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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27화 (1,426/1,826)

§ 나는 될놈이다 1427화

“…….”

두 길마들은 차마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냥 침묵했다.

그러는 사이 저 안쪽에서 태현이 성주를 처치하고 걸어 나왔다.

“와. 성주 놈. 장난 아니군. 정령사 주제에 무슨 놈의 근접이 이렇게 센 거야?”

[스칼로 성주가 쓰러졌습니다!]

[영주가 쓰러진 것으로 인해 스칼로 성의 주인이 바뀝니다.]

[스칼로 성의 전권을 가집니다!]

[<긴급 소집> 스킬을….]

[<병사 동원> 스킬을….]

[재판이 가능합니다.]

[추방이 가능합니다.]

[세율을….]

[…….]

[…….]

[…….]

우르르 뜨는 메시지 창들.

태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이럴 줄 알았으니까.

점령해야 하는 내성 점령지가 박살 나고, 다른 길마들이 찾아도 못 찾았으니 그냥 성주 잡으면 성 권한이 넘어올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그래서 길드 랭커들한테 ‘진짜 괜찮냐? 진짜??’라고 몇 번을 물어봤는데 랭커들이 괜찮다고….

“왜 다들 표정이 그렇지?”

태현은 길드원들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길드원들의 표정이 매우 복잡미묘했던 것이다.

뭐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표정!

류다영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전부 쫓아내실 겁니까?”

“음?”

가장 관계없던 사람인 만큼,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날릴 수 있었다.

류다영의 질문에 길드원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

만약 그런다면 정말….

“아니. 그건 너무하지. 방금까지 같이 깨놓고.”

“그런데 서로 경쟁하던 거 아닙니까?”

류다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보기에 딱히 이상할 게 없었던 것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두 길드는 서로 먼저 성을 먹겠다고 치열하게 다퉜었다.

태현도 어떻게 보면 그 경쟁에 참가해서 승리한 것이다.

승자로서 승자의 권리를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

류다영의 말에 태현과 이세연은 경악한 표정으로 소곤거렸다.

“와. 생각하는 게 좀 무서운데. 원래 저랬나?”

“너하고 같이 다니면서 옮은 거 아니야?”

“두 분… 다 들립니다.”

류다영은 무표정했지만 속으로는 약간 울컥한 게 느껴졌다.

그저 합리적인 의견을 냈을 뿐인데 저런 취급을 받다니.

그녀는 딱딱하게 말했다.

“이 상황에서 그것 말고 다른 게 있나 싶었을 뿐입니다.”

“같이 깨려고 한 거니까 성은 여기 있는 길드들한테 양보할 거야.”

“!”

“!!!”

길드원들뿐만 아니라 이세연도 깜짝 놀랐다.

정말로 양보해 줄 줄이야!

아니, 물론 이상한 건 아니었다. 공성전 주최한 건 두 길드였고 태현은 어디까지나 뒤에 끼어든 입장이었으니 성을 양보해 줘도 이상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태현이 그러니까 너무 신기했다.

“고… 고… 고맙다!”

“내가 널 오해했던 것 같아!”

두 길드의 길마는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기뻐했다.

원래 안 그러던 사람이 선행을 하면 몇 배는 더 감동스러운 법.

태현이 성을 양보한다고 말하자 몇십 배는 더 감동스러웠다.

이게 모두 꿈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김태현이 정말 달라졌다는 게 사실이었구나!’

‘사람이 달라질 수 있을 줄이야….’

김태현이 바로 ‘응 내 성이야 다들 꺼져’ 할 줄 알았던 길마들은 감동으로 목소리가 촉촉했다.

“자! 김태현. 성의 권한을 내게 주겠나?”

“김태현. 성의 권한을 주면 이 성에 올 때마다 정말 정성껏 대접해 줄게.”

“…김태현! 우리는 대접은 기본이고 충성까지 바칠 거다! 차원이 다른 충성을 보여주겠다.”

“그러면 이제까지 충성할 생각이 없었던 거잖아? 김태현. 저런 말에 속지 마!”

두 길마들은 한 명씩 말하다가 슬슬 상황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았다.

김태현한테서 성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한쪽을 철저하게 짓밟아야 한다!

태현은 질린 표정으로 이세연에게 말했다.

“같이 싸워놓고 끝나자마자 이러는 거 너무 추한 거 아닌가?”

