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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405화 (1,404/1,826)

§ 나는 될놈이다 1405화

하지만 태현도 이제 연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험이 쌓인 상태였다.

순진무구한 학생들 앞에서 분노를 터뜨리진 않았다.

“진짜 부럽다….”

“맞아.”

이다샘과 이다솔의 친구들은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던졌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판온 선수와 저렇게 가족처럼 친한 사이라니.

“같이 판온 해달라고 해도 되나?”

“되겠냐? 넌 프로의 시간을 뭘로 보는 거야?”

“넌 프로도 아니면서 왜 네가 잘난 척인데?”

투닥거리는 학생들의 모습에 태현은 간단히 말했다.

“같이 해도 상관없어.”

“정, 정말인가요!?”

“그래. 둘 친구인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안 그래도 힘이 들어가 있던 이다샘과 이다솔의 어깨의 각도가 더 올라가기 시작했다.

뿌듯할 수밖에 없는 상황.

다른 친구들이 온갖 것들을 자랑할 때 꾹 참았던 둘이었던 만큼 더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너희 레벨 몇이니?”

“89요.”

“111….”

“174이요.”

“어… 같이 다니면 너희들이 상당히 많이 힘들걸.”

“헉. 인간폭탄도 시켜주나요??”

“…그건 좋은 게 아닌데?”

학생들의 왜곡된 취향에 태현은 당황했다.

대체 왜 그런 걸 체험하고 싶어 하는 거지?

* * *

“내 잘못이긴 하군.”

카페에 들어가서 이다비의 두 동생들한테 마실 걸 시켜주고, 하소연을 들은 태현은 살짝 미안해졌다.

태현 때문에 이다비의 분노가 동생들에게 쏟아지게 생긴 것이다.

“내가 잘 말할게.”

“감사합니다!”

“아니. 그걸로 되는 일이 아니야.”

이다샘이 이다솔에게 말했다.

그녀는 이다솔보다 한 수 앞을 더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왜? 형이 말하면 누나는 무조건 들어주잖아.”

“그렇긴 한데, 오빠가 돌아가고 나면 우리는 무조건 죽을걸.”

“……!”

이다솔은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이다.

태현 앞에서야 이다비가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넘어가야 하겠네요’라고 말하겠지만, 태현이 돌아가고 나서부터는 바로 ‘엎드려 뻗치렴, 애들아’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둘이 태현을 방패로 써서 숨으려고 했다는 걸 눈치챘는데도 넘어갈 정도로 이다비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다비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물론 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죠.”

이다샘은 이다비를 위해 그렇게 말했다.

물론 이건 스스로를 위해서기도 했다.

태현 앞에서 이상한 말을 했다가는 정말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테니까.

이다비는 착하고 성실한 언니였지만, 해야 할 때는 단호하게 나서는 사람이었다.

마냥 호구 같은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파워 워리어 같은 길드를 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다샘은 예전에 이다비가 인터넷에서 태현을 욕하는 사람한테 쌍욕을 박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다다다다다 자판을 두드리면서 욕을 박는 언니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오빠가 말해주더라도 언니를 감동시킬 무언가를 해내야 해요.”

“이다비가 감동할 만한 거… 흠. 어렵군. 이다비가 뭘 좋아하지?”

“오빠 나오는 방송 보는 걸 좋아하죠.”

“형 나오는 대회 경기 영상 돌려보고 악플 다는 사람 체크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별로 참고가 안 되는데.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저희가 돈을 벌어서….”

“이다비는 너희가 돈 벌려고 하면 화낼 것 같은데.”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둘은 끙끙 고민하다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그냥 한동안 혼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아무리 고민해도 안 떠올라.”

“오빠한테 선물이라도 쥐어주면 기분 좋아져서 덜 화낼지도….”

둘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속 없는 대화를 듣던 태현은 하품을 했다.

“결정됐으면 가서 말해도 괜찮겠지? 내가 최대한 잘 말해줄게.”

“오빠는 언니한테 혼 안 나시니까 그렇게 걱정 안 하는 거죠?”

