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12화 (1,411/1,826)

§ 나는 될놈이다 1412화

“파워 워리어 단검단, 저격단 이쪽으로 집합!”

태현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파워 워리어에도 무력 단체가 몇 개 있었다.

새로 들어온 랭커들이 모여서 만든 <랭커단>, 끝까지 장비를 안 입고 맨몸으로만 다니는 <맨몸단>.

그러나 이런 이들보다 더 앞서 결성된 사악하고 불길한 이들이 있었다.

파워 워리어라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들!

숫자에 따라 데미지 버프가 들어가는 <카르바노그의 단검>, 레벨 1만 착용할 수 있는 <악마의 영혼이 갇혀 있는 사슬갑옷>, 착용하는 순간부터 레벨이 내려가는 <에다오르의 머스킷> 등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이들은 파워 워리어가 갖고 있는 살벌한 무력 중 하나였다.

가끔 파워 워리어에 관한 소문 중 하나가 바로 이들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었다.

-야, 저번에 파워 워리어하고 시비 붙었는데 갑자기 확 딜 들어오더니 죽더라?

-은신한 도적이 있었겠지.

-분명 은신한 놈 없었는데 뭐였지?

방어력이나 체력은 전부 버리고 공격력에만 올인한 이들.

“선수들 중에서 명령을 거절하거나 관중석 쪽으로 싸움을 확전하려는 놈들은 그냥 공격해 버려.”

“예!!”

길드원들은 매우 흥분한 표정이었다.

레벨 1인 걸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태현과 함께 활약할 기회가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남들이 자랑할 때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나도 끝나면 자랑할 수 있겠어!’

단검단이나 저격단에 가입한 길드원들은 매우 배배 꼬인 심사를 갖고 있었다.

내가 레벨 업 못 해도 좋으니, 레벨 높다고 깝죽대는 놈들을 박살 내고 싶다!

…그리고 지금 자기 레벨 높다고 여기서 싸움을 벌이는 저 선수들은 매우 매우 만족스러운 타깃이었다.

* * *

“이 자식이!”

시작은 매우 사소한 말다툼이었다.

베이징 파이터즈의 펭귄팬더가 항저우 와이번즈의 황롱하오를 집중적으로 견제해서 탈락시킨 것이다.

달리다가 한두 번 부딪힌 거면 모를까, 이름 모르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같이 합동해서 짓밟아 버리는데 열이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내 인기를 시기해서 이딴 짓을 하다니!”

“내가 네 인기를 왜 시기하겠냐!”

“월드컵 예선에서 멍청한 짓 해서 탈락을 했으니 시기를 하겠지!”

“지금 말 다 했냐??”

“다 했다, 이 퇴물 새끼야! 너 때문에 대표팀이 망했는데 잘도 낯짝을 들고 다니는구나!”

“…어디 한번 해보자!”

“무기 뽑으면 내가 입 다물 줄 알았냐? 김태현하고 싸울 때나 그렇게 해보시… 크악! 진짜 공격을 해?!”

“실력으로 보여봐라, 이 자식아!”

원래 이런 대회 자리에서 행패를 부리는 건 아마추어 중의 아마추어도 하지 않는 짓이었다.

하물며 반쯤 공인이나 마찬가지인 선수들이 여기서 PVP를 한다는 건 미친 짓!

그러나 선수들도 사람이었고, 가끔 열이 받으면 미친 짓을 저지르곤 했다.

서로 투닥대고 경쟁의식이 과열된 끝에 이런 대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아직 이런 상황을 모르는 중국 게임단 단장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별 경기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예! 인기 투표로 선수를 정한다고 합니다.

-잘됐군. 인기 투표라면 우리 선수들이 밀릴 리가 없지 않나.

-맞는 말씀이십니다.

-이렇게 기다리기도 뭐하군. 대회를 봐야겠어.

-앗. 그런 재미없고 규모도 작은 한국 촌구석에서 열리는 대회는 안 본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닥치게.

단장은 눈치 없는 직원의 입을 다물게 한 다음 회의실의 커다란 화면을 빌려 중계를 켰다.

