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15화 (1,414/1,826)

§ 나는 될놈이다 1415화

김예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들은 사람 없지?’

다행히 주변에 사람은 딱히 없었다.

하긴 누군가 들었어도 별로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임단 인수가 무슨 장난도 아니고 저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김예리는 유지수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나는 유성 그룹 후계자야.

-그래? 사실 우리 오빠는 케인이야.

-농담하는 거 아닌데….

-나도 농담한 거 아닌데?

-?!

유지수가 많이 드러내고 다니는 편은 아니었지만 친구한테까지 자기 집을 숨기지는 않았던 것이다.

“게임단을 인수하는 건 너무 힘들지 않을까?”

“물론 1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게임단을 인수하는 건 힘든 일이겠지. 아무리 경영이 잘 안 되고 있는 게임단이라도 비싼 가격을 부를 테고, 운영진들도 고집이 셀 테니까.”

“그, 그런 걸 말한 게 아닌데….”

“그래서 2부 리그 같은 곳에서 뛰고 있는 게임단이나, 아니면 2부 리그에 도전하려고 준비 중인 게임단을 인수해 볼 생각이야. 그런 게임단들은 경영 상태가 좋지 못하고 지원하고 있는 기업들도 누가 인수한다고 하면 바로 좋아할 테니까.”

“…!!”

김예리는 경악했다.

아니 언제 이렇게 준비를 한 거니?

“그래서 어느 게임단을 인수할 건데?”

“그건 지금부터 고민해 봐야 해. 일단 선수들이 잠재력 있는 게임단을 사야 하니까.”

시설이나 스태프들은 바꾸기 쉬웠지만, 선수들은 그러기 힘들었다.

선수들까지 바꿔야 한다면 게임단을 뭐하러 사겠는가. 새로 만들고 말지.

“그래서 계속 리스트를 보고 공부 중이야.”

“좋은 생각이 있어!”

김예리가 문득 생각이 떠올라서 외쳤다.

“응?”

“선수를 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잖아.”

“어… 예리야. 케인 선수는 안 불러도 되는데….”

유지수는 머뭇거렸다.

케인의 보는 눈은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김태현 선수 말한 거거든.”

“아!”

“…….”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

“진짜로…!”

* * *

‘이걸 쓰라고 만든 건가?’

태현은 페르소텔턴 황자가 후계자를 위해 남겨 놓은 아이템을 발견하고 황당해했다.

페르소텔턴의 전차:

내구력 5500/5500

스킬 ‘제국 황자의 번개’ 사용 가능, 스킬 ‘제국 황자의 포효’ 사용 가능, 스킬 ‘제왕의 질주’ 사용 가능, 스킬 ‘연속 타격’ 사용 가능, 스킬 ‘제국의 전차꾼들’ 사용 가능.

고대 제국의 혈통이 아닐 경우 운전 시 페널티, 전설 스킬 없을 시 운전 시 페널티.

레벨 제한 1000.

고대 제국의 황자, 페르소텔턴이 생전에 사용하던 전차이다.

황자는 굶주린 혼돈에게 쓰러졌지만 이 전차는 그대로 남아 그의 후계자를 기다리고 있다.

황자의 시험을 통과한 진정한 후계자만이 이 전차를 몰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못 타는 물건이었겠군.’

아예 스킬 하나 전설 찍고, 고대 제국 황제 관련 혈통도 얻고, 레벨 1000 정도는 넘긴 다음에 타라는 아이템!

황자가 굶주린 혼돈한테 오염되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렇게 이어 받을 수도 없는 아이템이었다.

[카르바노그가 그렇게 생각해 보니 굶주린 혼돈에게 오염된 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건 미친 소리 같고.’

태현은 일단 전차를 한 번 타보려고 했다.

페널티가 꽤 많이 붙긴 하겠지만 일단 이런 아이템은 타는 것만으로도 이득이었다.

각종 보상부터 시작해서 능력까지.

게다가 페르소텔턴은 정말 잘 싸우는 황자긴 했다.

지금은 사슬로 꽁꽁 묶여 우리에 들어가 있긴 했지만, 멀쩡히 돌아다닐 때 능력 보면….

‘아키서스 교단에 섭외하고 싶을 정도였지.’

[전차를 이끌기 위해서는 최소 네 마리 이상의 탈것이 필요합니다.]

