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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82화 (1,381/1,826)

§ 나는 될놈이다 1382화

“멍청한 놈들아! 고작 악마다! 악마 상대 처음 해보냐!?”

게임 초창기였으면 ‘으악 악마다!’ 했겠지만 이제 플레이어들도 악마들을 제법 많이 만난 상태였다.

악마 나왔다고 그냥 겁 먹을 때는 지난 것이다.

마계의 악마에 대해 많은 정보가 풀려 있고 공략법도 쌓인 상황!

…라고 하기에는 앞에 있는 악마들이 너무 무서웠다.

“신성 속성 무기로 갈아 끼우고 싸울 준비 해라!”

“아, 알겠습니다.”

“너희들도 같….”

말하려던 길드원은 멈칫했다.

아까 들어왔던 파티원들은 전부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길드 동맹하고 같이 싸울 바에는 그냥 빠르게 튀자!

“저런 양심 없는 놈들! 협동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놈들!!!”

“와.”

길드 간부의 말에 길드원들은 감탄했다.

방금까지 통행료 뜯으려고 했는데 그건 잊어버리고 양심 없다고 욕하다니.

저런 뻔뻔함이 바로 간부 자리의 비결인 걸까?

‘나도 좀 더 뻔뻔해져야겠다.’

‘더 쓰레기처럼 살아야지.’

-빛이 가득한 길!

[<빛이 가득한 길>이 시전됩니다. 신성한 빛이…]

[……]

물론 간부 자리는 뻔뻔함만으로 따는 게 아니었다.

간부는 바로 주변에 장판을 깔기 시작했다.

길드 동맹에서 입증된 신성 스킬 콤보.

악마들을 많이 상대한 만큼 길드 내에서도 어느 정도 정석이 존재하는 것이다.

-케에에엑. 어리석은 놈들 같으니!

-우리가 그런 걸 모를 줄 알았나!

그러나 신전 안에 있던 악마들은 길드원들의 생각을 뛰어넘었다.

보통 이런 함정에 그냥 돌격해서 당하는데, 교활하게 함정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와르르-

[신전 통로 천장이 무너져 내립니다!]

[마법이…]

[함정이 가동됩니다!]

[……]

[……]

통로가 무너져 내리는 이상 아무리 길드원이라도 버틸 수 없는 상황.

“피해! 후퇴해!!”

뒤로 후퇴하려고 하자 악마들이 기가 막히게 따라왔다.

-침입자 못 도망간다!!

-사제님들한테 상 받는다!!

“아오. 저 미친놈들! <성스러운 창 소환>!”

[봉인된 폭주 악마들이 신성한 힘을 견뎌냅니다!]

[데미지가 줄어듭니다!]

“…?!?!?”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아니….

왜 악마가 이걸 견뎌내!?

-크헤헤헥. 훈련받은 우리를 그런 걸로 막을 수는 없다! 죽어라!

“이 던전 너무 이상하지 않냐!?”

* * *

“<소박한 고대 파이토스의 신전>이라… 흠. 그래. 짓긴 해야지. 골짜기 대신전 안쪽에 지어놔야겠다.”

골짜기에 있는, 가장 먼저 지어진 아키서스 대신전 옆에는 여러 신전들이 위치했다.

입맛대로 골라먹는 선진적인 뷔페식 신전!

사디크 신전도 거기 있었고….

<아키서스의 만신전-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당신은 언제나 이런 생각을 해왔었다.

아키서스 교단은 대륙에서 가장 우수한 교단이며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고!

망치나 붙잡고 있는 교단은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쓰레기고, 전사들만 모아 놓는 교단은 갑옷 하나 입지 못하는 저질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의 의견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안 했는데.’

갑자기 태현을 미친놈 만들어버리는 퀘스트창에, 태현은 황당해했다.

안 했어 이것들아!

…이런 이들을 모조리 없애서 대륙에 오로지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만을 남기는 것이 대륙의 밝은 내일을 약속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그건 불가능하겠지만, 당신은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아키서스의 만신전을 세우는 것.

당신은 수많은 교단을 접하고 그 교단의 힘을 빼내왔다.

이런 경험들을 살려 아키서스의 만신전을 제작한다면, 수많은 신들이 아키서스 앞에 경배하는 모습을 잘 드러낼 수 있으리라.

보상: ?, ???, ????

