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98화 (1,397/1,826)

§ 나는 될놈이다 1398화

‘과장이 심하네. 카르바노그.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나한테 그런 영향력은 없다고.’

태현은 슈라익 장로를 따라서 움직였다.

크라스비 장로는 엘프.

평소에는 여기 있는 모험가들이 알지 못하게 변장하고 다닌다고 했다.

-저기 저자가 크라스비 장로일세. 매우 빠른 놈이니 조심해야 해.

“그렇군. 낭티오네. 가라.”

-키이잇.

원래는 에랑스 왕국의 왕족이었지만 낭티오네는 꽤나 빠르게 적응을 한 상태였다.

망설이지 않고 돌진해서 그대로 습격!

꽉!

바실리스크의 거대한 몸뚱아리로 묶어서 조여 버리자 크라스비 장로는 당황해서 움직이지 못했다.

-뭐냐?! 대체 뭐냐!?

-오랜만일세. 크라스비 장로.

-슈라익! 뭐 하는 거냐 이게!

크라스비 장로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그리고 태현을 향해 외쳤다.

-너는 저번 경기에서 다른 쓰레기 같은 상대들을 두 명이나 탈락시키고 멋지게 우승한 모험가 아닌가? 이게 뭐 하는 짓이냐!

“…….”

“…….”

태현과 이다비는 할 말을 잃었다.

여기 NPC들 진짜 경주 다 챙겨보는구나!

“크라스비 장로님. 저는 장로님과 한번 겨뤄보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래?

붙잡혀서 버둥거리던 엘프 장로는 갑자기 진정했다.

여기 도시 NPC들은 경주라고 하면 일단 이야기는 듣고 보는 것이다.

가족의 원수여도 ‘잠깐! 경주로 승부를 내자!’이러면 일단 멈춰서 들을 정도로 경주에 중독된 이들!

“제가 이긴다면 저택 지하로 들어가게 해주십시오.”

-안 된다! 거기는 영주의 자격을 얻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단 말이다.

슈라익 장로는 비웃으며 말했다.

-설마 겁먹은 것이냐?

-…누가 겁을 먹었다고! 어디 한번 붙어보자!!

크라스비 장로는 바로 발끈했다.

이 도시의 장로로서 경주에서 겁을 먹었다는 건 어떤 모욕보다 심한 모욕이었다.

게다가 크라스비 장로는 자신의 스피드에 자신이 있었다.

슈라익 장로는 온갖 비겁한 수법과 견제를 통해 승리를 추구한다면, 크라스비 장로는 남들과 싸우는 대신 자기 혼자 속도를 올려서 승리를 추구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만큼 빠르기에는 자신이 있는 것이다.

-내 페가수스를 갖고 와라! 진정한 속도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거기 있는 모험가! 아직 자네가 멀었다는 걸 알려주겠다!

“알겠습니다. 이대로 시작하죠.”

-…어?

크라스비 장로는 당황했다.

이대로 시작하자니?

지금 바실리스크한테 묶여 있는데??

슈라익 장로가 거들듯이 말했다.

-경주 전에 컨디션을 좋게 준비하는 것도 마땅히 자기 능력 아닌가?

-뭔 개소리를 하는 건가! 이건 풀어줘야지!

-자기 힘으로 풀어서 나와야지. 그것도 못 하는 건 아니겠지?

“낭티오네. 절대 풀어주지 마.”

-키잇.

-슈라익 장로 이놈! 젊고 미래가 창창한 모험가를 이렇게 타락시키면 어떡하란 말이냐! 당장 제대로 돌려놓지 못할까!

크라스비 장로는 분노해서 슈라익 장로를 탓했다.

자신이 이상한 방향의 경주를 하는 건 좋았지만 젊은 모험가한테 그런 걸 알려주다니!

그건 용서할 수 없었다.

물론 슈라익 장로가 가르쳐 주기 전에도 태현은 이미 그랬지만….

* * *

[경주에서 승리했습니다!]

[…….]

[…….]

크라스비 장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투덜거렸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따라오게. 원래라면 영주가 되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이번만은 예외로 해줄 테니.

“감사합니다!”

-슈라익 장로와 가까이 지내지 말게. 아주 안 좋은 물이 들 테니까. 보아하니 자네의 경주 스타일은 슈라익 장로 때문에 그렇게 변한 거로군?

“예. 아무래도 그런 점이 좀 없잖아 있습니다.”