“어떻게 알았니?”

* * *

“…….”

이다비는 태현 뒤로 숨은 둘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쟤네들이 지금….

“태현 님. 혹시 부탁 하나 드려도 괜찮을까요?”

“뭐지?”

“칫솔을 다 썼는데 사오는 걸 깜빡해서요.”

“그 정도야 뭘. 사다줄게.”

“네. 감사드려요.”

“……?”

둘은 눈을 깜박이다가 상황을 깨달았다.

말 몇 마디로 태현이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안 돼…!’

‘그보다 너무 허술한 거 아니에요!?’

이다비 말 몇 마디에 그냥 속아서 홀랑 나가버리다니.

어이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었다.

“애들아. 무릎부터 꿇자.”

“…잘못했어요.”

상황이 끝장났다는 걸 직감한 둘은 그냥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

그 때부터 이다비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최근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이다비의 잔소리도 한층 더 정교하고 끈질기게 변해 있었다.

듣고 있던 둘이 괴로워서 끙끙 앓을 정도의 잔소리!

“알겠니? 다른 사람한테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되는 거야. 하물며 태현 님한테는 더더욱.”

“네….”

“예….”

문 열리는 소리가 나자 이다비는 동생들에게 말했다.

“이제 일어서. 태현 님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흑흑. 네.”

철저하게 태현이 다녀오는 시간에 맞춰서 잔소리를 끝낸 언니의 철저함에 둘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태현 님. 이사 관련으로 상담드릴 게 있는데요.”

동생들을 혼내준 이다비는 태현을 불러 물었다.

안 그래도 한 번 말하려고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사갈 집 고른 거야?”

태현은 이다비가 계속 위에 머물러도 별 상관이 없었지만, 이다비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다비도 챙겨야 할 동생들이 있으니 자기네 집을 구해서 이사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네. 한 번 봐주실 수 있나요?”

“내가 잘 알지는 못할 텐데… 알겠어.”

크게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이다비가 봐달라고 하는데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태현은 이다비와 함께 나와 목적지로 걸어갔다.

“단독주택이네?”

“네. 마당이 있는 게 마음에 들어서 골랐어요.”

“우리 숙소하고 그렇게 멀지도 않고, 괜찮은 거 같은데?”

태현은 주택 안을 확인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시설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는 거 같고, 마당도 널찍하니 괜찮고….

‘그보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왜 주택이 익숙한지 알 수 없었다.

“어. 잠깐만. 이거….”

태현은 깨달았다.

왜 여기가 익숙한지.

‘이거 아버지 건물이잖아?’

“아이고. 오셨군요. 마침 집주인께서 근처에 오셨다는 이야기 듣고 지금 오겠다고 하시네요.”

“지금요? 네. 온 김에 한 번 뵙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중개사는 길가로 나가 손짓했다. 그러자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이 집을 고르시다니 안목이 참으로 탁월하신….”

말하던 김태산은 멈칫했다.

생각치도 못했던 두 젊은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

김태산은 태현을 한 번 보고 이다비를 한 번 본 다음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경악에 찬 얼굴로 물었다.

“너희 둘 결혼하니??”

* * *

꽈르릉!

호수 정령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안에서 언데드들이 폭발할 때마다 커다란 충격이 닥쳐왔던 것이다.

[언데드가 폭발합니다!]

[언데드들의 반란도가 올라갑니다.]

[현재 죽음의 오오라 스킬이 높습니다. 언데드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

[…….]

‘생각보다 괜찮은데?’

이세연은 호수 정령을 보며 신기해했다.

생각보다 언데드 폭탄 텔레포트가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원래는 견제용 정도로 쓰려고 했던 방법이었는데 호수 정령이 밀려날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부리는 언데드들을 근처로 텔레포트 시키는, 원래라면 그렇게까지 강력하지 않은 스킬이 폭탄과 결합되자 생각 이상으로 흉악한 스킬이 됐다.

대회에서 써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호수 정령의 체력이 50% 이하로 줄어듭니다.]

