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26화 (1,425/1,826)

§ 나는 될놈이다 1426화

“됐다!!”

태현의 외침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뭐가 된 거야, 김태현?!”

“내 마법 스킬이 올랐다고!”

“…미친놈아 그걸 지금 왜 말해!!”

태현이 됐다고 말하길래 굶주린 혼돈의 전사가 쓰러진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태현의 마법 스킬이 오른 거였다.

‘아니. 그리고 검술 스킬을 올려야지, 마법 스킬을 왜 올려??’

태현의 주력 스킬이 검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는데 마법 스킬 올랐다고 좋아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뒤에서 무슨 욕을 하든 태현은 그저 기쁠 뿐이었다.

‘진짜 마법 스킬 최고급 하나 찍으려고 별의별 고생을 다 했다.’

원래라면 평범하게 마탑 들어가서 학파 하나 정한 다음 우직하게 팠으면, 태현이 상대해 본 적들을 생각해봤을 때 최고급을 더 일찍 찍었을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태현은 유난히 마법 스킬에 복이 없었다.

스킬을 얻어도 이상한 마법 스킬만 얻고, 도중에는 느부캇네살한테 다른 마법을 뺏기고….

간신히 고대 제국 대학에서 마법들을 되찾아서 갖고 나올 수 있었지만 그것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사디크의 화염 마법, 아키서스의 고대 냉기 마법, 느부캇네살의 흑마법, 드워프의 금속 마법….

하나하나 포텐셜은 강력한 마법 스킬들이긴 했지만, 태현처럼 MP가 부족하고 써야 할 스킬들이 많은 사람한테는 지나치게 난이도 높은 마법 스킬들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태현은 싸울 때 마법 스킬을 어떻게든 끼워 넣으려고 끙끙 고민해야 했다.

오죽하면 이 중에서 가장 별로 같아 보이는 드워프의 금속 마법을 가장 많이 썼을까!

그래도 이 고생이 끝이 보이고 있었다.

고급 레벨 9라면 최고급 바로 직전.

하나만 더 올리면 최고급인 것이다.

-감히… 감히! 아키서스의 후계자 놈이 감히!

굶주린 혼돈의 전사는 자신이 수세에 몰렸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이제까지 상대해 왔던 굶주린 혼돈의 전사들 모두 그랬으니 태현 또한 놀라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은 은근히 멘탈이 약하단 말이지.’

다들 자기들이 강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와서 그런지 질 때가 되면 매우 구차해졌다.

…앞의 굶주린 혼돈의 전사도 그랬다.

-아키서스의 후계자, 잘 생각해 봐라! 저 성주 놈의 말을 순순히 들을 생각이냐!

“…뭔 둘이 차례대로 난리를 치는 거야?”

뒤의 길드원 중 한 명이 무심코 말했다. 태현은 그 말에 동의했다.

아주 못난 놈 둘이 차례대로 하는 짓이 비슷했던 것이다.

‘어차피 성주도 공격할 생각인데.’

태현은 성주가 예뻐서 도와주는 게 아니었다.

그냥 성주가 쓰러지면 굶주린 혼돈의 전사를 잡기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 일단 굶주린 혼돈의 전사를 먼저 잡고 나서 그 다음에 성주도 공격할 생각이었다.

성주야 배신감 좀 느끼겠지만 애초에 먼저 선빵을 때린 건 성주였으니….

-폐하! 속지 마십시오! 저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 놈은 절대로 믿으시면 안 됩니다!

‘그냥 둘 다 서로 껴안고 죽었으면 좋겠군.’

푹!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크윽…!

태현은 둘의 외침을 무시하고 공격을 퍼부었다.

갑옷이 박살 나고 그 안에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가자 손맛이 느껴졌다.

이건 확실하게 먹혔다!

[굶주린 혼돈의 전사가….]

“뭐하냐! 공격 안 넣고!”

태현의 외침에 랭커들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들이 보기에도 굶주린 혼돈의 전사는 이제 거의 죽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괜한 발악을 하지 못하게 확실하게 딜을 넣어야 했다.

콰콰콰콰쾅!

수십 개의 스킬들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그 위로 뒤에서 퍼붓는 지원까지 동시에 들어갔다.

굶주린 혼돈의 전사는 마치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아야 했다.

-크… 크… 크아아아악!

[굶주린 혼돈의 전사가 쓰러집니다!]

