인과의 사랑보다는 자기 탈것에 들이는 사랑에 가깝긴 했지만 일단 사랑은 사랑!

“그런데 들어보니 그런 사랑 정도로는 턱도 없어 보이는데.”

“네. 세력 친밀도 퀘스트래요.”

“윽….”

“태현 님은 비교적 유리하지 않나요?”

저번에 산맥을 깎아서 길을 만들고 요새를 짓고, 몇 번의 퀘스트로 아키서스 교단 신앙을 퍼뜨리고, 또 지금 같은 경우에는 마을 NPC들의 호감을 팍팍 사고 있었다.

“난이도 봤을 때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렇지.”

“맞는 말이야.”

이세연도 동의했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전부 상위권 이상을 달리고 있는 랭커들.

세력 친밀도 퀘스트 같은 걸 하나씩 다 하기에는 너무 막연했다.

들어보니 바스토스와 길드원들은 가장 먼저 알아낸 만큼 빠르게 작업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는데, 태현이나 이세연은 그 정도로 무모하진 않았다.

“지금이라도 퀘스트 바꿀까?”

“으음… 정보가 이렇게 있는데 찔러는 봐야지.”

“어떻게?”

“퀘스트 정보를 보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세력 친밀도 퀘스트를 줬지만… 평소에 쌓은 업적이 있으면 될지도 몰라.”

태현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혹시 최근에 착한 일 한 적 있는 사람?”

“…….”

“…….”

갑자기 조용해졌다.

태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나마 가능성 높아 보이는 건….

‘이다비지?’

“혹시 최근에 착한 일 한 거 없니?”

“봉사활동하고 기부 같은 거 하긴 하는데요….”

“어디서??”

“현실에서요….”

“젠장! 하필이면 현실에서!”

“…그러면 안 되지!”

이세연이 뒤에서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응원해 줘야 할 일이잖아!

“하긴 그렇군. …그보다 이다비. 이런 건 팀 KL 홍보할 때 써야 하는 건데 왜 나한테 말도 없이 조용히 하고 있었던 거지?”

“아앗….”

이다비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부끄러워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냥 너무… 알릴 필요도 없는 일 같아서….”

“미담 기사 몇 개 써서 나중에 올려야겠군.”

“그런 거 대놓고 말하지 말아줄래?”

이세연은 그렇게 말하고서 생각에 잠겼다.

하필이면 직업이 네크로맨서라 이런 착한 일에는 더더욱 불리한 편이었다.

최근에 한 일은….

‘마을 밑에 묻혀 있는 시체들 다 일으켜서 치워줬는데 이게 착한 일에 들어가진 않겠지.’

“사악한 종교를 믿는 적들을 전부 천국으로 보내버렸는데 이건 안 됩니까?”

류태수의 질문에 이세연은 안심했다.

그녀보다 수준 낮은 의견이 있었던 것이다.

태현이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됐으면 벌써 됐겠지. 그런 처치 업적으로는 안 되는 게 분명해.”

“아쉽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처치 같은 걸로 되면 바로 뚫었을 텐데.”

태현과 이세연은 수군거리면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다비가 궁금해져서 물었다.

“무슨 계획이라도 세웠나요?”

“가서 물어보고 안 될 거 같으면 내가 도발해서 끌어낼 테니까 나머지는 안으로 들어가.”

“…지금 저희 고민한 지 1분도 안 된 거 같은데요?”

“1분 고민했으면 많이 고민했지.”

일반 랭커와 태현의 차이점은 바로 이런 부분에 있었다.

남들은 퀘스트 방법 제시되면 그걸로 어떻게든 깨려고 하는데, 태현은 일단 보자마자 꼼수부터 찾고 보는 것이다.

지름길이 있으면 거기로 가고, 없으면 지름길을 만들어서라도 간다.

이게 바로 아직 깰 수 없었던 수많은 퀘스트들을 깨왔던 원동력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판온에서 착한 일들 한 거 좀 정리해서 가자.”

“평소에 나쁜 짓 한 사람들 시체를 일으켜 세운 다음에 정의를 위해 싸우게 하는 건 착한 일 아닐까?”

“그러면 그 나쁜 사람들 시체 위에 폭탄을 매단 나는 좀 더 착한 일이 되겠군. 괜찮은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안 먹힐 것 같다. 됐어.”

* * *

‘줄이 있군.’

발견된 사원 위치에는 제법 줄이 서 있었다.

나름 착한 일 좀 했다고 자부하는 사제 직업들, 세력 친밀도 좀 깨고 온 랭커들, 아니면 그냥 무모하게 들이미는 플레이어들까지.