“????”

파렐은 당황해서 태현을 쳐다봤다.

그 거미 장로 만나기 전에도 그렇게 달렸잖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크라스비 장로님의 경주 방법이 좀 더 정석적이고 올바른 방법 같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네. 내 경주 방식은 정통파 엘프 방식이라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아까 묶여 있어서 한 번도 못 봤는데…?’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대단한 경주 실력은 한 번도 못 보지 않았던가.

[저택에 들어섭니다!]

[복도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장로가 허락을 내리자 그렇게 무시무시했던 복도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이 저택은 도시의 다른 건물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이 있는데, 어떻게 얻으신 저택입니까?”

[친밀도가 오릅니다.]

[도시 내 평판이….]

저택을 칭찬해 주자 크라스비 장로는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보는 눈이 있군. 이 저택은 고대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던 저택이지. 우리 가문 대대로 이어져 오던 저택이니 다른 건물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해.

[<고대 제국 엘프 대저택>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현재 건축 스킬이 낮아 제작법을 얻지 못합니다.]

[…….]

<교단의 성화 수집-대륙 교단 퀘스트>

교단들은 언제나 조각상이나 그림 같은 예술품들로 자신들의 권위를 올리고 사람들에게 신의 힘을 알려주려고 한다.

고대 제국 시절 그려진 성스러운 그림들은 어느 교단이나 회수하길 원하는 아이템.

저택에 걸려 있는 성화들을 챙겨 교단에게 돌려준다면, 각 교단에서 매우 기뻐할 것이다.

보상 : ?, ???, ????

“파렐.”

“예?”

“보아하니 민첩 스탯이 좀 높은 거 같던데.”

“아, 감사합니다.”

파렐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같이 퀘스트를 깨면서 태현이 그의 실력을 꽤나 눈여겨봐준 것 같았다.

저렇게 스탯까지 파악할 줄이야.

“자랑은 아닙니다만 제가 초보자 시절 때부터 민첩 스탯에 꽤나 투자를 해오고 집중적으로 육성을 한 덕분에, 어디 가서 민첩 스탯으로 밀리지 않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훔치기도 잘하겠군.”

“그렇습니다. …예?”

무심코 동의하던 파렐은 멈칫했다.

방금 뭐라고 한 거지?

“민첩 스탯이 높으면 도둑질도 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어… 예… 뭐… 그렇긴 한데요…?”

파렐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민첩 스탯이 높으면 도둑질을 할 때 보너스를 받는 게 맞긴 했다.

그런데 왜 물어보시는 거지?

“네가 훔쳐야겠다.”

“…아, 아니. 저 도적 직업 아닙니다! 오해하시는 겁니다!”

민첩 높고 빠르게 움직이는 딜러 직업이라고 다 도적은 아니었다.

파렐은 검사 계열 직업이었지 도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원래 자기 직업에 맞는 것만 할 수는 없는 거야. 파렐.”

“맞아요. 가끔은 자기 직업과 다른 스킬도 할 수 있어야 더 성장할 수 있어요.”

‘이 인간들 왜 이렇게 진지하게 개소리를 하는 거야…?’

도적한테 도적질시키는 거면 이해나 가지, 도적질 해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시킨다니….

이거 괴롭히는 건가?

“파렐. 너밖에 없다. 지금 나하고 이다비는 장로 상대해 줘야 한단 말이야.”

장로에게 말을 걸면서 끊임없이 시선을 잡아둬야 하니, 그림을 훔칠 수 있는 사람은 파렐밖에 없었다.

“훔치는 거다.”

“하지만 들키면 악명 스탯이 엄청나게 올라갈 텐데….”

“안 들키면 되지.”

‘아오.’

파렐은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하라면 해야지…!

* * *

“잘하는데? 그런 재주가 있을 줄은 몰랐어.”

“처음 하시는 것치고는 되게 잘하신 거죠.”

“…….”

김태현한테 칭찬받고 싶기는 했지만 이렇게 받을 줄은 몰랐었기에, 파렐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도둑질로 칭찬받고 싶지는 않았는데….

[<스파다 시 지하 고대 제국 유적>에 입장하셨습니다!]

[명성이….]

[…….]

[…….]

[…….]

“…경기장이었나?”

태현은 살짝 놀랐다.

물론 고대 제국 시절 유적은 다 제각각의 모양새를 갖고 있었다.

