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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94화 (1,393/1,826)

§ 나는 될놈이다 1394화

우승할 때마다 나오는 보상들.

태현은 그 보상들을 아낌없이 낭티오네에게 쏟아부었다.

날개 추가하고 부스터 추가하고 방패 추가하고 스킬 방어막 추가하고….

‘내가 강화하긴 했지만 정말 잘 된 거 같군.’

그 결과 안 그래도 강력했던 메카 바실리스크가 더욱더 강력해진 느낌이었다.

든든 그 자체.

이 정도면 길막만이 아니라 진짜 경주에 뛰어들어도 될 거 같았다.

‘확실히 이제 좀 승산이 있어 보이는데’

속도도 꽤 빨라졌고 몸싸움이야 원래 잘 했고….

“낭티오네. 빠르게 한 번 달려보자. 무섭다고? 괜찮아. 걱정하지 마. 부스터 안 켤 테니까 마음 놓고 달리면 돼. 진짜 안 켤 거냐고? 아니. 날 못 믿어? 안 켠다니까? 그럼 왜 달았냐고? 조용히 하고 빨리 앞으로 움직여.”

-…….

-…….

두 드래곤은 안쓰럽다는 듯이 낭티오네를 쳐다보았다.

어쩌다가 저런 놈을 만나서….

* * *

“김태현 선수는 되게 신기한 방법으로 우승을 하고 있다는데요.”

“걔네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일에 집중해.”

“네. 언니. 다들 들었지? 집중해! 김태현 선수처럼 이상한 사람한테 신경 쓰지 말고!”

김현아는 이세연의 말에 길드원들을 다그쳤다.

“에이, 이상한 사람은 아니죠….”

“바실리스크랑 결혼하는 게 이상한 사람 아니면 뭔데!”

“그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나?”

“나도 보상 있으면 할 거 같은데.”

“김현아 님도 보상 있는데 안 할 겁니까?”

“…아니.”

김현아도 솔직히 부정하기 힘들었다.

스킬 주면 바실리스크랑 결혼해야지!

지금 이세연과 길드원들도 하늘섬 경주에 도전하고 있었다.

물론 태현처럼 특이한 방법으로 우승을 노리는 건 아니었다. 꽤나 정석적인 방법이었다.

“<불타는 지옥의 해골마>가 확실히 가장 좋은 거 같은데.”

“맞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거 같군요.”

“탈것도 확정된 거 같으니 길마님 들어가실 때 저희들도 최대한 맞춰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원 선발이 랜덤이다 보니 짜고 칠 수는 없었지만, 동시에 들어가다 보면 한둘 정도는 같은 경기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겼다.

그러면 이제 든든한 지원 사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혹시라도 김태현 만나면 괜히 무리하지 말고 그냥 항복해. 먹혀서 좋을 거 없으니까.”

“에이.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설마 김태현 선수를 만나겠습니까?”

자신만만하게 들어간 길드원은 5분 후 길드 전용 채팅으로 외쳤다.

-김태현 만났습니다!

-뭐!? 진짜!?

-진짜 길막하고 있어?

-진정해! 만약 김태현 만났을 경우 어떻게 할지 준비했었잖아.

이세연 길드원들도 다 랭커들인 만큼, 이런저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김태현을 만났을 경우에도 들어갔다.

-작고 가벼운 탈것일수록 유리해. 이동 스킬 괜찮은 게 나오면 충분히 뚫을 수 있어. 김태현도 무적은 아니야! 길막이 계속 성공하진 않았잖아.

-알겠습니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동스킬도 좋게 뽑혔고… 아니, 김태현이 길막 안 하고 달리는데!? 이건 예상과 다르잖아!!

-지금 길마님 길드원이라고 김태현이 쫓는 거 아니죠?

-나 지금 김태현하고 사이 안 나쁘거든?

-저번에 요리대결에서 김태현 이기셨잖아요.

-그건 방송이었고…!

* * *

신진 랭커, 파렐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회인가?’

하늘섬에 처음 와서 던전을 깨고 각종 도시를 돌 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었다.

분명 사람들은 많았지만 관심은 좀 더 유명한 랭커들이나 길드들에 쏠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스파다 시에는 확실히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몇몇 방송사들부터 시작해서 파렐도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랭커들도 종종 지나가다 볼 수 있을 정도로.

