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13화 (1,412/1,826)

§ 나는 될놈이다 1413화

“지금 불러보겠습니다.”

도망치는 놈들을 공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앞으로 나서서 결승전 진출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싸움에 참가한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찾기 힘들게.”

“설마 다 죽은 건 아니겠지?”

“에이… 여기 그래도 사람이 몇 명인데 설마 다 죽었겠어?”

결승전 참가자 중에 하나나 둘 정도는 로그아웃을 당해도 전부 다 죽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죽어라!”

“크악!”

목숨이 많이 아까운 선수들은 대부분 항복했지만, 그중에는 끝까지 항복 안 하고 싸움터 도중에 버티고 숨어 있던 놈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다가오자 바로 인질을 잡으려고 했다.

“다가오면 죽인다! 김태현을 불러! 날 무사히 보내준다고 약속하면 풀어주겠다!”

“…뭐래니?”

“미친놈인가 봐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황당해했다.

지금 누굴 인질로 잡는 거야?

심지어 인질로 잡힌 파워 워리어 길드원마저 황당해했다.

“지금 날 인질로 잡으신 겁니까?”

“그, 그런데?”

“대체 왜 그런 짓을 하신 겁니까?”

“어… 김태현은 파워 워리어 길드를 아끼고 인질을 잡으면 나 하나 정도는 그냥 보내줄 테니까?”

“그건 틀린 생각이십니다.”

“닥, 닥쳐!”

그러나 정말 틀린 생각이 맞았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바로 무기를 겨눈 것이다.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

“잠….”

퍼퍼퍼퍼퍼퍽!

여기 있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전부 다 레벨 1.

각종 사악한 아이템으로 공격력만 부풀려 놓은, 방어는 할 생각도 없는 이들이었다.

자기들은 죽어도 되니까 레벨 높은 놈한테 죽창 한 번 찌르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한 이들!

그런 이들 상대로 인질극을 펼쳐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와 이 자식들아!”

“숨어 있다가 걸리면 너하고 난 같이 로그아웃하는 거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살벌한 협박에 숨어 있던 사람들도 머뭇거리며 나왔다.

방금 그 꼴을 보고도 뭔가 시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잠깐만요. 진짜 결승전 참가자 없습니까?”

“…….”

정말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야 이거 어떡하냐?’

* * *

“결승전 참가자 없으면 뭐 어쩌겠냐. 너희들 잘못도 아니고. 관중들도 이해해 주겠지.”

어차피 소규모로 시작한 대회였고 상금도 그리 큰 대회가 아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이상해진 거였지….

태현은 괜히 억지를 부리기보다는 그냥 규칙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결승전은 규칙대로 진행됩니다. 제한시간까지 참가하지 않는 선수들은 탈락 처리됩니다.”

“…!”

“?!?!”

웅성거리던 관중들은 태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니 진짜 진행을 그냥 한다고?

“김태현도 미친놈은 미친놈이 분명해.”

“무조건 연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친목 대회면 모를까, 방송사들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다.

연기하고 결승전만 따로 열면 다시 한번 이렇게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기회.

돈을 몇 배로 벌 수 있었다.

그러나 태현은 깔끔하게 자르고 원래 약속대로 진행하려고 했다.

간단하지만 의외로 저렇게 하기 힘든 것이다.

“킹태현넘버원! 어디 갔냐! 빨리 나와라!”

“펭귄팬더!! 나오면 우승이야!!”

곳곳에서 자기 선수를 찾는 팬들의 외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로그아웃 된 선수들이 들어올 방법은 없었다.

‘…진짜 아무도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이대로 끝나면 이건 이거대로 전설적인 경기가 되겠는데.’

안 그래도 관심 많은 대회였지만 결승전 직전에 벌어진 대난투로 인해 더욱더 관심이 폭발하고 있었다.

지금 앉아 있는 기자들은 눈은 경기장을 향하고 있었지만 손은 빠르게 글을 쓰고 있었다.

-매너도 양심도 체면도 없었다, 중국 선수들의 패싸움… 대회를 망치다….

-중국 선수들의 매너 이대로 좋은가?

-남의 잔칫상에서….

