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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95화 (1,394/1,826)

§ 나는 될놈이다 1395화

갑자기 그렇게 들으니 파렐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퀘스트 먼저 하려는 양심 없는 놈들이 있지는 않겠지?

오랫동안 묵혀 온 건데….

“네가 안 깬 건데 먼저 할 수도 있지 않나?”

“절대 안 됩니다! 그런 상도덕 없는 짓을 감히!”

‘음. 랭커다운 놈이군.’

태현은 상대의 성격이 꽤나 랭커답다고 생각했다.

랭커답다=지밖에 모른다!

“그나저나 여기… 이런 구조면 뭔가 특별한 게 있어야 할 거 같은데.”

특별한 스킬이나 아이템이 없으면 입구 자체를 통과 못 하게 만들어 놓은 게 분명했다.

“들어가서 폭탄으로 날려 버리면 어떻습니까?”

“집을 부숴버리면 어떤 놈이든 간에 튀어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집주인의 심리란 건 그렇지 않습니까.”

“…너희들은 이거랑 똑같은 거 만들면서 놀고 있어라.”

태현은 가방에서 폭탄 하나를 꺼낸 다음 던져줬다.

그러자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폭탄을 둘러싸고 머리를 맞댄 다음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떠들기 시작했다.

매우 집중한 탓에 주변 말은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다.

“…….”

그 모습에 파렐은 경악했다.

뭐하는 놈들이야 저거?

“이제 좀 조용해졌군. 그래서 그동안 아이템이나 스킬 같은 걸 찾아봤나?”

“못 찾았습니다?”

“…그쪽은 정말 대단한 플레이어군.”

태현의 칭찬을 받자 파렐은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이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칭찬이 아닌 거 같은데….’

지금 태현의 눈빛이 마치 케인을 보는 눈빛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흠… 그래. 도시에서 명성 쌓은 게 좀 있으니 돌면서 물어보자.”

“그건 해봤습니다만 별다른 대답이 안 나왔는데요. 여기 NPC들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도 다시 확인해 봐야지. 케인… 아니, 네가 하는 일에 실수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김태현 선수. 농담도 심하십니다. 저도 랭커인데 그런 실수를 할 리 없지 않습니까.”

“하하. 그 말을 들으니 매우 믿음이 가는군.”

‘눈빛이 더 차가워지셨어…!’

이다비는 태현의 눈빛이 매우 차가워지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저쯤이면 거의 케인 이하일 거 같은데?

* * *

“길 좀 묻겠습니다.”

“김태현 선수. 저 NPC는 안 좋습니다. 진짜 성격 더러워요.”

파렐은 머뭇거렸다.

저 앞에 있는, 스파다 시 마구간지기는 성격 더러운 NPC로 유명했다.

새로 들어온 플레이어들이 탈것을 사거나 빌리려고 오면 호통을 치며 쫓아내는 것이다.

-어디 그따위 경주 실력으로 여기 얼굴을 내미는 건가! 썩 꺼지게!!

-자네가 이렇게 오다니 기쁘군. 왜냐하면 자네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말해줄 사람이 한 명은 필요하니까! 그게 바로 나일세!!

-저기 저 하늘이 보이나? 저 구름을 따라 달려가서 뛰어내리게! 자네의 경주 실력은 그 정도로 형편이 없으니까!!!

“뭐 그렇긴 한데 그건 작업을 안 해놨을 때 이야기고.”

[현재 도시 내 평판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도시 내 친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현재 우승자 버프를…]

[……]

[……]

-아니! 자네는 저번 경기에서 우승한 그 대단한 모험가 아닌가! 다른 쓰레기 같은 상대들을 두 명이나 탈락시키고 멋지게 우승한 그 솜씨는 정말 전설적이었다네!!

“…….”

파렐은 울컥했다.

아니 이 늙은이가?

“별거 아니었습니다.”

-별거 아니라니!! 겸손하기까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정한 경주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멋이 뿜어져 나오는군 그래!

“그래서 잘 지내십니까?”

-잘 지내냐고 물어주다니! 어떻게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나! 하긴 경주 실력이 좋은 사람이 인성도 좋은 건 당연한 일이지!