게다가 놀랍게도 그 김태현까지 있지 않은가!

이건 흐름을 탄 게 분명했다.

‘이번 기회에 뭔가 보여주고 말겠다.’

주변에서는 신진 랭커들을 새로 팍팍 치고 올라오는 랭커들이라고 치켜세워주지만, 사실 신진 랭커들도 고충이 심했다.

일단 기존에 자리 잡은 랭커들 중 유명한 사람들은 따라가기 힘들었다.

김태현이나 이세연 정도 되면 판온 리그부터 시작해서 대회까지 참가하는, 전 세계에서 통하는 유명세였고….

그 밑만 되어도 꽤 잘나가는 편이었다.

대회는 나가지 않더라도 꾸준히 오랫동안 랭커의 자리를 지켜서 유명세가 있는 플레이어들.

보통 그 나라 플레이어들이라면 ‘아 그 사람?’ 하고 아는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새로 따라 붙은 신진 랭커들은 이런 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자기들끼리도 유명세 경쟁을 해야 했으니 정말 치열한 싸움이었다.

대형 길드에 들어가면 결국 길마나 몇몇 핵심 간부들 들러리나 마찬가지고….

‘이번 기회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

“김태현 선수!”

“누구?”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파렐을 쳐다보았다.

꽤나 레벨이 높아 보이는 플레이어가 말을 걸어오니 의아했던 것이다.

“길막했다고 시비 걸 거면 상대를 잘못 골랐다.”

-맞아, 이 패배자 자식아! 느린 널 탓해!

“경기 밖에서 말하지 말고 경기장 안에서 스피드로 말하란 말이다!”

“우우우우!”

“…….”

파렐은 당황했다.

태현한테 말 한 마디 걸었는데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과 NPC들이 입을 모아 야유를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이 도시 진짜 적응 안 되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퀘스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파렐의 계획은 간단했다.

‘예전에 얻은 퀘스트. 난이도 있어서 엄두도 못 냈지만… 오늘 깨고 만다!’

판온의 퀘스트들은 난이도가 다양했고, 그중에는 깨라고 만든 게 아닌 난이도들도 있었다.

그런 퀘스트들은 보통 지금 말고 나중에 깨란 뜻이었고 플레이어들도 잘 알아듣는 편이었다.

태현 같은 사람을 빼면.

‘김태현이라면 분명 솔깃해할 거다!’

물론 퀘스트는 혼자 먹는 게 가장 좋긴 했다.

그러지 않는 이유는 결국 난이도 때문.

아예 못 깨는 퀘스트보다는 나눠 먹는 게 차라리 나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눠 먹는 상대가 누군지도 매우 중요했다.

김태현하고 같이 퀘스트를 한다면?

‘솔직히 보상 다 나눠줘도 내가 이득이지!’

-김태현하고 같이 퀘스트 깬 파렐이란 랭커 누구임? 처음 듣는데.

-김태현하고 같이 다니는 거 보니까 되게 실력 있는 플레이어인 듯.

-김태현하고 같이 다닌다고 실력자냐? 애들 다들 너무 과대평가 해준다니까.

-그럼 김태현이 실력 없는 놈하고 같이 다니겠음?

-김태현이 사람이 착해서 실력 없는 놈들도 데리고 다닌다니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하고 같이 다니잖아.

-그건 이야기가 다르지.

-그리고 김태현이 착하다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 이야기야?

…이런 식으로 어마어마한 화제를 몰고 올 수 있는 것이다.

“아주 희귀하고 좋은 퀘스트입니다!”

파렐은 진심을 다해 말했다.

김태현은 이런 식의 접근을 한두 번 받아본 게 아닐 터.

강하게 말하지 않으면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저놈 수상합니다!”

“눈빛이 골짜기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 눈빛하고 비슷하지 않습니까?”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수군거리며 태현에게 말했다.

‘니들이 할 소리는 아니야….’

하지만 태현도 대장장이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남이 들고 온 퀘스트는 얼핏 보면 날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아 보이긴 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판온 1에서도 저런 식으로 함정을 파는 놈들이 여럿이었다.

초대한 사람을 미끼로 쓰거나, 아니면 자기만 이익을 얻으려고 비밀리에 배신을 하거나….

이런 퀘스트 공유도 상대가 좀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의심하고 있잖아?!’