일단 되든 안 되든 직접 확인해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저는 길가에 있는 거지들한테 돈을 기부했습니다.”

-지금 다 합해서 100골드도 안 되는 양으로 힘보다 강한 사랑을 논하는 것이냐?? 전 재산을 기부라도 했으면 최소한 이해라도 했을 것이다.

쾅!

[HP가 90% 감소합니다!]

“!!”

-꺼져라! 되도 않는 소리를 해버리면 여길 네 무덤으로 만들어버리겠다!

문지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난폭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플레이어가 나오면 그냥 공격부터 해버리는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사랑의 힘이라고 해놓고 저러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의아해합니다.]

‘확실히 그건 그래.’

태현도 그렇게 생각했다.

사랑의 힘이라고 해놓고 자기는 폭력 쓰고 있지 않은가!

물론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니 지적하지는 못하겠지만….

“좋아. 한 번 가볼게.”

“파이팅입니다!”

일행 중에서는 태현이 뽑혔다.

그래도 그나마 가장 신성 스탯 높고, 신성 관련 직업이고, 특이하고 사악한 놈들 가장 많이 죽였고….

“우리 진짜 착한 사람 없는 거 같지 않습니까?”

“…그러게요….”

류태수의 눈치 없는 말에 류다영과 이다비 모두 시무룩해졌다.

류태수야 광전사니까 그렇다 쳐도 류다영과 이다비는 성기사, 사제 직업인 것이다.

두 직업 갖고서도 착한 일 한 게 없으면 문제가 좀 있는 것 아닐까?

[카르바노그가 하나 떠올랐다고 말합니다. 바로 카르바노그 자기 자신을 성심성의껏 보살피고 모시고 있다는 점!]

‘음… 그건 마이너스 포인트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아껴둬야겠다.’

[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

“김태현이잖아??”

“설마 그사이 세력 친밀도 퀘스트를 다 깬 건가?”

“에이… 설마. 김태현이 몸이 100개도 아닌데 그게 어떻게 벌써 가능해.”

“지금 먼저 간 놈들 마을이나 부족 두세 개 깼다더라.”

모인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나타나자 놀라서 웅성거렸다.

그리고 그 표정은 곧 기대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선량한 기대가 아닌 사악한 기대였다.

-오늘 드디어 김태현이 실패하는 걸 볼 수 있는 건가?

-내가 역사적 현장에 있는 걸지도…!

-만약 진짜 실패하면 방송 대박이다.

플레이어들은 두근거리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을 질투하거나 견제하는 랭커들부터 시작해서 그저 순전히 태현같이 유명한 랭커가 실패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들까지.

개인 방송 켜 놓은 사람들의 계정은 불이 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김태현이 퀘스트 도전하는 건 봐야지!

-김태현이면 깰 가능성 높지 않나? 업적 많잖아.

-처치 업적으로는 안 된다고 이미 말 나왔어.

-다른 건 몰라도 솔직히 김태현은 절대 무리지. 이번 건 너무 성급했어.

-맞아. 맞아.

방송에 있는 랭커들은 태현의 실패를 확신했다.

만약 드래곤을 사냥하는 퀘스트였다면 일말의 가능성을 봤겠지만, 이건 아니었다.

힘보다 강한 사랑의 힘을 김태현이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김태현이 다른 건 몰라도 악명 스탯 꽤 높을걸?

-말도 안 되는 음해하지 마세요 ㅡㅡ

-진짜야!! 애초에 그렇게 많이 싸우고 PVP 했는데 악명 스탯이 어떻게 안 오르냐!!

김태현 팬들이 기억에서 태현이 했던 일들까지 지우자, 랭커들은 억울해 죽으려고 했다.

악명 스탯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만큼 태현은 절대 사랑의 힘을 보여줄 수 없으리라 믿었다.

-너는….

문지기의 표정이 확 찌푸려지자, 태현은 긴장했다.

설마 공격하나?

‘그 정도로 내가 나쁘게 살았나?’

[카르바노그가 시선을 피합니다.]

-…최근에 진정한 사랑의 힘을 보여주고 다녔구나!

“????”

아직 말 꺼내지도 않았는데 문지기가 칭찬을 하자, 태현은 당황했다.

뭐냐?

‘어. 진짜 낭티오네를 메카 바실리스크로 만든 게 사랑으로 들어가는 건가?’

[절대 아니라고 카르바노그가 정색합니다.]

남의 가문 귀한 공주한테 이상한 고철 더미 달아 놓고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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