“음. 그렇군.”

확실히 페르소텔턴도 그렇고 유령마 전차꾼들도 그렇고, 유령마들을 소환해서 타고 다녔었다.

유령마 전차꾼들이야 평범한 유령마 두셋 정도를 소환했지만, 페르소텔턴이 타고 다니는 전차는 당연히 그 정도가 아닌 법.

“낭티오네. 부탁할게.”

-키이잇….

바실리스크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전차 앞으로 걸어갔다.

이미 전차를 봤을 때부터 반쯤 예상했던 것이다.

아, 나는 앞으로 이 전차를 몰게 되겠구나!

[바실리스크, 낭티오네가 전차를 몹니다!]

[현재 힘 스탯이 낮습니다.]

[현재 체력 스탯이 낮습니다.]

[현재 레벨이 낮습니다.]

[페널티를…]

[……]

[……]

-키이잇!

낭티오네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넘어졌다.

혼자서 전차를 끌기에는 너무 힘이 약했던 것이다.

‘아니, 낭티오네가 안 된다고?’

낭티오네는 그래도 나름 하늘섬에서 각종 경주에서 승리한 노련한 탈것이었다.

그런 낭티오네가 밀린다니.

아직 네 마리 모두 넣진 않았지만 이건 너무….

“흑흑아!”

-…….

흑흑이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낭티오네 옆에 섰다.

덩치를 최대한 키우자, 완전한 블랙 드래곤까진 아니더라도 낭티오네에 비해 그리 밀리지 않는 균형 잡힌 드래곤의 모습이 드러났다.

[블랙 드래곤, 흑흑이가 전차를…]

[현재 힘 스탯이 매우…]

[현재 체력 스탯이 매우…]

낭티오네는 그냥 낮았지만 흑흑이는 매우 낮았다.

태현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낭티오네보다 힘하고 체력 약하니?”

-…주인님! 저는 지성 높은 블랙 드래곤입니다!

“아니… 언제는 드래곤쯤 되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벽하다면서.”

태현의 말이 맞았다.

원래 드래곤은 육체적으로도 만렙, 정신적으로도 만렙인 몬스터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다 자란 드래곤이었고, 기껏해야 레벨이 400 후반대까지 회복한 흑흑이는 당연히 힘과 체력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낭티오네는 흑흑이처럼 복잡한 마법을 쓰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힘과 체력에 특화된 바실리스크.

-키이잇. 키이잇.

낭티오네는 칭찬해달라는 듯이 태현을 보며 고개를 꾸벅였다. 태현은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래. 낭티오네 네가 흑흑이보다 낫구나.”

-아니 이 바실리스크 놈이…!

흑흑이는 어지간히 분했는지 눈물을 그렁거렸다.

-골드 드래곤! 빨리 와라! 드래곤의 자존심을 보여줘야지!

-…날 끌어들이지 마라.

용용이는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바실리스크와 자존심 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골드 드래곤, 용용이가 전차를…]

[현재 힘 스탯이 낮습…]

[현재 체력 스탯이 낮습…]

“오. 용용이는 낭티오네와 비슷하군.”

-…….

흑흑이는 배신감 가득한 눈빛으로 용용이를 쳐다보았다.

용용이는 억울했다.

-드래곤의 자존심을 보여 달라며?

-그래도 나보다 강할 줄은 몰랐는데…!

용용이는 흑흑이보다 먼저 온 만큼 당연히 레벨이 좀 더 높았다.

500 초반대를 넘긴 것이다.

[전차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으음….”

태현은 고민에 잠겼다.

셋이 끌고 있는데도 이 정도라면 이 전차를 모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닐까?

“다른 탈것을 하나 갖고 와 볼까요? 오토바이나 로켓 같은 걸 넣을 수 있어요.”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한데, 여기 있는 얘네들이 못할 정도면 그걸로는 턱도 없을 거 같아.”

태현이 만든 오토바이나 로켓들이 결코 약한 탈것은 아니었지만, 드래곤이나 메카 바실리스크에 비하면 그 전체적인 강함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하나 잡아와야 하나?’

문제는 하나 잡아온다고 될 게 아니라는 점.

이 전차의 출력이 너무 대단해서 지금은 몰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넷은 채워야죠.”

-캬오오.

불불이가 태현 앞에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태현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네가 몰겠다고?”

