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81화 (1,380/1,826)

§ 나는 될놈이다 1381화

<카르바노그 신전 아시는 분?>

<카르바노그가 대체 뭐하는 듣도 보도 못한 교단임?>

<갑자기 카르바노그 신전이 생겼는데 여기 좋나요?>

태현은 일단 신전 폐허에 들어가는 대신 게시판을 보며 정보를 확인했다.

변화가 꽤 크게 일어났으니 떠드는 사람들이 분명 있으리라.

‘역시 생기긴 생겼군.’

오스턴 왕국 남부는 한 번 날아간 곳이라 카르바노그 신전이고 뭐고 다 박살 난 상태였지만, 다른 지역은 좀 달랐다.

멀쩡한 카르바노그 신전이 곳곳에서 생겨난 것!

-축하해. 카르바노그.

[카르바노그가 기쁨의 비명을 지릅니다!]

<카르바노그 신전 근데 사람 없는데??>

<무인신전도 있나요? 요즘 트렌드인가?>

<신전 들어가서 동상에 기도를 하면 버프는 주는데 사제나 성기사가 안 보임.>

-…근데 사제나 성기사들은 없는 모양인데.

[카르바노그가 실망합니다.]

-그래도 신전이라도 생긴 게 어디야.

[카르바노그가 납득합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신전 건물 하나도 없는 것보다는 신전이라도 남아 있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

‘이걸로 납득할 줄은 몰랐는데.’

태현은 살짝 놀랐다.

오랫동안 고생한 탓에 카르바노그의 기준이 상당히 낮아진 모양이었다.

<카르바노그 신전 비어 있는데 그냥 길드 건물로 써도 되나?>

<카르바노그 신전에서 장사해 보신 분? 천벌 받나?>

<카르바노그 신전에서…>

“…….”

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말해주지 말아야지.’

판온 플레이어들은 냉정했다.

갑자기 멀쩡한 건물이 필드에 나와 있으니 ‘와 이거 그냥 써도 되나?’ 하고 쑥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NPC들이 없으니까 이렇게 되는구나!

<카르바노그 신전 폐허 발견하신 분? 여기 던전인데.>

<카르바노그 던전 들어가 보신 분 있으세요? 같이 깰 사람?>

‘한 개가 아니었군.’

지금 던전 정보는 가장 필요한 것.

무엇보다 폐허가 된 신전들이 다 던전이 되어 있다는 게 놀라웠다.

‘뭐지? 카르바노그 사제들이나 성기사들이 폐허 안에 숨어서 공격하는 건 아니겠지?’

[카르바노그가 자기 신도들이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고 화냅니다.]

‘으음. 원래 착한 사람들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맛이 가는 법이지.’

<카르바노그 던전 난이도 쉬운데 같이 들어가실 분. 마법사 모집합니다.>

<카르바노그 폐허 들어갈 파티 구함. 도적은 그만 와도 됨. 인원 꽉 찼음.>

‘응?’

태현은 의아해했다.

왜 다들 쉽다고 뜨지?

‘이 던전만 유난히 어렵나?’

[카르바노그가 그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보다 들어가기 전에 보물부터 찾자고 말합니다.]

‘아. 그래.’

갑자기 대형 신전 폐허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정보가 많아서 잊고 있었지만, 태현의 1차 목표는 비자금 찾기였다.

과거에서 숨겨 놓은 보물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카르바노그 조각상이… 저기 있군.’

태현은 솜씨 좋게 조각상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그 밑을 파기 시작했다.

팍, 팍, 팍-

“아니. 왜 이렇게 깊게 파놓은 거야?”

[카르바노그가 악마 봉인하는 거니까 당연히…]

“으음. 혼자서 하긴 좀 힘들겠군. 용….”

-캬오오.

-쿨쿨쿨.

“…….”

바로 옆으로 쓰러져서 자는 척을 하는 드래곤들의 모습에 태현은 그들을 노려보았다.

“너희 시킬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너희들은 이런 거 섬세하게 못 파잖아.”

-아니. 주인님! 너무 말씀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자는 척을 하고 있으면 끝까지 해야지.”

-아차…!

“너희 말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부르려고 했어.”

지금 오스턴 왕국 남부에는 뛰어난 잡일꾼들이 득시글거렸다.

