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401화 (1,400/1,826)

§ 나는 될놈이다 1401화

부아아아앙!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탄 로켓은 빠르게 속도를 올렸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유령마 전차꾼들을 따돌리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 뒤로 유령마 전차꾼들이 미친 듯이 따라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 무모했어.”

“그래도 덕분에 도망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었네.”

“초보자들은 원래 저렇게 앞뒤 안 가린다니까. 다짜고짜 도망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데.”

원래 자기 일이 아니면 누구나 평론가가 되기 마련.

도시 성벽 위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벌어진 경주를 내려다보며 매우 전문가스러운 대화를 나눴다.

“부스터 발동시켜!”

“부스터 발동! 부스터 발동!”

“함정 던져!”

“함정 던집니다!”

그러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플레이어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투지와 근성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도망친 이들도 아니었다.

하늘섬 경주에 꾸준히 참가해서 잔뼈가 굵은 이들!

거기에 다니엘이 만든 로켓 탈것과, 다니엘을 도와주러 온 미치광… 아니,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만들어 준 폭탄들도 갖고 있었다.

[<추가 부스터>가 작동됩니다!]

[무사히 성공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동작 감지 폭탄>이 작동됩니다!]

[무사히 성공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악!

뒤를 거세게 쫓아오던 전차들은 갑자기 터지는 폭발에 뒤집어지고 넘어졌다.

그 모습에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흐… 흥. 폭탄을 저기서 쓸 줄은 몰랐는데 대단하긴 하네.”

“그, 그래봤자 별거 아니야. 게다가 저런 폭탄은 오래 못 간다고.”

“맞아. 오히려 상대방 어그로만 끌어서 더 위험할걸.”

방금까지 초보자들의 헛짓거리라고 욕하던 사람들은 민망해서 어떻게든 깎아내리려고 애썼다.

-제법이구나!!

-요즘 모험가 놈들 중에서도 이렇게 기개 있는 놈이 있을 줄이야!

-어디 한번 더 해봐라!

“…….”

“…….”

그러나 유령마 전차꾼들은 딱히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며 그 뒤를 더욱 쫓기 시작했다.

경주가 의외로 팽팽하게 이어지자 사람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파워 워리어! 파워 워리어!”

“난 사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잘 할 줄 알고 있었어. 그래도 파워 워리어 소속이잖아. 명문은 명문인 이유가 있는 법이지.”

“명… 명문?”

“파워 워리어 정도면 명문 아닌가?”

“그 정도면 명문이지.”

이런 응원과 달리,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분위기는 매우 안 좋았다.

“아오 저 미친놈들은 왜 쫓아오는 거야! 우리 레벨 별로 높지도 않은데!”

“적당히 멈출 줄 알았는데…!”

도시에서 많이 벌었으니 빠르게 탈출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끈질기게 쫓아 올 줄은 몰랐다.

그들은 레벨도 별로 높지 않은 것이다.

“부스터 한 번 더 씁시다!”

“안 돼! 미친놈아! 설명 들었잖아!”

다니엘은 분명히 팔 때 경고를 했다.

-기계공학 탈것은 오래 타고, 스킬 많이 쓸수록 불안정해집니다. 이건 감안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파워 워리어 길드원인데 그걸 모르겠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기계공학 아이템이 얼마나 사람을 엿먹일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맨날 골짜기 가서 대장장이들 도와준 게 그들이었던 것이다.

-붉은 폭발초를 구해 와야 하는데 같이 가주실 분?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약초 캐는 솜씨가 참 훌륭하셨던 것 같은데요. 같이 가주시지 않겠어요? 보수는 두둑하게 지불할게요.

-실… 실은 제가 그 날에 제사가 있어서….

-그러면 다른 날에 가죠?

-그 날에는 장례식이 있어서….

-그러면 그 다른 날에….

-야. 왜 그렇게 거절하는 거야? 좋은 제안이잖아?

-미친놈아! 같이 안 가봤으면 헛소리하지 마. 목숨이 열 개여도 위험하다고!

겉으로는 상냥하고 따뜻하게 말하지만, 재료 수집이나 아이템 제작에 들어가면 뒤지든 말든 몰두하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 만큼 여기서 스킬을 더 쓰는 건 위험했다.