-캬오오!

“아니. 안 된다. 네가 몰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야.”

-…….

-…….

-…….

두 드래곤과 바실리스크 하나가 태현을 빤히 쳐다봤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어린 드래곤은 지켜줘야 해!

-캬오오…!

강아지 수준의 크기이던 불불이가 몸을 뒤척이더니 갑자기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용용이나 흑흑이가 보여줬던 크기 변환 스킬!

-캬오!

레벨은 많이 낮지만 불불이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태현은 살짝 감동했다.

이게 어린 용을 키우는 기쁨인가?

“그래. 네가 그렇다면… 대신 힘들면 얼마든지 말해야 한다.”

-캬오. 캬오.

태현이 전차를 끌지 못해 고민하자 묶여 있던 왕자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쓸 만한 탈것들이 없다면 전차를 끌기는 힘들 것이다. 모험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차에 있는 <제국의 전차꾼들>이란 스킬이 너를 도와줄 거다. 그 무거운 전차를 대신 끌어주는 이들이지.

“오….”

그래도 전차에 초보자를 배려하는 스킬이 하나 정도는 있다는 사실에, 태현은 안심했다.

급한 순간에 쓸 수는 있겠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더 좋은 탈것을 구해야 한다. 저기 있는 비리비리한 놈들로는 전차꾼이라고 자부할 수 없으니까…!

-저 저 이미 뒤진 시체 놈이 뚫린 입이라고 지껄이는 거 봐!

-키이이잇!

흑흑이와 낭티오네는 황자의 말에 분노했다.

지금 죽고 오염되어서 묶여 있는 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하지만 황자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탈것을 더 성장시키거나 더 찾거나.

‘전자가 더 현실적이겠군.’

퀘스트도 퀘스트지만, 태현이 하도 경험치를 많이 먹어야 해서 용용이나 흑흑이한테 경험치를 그리 많이 주지 않은 것도 사실이긴 했다.

좀 더 균형 잡힌 성장을 해야 하나?

* * *

아탈리 왕국의 필드에서 사냥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갑자기 나타난 적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으아악! 굶주린 혼돈이다!”

-아니다! 감히 우리를 굶주린 혼돈 취급해? 우린 이데르고 교단의 역병 전사다!

“그, 그렇군!”

이데르고 교단이라니.

굶주린 혼돈보다는 좀 덜 무서운 존재였다.

쾅!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멸하겠다!

그러는 사이 옆에서 한 무리의 적들이 다시 나타났다.

온몸에서 기묘한 힘을 줄줄 내뿜고 있는 중갑전사들.

“저것도 이데르고 교단의 전사들인가?”

-아니다! 감히 우리를 이데르고 교단의 더러운 역병쟁이로 생각하다니. 우리는 굶주린 혼돈께서 보낸 전사다!

-감히 굶주린 혼돈의 찌꺼기 같은 놈들이?

-네놈들이 모시는 역병 신과 같이 썩게 해주마!

쾅!

이데르고 교단의 역병 전사들과 굶주린 혼돈의 전사들은 강하게 맞붙었다.

둘 다 힘으로는 밀리지 않는 이들인 만큼 주변이 박살 날 정도로 화려한 스킬들을 보여줬다.

“…구, 구경할 때가 아니지!”

“튀어! 마을로 도망쳐!”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달리면서 도움을 청할 곳을 찾았다.

다행히 아탈리 왕국은 태현이 만들어 놓은 NPC들이 돌아다니면서 플레이어들을 지원해 주고 있었기에, 운만 좋으면 빨리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기 있다! 저기!”

“제발 기사단, 제발 기사단, 제발 기사단…!”

플레이어들은 기사단을 만나길 빌었다.

아탈리 왕국에서 손꼽히는 전력인 은빛 검 기사단이나 수도 기사단 같은 이들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강했으니까.

“아키서스 화염단이어도 돼! 걔네들도 요즘 잘 싸우더라!”

“맞, 맞아. 차라리 화염단이 나을지도….”

그러나 플레이어들의 기대는 덧없이 무너졌다.

-아키서스 성기사들이 여기 도착했다!

“망했다!!”

“아키서스 성기사들이잖아!”

-방금 뭐라고 했나?

“아, 아키서스 성기사들을 만나서 영광이라고 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급히 말을 바꿨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