한마디로 아키서스 신전 앞에 다른 신전들 조그맣게 여러 개 배치해서 ‘아키서스가 최고다!’ 같은 걸 보여주라는 식의 퀘스트였다.

…다른 교단들이 알면 뒷목 좀 잡을 것 같았다. 특히 사디크 교단 같은 경우는 안 그래도 힘들 텐데….

[현재 사디크 신전을 지을 수 있…]

[파이토스의 신전을…]

[카르바노그…]

[……]

지을 수 있는 신전들이 나오고, 다른 메시지창도 떴다.

[현재 살라비안 교단의 신전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식이 부족합니다.]

[현재 시이바 교단의…]

[……]

권능은 얻었지만 어떻게 신전을 지어야 할지 아직 능력이 부족한 교단들.

이런 교단들은 이제 태현이 가서 좀 더 알아보고 해야 했다.

[퀘스트, <이데르고 교단의 신전 비밀>이…]

[퀘스트, <살라비안…]

[……]

[……]

“…일단 이건 다 미뤄두고 파이토스 교단 신전만 지어놔야겠군.”

아무리 태현이라도 이 만신전 퀘스트는 너무 스케일이 컸다.

어느 세월에 교단 하나씩 뒤져가면서 제작 방법 찾고 가져오고 하겠는가.

모든 퀘스트를 다 깰 수는 없었다. 필요한 퀘스트만 고르는 능력도 상당히 중요했다.

“지을 때는 저희를 불러주십시오!”

“아. 그래? 부탁 좀 할게. 고마워라.”

태현은 파워 워리어 건설단들을 보며 새삼스러워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보면서 듬직하단 느낌을 받는 날이 오다니.’

예전에는 그냥 그랬는데, 요즘은 볼 때마다 국밥처럼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성장인가?

태현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도 아니었지만 괜히 뿌듯했다.

이다비도 이런 감정을….

“으아아아악 악마다!!”

“악마다! 악마다!!”

“…아니 감동 받은지 얼마나 됐다고.”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할 말은 있었다.

“저기 보십쇼! 저기! 악마들!”

“원래 오스턴 왕국이 좀 악마들 많은 곳이잖아. 악마에는 적응을 해야… 응?”

태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멀리서 악마들이 나타났다길래 보고 있는데 뭔가 좀 이상했던 것이다.

악마 앞에 사람들이 많다?

-으아아아 살려줘! 살려줘!!

“초보자들인가? 초보자들이 여기 남부는 왜 온… 아. 건설 때문에 왔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하긴 남부 쪽이 지금 건설 때문에 이것저것 쉬운 퀘스트들이 많은 상태였다.

지역 자체는 난이도가 높은데 퀘스트는 초보자들도 할 수 있는 게 많은 아이러니한 상황!

그러니 저렇게 악마들한테 쫓기는 것도 이해가 갔다.

“도와줘야겠군. 그래도 초보자들인데.”

“역시 김태현 선수…! 판온이라는 게임을 모두가 즐기기 위해서는 초보자들을 배려해 주는 그런 마음이 필요한 겁니까?”

새로 들어온 무보가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현은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이 대답했다.

“아니 그냥 하는 거지 뭔 그런 걸 생각하고 해…?”

“아, 아니었습니까?”

“그냥 초보자들 도와주는 거지. 봐라. 저기 초보자….”

말하던 태현은 멈칫했다.

“…가 아닌 거 같은데?”

-랭커들 언제 와!! 빨리 와서 막아!!

* * *

신전 폐허에 들어갔던 길드원들은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러나 악마들은 멈추지 않았다.

[던전에서 악마들이 기어 나옵니다!]

“야!! 반칙이잖아!!”

던전 밖으로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던 것이다.

길드원들은 울며 뛰었다.

던전 밖이면 좀 약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악마들은 대체 무슨 훈련을 받았는지 각종 움직임으로 길드원들을 유린했다.

땅 파고 들어가서 튀어나오기, 순간이동 마법 써서 뒤로 다가오기, 하늘 날아서 위에서 덮치기….

거기에 신성 마법 같은 건 바로 버텨내는 사기적인 근성까지!

그런 악마들이 끝까지 쫓아오니 길드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여기는 오스턴 왕국 남부!! 랭커들 지원 부탁한다!!! 악마들이 쫓아온다!

-그 레벨 먹고 악마 혼자 못 잡아서 지원 부르다니 네가 그러고도 간부냐??