“폭탄을 깔까요?”

“폭탄도 솔직히 위험한데…!”

남들이 보면 꽤나 멋지게 막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도 목숨 걸고 폭탄 쓰고 있는 거였다.

언제 작동 실패가 뜰지 모르는 것이다.

[<동작 감지 폭탄>이 작동됩니다!]

[실패합니다!]

[역풍이 붑니다!]

“끄아아아악!”

“그러니까 내가 쓰지 말라고 했잖아!”

[유령마 전차꾼들이 당신들을 포위합니다!]

[포로 상태가 되었습니다!]

우르르-

순식간에 주변을 포위한 전차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굽신거리며 외쳤다.

“살, 살려만 주세요! 살려주시면 여러분들을 욕한 놈들을 바치겠습니다!”

“길드 동맹이라고 왕자님 대머리라고 욕하고 다니는 못된 놈들이 있어요! 시간만 주시면 잡아올게요!”

-훌륭하다!

“어… 고발이 훌륭하다는 겁니까?”

-아니. 너희들의 경주 솜씨가 훌륭하다는 거다. 비록 우리에게 붙잡혔지만 그 솜씨는 칭찬해 줄 만하구나.

“그… 그러면 봐주시는 겁니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살짝 기대했다.

‘적이지만 인정해 주는 그런 분위기인가?’

-그래. 봐주겠다!

“감사합니다!”

-너희를 데리고 가서 왕자님께 전차꾼으로 추천 드려야겠다.

“…네?”

-따라와라!

* * *

“…왕자의 전차꾼이 되었다는데요?”

“…????”

태현은 이다비의 말에 황당해했다.

“경주 솜씨가 뛰어나서 왕자가 감탄했대요….”

“그, 그렇군. 어찌 되었든 다행인 건가?”

어찌 되었든 간에 안 죽고 출세한 셈이었다.

-길마님 살려주세요 흑흑.

-왕자 무서워요 흑흑흑.

-앞으로 시키는 일 안 투덜대고 잘 할 테니 구해주세요 엉엉. 앞으로는 주운 아이템 주머니에 안 넣고 길드 창고에 넣을게요.

…같은 귓속말들이 이다비에게 날아오고 있었지만, 이다비는 무시했다.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 법.

“왕자의 유산을 갖고 싶긴 한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좀 고민이 되긴 하는군.”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긴 하죠.”

태현이 이제까지 전설 난이도 퀘스트를 깨면서 남들이 ‘이건 불가능해’ 했던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던 건, 태현이 상황을 짜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레벨 1000짜리 보스 몬스터가 있다면 불가능하다고 포기했지만 태현은 어떻게든 방법을 짜냈던 것이다.

아군 쪽에 레벨 800쯤 되는 NPC를 넣고, 상대한테 독을 먹이고, 폭탄을 설치하고, 상태 이상을 걸고 등등.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처럼 태현이 닥치는 대로 들이박는 사람이었다면 예전에 죽었을 것이다.

지금 도시 상황은 너무 왕자한테 유리한 상황이라, 태현이 뭘 노리기가 힘들었다.

“앗. 저기 이세연 씨 오는데요.”

이세연이 멀리서 손을 흔들면서 다가왔다. 이다비도 반갑게 맞이하려고 했….

“잠깐. 이 상황… 함정 아닌가?”

“이세연 씨 그런 사람 아니에요. 이세연 씨! 여기에요!”

“…….”

태현은 살짝 서운한 얼굴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나보다 이세연을 고른 건가 지금?

“지금 왕자가 깨어난 거 다들 들었지? 어떻게 할 거야?”

이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세연 쪽 길드원들이 간절하게 태현한테 말했다.

“김태현 선수. 안 됩니다!”

“제발 참아주십시오!”

“…뭘?”

태현이 황당해하자 길드원들이 서로를 쳐다본 다음 말했다.

“왕자 레이드하려고 하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저 바실리스크도 그러려고 데리고 오신 줄….”

“아니거든?”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누굴 뭘 레이드에 미친놈으로 알고 있어!

“쌩쌩한 상대한테 무작정 들이박을 정도로 무모하진 않아. 지금은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지.”

“휴….”

“정말 다행입니다.”