“그렇긴 한데 저 싸움 원인에는 네 탓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아….”

* * *

태현은 길마 중 한 명을 고르는 대신, 급한 일부터 먼저 명령했다.

-지금은 서로 싸울 때가 아니야. 싸움 때문에 내성 위가 박살이 났고….

‘너 때문에 망가진 거잖아….’

-…내성 밖의 시가지도 엉망이 된 곳이 많다. 여기부터 수습해야 해.

-길드원들과 함께 움직이겠다. 어차피 우리가 뒷정리를 할 생각이었으니까.

-우리도 당연히 할 생각이었어. 김태현. 알지?

-그래. 두 길드가 열심히 뒷정리를 해줬으면 좋겠군.

태현은 손을 흔들면서 길드원들을 보냈다.

그러고는 얻은 보상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과연 뭐가 나왔을까?

<제국 건강 광선 장난감>

맞으면 건강해지는 광선을 뿜어내는 장난감입니다!

“…????”

태현이 갖고 있는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 스킬.

오랜 시간 동안 고대 제국 기계공학 대장장이들한테서 내려온, 각종 장난감 제작법을 모은 비전 스킬이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제작법이 추가로 해금되는 형식이었고, 이번 성주를 터뜨린 덕분에 기계공학 스킬이 오르면서 제작법을 하나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건 좀 특이했다.

‘뭐지?’

은신 광선 장난감 같은 건 우스꽝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효과가 확실했다.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의 눈을 뚫고 은신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장점이었으니까.

그런데 건강 광선은 그냥….

HP 회복 아닌가?

‘다른 버프 효과가 있나? 직접 써봐야 알겠는데.’

하필이면 고대 제국 장난감들은 제작법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편이라, 태현도 만들 때 각오를 해야 했다.

단순히 돈뿐만이 아니라 구하기 힘든 희귀 재료들이 여럿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었는데 쓸모없는 게 나온다면 속이 몇 배로 쓰릴 것이 분명.

하지만 태현은 믿었다.

‘아키서스 교단과 달리 고대 제국 제작법은 믿을 만하다.’

[카르바노그가 꼭 아키서스 교단을 예시로 들어야 하냐고….]

‘분명히 쓸 만할 거야!’

태현은 다음 아이템을 확인했다.

태현이 이번 기계공학 스킬 레벨 업에서 얻은 제작법은 3개.

다음 제작법은 <악마의 기계공학 비전>에서 얻은 제작법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악마 대장장이들한테서 내려온, 각종 아이템 제작법을 모은 비전 스킬!

<악마 구속기>, <악마 마력 추출기>, <악마가 빙의된 대포> 같은 걸출한 걸작들이 모두 이 비전 스킬에서 나왔다.

이번에도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악마가 빙의된 톱날검>

칼날에 악마가 깃든 사악한 기계공학의 무기입니다! 지속적으로 악마를 충전해 줘야 하지만, 그 위력에 비교하면 충분히 감당할 만합니다.

“…??”

좋은 건가?

좋은 거 같은데…?

기계공학 장비 제작법이 나온 건 좋은 일이었다. 태현은 안 그래도 기계공학 장비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했으니까.

안 그래도 올리기 힘든 기계공학 스킬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해줘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무기는 성능이 잘 짐작 가지 않았다.

‘악마를 지속적으로 충전해 줘야 하는 거면 꽤 성능이 좋겠지?’

[카르바노그가 그럴 거라고 말합니다.]

‘악마야 뭐 마계 가면 널려 있는 게 악마인데, 걔네들 좀 많이 불러와도 되고… 요즘에는 대륙에도 악마들 많으니까 요즘 같은 상황에는 꽤 친환경적인 무기겠군.’

태현은 마지막 제작법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순수한 기계공학 스킬에서 나온 제작법이었다.

[기계공학 스킬의 레벨이 오른 것으로, 선대의 위대한 대장장이들이 만들어낸 걸작 중 하나의 제작법을 얻습니다!]

이건 태현도 뭐가 나올지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대체 뭐가 나올까?

<강철의 유성>

기계공학자의 손짓 한 번에 저 먼 하늘에서 날아와 지역을 날려 버리는 강력한 폭탄입니다.

(수량 제한:1)

[현재 <강철의 유성>을 만들 수 없습니다.]

[<강철의 유성 제작대>가 필요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낮습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

[…….]

‘…미친.’

