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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90화 (1,389/1,826)

§ 나는 될놈이다 1390화

“어, 김태현 선수?”

이세연 길드원 중 한 명이 먼저 아는 척을 했다.

그러자 태현이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어줬다.

“이세연 길드원이잖아?”

“네. 맞습니다.”

“이세연한테 방심하지 말라고 전해. 다음 승부는 내가 이길 테니까.”

“뒤에 계시는데요?”

“….”

태현은 살짝 민망해졌다.

뒤에 있는지는 몰랐지!

이세연은 태현처럼 손을 흔들면서 나왔다.

“골짜기에서 영지 관리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하다가 잠깐 시간 내서 온 거야.”

“그래? 그런데….”

이세연은 태현 뒤에 있는 몬스터를 다시 한번 확인해 봤다.

왜 바실리스크한테 저런 비단옷을 입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바실리스크가 맞았다.

‘저건 또 언제 잡은 거지?’

판온에서 몬스터를 길들이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강한 몬스터일수록 길들이는 게 힘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바실리스크는 지금 플레이어들 수준으로 길들이는 게 불가능한 몬스터.

어떻게 길들인 거지?

‘하긴 쟤는 온갖 이상한 스킬은 다 갖고 있으니까….’

“저건 어디서 난 거야?”

“아. 저 바실리스크?”

태현은 바실리스크를 보며 말했다.

“사귀기 전에 서로 알아가고 있는 중이야.”

“….”

“….”

“…?????????”

이세연을 포함해서 이세연 길드원 모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뭐???

“그러니까… 어… 이다비 씨랑…?”

이세연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필이면 바실리스크 옆에 이다비가 서 있었던 것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이다비가 바실리스크처럼 보여? 되게 무례한 소리를 하네.”

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 아니. 그게… 이다비 씨가 바실리스크처럼 보인다는 뜻이 아니잖아.”

“그럼 그게 무슨 뜻인데?”

이다비가 옆에서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옆구리를 찌르면서 속삭였다.

“저희 둘이 사귄다는 뜻으로 들으신 것 같은데요….”

“뭐? 이세연이 그렇게 멍청한 사람이 아닌데?”

“이건 태현님 잘못 같은데…. 어쨌든 실수할 수도 있죠.”

태현은 다시 한번 이세연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로 그런 거면 이다비한테 실례잖아.”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죠…!’

뒤에 있던 이세연 길드원들은 속으로 외쳤다.

아무리 김태현이 게임 잘한다 하더라도 이건 김태현 잘못이 맞았다.

그 케인한테 물어봐도 김태현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대체 무슨 뜻이었는데?”

“저 바실리스크하고 서로 알아가고 있다고.”

“…아하!”

이세연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길드원들은 황당해했다.

‘아니 길마님 혼자만 아시지 마시고 저희한테도 설명 좀 해주세요….’

‘그보다 방금 말로 뭘 어떻게 알 수 있는 건데?’

“바실리스크하고 사귀어야 하는 퀘스트가 떴구나.”

“그렇지. 너라면 당연히 그렇게 알아들어야 하는데 아까 왜 이상한 소리를 한 거야?”

“미안하게 됐네, 이 나쁜 자식아.”

이세연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대충 절반 정도 깨달았다.

뭔진 모르겠지만 바실리스크하고 사귀는 퀘스트가 떴나 보다!

정말 왜 어쩌다가 그런 퀘스트가 뜬 건진 모르겠는데….

“여기에는 되게 긴 사연이 있어요.”

이대로는 태현이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것 같아서 이다비가 나섰다.

“어떤 사연이…?”

“그러니까….”

이다비는 간단하게 요약 설명했다.

에랑스 왕족 NPC가 찾아와서 혼인 신청했는데 이게 버프가 너무 좋아서….

“아. 그렇다면 해야겠네.”

이세연은 1초 만에 납득했다.

이다비는 매우 거리감 느껴지는 시선으로 이세연을 쳐다보았다.

‘이세연 씨는 말려줄 줄 알았는데!’

물론 설명 듣고 납득한 이다비도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충분히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거면 저주 안 푸는 게 더 좋지 않아? 저주 안 풀고 버프만 받는 게 훨씬 이득 같은데.”

“…안 그래도 그러고 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김현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거 혼인빙자사ㄱ….”

“퀘스트인데 할 수 있지.”

“언니!?”