새로 지을 마을이 많은 만큼 일거리도 많은 것이다.

-좀 도와ㅈ….

-지금 갑니다!!

태현이 말을 꺼내자 끝나기도 전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너희 건설 중 아니었냐?”

“못해 먹겠다고 하고 때려치우고 왔습니다.”

“…….”

건설 맡은 간부 우는 거 아냐?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구덩이를 가리켰다.

“이 안에 뭘 묻어놨는데 도움이 필요하다. 같이 조심스럽게 파자.”

“예!”

[삽을 매우 뛰어나게 다루는 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작업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땅이 모래처럼 부드러워집니다!]

[……]

[……]

‘이 자식들 건축을 얼마나 한 거야…?’

태현은 놀랐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올라간 실력!

순식간에 땅을 파내려가며, 길드원들은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이 안에 뭘 묻어 놓으신 거지?”

“보물 같은 거 아닐까?”

“난 식물 같은데. 아키서스의 식인식물 같은 거.”

“그런 거 좋겠다. 근처에 심어 놓으면 좋겠는데.”

숙련된 길드원들의 대화에, 새로 참가한 파워 워리어 길드 신참인 무보가 매우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들 정말 대단합니다.”

“어? 왜? 삽질이?”

“우리가 삽질을 좀 잘하긴 해.”

“아니. 그게 아니라, 김태현 선수와 같이 하면서 조금도 어색하지 않잖습니까.”

새로 들어온 길드원인 무보 입장에서, 김태현과 저렇게 바로 옆에서 태연하게 삽질을 하는 모습이 매우 놀라웠던 것이다.

한두 번 같이 한 게 아닌 친숙한 모습!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

그 말을 들은 길드원들은 새삼스럽게 의식하게 되었다.

그런…가?

듣고 보니 대단한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 김태현하고 퀘스트 한 번 한 걸로 온갖 곳에 자랑하면서 방송에서도 떠드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 정도면 매우 대단한 편이었다.

퀘스트 몇 개를 같이 했는가!

“후후… 우리가 좀 자연스럽긴 하지. 건축의 고수라고 해야 하나?”

“안 그래도 이번에 구다르 씨가 건설단 만들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거기 에이스라고 할 수 있지. 골짜기 성벽 중 절반은 우리가 세웠을 거다.”

“김태현 님 하도 많이 따라다녀서 이제 아무것도 놀랍지 않을 정도야. 뭐가 나오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해야 하나?”

푹-

“으악 XX 깜짝이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삽질을 한 길드원은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시, 시체다!!!”

[고대의 보물을 발견합니다!!]

“보물이라는데요?”

“눈이 있으면 봐라! 이게 보물이냐!? 시체지!”

“아니 아까 안 놀라신다고….”

“시체가 나왔는데 어떻게 안 놀라!”

무보를 제외한 다른 고참 길드원들은 모두 다 호다닥 도망쳐서 김태현 뒤에 숨어 있었다.

놀라운 스피드!

태현도 감탄해서 쳐다볼 정도였다.

아는 만큼 겁이 많아지기 마련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겁이 좀 많았다.

“태, 태현 님. 안에서 뭐 안 나왔습니까?”

“딱히 움직이는 적은 아니니까 그냥 앞으로 나와도 된다. 내 뒤에 그만 숨고.”

“예….”

그 추한 모습을 보고 신참인 무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며 물었다.

“원래 파다가 뭔가 나오면 이렇게 대피해야 하는 겁니까?”

“…물, 물론이지. 그게 원칙이니까.”

“우리가 딱히 겁을 먹어서는 아니고, 이게 규칙이라서… 원래 땅을 팔 때는 안에서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도 많거든. 저번에는 어스 드래곤을 만났는데….”

“다들 그만 떠들고.”

태현은 땅 안에 묻힌 보물을 꺼냈다.

[봉인된 악마의 감옥을 발견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이 감옥은 악마를 영원에 가깝게 봉인해 놓았습니다.]

[이 악마의 정체를 찾아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십시오.]

<봉인된 악마의 정체는?-마계의 악마 공작 퀘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빛… 빛이다! 빛이란 말인가! 크하하핫! 인간. 잘 했다. 잘 했어!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갑자기 입을 열자 길드원들은 깜짝 놀랐다.

시체가 아니라 악마였어?