미사일이잖아!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기계공학으로 로켓 탈것을 만들 때부터 뭔가 싶었는데….

하긴 로켓에 폭탄 붙이고 조준 잘 되면 그게 미사일이긴 했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라서 그렇지.

‘골짜기 대장장이들한테 말해주면 기뻐셔 미쳐 날뛰겠군.’

태현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알게 되면 평범하게 넘어가지는 않으리라는 직감이 온 것이다.

‘만들려면… 골짜기 뒷산 위에 제작대를 만들어야 하나? 이것도 재료 많이 들긴 하겠군.’

파워 워리어의 힘을 빌리고 있는데도 재료를 수급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태현의 제작 스킬 레벨들이 점점 더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지가 좀 더 발전하면 낫겠는데 말이지.’

태현은 다음으로는 굶주린 혼돈의 전사와 성주가 떨어뜨린 아이템을 확인했다.

성주가 떨어뜨린 아이템은 좀 기대가 되긴 했지만, 혼돈의 전사는 아니었다.

이미 몇 번의 싸움으로 체감한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생전에 갖고 있던 보물들은 다 굶주린 혼돈이 먹어치웠는지, 보통 굶주린 혼돈이 새로 만들어 준 무구들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기껏 열심히 쓰러뜨려도 <굶주린 혼돈의 기운> 같은 아이템들만 나왔다.

물론 이런 아이템들이 나쁜 건 아니었다.

<굶주린 혼돈의 기운> 같은 건 정말 만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사기적인 아이템이었으니까.

쓸 때마다 굶주린 혼돈에게 오염되고 타락할 수 있다는 단점이 조금 있긴 했지만….

-확인.

그러나 태현이 예상한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성주가 갖고 있는 아이템은 별거 없고, 굶주린 혼돈의 전사가 갖고 있던 아이템이 별거 있었던 것이다.

[아이템의 파손 정도가 심해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아이템의 파손 정도가….]

[<정령왕의 축복을 받은 황금 루비 목걸이>를 발견했습니다!]

[아이템의 내구도가 매우 낮습니다. 착용할 경우 망가질 수 있습니다!]

[…….]

[…….]

‘아니, 어떤 놈이 장비를 이렇게 망가뜨렸어??’

분노하던 태현은 곧 이유를 깨달았다.

‘아. 내가 터뜨렸지?’

[카르바노그가 장비를 안 벗고 싸운 성주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지.’

생각해보니 성주가 싸우기 전에 장비를 벗고 싸웠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닌가.

태현은 성주를 욕했다.

세금도 제때 안 내고 반란이나 꿈꾸는 놈답게 아주 양심이 없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놈이었다.

파손된 장비들은 옆으로 치우고, 태현은 멀쩡한 장비들을 꺼냈다.

“…!!”

가트프리드의 양손검:

내구력 18/980, 신성 공격력 750.

방어 무시 데미지 증가, 공격 적중 시 추가 스킬 발동 가능, 공격 적중 시 HP 흡수, 공격 적중 시 MP 흡수, 적 장비에 추가 데미지.

스킬 ‘제국 전사장의 일검’ 사용 가능, 스킬 ‘제국 전사장의 이검’ 사용 가능, 스킬 ‘제국 전사장의 삼검’ 사용 가능.

고대 제국의 전사장, 가트프리드가 사용하던 양손검.

비록 굶주린 혼돈에게 넘어가 타락했지만 그 강한 힘은 고대 제국 사람들의 자랑이었다.

이 양손검을 고대 제국의 전통을 잇는 전사들에게 돌려준다면 그들은 매우 기뻐할 겁니다.

‘돌려줄 필요가 있나?’

태현은 의아해했다.

지들이 원하면 찾아서 구했어야지 가만히 앉아 있다가 모험가가 먹으니까 갖고 와달라는 마음 씀씀이가 매우 괘씸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가트프리드의 양손검을 착용합니다!]

[현재 힘 스탯이 낮습니다!]

[현재 HP가 낮습니다!]

[필요한 검술 스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사용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아무래도 사전 퀘스트를 깨야 하는지, 검이 미친 듯이 무거웠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태현이 이런 무기를 썼다가는 바로 박살이 날 터.

[카르바노그가 그러면 돌려줄 거냐고 묻습니다.]

‘그냥 녹일까 생각 중이었는데. 돌려준다는 선택지도 있긴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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