물론 기자들도 솔직히 중국 선수들이 패싸움 벌이는 거 너무 재밌게 보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이럴 때 조회수를 잔뜩 벌지 않는다면 언제 벌겠는가.

따끔하게 비판해 주리라!

몇몇 기자들은 한술 더 뜨는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전 세계 선수들이 한 자리에서 벌인 싸움. 누가 가장 강했나?

-미국 선수들의 포메이션을 분석해 보자!

기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중계! 실제상황… 팀 KL 주최 대회에서 패싸움 벌어짐…>

<킹태현넘버원 실화냐? 중국 선수 셋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킹태현넘버원은 정말 전설이다…>

<패싸움 벌이는 선수들 중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지 맞히는 방송. 맞히면 경품 드림>

경주에 격투까지 넣었는데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다들 잔뜩 흥분한 상태!

이런 상황에서, 결승전에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그거대로 전설에 남을….

“나왔다!!!”

“킹태현넘버원이지?? 킹태현넘버원이라고 해줘!”

“너 킹태현넘버원 팬이었냐?”

“아니. 킹태현넘버원이 활약하면 중국 애들이 괴로워하는 게 보기 좋더라.”

“…!”

그러나 나온 건 킹태현넘버원이 아니었다.

“파워 워리어 선수잖아?”

“아니. 저건 죽지도 않고 있었네!”

몇몇 다른 팬들은 야유를 했지만 가면을 쓴 파워 워리어 선수는 뻔뻔하게 앞으로 나섰다.

남들 싸우는 동안 구석에서 용감하게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도 나오겠지.”

“차라리 강한 선수들보다는 저 파워 워리어 선수가 이기기 좋지 않겠어?”

관중들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침착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파워 워리어 선수는 뭔가 좀….

많이 약해 보였던 것이다.

경주도 거의 힘겹게 이겨서 올라온 선수였고….

“여러분. 제한시간이 다 됐지만 더 이상 참가자가 없습니다.”

“???!?”

“킹, 킹태현넘버원 어디 갔어! 킹태현넘버원!! 너한테 돈 걸었단 말이야!!”

앞에 태현이 나오자 그제야 관중들은 상황을 깨달았다.

설마 진짜 이걸 그냥 날로 먹는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

“결승전에 참가자가 한 명뿐이니, 부전승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안 돼!!”

“선수 새끼들 뭐하는 거야!! 돈 걸었다고!!”

팬들보다 더 무서운 게 돈 건 사람들.

그들은 절규하며 선수들을 찾았다.

그러나 그런다고 없는 선수가 나올 수는 없는 법.

“자. 시상대로 오시죠.”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제가 이렇게 우승할 줄은 몰랐는데…!”

가면 쓴 파워 워리어 선수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다른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미친 듯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우린 네가 이길 줄 알았다!”

“파워 워리어 만세!”

곳곳에서 그렇게 호응이 시작되자 별생각 없던 관중들도 넘어가기 시작했다.

돈 건 사람들이나 다른 선수의 골수 팬들은 몰라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축하 안 해줄 이유도 딱히 없었던 것이다.

“하긴 다른 참가자들은 다 유명 랭커에 선수 출신인데 저렇게 이름 없는 사람이 우승한 게 신기하긴 해.”

“파워 워리어 길드는 되게 가난한 길드라면서? 그런데도 용케 우승했네. 탈것 되게 비쌀 텐데.”

“파워 워리어 엄청 큰 길드 아니에요?”

“파워 워리어 큰 길드는 맞는데 대부분이 가난한 플레이어들이라서 길드에 돈이 없대.”

“에이. 그래도 간부들은 돈 많겠지.”

“내 친구가 거기 간부인데 돈을 안 걷다 보니까 간부도 자기가 일 안 하면 돈이 없나 봐.”

“뭐? 진짜? 그러면 대체 길드를 왜 굴리는 거지?”

“…….”

“…….”

옆에서 떠드는 관중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속으로 울었다.

우리 그렇게 거지 아니야…!

퀘스트도 많이 깨고 아이템도 많이 팔아서 이제 돈 적당히 있어…!

파워 워리어 선수의 우승을 축하해 주던 태현은 멈칫했다.