어떤 곳은 전투에 대비한 삼엄한 성이었고, 어떤 곳은 신전들이 즐비한 신전도시였고, 어떤 곳은 예술품 많은 예술도시였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거대한 경주장처럼 만들어진 유적은 본 적이 없었다.

고대 제국 시절에도 경주를 벌이던 곳이었나?

‘하긴 그래서 여기 도시 NPC들이 다들 그렇게 맛이 가 있었나.’

[고대 제국 시절 전차 경주장을 발견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영지에도 건물 건설이 가능합니다.]

[…….]

[카르바노그가 이 경주장 짓자고 말합니다!]

‘미쳤니?’

태현은 정색했다.

다른 건물은 몰라도 이런 경주장을 영지에 짓는 건 어마어마한 돈 낭비였던 것이다.

[하지만 고대 제국 시절의 건물을 짓는 건 위엄과 명성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많고 많은 놈들 중에서 굳이 경주장을 짓지는 말자. 다른 유익한 게 많을 테니까.’

고대 제국 악마 사육장이나 고대 제국 악마 훈련소 같은 유익한 건물들을 짓고 싶지, 굳이 저런 경주장을 짓고 싶지는 않았다.

쿠르르릉-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앞에서 전차가 튀어나왔다.

유령마가 탄 전차를 몰고 오는 언데드 기수!

[<유령마 전차꾼>들이 나타납니다!]

-살아 있는 놈이 나타나다니. 그 솜씨를 한번 보겠다!

“낭티오네. 전투 준비해!”

태현은 낭티오네에게 신호를 보냈다. 다른 드래곤들은 알아서 싸울 준비를 하기 때문에 낭티오네만 신경 쓰면 됐다.

“이다비. 낭티오네 우선적으로 힐 부탁해.”

“네. 케어하고 있어요.”

그러나 그런 태현의 걱정은 별 의미가 없었다.

-키이이이잇!

낭티오네는 살벌하게 소리를 내며 덤벼들었다.

쩌저적!

강력한 바실리스크의 독이 퍼져 나가자 전차를 몰고 오던 언데드 기수들은 그대로 녹아내렸다.

[<바실리스크의 마안>을 사용합니다!]

[주변에 석화….]

-…….

-…….

두 드래곤은 낭티오네의 살벌한 공격력에 할 말을 잃었다.

경주에서 보여준 모습은 매우 자제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되게 잘 싸우는데?”

“기본적으로 바실리스크잖아요.”

“왕족 출신이라서 싸울 때 좀 밀릴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싸우게 해도 되겠다.”

-키이잇.

낭티오네는 태현이 뒤에서 그런 흉흉한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적들을 짓뭉갰다.

-후퇴해라! 후퇴해라!

-침입자 놈들. 두고 보자. 두목이 와서 느려터진 네놈들을 단죄할 테니까!

“……?”

후퇴하면서 외치는 적들의 말을 듣고 태현은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여기 지하 유적에서도 경주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 * *

보스턴 타이거즈의 전 수석코치, 에임스는 태현을 보며 말했다.

“이제 꽤나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많이 참가했던 선수들의 숫자가 꽤나 줄어든 것이다.

덕분에 이제 남은 선수들의 실력은 다 한가락 하는 수준.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김태현 선수는 요즘 뭐 하고 계십니까? 하늘섬에 갔다는 말 들었는데.”

“스파다 시에서 경주 퀘스트 깨고 있습니다.”

“아! 그 레이스. 저도 들어봐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인기가 좋다고 들었는데.”

매킨리가 끼어들자 에임스는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안 그래도 평소부터 라이벌이었는데, 이렇게 김태현과 대화하고 있는 상황에 끼어드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다.

“다들 알고 계셨습니까?”

태현은 신기해했다.

생각보다 이 하늘섬 경주가 인기가 많았던 것이다.

물론 이 둘 다 판온이 굴러가는 것에 빠삭한 양반들이긴 하지만….

“이번에 팀 KL이 대회 열려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대회를??”

에임스는 깜짝 놀랐다. 그건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거창한 대회는 아니고, 이벤트성 강한 대회입니다. 팀원들이 하고 싶어 해서.”

“혹시 저희 쪽 선수들도 참가해도 됩니까?”

매킨리의 말에 태현과 에임스 둘이 동시에 반응을 보였다.

“아니, 왜…?”

“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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