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85화 (1,384/1,826)

§ 나는 될놈이다 1385화

“남의 집 저녁 해주는 건 바보짓 아니야?”

케인이 의아하다는 듯이 최상윤에게 물었다.

최상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지 멀쩡한 놈 밥 해먹이는 건 바보짓이 아니고?”

“그건 당연히 바보짓이지. 근데 그건 왜?”

“…저기 거울 좀 보고 와라.”

“…야!”

케인이 발끈하거나 말거나 최상윤은 옆에서 부추겼다.

“좋은 생각이네. 쓸데없는 놈들은 내버려 두고 가서 좀 해주고 와.”

‘쓸데없다고 하지 마….’

“맞습니다. 저희가 알아서 해먹겠습니다.”

“그래. 나도 요리할….”

“넌 말고. 넌 라면 이상 금지다.”

“…….”

든든한 팀원들의 지지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이세연과 다시 한번 겨뤄서 이길 생각이었다.

‘근데 이세연이 안 받아주면 끝 아니야?’

* * *

태현 본인의 굴욕과는 별개로 방송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숨만 쉬는 모습이 나와도 재밌을 선수들이 여럿 출연했는데 관심이 없는 게 더 무리인 것이다.

-근데 왜 둘이 배틀을 붙는 거지?

-그, 그러게?

-미국에서 보는 사람인데 한국은 초대한 손님과 요리 승부를 하는 풍습이 있나요?

-그냥 방송용으로 재밌게 만들려고 대본 준 거 아니야?

-아. 그렇겠네.

-근데 그런 것치고는 둘 다 너무 진지하지 않나…?

-바보야. 그래야 재밌잖아.

-둘 다 프로인데 당연히 진지하게 해야지.

-둘이 뭐라도 하면 안 되나? 숨만 쉬어도 재밌는데.

-요즘 꽤 같이 다니지 않았어? 플레이 영상도 많이 쌓였잖아. 좀 풀어줘!!

-판온 이제 막 보기 시작한 사람인데요, 왜 김태현이나 이세연 선수들은 플레이 영상을 안 푸는 건가요?

-아무래도 대회에서 붙을 때 정보 많이 풀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 관리하는 거 같아요.

-근데 다른 국대팀 선수들은 더 많이 풀던데….

-그러니까 지는 거임. 저게 다 전략인 거지. 덕분에 한국대표팀은 깜짝 전략 들고 나와도 다들 대응하기 힘들어하잖아.

-그냥 귀찮아서 아니야?

누군가 한 명이 진실을 말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냐. 김태현이 너냐? 귀찮아서 안 하게?

-저게 다 전략이라니까. 쯧쯧. 하여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지.

-아니 싸우는 거 빼고 잘라서 올리면 되는 거 같….

* * *

“이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음. 훌륭하군.”

쑤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몇 개월은 길드 동맹에게 있어서 꽤나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물론 스미스가 이끄는 화이트 나이트 상대로 정신없이 두들겨 맞고 영지를 점령당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많았던 것이다.

일단 길드 동맹이 주최한 판온 올스타 슈퍼플레이어가 대성공을 거뒀다.

투자자들이 만족한 건 물론이고, 무시했던 게임단들도 다음 시즌에 참가할 수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거기에 오스턴 왕국 남부 지역이 열린 것도 컸다.

‘이대로 힘을 회복하면 다시 한번 스미스 놈과 전쟁이다.’

오스턴 왕국은 지금 판온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었다.

지금까지는 나눠지고, 남부에 역병이 터지고, 웬 미친놈이 산적들과 해적들을 잔뜩 끌고 와서 난장판을 치고 그랬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사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드 동맹이 잘 나간다는 게 오스턴 왕국의 저력을 증명했다.

저렇게 난리가 나도 이 정도인데, 제대로 통일되어서 굴러가면 어느 정도겠는가?

길드 동맹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벌써 전문가들을 시켜 보고서들을 만들 정도였다.

-오스턴 왕국만 제대로 통일시키고 굴리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따라오기 힘들 거다.

-오스턴 왕국을 가장 우선적으로 통일시켜라.

<화이트 나이트>나 <미다스> 모두 만만치 않은 길드들.

이제까지 길드 동맹의 방식으로는 힘들었다.

그걸 알고 있는 투자자들은 조언을 던져왔다.