“길마님. 김태현 선수가 다행히 제정신이었던 모양입니다.”

길드원들의 말에 이세연은 한심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김태현이 그 정도로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하지만….”

“길마님이 김태현 관련해서는 자꾸 판단을 실수하시니까….”

듣고 있던 태현은 살짝 감동 받았다.

이세연이 그의 편을 들어주다니.

“내 편을 들어준 거야?”

“네 편을 들어준 게 아니라… 아니. 왜 이런 걸로 감동 받은 표정인데?”

이세연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기본적인 말에 감동을 받다니.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이 편을 들어줬었는데 이 자식은 그런 것도 모르고 있었나?

“하여튼 너도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잘 됐네. 기회 봐서 같이 나갈래?”

“나쁘지 않지.”

“대신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게 있어. 나나 너나 여기 와 있다는 사실이 꽤 알려져 있는 상황이잖아.”

이세연이나 태현을 포함한 랭커들이 하늘섬 경주 뛰고 있다는 건 꽤 유명한 사실이었다.

안 퍼질래야 안 퍼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

“이 때 조심해야 해. 다들 몰려와서 부탁할 수도 있거든.”

“아. 같이 왕자 공격하자고?”

“응.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니까.”

아무리 왕자가 강하고 상황이 유리해 보여도, 사람들은 그런 걸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여기에 김태현 있고 이세연 있으니까 이기겠지? 하면서 와서 ‘같이 잡아요!’ 하는 것이다.

악의적인 행동보다 이런 선의에서 나오는 행동이 더 무서웠다.

무슨 변수가 터질지 모르는 것이다.

“신기하네. 난 그런 적 별로 없었는데.”

“그야 넌… 가까이 오면 팼잖아….”

“판온 1 때나 그랬지 판온 2에서는….”

듣고 있던 이다비가 속삭였다.

“판온 2에서도 그러셨어요.”

“그건 암살자 때문에 그랬지. 암살자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하긴 그것도 그래요. 접근한 사람들 잘못이네요.”

이다비의 빠른 납득에 이세연은 황당한 눈빛을 보냈다.

‘이다비 씨가 김태현한테 오염되고 있는 것 같아…!’

이세연은 착하고 순수했던 이다비가 김태현한테 오염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다비는 원래 태현과 생각이 잘 맞는 편이었다.

안 그러면 이제까지 같이 다닐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내가 부활한 기념으로 사냥에 나서야겠다. 굶주린 혼돈 놈이 아직도 대륙과 하늘섬을 더럽히고 있겠지. 놈을 사냥하러 나가겠다!

-왕자 전하 만세! 만세! 만만세!

<왕자의 사냥-페르소텔턴 세력 퀘스트>

부활한 왕자, 페르소텔턴은 굶주린 혼돈을 꺾기 위해 인근에 있는 괴수를 사냥하려고 한다!

사냥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면 페르소텔턴이 당신에게 커다란 포상을 내리리라.

보상: ?, ???

“잘 됐네.”

“도시 안보다는 밖이 낫겠지.”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빠져나가려면 안보다 밖이 좋다는 건 상식이었다.

-이보게!

“누구야?”

“…못 들은 척해. 못 들은 척해!”

태현이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크라스비 장로는 이미 태현에게 다가와 붙잡고 있었으니까.

-왕자 전하를 도와드려야 하네! 다시 돌려보내야 해!

“…….”

이세연은 상황을 깨닫고 슬쩍 뒷걸음질 치려고 했지만, 태현은 재빠르게 이세연의 손을 붙잡았다.

“기회 봐서 같이 나가자며?”

“같이 잡자고 하지는 않았어!”

-여기 이 사악한 기운을 풀풀 풍기는 흑마법사는 누구지?

이세연은 기회다 싶어서 말했다.

“확실히 저 같은 사악한 흑마법사는 이 자리에 끼면 안 될 것 같군요.”

-뭐 그렇긴 한데, 경기에서 다른 쓰레기 같은 상대들을 두 명이나 탈락시키고 멋지게 우승한 모험가와 친하게 지내는 걸 보니 그리 나쁜 마법사는 아니란 생각이 드는군. 자네도 같이 듣게.

“…….”

이세연은 태현을 노려보았다. 태현은 못 본 척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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