솔직히 궁금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관심 없던 척을 했던 것이다.

-나와 이 새끼야! 네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경주장으로 따라와!

-어디서 예선 탈락한 새끼가!

뚝-

회의실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단장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방금 내가 뭘 본 건가?

-그,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벤트 아닐까요?

물론 아무리 직원이 둘러대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변명할 수는 없었다.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살벌하게 쌍욕을 퍼부으며 난투를 벌이는 중국 선수들!

-저… 저 미친놈들 당장 말려!

-예! 말리겠습니다!

-…너 이 새끼!! 지금 말릴 방법도 없으면서 말리겠다고 말하면 내가 속을 줄 알아!? 날 뭘로 보고!

-켁… 켁! 죄송합니다!

회의실 안에서도 난투가 벌어졌다.

물론 이건 관중들이 열광하지는 못했지만!

* * *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은 환호했다.

이런 재미있는 경기가 있다니!

펭귄팬더는 닥치는 대로 얼음 사슬을 뿌리며 황롱하오를 공격했다.

“어디 한번 다시 지껄여 봐라! 국대에 탈락한 찌꺼기 주제에!”

“김태현 맞추지도 못한 놈이 입은 살았구나!”

황롱하오는 창을 닥치는 대로 휘두르며 주변을 날려버렸다.

창술사, 그것도 영웅 직업을 갖고 있는 랭커답게 그 공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함성의 파동, 꿈틀거리는 용의 창!!

“아니, 미친놈들아 우리한테까지 튀잖아!”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다른 나라 선수들이 욕을 했다.

싸울 거면 자기들끼리 싸울 것이지!

그러나 그들은 아직 몰랐다.

중국 선수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열이 받아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아 그래도 우리나라 선수들끼리 싸워야지, 다른 나라 선수는 건드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대부분이 눈 뒤집혀 있는 상태였다.

“비켜 개자식아!”

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은 텍사스 카우보이즈 선수가 뒤로 나뒹굴었다.

“곤잘러스!!!”

“이 중국 놈들이 돌아버렸나!”

“비키라고 했잖아! 그 길에 있던 게 잘못이지!”

“네 목 똑바로 대고 있는 게 좋을 거다. 깔끔하게 날려줄 테니까!”

열 받은 텍사스 카우보이즈 선수들과 친구들이 난입하기 시작했다.

황롱하오를 따라온 항저우 와이번즈 선수들도 그에 맞서서 난입!

관중들은 더더욱 열광했다.

이런 규칙 없는 팀들의 화려한 대결을 또 언제 보겠는가!

‘이건 정말 역사에 남을 경기가 될 거야!’

콰콰콰쾅! 콰콰쾅!

광역기가 난무하고 마법이 날아가면서 하나둘씩 박살 나기 시작했다.

제정신이 아직 남아 있는 관중들은 서둘러 도망갈 정도였다.

“죽어!”

[HP가 0이 되어…]

“네가 죽어라!”

[HP가 0이 되어…]

랭커의 기본 조건은 끈질길 정도로 목숨 관리를 잘하는 것이었다.

로그아웃 페널티가 만만치 않으니 많이 죽는 사람은 랭커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랭커들 사이에서 ‘위험한 곳이나 김태현 근처에는 가지 마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는 상상 그 이상의 자리였다.

수십 명의 랭커들이 서로 앞뒤 안 가리고 치고받는 자리!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이 내가…!”

가장 먼저 싸움을 시작한 펭귄팬더가 네 명의 합공을 받고 쓰러졌다.

더 웃긴 건 쓰러뜨린 이들도 펭귄팬더를 쓰러뜨린 걸 몰랐다는 점이었다.

“그냥 눈에 띄는 건 다 밟아버려!”

“진형 유지해! 진형!”

그다음은 황롱하오가, 그다음은 고메즈가….

기라성 같은 랭커들이 이런 어이없는 자리에서 한 명씩 로그아웃됐다.

“저기 킹태현넘버원이다!”

“저 자식 죽여! 저 자식 이름부터 재수가 없어!”