-김태현하고는 그만 싸우고 동맹해라. 후방의 적 늘려서 좋을 거 없다.

-가능하면 그냥 길드에 가입 시키면 안 되나?

-어쨌든 쑤닝. 투자 받은 이상 제대로 좀 하게. 자꾸 좀 말아먹지 말고. 말이 나온 김에 저번에 공성전 영상을 봤는데 왜 거기서 돌격을 했지?

…말이 조언이지 간섭에 가까웠다.

쑤닝은 더럽고 치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돈이었으니까.

거액을 투자한 사람들 입맛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도 최근의 성적은 괜찮았다. 쑤닝은 다시 물었다.

“남부에는 별문제가 없나?”

“지금 신전 폐허에서 뭐 이것저것 나오고 있다고는 하는데, 거기에 뛰어난 랭커들 여럿 있으니 잘 해결될 겁니다.”

“그래야지. 믿음직스럽군.”

* * *

“으으으… 으으으으….”

“조용히 해라. 정신 사납다.”

뒤에서 냉정하게 말하는 태현의 모습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눈물을 훌쩍였다.

정말 들어가기 싫었던 것이다.

“여기 무너진 거 봐!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길이라고!”

“삽하고 곡괭이 들고 파야지. 길 만들어.”

태현의 말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길을 파라고 하시잖냐!”

“어느 안전이라고 말을 무시하는 거냐!”

“…….”

판온에서 평생 갑질만 하다가, 이렇게 갑질을 당하는 경험은 매우 낯설었다.

길드원들은 울컥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은 멀고 태현의 검은 가까웠으니까.

‘확실히 여기가 싸우기 안 좋은 길이긴 하군.’

카르바노그 신전 폐허 안으로 들어온 태현은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왜 질색한 건지 알 수 있었다.

던전의 지형이 최악인 것이다.

일단 어둡고, 빛을 쏴도 던전 효과로 멀리 나가지 않았다.

통로는 좁은 데다가 조금만 가도 옆에서 샛길이 나오고 위에서 천장이 열렸다.

즉….

대기하고 있던 놈들이 우르르 나와서 치고 빠지기 좋은 곳!

‘카르바노그. 여기 뭐 좋은 방법 없나?’

[카르바노그가 자기 사제들이 딱히 말 안 하고 지은 거라 자기도 잘 모른다고…]

‘…….’

[원래 신도들이 하는 모든 걸 신이 알지는 않는 법이라고 카르바노그가 항변합니다!]

‘맞는 말이긴 하지.’

-끼에에에에에엑!

“나왔군. 전투 준비!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태현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정체를 모르는 적을 상대할 때는 아끼지 말아야 했다.

여기 있는 인원 중 절반이 죽어 나간 다음에 스킬 써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진형 유지! 자기 자리에서 비키는 놈은 내가 먼저 죽인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에다게르 옆에 붙어 있어!”

“예!”

태현은 바로 에다게르의 마력을 뽑아서 닥치는 대로 마법을 갈기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사디크의 화염 파도가 통로를 감싸고…]

[……]

[……]

[에다게르의 마력으로 인해 마법이 증폭…]

“용용이, 흑흑이, 불불이, 화력 집중해라! 앞을 막아버려!”

태현의 전략은 간단했다.

정면을 화력으로 틀어막은 다음 옆으로 돌아오는 놈들은 태현이 직접 잡을 생각이었다.

-키에엑!

“으아악! 아래에서 왔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비명을 지르는 길드 동맹 길드원. 쓰러지기 전에 태현이 먼저 달려들어서 번개처럼 검을 휘둘렀다.

번쩍이는 빛과 함께 폭발하는 데미지!

[광기의 폭발 검법이…]

[……]

[……]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이 시전됩니다!]

[광역 공격이…]

“김태현!!!”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외쳤다.

김태현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앞장세웠을 때만 해도 ‘김태현 이놈이 우리를 케인처럼 케인하려는구나 흑흑 우린 다 죽었다’ 싶어서 우울했는데….

시작하자마자 버프 걸어주고, 위험할 거 같으면 달려와서 폭딜로 구해주고, 이 정도면 솔직히 다른 랭커들보다 잘 도와주는 편이었다.

[훈련받은 전투악마들이 등장합니다!]

‘…더 있다고?’

태현은 경악했다.

방금 상대한 놈들보다 더 강한 느낌인데?