태현이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펄쩍펄쩍 뛰면서 박수를 치는 마구간지기의 모습.

파렐은 점점 입이 벌어졌다.

저거 사실 아키서스 교단 신도 아냐?

“그런데….”

-그런데라니! 어떻게 이렇게… 아. 이건 별거 아니군.

“예. 감탄할 상황은 아니고. 여기 도시의 장로님에 대해 잘 아십니까?”

-장로님들?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지만, 가끔 한 번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으시지. 정말 강한 분들이야.

“오… 마법사? 검사?”

-아니. 경주 이야기일세.

“…….”

태현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건 빠른 거지 강한 게 아니잖아!

“그렇군요. 제가 장로님을 뵙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물론 자네는 요즘 한창 빠른 모험가긴 하지만, 아직 좀 부족하긴 하네. 장로님을 뵙고 싶다면 이 도시의 영주가 되어야지.

‘역시 그랬나?’

태현은 아쉬워했다.

이 도시의 영주가 되는 건 생각보다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NPC도 경주에 참가하는 것이다.

NPC들은 자기들끼리 경주해서 우승 순위를 쌓아 올렸다.

플레이어들보다 우승 순위 높게 쌓는 건 비교적 쉽지만, NPC보다 높게 쌓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인 것이다.

‘지금 페이스로 쌓고 있어도 NPC들 중에 나보다 높은 놈들이 몇몇 있을 것 같은데….’

[카르바노그가 NPC들을 전부 가둬버리면 어떠냐고 묻습니다.]

‘순간 솔깃한 스스로한테 자괴감이 드는데.’

카르바노그의 제안에 솔깃했지만 그건 실질적으로 무리였다.

‘그보다 NPC 놈들, 자기들끼리 경주하는 거 너무 치사한 거 아니야?’

NPC들끼리 경주를 하니 견제를 하기도 힘들고 어떻게 달리는지 알기도 힘들었다.

어떤 실력자든 간에 미리 정보를 알아 놓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겠지.’

태현은 화술 스킬에 시동을 걸었다.

NPC가 거절했다고 그냥 물러난다면 화술 스킬을 최고급 찍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말 아쉽습니다. 사실… 모험가인 제가 경주에 참가한 건 여기 도시의 장로님 때문이거든요.”

-그래?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그래! 장로님들은 정말 대단하시니까 말이야. 어떤 장로님을 만났나?

“예전이라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저한테 어떻게 경주를 해야 할지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다비가 옆에서 감탄했다.

정말 1초도 걸리지 않고 바로 튀어나오는 거짓말.

저건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파워 워리어에서 거짓말 좀 한다 하는 사람들도 태현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자네의 그… 기계공학 스킬로 몬스터를 개조해서 길을 막은 다음 주변 경주자들을 탈락시키는 경주 스타일이 장로님이 가르쳐주신 거라고??

“…….”

[…….]

‘아차…!’

태현은 후회했다.

상대를 너무 얕본 것이다.

생각해 보니 여기 NPC들은 모험가들이 무슨 경주를 했는지 다 꿰고 있는 광인들이었으니, 태현의 경주 스타일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으리라.

‘변명을 해야겠군.’

-그렇다면 어떤 장로님이 가르쳐주신지 알 것 같군.

“…???”

태현이 변명하기도 전에 마구간지기는 알아서 납득해 버렸다.

-그 특유의 전투적인 경주 스타일과 길을 막는 방법… 그런 분은 한 분밖에 없지.

“…바로 그렇습니다!”

파렐은 경악했다.

대체 김태현은 어떻게 저런 정보를 미리 입수했단 말인가?

사정을 아는 이다비야 ‘와 태현 님 진짜 날로 드시네요’ 하고 있었지만, 파렐 입장에서는 태현이 다 계산하고 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플레이가 아니다 저건!

-그래. 그런 이유라면… 뵙고 싶을 수밖에 없겠군. 그리고 장로님도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하겠지. 예전에 만난 모험가가 이렇게 빨라지다니.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설득에…]

[……]

[지도가 추가되었습니다!]