“그래서 여기는 저 바실리스크 때문에 온 거야?”

“아. 그건 아니고. 바실리스크는 그냥 데리고 다녀야 하는 거고…. 레이스 때문에 왔어.”

그랬다.

정수혁과 최상윤이 나서서 시작한 레이스 대회의 준비가 무르익고 있었던 것이다.

* * *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너나 내 이름이 아니라 팀 KL 때문이지 뭐.

-…제가 꼭 제 이름 때문이라고는 안 했습니다만.

-아니. 너희 둘 잘하고 있어. 그리고 너희 둘도 팀 KL 소속이니 너희 둘 덕분이 맞지.

-정말이십니까, 선배님!?

-그래. 생각보다 훨씬 잘 되어가고 있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난 사람들이 참가 안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

-….

생각보다 낮은 평가에 둘은 시무룩해졌다.

-아니. 오해하지 말라고. 못 할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원래 대회라는 게 처음 열 때 가장 힘들잖아. 사람들 안 모이고.

-그,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이 정도면 잘했다고 생각해도 돼. 이 레이스가 뭐라고 이렇게 많이 모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태현아. 이 레이스에는 인생이 있다.

-…우리 아버지가 리X지 하실 때 그런 소리를 하셨던 거 같은데?

-그보다 선배님. 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 퀘스트가 떴습니다.

-?

<경주의 달인-하늘섬 스파다 시 퀘스트>

하늘섬의 스파다 시는 아주 예전부터 경주의 결과로 영주를 정해오는 곳이었다.

이는 고대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던 규칙!

스파다 시의 원로들은 수많은 모험가들 중에 뛰어난 이들을 찾아 부탁을 하려고 한다.

경주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둬 원로들의 인정을 받고 대면하라.

보상:?, ??, ???

-상당히 막연한 퀘스트 아닙니까?

-그런데 이건….

-그래. 막연하지만 좋은 퀘스트 같은데.

태현과 최상윤은 바로 눈치를 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 많은 판온 플레이어들은 퀘스트 한 문단만 봐도 어떤 퀘스트인지 대충 견적을 낼 수 있었다.

‘왕족’으로 시작하면 보상이 좋은 퀘스트고, ‘인색한’이나 ‘구두쇠’가 들어가면 보상이 안 좋은 퀘스트고, ‘아키서스’로 시작하면 불합리한 난이도의 퀘스트일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이 퀘스트는 고대 제국 관련이 들어갔다.

‘고대 제국 관련 퀘스트인가?’

고대 제국 관련 퀘스트로 짭짤하게 이득을 본 태현은 넘어가기 힘든 퀘스트였다.

무엇보다 여기 하늘섬은 고대 제국 시절 유적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는 곳인 것이다.

밑의 대륙에서 온갖 파괴가 일어날 때도 하늘섬은 비교적 안전했었던 것!

-그래. 어차피 대회 때문에 한 번 가기도 해야 했으니, 가서 홍보도 하고 퀘스트도 확인해야겠다.

-뭐? 진짜 와주게? 너 바쁘지 않냐?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감사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케인이 슬며시 물었다.

-내 영지는 언제 올 생각 없냐?

-영지 발전도 최소한 C등급 찍고 이야기해라.

-…크흑. 영지 등급 진짜 안 오른단 말이야…!

* * *

퀘스트에 대회까지.

태현이 올 이유는 충분했다.

‘근데 얘는 어떻게 알고 온 거지?’

태현은 이세연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다른 플레이어도 퀘스트를 받았나?

그럴 수도 있었지만, 만약 아니라면 정말 감이 좋은 거였다. 아니면 운이 좋거나.

-키이잇.

“그래. 배가 고프다고?”

태현은 잘 요리된 음식을 꺼내 바실리스크에게 건넸다.

[낭티오네의 친밀도가 오릅니다.]

[스킬들의 힘이 오릅니다.]

[….]

사기적인 스킬들의 효과를 더 보기 위해서는 바실리스크와 친해질 필요가 있는 상황.

태현이 가진 여러 스킬들 중에서 이럴 때 쓰기 좋은 건 역시 요리 스킬이었다.

골짜기의 농부들이 땀 흘려 수확해낸 곡물들로 만든 <아키서스의 부드러운 최상급 흰밀빵>부터 시작해서 <소금과 파를 넣어 구운 멧돼지 버터스테이크>, <펄떡이는 푸른마력생선구이> 등등.