[호수 정령이 물의 기운을 끌어오기 시작합니다.]

태현과 이세연은 굳이 서로에게 조심하라고 외치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오려는 거지?’

‘물 속성의 호수 정령이 쓸 강력한 스킬이면… 비 계열일까?’

저렇게 메시지 창 뜰 정도면 강력한 스킬이라는 건 당연한 일.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 오느냐였다.

그걸 알아야 미리 대비할 수 있었으니까.

[호수가 범람하기 시작합니다!]

[쫓아오는 물을 피해 높은 곳으로 달아나십시오!]

“…….”

-멈추지 마라, 모험가들아! 빠르게 달려서 저 위로 피해야 한다!

왕자는 두 모험가를 응원하기 위해 외쳤다.

태현과 이세연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냥 쉬운 던전 달라고 할 거 그랬나?’

괜히 어려운 던전 공략하고 크게 먹으려고 했다가, 이상한 던전을 만난 탓에 고생을 제대로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랭커인 이상 나온 던전은 반드시 깨야 했다.

“낭티오네. 속도 올려! 물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

촤아아악-

호수에서 미친듯이 물이 불어나며 주변을 삼키기 시작했다.

낭티오네는 전력을 다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더 빠르게! 더! 제법이군, 모험가! 그 바실리스크의 속도가 그렇게 빠를 줄은 몰랐는데!

왕자는 가장 앞에서 내달리며 쫓아오는 태현의 모습에 감탄했다.

거대한 바실리스크를 타고서 속도를 내는 솜씨가 제법이었던 것이다.

[언데드들의 불만도가 높습니다.]

[<암흑 해골 와이번>이 명령을 거부하고 몸부림칩니다!]

“……!”

이세연은 깜짝 놀랐다.

가끔 언데드 탈것을 타고 날 때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으면 멋대로 행동할 때가 가끔 있었다.

그러나 지금 부리고 있는 탈것은 이세연의 수준보다 절대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멋대로 행동하다니.

아까 언데드 폭탄의 페널티가 이렇게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럴 줄은 몰랐는데!’

콰르르르르-

물이 미친듯이 차오르며 와이번을 삼켰다.

멋대로 버둥대던 와이번은 급류에 휩쓸려서 퍼덕거렸다.

이세연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소환 취소!

이세연은 바로 소환을 풀어버린 다음 새 탈것을 꺼내려고 했다.

그러나 호수 정령의 속도는 이세연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호수 정령이 소환해낸 급류가 당신의 발목을 휘감습니다!]

[마법을 방해합니다!]

[소환이 실패합니다!]

재수가 없을 때는 뭘 해도 안 되기 마련.

탈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로 불운이 겹치자 이세연도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세연!”

“……!”

앞에서 먼저 달려간 줄 알았던 태현이 흑흑이를 타고 다시 날아오고 있었다.

태현이 손을 뻗자 이세연은 맞잡기 위해 그녀의 손을 내밀었다.

태현은 그 손을 붙잡….

지 않고 이세연의 목덜미를 붙잡고 들어 올렸다.

“……?!”

“미안하다! 네가 정신없어서 손 못 내밀 줄 알았지!”

무슨 고양이 잡듯이 로브 뒷덜미를 잡아서 들어 올리는 태현의 행동이 어이가 없었지만, 어쨌든 덕분에 살 수 있었다.

흑흑이 위에 올라탄 이세연은 자신도 모르게 목덜미를 매만졌다.

“미안하다니까.”

“손을 안 잡고 목을 잡고 들어 올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주인님! 정령이 화난 거 같습니다!

기껏 잡은 상대를 놓치자 정령은 흑흑이를 타겟으로 돌린 모양이었다.

아래에서 차오르는 물살이 모양을 바꾸더니 흑흑이를 집중적으로 노리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찍힌 것 같아! 어그로를 다른 곳에 끌 방법이 없을까?”

“우리 둘이 일단 내린 다음에 흑흑이보고 알아서 피하라고 할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이세연은 거절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태워주고 있는 흑흑이한테 좀 많이 미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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