[교단 전투악마 대장이 울부짖습니다!]

카르바노그 교단은 생각보다 더 많이 악마들을 훈련시켜 놓은 모양이었다.

무슨 제국 반란이라도 일으킬 게 아니라면 대체 악마들을 왜 이렇게….

캉!

[전투악마의 몸 위에 새겨진 마법진이 충격을 흡수합니다!]

[치명타가 터지지 않습니다!]

[데미지가 줄어듭니다!]

‘아니. 고대 제국 놈들 진짜!’

태현은 상대가 갖고 있는 사기적인 스킬에 기가 막혔다.

진짜 악마 하나하나에 뭔 짓을 한 것이란 말인가.

상대가 사기적인 스킬을 갖고 있지만 지능은 그리 높지 않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창을 꺼내 바로 전투악마를 찔렀다.

악마들은 온갖 개조로 인해 사기적인 스킬들을 갖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지능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이런 스킬을 당하면 매우 당황하리라!

-끼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엑!

[전투악마들이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을 보고 경배합니다!]

“…….”

아니 이런 건 또 훈련을 시켜놨었나?!

‘하긴 카르바노그 사제들마저 공격하면 안 될 테니 이런 부분은 확실히….’

“뭐, 뭐야. 왜 갑자기 저러는데?”

“뭔 짓을 한 거야?”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당황해서 물었지만 태현은 대답 대신 창을 빙글 휘둘렀다.

우르르-

‘오오.’

창을 휘두르면 이쪽으로 가나?

그러면….

“으아아악!”

길드 동맹 쪽으로 가리키자 전투악마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재미있다!

그 순간 에다게르가 입을 열었다.

-같은 피를 갖고 있는 마계의 동포들아! 나 에다게르를 구하라! 소환공의 이름으로 너희들에게 커다란 포상을 내리리니! 마계의 영지들을 내려서 너희들을 영주로 만들어주겠다!!!

-키에에에엑!

“…!”

악마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자 태현은 깜짝 놀라서 반응했다.

설마 여기 있는 전투악마들이 에다게르의 말을 들을 줄이야!

-아아악! 크아아아악! 아아아악! 이 자식들 좀 떼어 내줘!!

“…….”

그러나 눈앞의 광경은 예상과는 달랐다.

전투악마들은 에다게르의 말을 듣고 우리를 풀어준 게 아니라, 에다게르를 미친 듯이 패고 있었다.

우리 안에 있는 에다게르를 기다란 무기로 찌르는 악마들!

“…좀 더 해도 괜찮겠지. 교훈을 주기 위해서.”

* * *

[카르바노그 교단의 심층부에 도착합니다!]

[카르바노그 교단의…]

[……]

[카르바노그의 권능 무기를 갖고…]

[……]

[카르바노그 교단의 <비전 악마 훈련서>를 얻습니다!]

[앞으로 교단에서 전투악마를 훈련시킬 수 있습니다.]

[전투악마는 마계의 악마를 훈련시켜 만든 강력한 교단의 탈것이자 소환수입니다.]

[전투악마는 악마의 피로 인해 관리 실패 시 폭주할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

[……]

[명성이 오릅니다!]

‘김태현이 무슨 종이 쪼가리를 얻은 거 같은데. 뭐지? 스킬북인가?’

‘카르바노그 교단 스킬북이라고 해봤자 별로 안 부러운데.’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별생각 없이 태현이 아이템을 얻는 걸 지켜봤다.

뭔 방법을 써서 악마들을 비키게 만든 건지 신기하긴 했지만, 저 보상이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보다 악마들을 쫓아내게 만든 방법을 알고 싶다!

안 그래도 지금 밖에서 여러 파티가 박살 나고 있는데….

“김태현. 아까 악마들을 어떻게 떨쳐낸 거지?”

“그거? 카르바노그 교단 퀘스트 깬 적 있으니 가능했지.”

“…!”

카르바노그 교단 퀘스트를 깨면 된다고??

그 정도면 우리도 할 수 있겠는데?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자신들이 알아낸 정보를 빠르게 위로 보고했다.

-카르바노그 교단 퀘스트 깨면 된답니다.

-그래? 카르바노그 신전이 무너진 것 때문에 안에 있던 악마들이 미쳐 날뛰는 건가?

-…왜 악마들이 날뛰죠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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