‘잠깐. 이러면 특별 경기도 못 돌아가지 않나?’

지금 대충 인기 있는 선수들 다 로그아웃당한 것 같은데….

* * *

<하늘섬 레이스, 예상을 뛰어넘은 ‘대박’… 최고 시청자 숫자 1억 돌파?>

<무시무시한 친목 대회. 팀 KL의 브랜드 파워>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광고주들 팀 KL에 굽신굽신… 몸 달아서 러브콜>

<중국 게임단 단체 사과… 품위 없는 행동에 반성, 선수들에게 자체 징계>

<하늘섬 패싸움 킬/데스 분석, 누가 MVP인가?>

<중국 쪽에서 새 하늘섬 레이스 대회 개최 예정…>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지만 대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냥 성공이 아닌 파격적인 대성공이었다.

중계권 때 거절했던 방송사들이 이제 와서 다시 어떻게든 안 되냐고 질척거릴 정도의 대성공!

“다들 고생 많았다.”

최상윤과 정수혁은 늘어져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대회 한 번 주최하고 나자 녹초가 된 것이다.

“김태현 저 자식은 대체 이런 걸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힘들어서 못 움직이겠습니다.”

옆에서 케인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보니까 되게 재밌어 보이던데?”

“…저 새끼 다음에 꼭 끼워주자.”

“…찬성입니다.”

둘은 속삭인 다음 케인에게 말했다.

“그럼! 정말 재밌었지!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런데 케인 선수가 없어서 다들 아쉬워했습니다! 다음 주최 때는 꼭 와주셔야 합니다!”

“그, 그래? 진짜?”

케인은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퀘스트 하느라 못 가긴 했지만 둘이 이렇게 찾아주니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그래도 같이 고생한 사람들 돈 넉넉히 챙겨주니까 기분은 좋더라.”

최상윤의 말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뭐든 잘 되어야 하는 거지.”

“근데 너 오늘 어디 가냐? 아. 방송사 만나러 가는 거야?”

“저번에 만났는데 오늘 뭐하러 또 만나?”

“그러면 광고주들 만나는 건가?”

“그거면 에이전트 시켜도 되는 일인데 굳이 내가 직접 가서 만날 필요는 없지.”

태현이 아쉬운 입장이라면 광고주 직접 만나서 재롱을 떨어야 했지만, 태현은 아쉬운 입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광고주들이 몸이 달아 있는 입장!

“???”

“그러면 어디 가십니까?”

“이다비 이사하는 거 도와주러 가는데?”

“…….”

“…….”

‘그딴 거에 진지한 표정 지으면서 나갈 준비하지 마…!’

최상윤은 속으로 욕했다.

누가 보면 인생 최대의 계약 하러 나가는 줄 알겠다!

“나 그러면 갔다 온다. 아. 케인도 데리고 갈까?”

“나, 나… 퀘스트 해야 해. 이번 퀘스트 진짜 대박이야. 정말 대박이라고.”

“구체적으로 말 못하는 거 보니 거짓말이 분명합니다.”

“말도 더듬었어.”

“…뭐, 괜찮아. 갔다 와서 레벨 확인하면 되니까.”

“아니 레벨은 그렇게 쉽게 올릴 수 있는 게 아닌데…!”

케인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태현은 무시하고 나갔다.

케인은 털썩 주저앉았다.

저런 나쁜 놈을 봤나!

* * *

‘신혼부부인가. 보기 훈훈하군.’

이삿짐센터의 홍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코밑을 쓱 훔쳤다.

태현과 이다비가 이야기하는 걸 보니 자기 젊었을 적이 떠올랐던 것이다.

막 결혼했을 때는 어디로 가든 기대가 되고 행복했었다. 서로가 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좋을 때다!

“…?!?!”

그러나 이다비의 두 동생이 나타나자 부장은 깜짝 놀랐다.

‘아니 애가 너무 크지 않나!? 동안인가?’

벌써 애가 저렇게 컸다고?

‘하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일찍 결혼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일찍 결혼했으면 저럴 수도 있지.’

홍 부장은 편견을 가진 스스로를 반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 부장님!”

“왜 그러냐?”

“저, 저 사람들 누군지 아십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