평소에는 요리 효과 때문에 맛보다는 효과 위주로 굴렸던 태현이었지만 바실리스크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일단 친해져야 하니까!

-키이잇. 키이잇.

“그래. 이 쌀밥도 먹어라.”

-아니. 주인님. 왜 저 바실리스크한테만 쌀밥을 주시는 겁니까?

흑흑이는 매우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태현의 신수들도 요리는 꽤 얻어먹긴 했다.

쉴 때 먹고, 움직일 때 먹고, 회복할 때 먹고….

태현은 이런 부분에서는 철저하게 계산하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맛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흑흑아. 여기 <일곱 가지 야채 주스>다. 마셔라. 너한테 좋은 옵션이 들어 있으니까.

-케… 케엑…. 브로콜리에… 당근에…. 뭘 넣으신….

-원래 몸에 좋은 건 입에 써.

-주인님 실력이면 입에도 좋게 만드실 수 있지 않…?

-미안한데 내 실력이 그 정도가 아니야. 받아들여.

‘거짓말…!’

아무리 봐도 그런 곳에 시간 쓰기 싫어서 맛을 포기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용들은 쓰디쓴 맛들을 먹어왔는데 어디서 굴러들어온 뱀 새끼가 맛있는 것만 먹으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뱀 주제에!

-주인이여. 솔직히 바실리스크보다는 드래곤이 좀 더 품격 있는 존재 아닌가?

-캬오오.

불불이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참가했다.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넌 내가 맛있는 거 먹이잖아?”

-캬오오?

불불이는 생각해 보니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불불이는 슬쩍 비키더니 바실리스크 쪽에 섰다.

-…야!

-드래곤을 버리고 바실리스크 편에 서다니 뭐 하는 짓인가!

두 드래곤은 경악했지만 불불이는 콧방귀를 꼈다.

딱히 두 드래곤한테 신세 진 게 없었던 것이다.

바실리스크 낭티오네는 불불이가 귀여웠는지 몸을 낮춰 불불이를 위로 올려줬다.

-레드 드래곤이 자존심도 없냐!?

-캬오오.

-키이잇.

“…너희들도 맛있는 거 줄 테니까 그만 싸워라.”

태현은 드래곤들을 말렸다.

생각해보니 드래곤들의 힘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너무 맛에는 신경 안 쓰긴 했다.

플레이어들과 달리 드래곤들이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자. 여기.”

태현은 배낭에서 요리를 꺼내 푸짐하게 한 상 차려줬다.

평소에 먹던 것과 다른 메뉴에 드래곤들은 감격한 표정으로 먹기 시작했다.

와구와구-

-…?

-???

용용이와 흑흑이는 먹다가 서로 쳐다보고, 먹다가 또 서로 쳐다보았다.

“뭐 문제라도 있냐?”

-맛이… 너무 기름진 것 같습니다만…?

-건강하지 않은 맛 같다. 주인이여.

태현은 당황했다.

아니…?

“야. 그거 멀쩡한 요리야.”

-그런가?

-아니…. 너무 자극적인 것 같습니다만….

태현은 설마 싶어서 평소 주던 요리들을 꺼냈다.

<마력을 올려주는 약초 샐러드>, <진하게 끓인 악마 진액 엑기스> 등등.

그걸 먹은 드래곤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잘 먹었다.

-너무 쓰다. 주인이여.

-맞습니다. 별로입니다.

“…그런데 왜 계속 먹고 있냐?”

-…그러게요?

두 드래곤들은 그제야 깨닫고 경악했다.

입맛이 바뀐 것이다!

그걸 신기하게 지켜보고 있던 이세연 길드원들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길마님. 혹시 바실리스크의 독이나 비늘을 얻을 수는 없습니까?”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몬스터이니만큼, 이런 기회를 놓치기는 아쉬웠던 것이다.

“김태현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래?”

“김태현 선수하고 가장 친하시잖습니까.”

“쟤가 친하다고 줄 사람은 아닌데…. 그래. 물어나 볼게.”

이세연의 말에 태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가.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니고.”

“진짜? 고마ㅇ….”

-키이이잇!

바실리스크가 오지 말라는 듯이 쉿쉿댔다.

[낭티오네의 친밀도가 떨어집니다!]

‘…이름이 낭티오네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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