중국 선수들은 싸우다 말고 킹태현넘버원을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크윽! 예선 탈락했다고 화풀이하다니. 그러니까 탈락하지!”

“…저 새끼 진짜 잡아 죽여!!”

아무리 킹태현넘버원이 잘 싸운다 하더라도 여럿이 붙으면 이기기 힘들었다.

“저… 저기 김태현이다!”

“뭐!?!”

때리던 중국 선수들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물론 김태현은 없었다. 그냥 서로 싸우고 있는 놈들뿐이었다.

“진짜 속냐 그걸?”

“…야!! 다 이쪽으로 와!”

중국 선수들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킹태현넘버원은 로그아웃 당할 때 당하더라도 끝까지 상대방을 빡치게 만들고 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 김태현 님… 제 원수를… 갚아주십시오…. 저놈들이 여기서 난장판을….”

“이 자식이 죽을 때도 개소리를 하고 있어!”

킹태현넘버원이 뒤를 보며 강하게 말했지만, 중국 선수들은 더 이상 속지 않았다.

푹!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아키서스의 행운 파편 폭탄>이…]

콰콰콰콰쾅!

갑자기 들리기 시작하는 폭발음.

광역기나 마법과는 전혀 다른 그 소리에 싸우던 선수들은 상황을 깨달았다.

“김태현이다!”

“모두 싸움을 멈춰라!”

“…….”

태현이 외쳤지만 다들 멈추지 않았다.

태현의 말이 가소로워서가 아니었다.

한창 싸우던 도중에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몇 대만 때리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멈추면 상대가 날 공격할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멈추겠는가.

몇몇은 시끄러워서 못 들은 척하고 계속 무기를 휘둘러댔다.

“멈추지 않으면 무력 행사에 나서겠다!”

‘웃기고 있네.’

김태현의 말에 선수 한 명이 속으로 비웃었다.

판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와 김태현이 판온 최강인가 봐요 랭커 백 명이랑 붙어도 이길 듯??’이라고 했지만, 랭커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태현이라도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 지금 싸우고 있는 수십 명을 태현이 전부 상대한다니.

그건 무리였다.

물론 태현도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뭐가 아쉬워서 저런 살벌한 사기 스킬들이 날아다니는 자리에 머리를 들이민단 말인가.

“공격 개시.”

“공격 개시!!!”

아키서스 포병대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주변에 갖고 온 폭탄들을 미친 듯이 쏘아대기 시작했다.

기계공학 스킬의 단점은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이 근처에 이미 준비를 다 끝내놓은 상태였다.

곳곳에 쌓인 대포와 폭탄들.

쿨타임 하나 없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는 화력에 랭커들은 기겁을 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저항에…]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화염 데미지가…]

[갑옷이…]

[독이…]

“멈춰!! 멈춰 김태현 미친 자식아!”

무슨 놈의 폭탄을 몇백 개를 쏘아대는지 대부분 막아내도 못 막아낸 몇 개가 데미지를 넣었다.

[바닥이 폭발합니다!!!]

게다가 대체 왜인지 바닥까지 폭발하고 있었다.

“…어떤 새끼가 바닥에 폭탄 묻어놨냐?”

태현은 주변을 노려보았다.

바닥에 폭탄을 심어 놓은 건 몰랐던 것이다.

“항복!! 항복!!!! 김태현! 항복한다고 이 새끼야!! 대회에 참가한 선수를 이렇게 대접할 거냐!”

선수 중 한 명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는지 재빨리 싸움터에서 뛰쳐나온 다음 고래고래 외쳤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었지만, 지금 이 근처는 전 세계의 팬들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매우….

민망한 광경이었다.

“항복!! 항복한다!”

“살려줘!!”

선수들은 하나둘씩 항복을 외치며 튀어나왔다.

그나마 품위 있게 ‘항복’하고 나온 사람은 나은 편이었다.

굴러 나와서 엎드리는 선수, 장비 들고 흔드는 선수, 흰색 깃발 꺼내서 다급히 휘두르는 선수….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덕분에 확실하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들이 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잠깐. 결승전 참가해야 할 놈들 다 어디 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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