[슈라익 장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 * *

슈라익 장로.

마구간지기의 정보 덕분에 만날 수 있게 된 장로의 이름이었다.

“여기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다는데, 그 저택의 주인인지는 모르겠군.”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붙잡아서 협박할 수 있나 한 번 보고. 안 되면 다른 방법 쓸 생각인데.”

꾸준히 우승 횟수 쌓아서 영주 되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다른 길이 있다면 그 길도 한 번 파악은 해둬야 했다.

지름길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는 것도 방법 아니겠는가.

“농담도 잘하십니다. 하하하!”

“…?”

“??”

태현과 이다비는 파렐을 빤히 쳐다보았다. 파렐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농, 농담 아니었습니까?”

“진담인데?”

“붙잡을 수 있죠?”

“어… 그… 악명 오르는 게 신경 안 쓰이십니까?”

파렐은 상당히 악명을 관리하는 타입의 플레이어였다.

악명 페널티가 있는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악명이야 그보다 더 높게 명성을 찍으면 되잖아.”

“이론상이야 그렇지만 악명보다 명성을 높게 찍는 건 힘들잖습니까?”

“그러면 난이도 있는 퀘스트를 많이 깨면 되잖아?”

“…….”

파렐은 순간 태현이 자신을 놀리나 싶었다.

이게 무슨 국영수 중심으로 철저히 예습복습해서 전교 1등하자는 소리도 아니고?

그러나 태현과 이다비는 매우 진지했다.

‘이… 이 사람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파렐은 소름이 돋았다.

저 정도 위치에 오르려면 저런 광기가 필요한 건가??

기다리는 동안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여기 정말 장로가 지나가는 곳이 맞나?’

여기는 도시 밖이었다.

스파다 시 근처의 절벽길.

워낙 길이 험하고 주변에 장애물이 많은 데다가 실수 한 번 하면 저 밑으로 떨어지는 곳이라, 굳이 사람들이 여기로 찾아오지 않았다.

쓸 만한 몬스터도 재료도 없는데 굳이 이런 곳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콰드득!

땅에서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구멍이 열리고 거대한 거미가 튀어나왔다.

바실리스크와 맞먹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커다란 거미였다.

“!”

[<고대의 거미 전투갑옷>을 발견합니다!]

[현재 기계공학 스킬이 낮아 제작법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거장이 만든 기계공학 장비를 목격했습니다. 기계공학 장비 제작 스킬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

‘기계공학 장비다!’

기계공학 스킬로 만든 장비는 매우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다른 스킬로 만들지 굳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스킬로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끔가다가 발견할 수 있는 건 망가졌거나 고블린들이 만든 위험하고 조잡한 수준의 장비들 정도.

그런데 여기서 태현이 제작법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아이템을 보게 되다니!

“장로가 타고 있는 게 분명해. 움직이기 전에 말을 걸자! 슈라익 장로님!”

[슈라익 장로가 모험가의 모습에 당황합니다!]

-너는… 저번 경기에서 다른 쓰레기 같은 상대들을 두 명이나 탈락시키고 멋지게 우승한 모험가 아닌가?

‘아니 이 도시 NPC들 무슨 따로 게시판 갖고 있나?’

마구간지기가 했던 소리를 슈라익 장로가 똑같이 하자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슈라익 장로는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 없는 목소리가 기계처럼 느껴졌다.

-모험가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영주가 되기 전에는 찾아올 수 없다.

“잠시만 말씀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거절하겠다. 나를 쫓아오지 마라!

슈라익 장로는 그렇게 말하고 출발했다. 거미의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더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빠르다!’

<장로를 이겨라-스파다 시 장로 퀘스트>

슈라익 장로는 규칙을 깨고 찾아온 당신의 모습에 매우 당황한 상태다.

당황한 슈라익 장로를 경주에서 이겨라!

경주에서 패배한다면 슈라익 장로는 도시의 법칙에 따라 당신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상: ?, ???

‘여기 도시는 경주에 너무 심하게 과몰입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

[카르바노그가 골짜기도 비슷하지 않냐고 의아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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