파렐은 태현이 말이 없어지자 초조해졌다.

의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수상한 사람의 단골대사인데 저건.”

“저도 랭커입니다!”

“랭커들이 원래 사기를 잘 치지.”

“그, 신진 랭커로 요즘 파렐이라고 뜨는데 혹시 이름 모르시는지….”

파렐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솔직히 좀 이렇게 자기 자랑하는 게 창피했던 것이다.

그것도 김태현 앞에서!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왠지 모른다고 말하기 미안해진 것이다.

“아는 사람?”

“파렐? 파렐? 파랄은 아는데. 누굽니까?”

“그냥 안다고 해주시죠.”

“…….”

다 들린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 때문에 상처를 받은 파렐은 촉촉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모, 모르실 수 있습니다….”

“내가 괜히 미안하게 됐군. 그런데 난 퀘스트는 내가 직접 얻은 걸 믿는 편이라서, 남이 갖고 온 퀘스트는 좀….”

“아키서스 관련 퀘스트입니다!”

“?!”

* * *

<지나치게 빠른 장로님-스파다 시 퀘스트>

도시의 모든 NPC들이 속도에 집착하는 스파다 시.

그 도시의 장로들은 아무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사람이다.

당신은 장로 중 한 사람의 정보를 우연히 얻었다. 이 정보를 따라 저택으로 들어가 장로를 만나라.

보상: ?, ???, ?????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다비도 의아해했다.

“별로 어려워 보이는 퀘스트가 아닌데요?”

“아키서스 이름 나온 걸 보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자고.”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말하는 걸 보니 이미 이 저택에 들어갔다 나왔나 보군.”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안 그러면 어떤 퀘스트인지 알 수가 없잖아….”

뭘 당연한 것에 놀라는 거지?

“저택이 어땠길래? 아키서스 관련 퀘스트라는 것도 거기서 나왔나?”

파렐은 조심스럽게 영상을 켰다. 한 번 들어가고 나서 다시는 안 들어갔던 도시의 저택이었다.

[<정체불명 장로의 지하저택>에 입장합니다.]

[이동속도가 느려집니다.]

[……]

평범한 저택이라고 생각했지만 들어가자마자 입구 복도가 미친 듯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파렐은 열심히 달렸지만 길어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어리석군. 이렇게 느려터진 놈이 이 저택에 들어오다니. 더 빨라지기 전까지는 감히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도록!

“아, 안 돼!”

어떻게든 버티려던 파렐은 허무하게 튕겨나갔다.

영상을 확인한 태현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여기 어디에 아키서스가 있지?”

“그, 여기 보시면 아키서스 교단 문양도 있습니다.”

“!”

태현은 그제야 벽에 붙은 그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 교단들이잖아?’

파이토스 교단이나 데메르 교단뿐만 아니라 여러 교단들의 사제나 성기사들에 관한 낡은 그림이 벽에 붙어 있었다.

‘고대 제국 시절 그려진 그림이다!’

하늘섬은 고대 제국 시절 유물이 많이 나오는 동네.

장로쯤 되면 그때부터 내려오는 예술품 좀 갖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확실히 저건 갖고 싶은데.’

“이런 뻔뻔한 자식 같으니!”

“지금 저 그림 하나 갖고 아키서스 교단 퀘스트라고 태현 님을 속여!?”

듣고 있던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분노했다.

“폭탄 목걸이 형에 처해야 합니다!”

“폭탄 목걸이 형으로는 부족합니다. 폭탄 수갑에 폭탄 족쇄를 채웁시다!”

“골짜기의 악마 형벌은 어떻습니까!”

파렐은 순수하게 공포를 느꼈다.

레벨로 따지면 싸움도 안 될 상대들인데, 그 광기 찬 목소리에는 무시무시한 박력이 있었던 것이다.

“다들 진정해라. 퀘스트가 나쁜 퀘스트는 아니니까.”

“…!”

파렐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이 퀘스트는 어디서 구했나?”

“대륙에서 도서관 폐허 찾다가 문서 얻어서 발견했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이런 퀘스트라면 무조건 경쟁이 있을 것 같은데.”

“예? 제가 알기로는 없었습니다만…?”

“누가 대놓고 시끄럽게 하겠나? 당연히 조용히 몰래 준비하지. 물론 경쟁이 없을 수도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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