[굶주린 혼돈의 전사, 가트프리드는 고대 제국의 전사장으로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전사였습니다. 비록 굶주린 혼돈에게 넘어가 타락했지만 그 강한 힘은 고대 제국 사람들의 자랑이었습니다.]

[가트프리드의 소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트프리드의 타락-고대 제국 전사 퀘스트>

고대 제국의 전통을 잇는 전사들은 옛 전사장, 가트프리드가 굶주린 혼돈에게 넘어간 것을 매우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트프리드를 쓰려뜨렸다는 것을 전해준다면 그들은 매우 기뻐할 것이다.

보상:고대 제국 전사장 전직 퀘스트.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저, 전직 퀘스트!!”

태현은 심드렁했지만 다른 길드원들은 깜짝 놀랐다.

게다가 고대 제국 전사장이라니.

직업 이름에 일단 ‘고대’가 들어가면 뭔가 좋아 보이는 것이다.

보통 직업이 아닌 것 같았다. 영웅 직업, 아니 전설 직업일 수도…!

“모두 진정해라! 지금 그 퀘스트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니까!”

“맞아, 지금 남은 일들이 많다!”

솔직히 랭커들도 퀘스트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간신히 굶주린 혼돈의 전사를 쓰러뜨리긴 했지만 아직 성주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김태현. 저 성주는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마저 공격해.”

“…정, 정말로??”

“그럼 안 하게?”

“아니. 우리야 하면 좋지….”

랭커들은 바로 말을 바꿨다.

아까 태현의 모습 때문에 성주를 내버려 둘 줄 알았던 것이다.

‘무서운 놈 같으니…!’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그냥 써먹고 버릴 생각으로 손을 잡은 게 분명했다.

-폐하. 고생 많으셨… 컥?!

성주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랭커들과 길드원들이 폭풍처럼 공격을 시작했다.

정령사인 건 아까 봤으니, 괜한 수작을 부리기 전에 끝장낼 생각!

-이 하찮은 모험가 놈들이 미쳤나!? 폐하! 이자들을 말려주십시오!

태현은 못 들은 척했다.

“음. 이런 아이템이 나왔군. 으음. 이런 제작법이….”

-폐하! 폐… 크악!

-회전하는 칼날, 추적 칼날, 단검 쇄도!

-이랑덴 검법! 두 번째 공격!

-정령의 침묵, 정령의 낙인, 마나 고갈!

모여 있는 길드원들은 알차게 스킬을 퍼부으며 성주를 두들겨 팼다.

[저주로 인해 스칼로 성주의 마법이….]

[스칼로 성주가 스턴 상태에….]

-이런 빌어먹을 모험가 놈들 같으니!!

그냥 맞고 있을 정도로 성주는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었다.

너덜너덜해진 상태였지만 굴하지 않고 정령들을 불러냈다.

-날 보호해라, 정령들아!

[스칼로 성주가 체력을 소모해서 정령을 불러냅니다!]

[폭주한 정령, 기올라몬이 소환됩니다!]

정령 중에 이름이 붙을 정도면 평범한 정령이 아니라는 뜻.

온갖 방해를 뚫고 나타난 정령의 모습에 모두 긴장 서린 표정을 지었다.

화르르륵!

기올라몬은 화염의 정령이었는지 타오르는 몸을 주변으로 날리며 사방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내성 1층에서 포위하고 공격하고 있던 랭커들은 급히 거리를 벌리면서 물러났다.

[기올라몬의 불꽃이 퍼져 나갑니다!]

[기올라몬의 불꽃에 닿았습니다. 스킬 쿨타임에 디버프가 걸립니다!]

[방어력이 내려갑니다!]

“조심해! 상당히 성가시다!!”

[스칼로 성주가 정령을 불러냅니다!]

[폭주 정령 군대가 성을 울립니다!]

-건방진 모험가 놈들, 이 성을 네놈들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안 그래도 뒤통수를 몇 대 맞은 상태.

HP도 너덜너덜한데 모험가 놈들한테 죽을 뻔하자 성주는 매우 난폭해져 있었다.

자신의 성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령 군대들을 닥치는 대로 불러내서 쓸어버리려는 시도를 했다.

“지금 안 잡으면 위험하겠는데? 밀고 들어가야 해!”

“저길 밀고 들어가라고?”

랭커들은 머뭇거렸다.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랭커가 될 수 없었다.

딱 봐도 기올라몬은 정령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보스 몬스터인데, 저놈이 뿜어내는 화염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니.