-요즘 간부들 다 너무 약해빠진 거 아닙니까?

-아 나쁜 놈들아 빨리 오라고!! 악마들 이상하다고!!

그리고 이 현상은 한 군데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사방에서 카르바노그 신전 폐허 잘못 들어갔다가 거기 안에 있던 악마들 끌고 나온 파티들!

그들은 길드 동맹 길드원들처럼 후다닥 도망쳤고, 악마들은 또 나와서 미친 듯이 쫓기 시작했다.

“후. 슬슬 제대로 건설을 해볼까? 이 정도 골드 챙겼으면 됐지.”

“폭탄도 다 썼고 말입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코밑을 쓱 훔치며 말했다.

길드 동맹의 지갑이 넉넉해진 틈을 타 ‘건물이 지진으로 무너졌습니다!’ ‘건물이 비바람으로!’ ‘건물이 마법으로!’ 등등의 핑계를 써서 제작비를 더 타낸 그들이었다.

원래 속임수는 상대가 속았다는 걸 알지 못하게 해야 하는 법.

이제 멋들어지게 한 번 건설을 해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고 서로 좋게 헤어지면….

“저기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여기로 달려오는데요??”

“헉. 들켰나? 야. 골드 빨리 숨겨라! 죽더라도 골드는 주면 안 된다!”

-살려줘!!!

“???”

“아니 뒤에 몬스터 달고 이리로 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돌아가십시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외쳤다.

길드 동맹 사람들이 저기 뒤에서 미친 듯이 헥헥대는 악마들을 데리고 오고 있었던 것이다.

-문이나 열어!!!

마을 안은 완성 안 되었어도 해자도 파놓고 요새 벽도 올려 놓은 상태라, 안에 들어가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냉정했다.

“그럴 순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야!! 누가 돈 줬는데!

“돈 받았으니까 하는 소리입니다!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건물들이 여기서 더 무너지면 손해가 크단 말입니다!”

-와. 프로는 다르구나!

옆에 있던 다른 길드원이 감탄했다. 간부는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말했다.

-지금 그런 소리를 할 때냐!

“돈 받은 이상 건물을 지켜야 합니다!”

-…크으윽! 알겠다! 알겠어!

간부는 포기하고 틀어서 도망쳤다.

옆에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 감동 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와. 저도 좀 감동했습니다. 이게 프로의 정신 같은 겁니까?”

“뭔 소리야? 그냥 쟤네들 들여보내면 우리도 같이 싸워야 할 거 같아서 우긴 건데.”

“…….”

* * *

“아니 저런 멍청한 놈들 같으니. 레벨도 높은 놈들이 악마 하나 상대 못하고 쫓긴다고???”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게시판을 보니 갑자기 지하에서 뚫고 나온 악마들 때문에 다들 경악한 모양이었다.

“날 좀 도와줘야겠다.”

“예!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태현은 즉석에서 바로 간이 박격포들을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했다.

아키서스 포병대가 끌고 다니는 강력한 명품 대포만큼은 아니어도, 이런 박격포들은 충분히 광역 마법 대신 딜을 넣어줄 것이다.

여기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있으니 조작할 손은 충분하고….

[<아키서스의 간이 박격포>가…]

[……]

[……]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기계공학 스킬이…]

이미 장인의 영역에 다다른 태현이었기에 제작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꺼내고, 망치 휘두르고, 두드리고, 팔로 붙잡아서 모양 내면 완성!

순식간에 만드는 그 미친 속도에 다들 눈을 깜박였다.

이게 사람이냐 컨베이어벨트냐??

“다들 배치하고 전투 준비!”

“아. 예!! 지금 갑니다!!”

방금까지 건설하던 길드원들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홀린 것처럼 배치를 끝냈다.

어라?

어쩌다가 우리가 싸우게 된 거지?

“저 우리 끌고 와라!”

태현은 에다게르를 가리켰다.

에다게르는 감옥 안에 갇혀 있다가 눈만 끔뻑거렸다.

왜 갖고 오라는 거지?

-멍청한 필멸자 놈아! 저 악마 놈들은 날 모른다. 마계의 악마가 다 내 부하인 줄 아느냐? 착각도 적당히 해야지! 아무 의미 없는 짓을….

“뭔 소리를 하는 거냐? 그러려고 부른 게 아닌데.”

태현은 에다게르를 붙잡았다. 감옥 위에는 아주 오래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전원을 누르면 작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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