“으… 으아악! 악마였습니까!?”

무보는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시체인 줄 알았다가 악마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무서워진 것이다.

그에 비해 다른 길드원들은 침착을 되찾았다.

“악마였어? 에이. 난 또 뭐라고.”

“괜히 겁먹었네. 야. 너 그 악마가 먹는 간식 갖고 있지? 꺼내봐라.”

“피랑 고기랑 진흙 섞은 그 간식? 저번에 <아키서스 포병대> 악마한테 주니까 잘 먹더라.”

“…….”

무보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악마를 앞에 두고도 이 거침없는 자세!

과연 대(大) 파워 워리어 길드의 에이스다웠다.

-힘을 원하는가? 주겠다! 이 감옥의 문을 열어라!

“아니. 힘은 내가 알아서 가져가겠다.”

-…? 아, 아니. 잠깐. 너는…?

아주 깊은 땅속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에다게르는 태현의 얼굴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너… 너!!! 날 묻은 놈이잖느냐!!

“미안하게 됐다. 대신 너희 친구들하고 같이 길러줄게.”

-열어라! 마계의 공작을 뭘로 알고!

“그런데 너 마계 공작치고는 너무 약한 것 같은데… 진짜 공작 맞냐? 악마들은 거짓말을 잘 하던데.”

태현은 의심 섞인 눈빛을 보냈다.

마계의 공작들은 기본적으로 대륙으로 나오더라도 막대한 강함을 자랑했다.

그에 비해 에다게르는 너무 약했던 것이다.

물론 에다게르도 할 말은 많았다.

에다게르는 소환공이라는 이름답게 소환 능력이 주특기인데, 아키서스의 성기사들이 뭘 하기도 전에 아키서스의 힘을 빌려오더니 미쳐 날뛰지 않았던가.

제대로 힘을 쓸 기회를 준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열어봐라! 알려주겠다!!

“아니야. 그냥 믿어줄게.”

태현은 에다게르를 가둔 우리를 꺼내서 잘 닦은 다음 옆에 두었다.

그리고 다른 보물들을 꺼냈다.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에게서 뜯어낸 보물!

[파이토스 교단의 은촛대를…]

[파이토스 교단의 황금 기도용 성상을…]

[……]

[……]

[……]

[……]

‘아니 이 자식들 뭐 이리 많이….’

다 확인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보물 목록들에 태현은 혀를 내둘렀다.

아키서스 교단의 펠마스 같은 NPC들은 언제나 교단 운영 자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길거리에서 티켓 팔면서 사달라고 데굴데굴 구르는 교단 NPC는 정말 보기 드문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고생을 해서 모은 게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양!

‘정답은 착취와 약탈이었단 말인가??’

[파이토스 교단의 성스러운 보물들을 얻었습니다.]

[이 보물들을 사용해 <소박한 고대 파이토스의 신전>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

[카르바노그가 할 말을 잃습니다!]

* * *

“평범한 신전인데?”

“성기사 유령이나 그런 거 나오지 않을까? 난이도도 별로 어렵지 않으니.”

즉석에서 만들어진 파티는 신이 나서 카르바노그의 폐허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정지!”

“?”

“몬스터… 아니. 길드 동맹이잖아.”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나서서 길을 막은 것이다.

“여긴 우리 길드 동맹의 구역. 우리 길드가 먼저 사용하겠다.”

“…….”

“…….”

파티원들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꾹 참았다.

원래 법은 멀고 칼은 가까운 법.

‘나쁜 놈들.’

‘죽일 놈들.’

‘김태현한테 한 번 더 털려라.’

-끼에에에에엑!

그 순간 저 신전 통로 안쪽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들려왔다.

“뭐… 뭐야?”

파티원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왠지 모르게 겁이 났던 것이다.

-끼에에에에엑! 끼에에엑!

“???”

[신전 안쪽에 봉인되어 있던 악마들이 나타납니다!]

[봉인된 폭주 악마들이 괴성을 내지릅니다!]

-침입자 죽인다! 침입자 죽인다!

-사제님들한테 상 받는다! 사제님들한테 상 받는다!!!!

“으아악 뭐야!!”

콰콰콰콰콰콰콰쾅!

벽이 무너지고 악마들이 그 혼란을 틈타 플레이어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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