‘너무 위험한데.’

‘아직 견적도 안 나온 놈이잖아.’

‘기껏 보스 몬스터 하나 쓰러뜨리고서 여기서 죽으면 그건 진짜 손해지.’

“원거리 공격으로 쓰러뜨려서 잡으면 안 됩니까?”

“지금 안에서 성주가 정령들 계속 소환하고 있잖아! 막으려면 지금 쳐야 해!”

시간만 있으면 천천히 정공법으로 잡겠지만, 눈깔이 뒤집힌 성주가 미친 듯이 정령들을 불러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 잡아야 하는 것이다.

“김태현! 방법이 없겠냐!?”

길마들도 다른 곳 확인하러 갔겠다, 랭커들은 체면을 던지고 태현을 불렀다.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화염 뚫고 들어가면 되잖아.”

“…지금 그게 위험하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너 같으면 저길 들어가겠냐?!”

“나 같으면 들어가지?”

“…그러면 들어가 줄 수 있나?”

랭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다른 랭커들이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돌았나?’

‘김태현한테 그냥 PVP를 하자고 하지 뭐 저렇게 시비를 걸지?’

아무리 태현이 성격이 너그러워지고 친절하게 변했어도, 저런 제안을 듣고 가만히 있을 정도로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제 분명 ‘오냐. 네 시체를 들고 들어가 주마’ 하고 유혈낭자한 PVP가 시작….

“들어가 줄 수야 있는데, 진짜 괜찮나? 여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나중에 후회 안 하겠어?”

“!!!!”

태현의 말에 랭커들은 정말로 놀랐다.

정말 들어가 준다고!?

“정말 들어가 줄 거냐?!”

“왜 두 번 물어보지?”

“아… 아니. 너무 놀라워서.”

“들어가 준다면 우리는 감사할 뿐이지! 그리고 경험치는 저 전사 놈하고 같이 싸우면서 충분히 먹었어! 성주 막타 정도는 네가 혼자 쳐도 돼!”

‘이 자식들 레벨 업 많이 한 거 같아서 기분이 갑자기 나빠지는군.’

태현은 대화하다 말고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네가 막타 치는 것 갖고 어떤 놈도 불만을 가지지는 않을 테니까 끝낼 수 있으면 끝내줘! 정령 놈들이 성을 무너뜨릴지도 모른다고!”

“알겠다.”

태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기올라몬이 닥치는 대로 불꽃을 뿌리고 있었지만, 사디크의 권능에 회피력까지 갖고 있는 태현은 이런 공격에 강력한 내성을 갖고 있었다.

안으로 훌쩍 파고들어서 성주에게 맹공을 퍼붓기 시작하는 태현.

정령 소환이 멈추자 랭커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세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너희 그런데 진짜 괜찮아?”

“막타 정도야 양보할 수 있다고 했잖아. 왜? 우리가 그렇게 속 좁아 보이나?”

“응.”

“…….”

“농담이고. 그게 아니라 너희 지금 성 점령하려고 공성전 시작한 거잖아.”

“그렇지?”

“그런데 지금 위에 점령해야 하는 곳이 날아간 상태고.”

“그래.”

“여기 아까 확인해 보니까 다른 대체 점령지도 없는 성 같은데, 그러면 영주 쓰러뜨리면 자동으로 성 획득되는 거 아니야?”

“…….”

“…….”

이세연의 말에 랭커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잠… 잠깐만?

그때 때맞춰 아까 떠났던 두 길마가 돌아왔다.

“다들 잘했다! 전사를 쓰러뜨렸다고?”

“여기 대체 점령지 없는 거 같으니까 성주부터 잡아! 성주만 잡으면 이제 공성전도 끝이다!”

“…….”

“…길마님. 혹시 좀 더 찾아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무슨 개소리야? 잠깐. 왜 저기 김태현 혼자 패고 있어? 너희는 왜 다 밖에 나와 있고?”

길마들은 상황이 이해 가지 않아 물었다.

김태현이 협박했나 싶었지만 여기 길드원들 숫자가 몇 명인데 그냥 협박에 응했을 리는 없지 않은가.

설마 그냥 들여보내 줬나?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했을 리가….

“길마님.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금 김태현을 불러올 테니까….”

-성주 쓰러졌다!!

-공성전 성공이다!!!

“…사실 저쪽 길드 랭커들이 먼저 김태현한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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